안철수 VS 박지원 사생결단 승부수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0:52:21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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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지면 둘 중 한명은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근 정가의 최대 화두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이다. 국민의당이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찬성파에는 안철수 대표가 반대파에는 박지원 의원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당의 운명을 쥔 두 사람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나란히 목포를 방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행사에서 각각 상대 지지자들로부터 막말과 야유를 들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을 이유로 “간신배”라는 소리를 들었고, 이를 반대하는 박 의원은 날계란을 맞았다. 

계란 맞고 
욕먹은 박·안

DJ 행사 참석자들은 바른정당 통합 문제를 놓고 둘로 갈라졌다. 반대하는 쪽은 안 대표에게 “안철수 물러가라. 김대중을 그렇게 해놓고” “간신배 같은 안철수”라며 야유를 보냈다. 

안 대표는 표정이 굳어졌지만 곧바로 이어진 축사에서 “인내하고 뛰는 것이 마라톤의 본질”이라며 “묵묵히 참고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반대로 통합 찬성파들은 박 의원에게 계란을 던졌다. 안 대표 지지자로 활동 중인 한 여성은 “영혼과 양심까지 팔아먹지 말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계란을 닦아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맞아서 다행 아닌가”라며 “(안 대표가)목포서 끝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당분간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 통합파와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로 나뉘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대표가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어 이에 반대하는 박 의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박 의원은 호남의원 대다수가 통합에 반대하고 초선 의원들도 통합 반대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합 논쟁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그는 “<광주일보> 조사에 따르면 호남 23명 전수조사 시 20명 통합 반대, 찬성 2명, 유보 1명으로 나타났다. 결국 그분들도 지역 정서를 감안한다고 하면 통합 반대로 돌아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의원은 전당대회를 열더라도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으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 자체도 희박하다고 예상했다. 

박 의원은 “정치라고 하는 것은 세계 어느 정당도 원내 중심으로, 의원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게 용이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물론 지역구의 대의원, 대표 당원 이런 것들을 배분하지만 당원의 절대 다수가 호남이기 때문에 그것도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고 했다.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우리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더 큰 정책연대에 서명을 했다”며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광주서 목포까지 제2 KTX 노선을 확정했다. 바른정당과 정책연합을 한 것은 민주당하고도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안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안철수 대표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통합을 중지하고 국민을 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이 예산정국처럼, 탄핵정국처럼, 개원정국처럼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명분도 실리도 없는 통합을 중지하고 국민을 위해 국민의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합 추진을 중단하면 당은 화합하고 지방선거서 이길 수 있다”며 “호남서 다시 한 번 녹색돌풍을 일으켜 전국을 녹색태풍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외연확대냐 
체제유지냐 

박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호남 방문을 통해 부정적 민심을 접했음에도 통합의 정치적 당위성을 강조·설득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11일 안 대표는 호남 민심 행보를 마무리 짓는 자리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정치사를 보면 3당은 큰 선거 직전 외연확장에 실패해 모두 사라졌다”며 “당의 승리를 위한 외연확대의 여러 방법 중 대안은 바른정당과 연대 또는 통합”이라고 자신의 결론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그는 “외연확대에 다른 방법이 있다면 대안 위주로 토론하자고 여러 차례 말했고 의견을 청취했다”며 “이제 종합적으로 중앙당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선 두 차례 의원총회와 원외위원장 간담회, 호남 민심 행보까지 당 내외 의견을 모두 들은 만큼 조만간 호남 중진들과 통합론을 두고 단판을 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통합론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바른정당에 대한 호남의 부정적 정서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그는 “호남을 돌아보니 많은 분들이 ‘바른정당은 영남당’이라고 오해하던데, 바른정당은 전체 의원 11명 중 7명이 수도권, 1명이 전북, 3명이 영남인 수도권 정당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고 두 번의 탈당 사태를 겪으면서 반 자유한국당 노선을 분명히 했다”며 “바른정당이 한국당과 절대로 합치지 않을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안방’ 목포서 혼난 친·비안 수장들 
안, 정책연대 넘어 선거연대로

최근 안 대표는 한 달 새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를 네 차례 만나면서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부산서 열린 ‘국민통합포럼’에 참석해 선거연대를 합의키도 했다. 양당의 정책포럼인 국민통합포럼은 지난 9월20일 공식적으로 출범한 뒤 매주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까지 총 12차례의 세미나가 열렸다. 안·유 두 대표는 10월10일 처음 이 행사에 참석한 이후, 지난달 23일 열린 ‘양당 연대·통합 의미와 전망’ 세미나, 이달 7일 열린 ‘양당의 정책연대의 과제와 발전방향’ 세미나에 참석했다. 

특히 유 대표의 제안을 안 대표가 받아들여 양당 대표는 곧 단독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다.  

14일에 열린 부산서의 포럼은 의미가 남다르다. 양당의 연대 논의가 가장 진척된 곳이기 때문. 앞서 양당 부산시도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연대·선거연대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 배준현 부산시도당 위원장은 “부산 지역 내 양당의 후보가 겹치는 데가 없으면 한쪽으로 밀어주고, 겹치면 경쟁력을 파악한 후 한 사람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당 이후 경남, 충남시도당이 사실상 선거연대를 선언한다. 


