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낙하산 인사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0:45:34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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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욕 하더니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내각 구성을 마무리한 문재인정부가 공공기관장 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 정권 못지않게 낙하산 인사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시사>는 ‘낙하산’ ‘캠코더’ 인사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인사에 대해 살펴봤다.    
 

전체 330곳 공공기관 중 새 정부가 신임 공공기관장을 임명한 곳은 37곳이다. 기관장 공석은 55곳, 임기 만료 기관장이 남아있는 곳은 25곳으로 집계됐다. 문정부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노무현정부(참여정부)의 출신들이 중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금융계와 경제계 공공기관장의 경우 참여정부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줄줄이 임명되고 있다. 

노정부 인사 부상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재무관료 출신으로 참여정부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그는 지난 6월 문 대통령 방미 당시 금융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동행해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오동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도 2005년 5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참여정부서 정책실장을 지낸 바 있다. 당시 정책실장은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장관이었다. 변 전 장관은 노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민정수석실 출신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에 취임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은 2005년 3월부터 2006년 12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다. 마찬가지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문태곤 전 감사원 기획관리실장은 강원랜드 신임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금융 관련 행정기관 및 민간 경제단체에도 참여정부 출신이 자리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참여정부서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무역협회장에 오른 김영주 전 산업부장관도 참여정부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이밖에 문재인 캠프(이하 문캠) 출신 인사들도 공공기관 수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문캠서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이미경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외교부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이 이사장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한 5선 의원으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지난 7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김성주 이사장도 문캠 출신이다. 김 이사장은 19대 국회의원 당시 보건복지위원회서 활동하면서 ‘공적연금 강화 특위 간사’를 맡았다. 이번 대선에선 문캠서 복지 공약을 담당한 바 있다.  
 

보건복지 전문가로 19대 국회에 영입됐던 김용익 전 의원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사실상낙점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 의료관리학 교수를 지낸 김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문재인 케어’의 중심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캠 공동 선대위원장이었던 여성학자 권인숙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에 선임됐다. 1986년 부천경찰서 성 고문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권 교수는 문캠서 여성 정책을 담당했다. 

공공기관장 임명 속도…캠코더가 대세 
전문성·업무관련성 우려…보은인사도

문캠 미디어 특보단으로 활동했던 김석환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객원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김석환 교수는 KNN 대표이사와 한국방송협회 이사를 역임한 방송계 인사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문캠서 경제 정책을 맡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 당선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금융정책을 만들고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문캠서 농업 정책을 담당했던 최규성 전 민주당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임명됐고,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는 오영식 전 민주당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눈에 들어 정계에 입문했던 이강래 전 의원은 한국도로공사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사장은 1992년 민주당 정책연구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청와대 정무수석,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야당에서는 이 같은 문정부의 인사를 두고 낙하산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김경진 대변인은 지난 13일 특히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장에 대해 “김 원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 정보 보호 분야의 전문성은 전혀 검증된 바 없는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의 업무 연관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 이사장의 경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경력만으로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김 사장은 항공우주산업과 업무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작심 비판에 나섰다. 그는 최근 문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와 관련해 “캠코더(캠프 출신·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인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적폐 청산을 외친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새로운 적폐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7월 여야 4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선 무자격자, 부적격자 낙하산이나 보은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는 야당 요구에 대통령이 직접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그러나 국민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면 적폐고 문 대통령이 하면 정상인가. 적폐는 만들지 않으면 청산할 일도 없다”며 “문정부는 낙하산 인사를 전면 철회하고 전문성과 능력 검증된 인사를 새롭게 임명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다를 게 없다”

야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전문성을 감안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인물을 중용하되, 대선 캠프 인사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낙하산 인사 방지법안은?


지난달 21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공정성과 공공기관장 인사의 전문성 강화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국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현행법은 공공기관 인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기관장, 비상임이사, 감사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 임명토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의 임원 발탁은 공공기관 개혁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공익을 위해 운영되는 공공기관장에 전문성 없는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것은 공익을 침해하는 적폐”라며 “조속히 법안이 통과돼 적폐를 뿌리 뽑고, 공공기관의 효율적 운영과 책임경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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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