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GM ‘철수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몇 년째 내리막인 생산량과 판매량은 물론이고 본사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이다. 철수 계획이 없음을 재차 밝힌 회사의 입장에도 철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업계와 지역 사회에 팽배하다.
최근 한국GM의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하면 철수설을 마냥 뜬소문으로 취급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저조한 판매량이 소문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엎친 데 덮친 격
2013년 GM 본사는 판매가 저조한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쉐보레의 유럽시장 철수는 한국GM에 커다란 악재였다. 쉐보레 브랜드 철수 전인 2012∼2013년 각각 78만5757대, 78만2721대였던 생산량은 철수 발표 이듬해인 2014년 62만9230대로 줄었고 2015년 61만4808대, 지난해엔 57만9745대로 주저앉았다.
생산량이 감소는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졌다. 끊임없이 돌던 공장은 조업일수가 해마다 줄어 최근엔 주 5일 중 이틀, 한 달에 7∼8번 조업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결국 2012년 80만635대였던 판매량은 2013년 78만518대, 2014년 63만532대, 2015년 62만1872대, 2016년 59만7165대로 매년 감소했다.
수출이 회사를 이끌고 가는 형태인데 이 물량이 줄다보니 전체 실적 역시 감소했다.
한국GM은 생산·판매 감소로 2014년 -1192억원, 2015년 -7048억원, 지난해 -5300억원 등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유럽물량을 주로 생산했던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답 안 나오는 실적 악화
막힌 수출길…가동률 급감
신임 사장 인선은 철수설에 기폭제가 됐다. 한국GM은 지난 9월 GM 내에서 한국 사업장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신임 사장으로 카허 카젬씨를 내세웠다.
이 과정서 한국 사업장이 GM 내 생산·디자인·엔지니어링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카젬 사장 역시 “한국은 전 세계 쉐보레 시장 중 다섯 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밝히면서 한국GM 철수설을 불식시키고자 부임 직후부터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카젬 사장의 이력이 문제였다. GM 호주법인서 입사해 GM태국,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인도 법인 사장직을 지낸 카젬 사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지난 5월 경영 중이던 GM인도의 현지 시장 철수도 그의 손을 거쳤다.
GM인도는 현지 내수시장서 철수하며 해외 수출용 공장만 남겨놓는 방식으로 구조조정됐다. 카젬 사장의 부임과 함께 한국GM 철수가 기정사실화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된 이유다.
GM이 최근 몇 년간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는 점도 철수설을 더욱 키웠다. 2013년 호주 철수를 시작으로 2014년 인도네시아 공장이 가동을 멈췄고 지난해 태국·러시아서 생산이 중단됐다.
올해는 오펠 매각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쉐보레 철수가 이어졌다. 이제 GM에 남은 세계 생산기지는 멕시코, 캐나다 북미지역과 중국, 한국뿐이다. 본사는 한국GM에 신차·생산 증가 물량을 배정하지 않고 있다.
이미 쪼그라든 유럽 수출 물량은 수년 내 한층 심각하게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GM 산하 오펠을 인수한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이 유럽내 오펠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한국지엠으로부터 수입하던 물량을 유럽공장서 직접 생산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PSA는 지난 9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오펠 회생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공장 가동률을 100%까지 높이기 위해 생산 물량을 한국서 유럽으로 옮기기로 했다. PSA는 구체적인 이전 연도와 물량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계획이 실현되면 국내 생산공장은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회사 존폐를 걱정해야 한다.
현재 한국지엠은 창원공장서 오펠칼(스파크 유럽명), 부평공장서 모카(트랙스)를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오펠을 통해 13만대를 유럽에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 내수 판매량 18만대의 70%가 넘는 물량이다.
곳곳 가시밭길
한국GM을 붙들만한 견제장치도 사라졌다. 지난달 16일을 기점으로 산업은행이 보유했던 GM의 한국GM 자산매각에 대한 거부권(비토권)이 종료됐다. GM은 2002년 옛 대우차 지분을 매입하면서 15년간 경영권을 유지겠다고 약속했다. 한국GM 경영에 대한 산업은행의 견제권이 사라지면서 GM은 사업 구조조정 진행 과정서 전보다 한층 자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