안 대표가 유 대표와의 스킨십을 늘려감과 동시에 지역서도 두 당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손을 잡아 외연을 확장하고 지지율을 끌어보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4일 안 대표는 여의도 국회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지방선거 인재 영입 관련 질문에 답하는 과정서 “전국 선거를 4자구도로 치르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전국 선거가 최소 3자 구도로 정리되지 않으면 합류하기 힘들다는 분들이 전국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바른정당과 선거연대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단계적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당분간은 정책연대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통합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있지만 절차와 상대가 있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 사퇴론
반발하는 친안계

안 대표가 통합에 서두르는 만큼 반대파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급기야 안 대표 등 지도부 사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호남출신이자 통합 반대파인 이용주 의원은 지난 12일 “안 대표가 당내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할 필요성은 있지만 그게 리더십의 문제로 봉착돼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좀 더 명확한 리더십을 수립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안 대표에 대한 리더십 재신임 문제는 논의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유성엽 의원 등 통합 반대파 진영에서는 안 대표의 리더십 부족 등을 이유로 ‘안대표의 퇴진’ 등을 거론해 우회적으로 당 대표 사퇴를 주문한 바 있다.

실제 유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바른정당과 제대로 통합을 하려했다면 통합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먼저 분명하게 밝히면서 소통했어야 한다”며 “점수가 안 나오면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을 해야지 다른 학교로 전학가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호남 및 통합 반대파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이유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논의가 연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호남중진을 중심으로 한 통합 반대파는 평화개혁연대(이하 평개연)를 통해 찬성파에 맞불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평개연은 지난 13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향후 국민의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천정배, 박지원, 박주선, 정동영, 김동철, 조배숙, 장병완, 이상돈, 최경환, 박주현, 김경진 의원 등 호남지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최영대 전남대 교수는 발제문서 “안철수 대표가 지난 대선 때 보여준 기대 이하의 토론 성적으로 인해 개혁진영서 더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지만, 그는 정치적 좌표를 중도보수로 수정해 대통령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개연 vs 국민통합포럼 세 대결 국면
바른정당 3당 통합론…술렁이는 정가 

또 “안 대표가 당내 화합을 위해 통합을 유보하더라도, 그의 성향상 내년 지방선거 때 바른정당과 선거연대를 시도할 것”이라며 “이 경우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참패를 면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평개연은 14일 초선 의원 10명의 모임인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 의원)'와 오찬회동을 가졌다. 애초에 구당초는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당내 갈등이 분열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며 평개연 활동 참여에 유보적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찬성이냐 반대냐를 놓고 양자택일 상태에 온다면 구당초 의원들의 성향상 자연스럽게 평개연으로 쏠리지 않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안 대표의 통합론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가 등장했다.

바른정당이 단계적으로 국민의당과 통합을 마무리 짓고 이어 한국당와 통합 논의에 나설 것이란 내용이다. 바른정당은 유승민 대표 체제 이후 기존의 당의 통합로드맵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은 이를 토대로 안 대표에게 통합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13일이면 유 대표가 약속했던 한 달인데 열흘 정도 더 말미를 달라고 한 것이지 20일에 통합로드맵을 발표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통합로드맵도 기존의 중도·보수통합 입장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선 국민의당 통합 빼고는 다 오보”라며 “통합 노선 디데이를 결정한 적도 없고 한국당과 통합 추진을 결의한 적도 없다. 오직 국민의당과 통합에 있어서만 반대가 없었다”고 말했다. 

통합로드맵
전당원투표 

통합의 방식은 전당원 투표로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안(친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장진영 최고위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당내 대립의 핵심”이라며 “이 문제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지원 의원이 ‘안 대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말했는데 전당원투표 결과에 따라 안 대표와 최고위원 거취도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지원 계란 투척女 정체는?

지난 10일 박지원 의원은 ‘제1회 김대중 마라톤 대회’ 도중 계란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출발 선상에 서 있던 박 의원은 중년 여성이 던진 계란에 오른쪽 빰을 맞았다. 사건 직후 경찰에 연행된 중년 여성은 “박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해체하려고 해 항의하는 의미에서 계란을 던졌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중년 여성의 정체는 ‘안철수 연대 팬클럽’ 회장 박모씨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그의 과거 SNS 활동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박씨는 과거 단톡방에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모욕하는 합성 사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합성사진은 페이스북 민주당 당원그룹에도 공개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해당 합성 사진과 메시지는 박모씨와 안 대표가 나란히 찍힌 사진과 함께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기사 속 기사> 국민-바른 통합 키워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 16명은 지난 9월 20일 정책연대를 위한 모임 ‘국민통합포럼’을 공식 출범했다. 이후 양 당은 지난달 3일 국회서 ‘정책협약 발표식’을 열고 ▲방송법 ▲특별감찰관법 ▲지방자치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채용절차 공정화법(부정채용 금지법) 등을 ‘6대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발표했다. 

국민통합포럼은 정책연대를 통해 ‘패권정치’를 견제하겠다는 취지서 나왔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은 “두 당이 패권정치와 권력 사유화에 저항해 생긴 정당인 만큼 창당 정신을 함께 되살리고 국민을 통합하자는 취지에서 모였다”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정운찬 의원도 “자유한국당도 패권세력 청산이 안 됐지만, 문재인정부도 패권세력 정치로 가능 것 같다”며 “진정한 민주주의 시대 구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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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