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내각 구성을 마무리한 문재인정부가 공공기관장 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 정권 못지않게 낙하산 인사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시사>는 ‘낙하산’ ‘캠코더’ 인사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인사에 대해 살펴봤다.
전체 330곳 공공기관 중 새 정부가 신임 공공기관장을 임명한 곳은 37곳이다. 기관장 공석은 55곳, 임기 만료 기관장이 남아있는 곳은 25곳으로 집계됐다. 문정부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노무현정부(참여정부)의 출신들이 중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금융계와 경제계 공공기관장의 경우 참여정부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줄줄이 임명되고 있다.
노정부 인사 부상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재무관료 출신으로 참여정부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그는 지난 6월 문 대통령 방미 당시 금융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동행해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오동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도 2005년 5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참여정부서 정책실장을 지낸 바 있다. 당시 정책실장은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장관이었다. 변 전 장관은 노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민정수석실 출신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에 취임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은 2005년 3월부터 2006년 12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다. 마찬가지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문태곤 전 감사원 기획관리실장은 강원랜드 신임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금융 관련 행정기관 및 민간 경제단체에도 참여정부 출신이 자리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참여정부서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무역협회장에 오른 김영주 전 산업부장관도 참여정부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이밖에 문재인 캠프(이하 문캠) 출신 인사들도 공공기관 수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문캠서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이미경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외교부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이 이사장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한 5선 의원으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지난 7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김성주 이사장도 문캠 출신이다. 김 이사장은 19대 국회의원 당시 보건복지위원회서 활동하면서 ‘공적연금 강화 특위 간사’를 맡았다. 이번 대선에선 문캠서 복지 공약을 담당한 바 있다.
보건복지 전문가로 19대 국회에 영입됐던 김용익 전 의원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사실상낙점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 의료관리학 교수를 지낸 김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문재인 케어’의 중심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캠 공동 선대위원장이었던 여성학자 권인숙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에 선임됐다. 1986년 부천경찰서 성 고문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권 교수는 문캠서 여성 정책을 담당했다.
공공기관장 임명 속도…캠코더가 대세
전문성·업무관련성 우려…보은인사도
문캠 미디어 특보단으로 활동했던 김석환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객원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김석환 교수는 KNN 대표이사와 한국방송협회 이사를 역임한 방송계 인사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문캠서 경제 정책을 맡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 당선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금융정책을 만들고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문캠서 농업 정책을 담당했던 최규성 전 민주당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임명됐고,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는 오영식 전 민주당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눈에 들어 정계에 입문했던 이강래 전 의원은 한국도로공사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사장은 1992년 민주당 정책연구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청와대 정무수석,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야당에서는 이 같은 문정부의 인사를 두고 낙하산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김경진 대변인은 지난 13일 특히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장에 대해 “김 원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 정보 보호 분야의 전문성은 전혀 검증된 바 없는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의 업무 연관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 이사장의 경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경력만으로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김 사장은 항공우주산업과 업무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작심 비판에 나섰다. 그는 최근 문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와 관련해 “캠코더(캠프 출신·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인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적폐 청산을 외친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새로운 적폐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7월 여야 4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선 무자격자, 부적격자 낙하산이나 보은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는 야당 요구에 대통령이 직접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그러나 국민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면 적폐고 문 대통령이 하면 정상인가. 적폐는 만들지 않으면 청산할 일도 없다”며 “문정부는 낙하산 인사를 전면 철회하고 전문성과 능력 검증된 인사를 새롭게 임명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다를 게 없다”
야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전문성을 감안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인물을 중용하되, 대선 캠프 인사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낙하산 인사 방지법안은?
지난달 21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공정성과 공공기관장 인사의 전문성 강화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국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현행법은 공공기관 인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기관장, 비상임이사, 감사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 임명토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의 임원 발탁은 공공기관 개혁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공익을 위해 운영되는 공공기관장에 전문성 없는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것은 공익을 침해하는 적폐”라며 “조속히 법안이 통과돼 적폐를 뿌리 뽑고, 공공기관의 효율적 운영과 책임경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