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PGA' 더 CJ컵@나인브릿지 이모저모

흥행은 성공, 매너는 글쎄

‘더 CJ컵@나인브릿지’는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PGA투어 대회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PGA의 간판스타 저스틴 토머스와 제이슨 데이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하며 3만5000여명의 갤러리들을 흥분시켰고, 이번 투어를 위해 만전을 기한 주최 측의 준비와 진행으로 대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더 CJ컵@나인브릿지’가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진행됐다. 국내서 처음 열린 PGA투어인 이번 대회에는 세계 남자 골프무대에서 가장 핫한 저스틴 토머스, 제이슨 데이 등 내로라하는 골프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저스틴 토마스
챔피언 등극

올 시즌 PGA투어 세 번째 대회인 더 CJ컵@나인브릿지는 총상금만 925만달러(약 105억원)다. 마스터스 등 메이저 대회와 WGC,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도를 빼고는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출전 선수 모두 78명. 올해 PGA챔피언십 우승자 저스틴 토머스(24·미국)와 전 세계 1위 제이슨 데이(30·호주), 2013년 마스터스 챔피언 애덤 스콧(37·호주)이 일찌감치 참가 신청을 했다.

제주의 바람을 뚫고 초대 챔피언에 오른 선수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세계랭킹 3위의 저스틴 토머스였다. PGA 통산 7승을 달성한 토머스는 “첫날 9언더파를 쳤는데 사흘 동안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도 우승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 바람은 내게 아주 괴상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제주 바람은 대회 마지막 날에도 거셌다. 태풍‘란’의 영향으로 시속 40㎞의 강풍이 불었고 바람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면서 타수를 까먹은 선수들이 속출했다.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가 전날보다 1타 준 4언더파 68타(팻 페레즈)에 그칠 정도였다. 잘 치는 것보다 실수를 덜 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3라운드까지 합계 9언더파 207타를 쳐 스콧 브라운(미국)과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토머스는 3번홀(파5)에서 티샷을 왼쪽 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 보기를 범해 선두에서 내려왔으나 9번홀(파5)부터 3연속 버디를 낚고 중간합계 10언더파를 이루면서 1위로 올라섰다.

초대 챔피언은 저스틴 토머스
손에 땀 쥐게 만든 연장 승부

이후 13번홀(파3)과 17번홀(파3)에서 각각 1타씩 잃은 뒤 1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공동선두로 마쳤다. 토머스는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 72타를 쳐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마크 리슈먼(호주)과 공동 선두를 이룬 뒤 두 번째 연장전에서 승리해 상금 166만달러(약 18억8000만원)를 차지했다.

나인브릿지의 상징홀인 18번홀(파5·568야드)에서 펼쳐진 연장전은 세계 골프팬들에게 짜릿한 흥분과 스릴을 안겨주었다. 나인브릿지 18번홀은 연못을 두고 왼쪽으로 휘는 도그레그홀로 우승을 노리는 선수라면 반드시 투 온에 성공한 뒤 버디 이상의 스코어를 올려야 하는 승부처다.

첫 번째 연장 18번홀에선 압박감에 모두 티샷 실수를 저질렀다. 토머스는 러프에 빠졌고, 리슈먼은 카트 도로에 들어갔다. 하지만 리슈먼은 돌담과 나무 사이를 꿰뚫은 트러블샷의 진수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승부는 두 번째 연장홀에서 갈렸다. 리슈먼의 두 번째 우드 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진 반면 토머스의 두 번째 우드샷은 그린 가까이 붙었다. 결국 버디를 잡은 토머스가 2017~2018시즌 첫 우승을 신고했다.

지난 시즌 페덱스컵 우승으로 1000만 달러를 거머쥐고 2017 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뽑히는 등 최고로 올라선 토머스는 상금과 보너스로 지난 시즌에만 약 225억원을 벌었다. 토머스는 “독특한 우승컵에 한글로 이름을 새겨주셨는데, 이 기회에 한글로 내 이름 쓰는 법을 배워볼까 한다”며 웃었다.

한국 선수로는 김민휘(35)가 합계 6언더파 282타 4위로 가장 성적을 거뒀다.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에 도전했던 김민휘(25)는 이븐파 72타를 쳐 끝내 선두와 3타차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한때 선두에 1타차까지 따라붙었던 안병훈(26)은 버디를 6개나 잡았지만 1·13번 홀 트리플보기와 16번 홀 보기로 타수를 1타 까먹어 4언더파 284타 공동 11위에 그쳤다. 김경태(31)가 2오버파 290타로 공동 28위, 노승열(26)과 최진호(33)가 4오버파 292타로 공동 36위에 자리했다. 최진호는 “제주 바람은 (PGA투어 선수보다) 우리가 익숙한데 그 점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선수들은 1m도 채 안 되는 짧은 퍼트에서도 그린의 고유 굴곡인 한라산 브레이크와 바람을 함께 읽어내느라 보통 15분 정도인 한 홀을 끝내는 데 20분 이상을 써야 했다.

변수로 작용한 
변화무쌍 바람

지난 시즌 PGA는 저스틴 토머스를 빼고 논할 수 없는 한해였다. 26살 저스틴 토머스는 지난 8월 막을 내린 PGA투어 2016-2017시즌에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를 휩쓸었다. 2017-2018시즌 두 번째 대회 ‘더 CJ컵@나인브릿지’에서 우승을 신고하며 이번 시즌 힘찬 시동을 걸었다.

올 시즌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최강자에 오른 토머스의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자신의 실력으로 이름을 알리기보다는 2015년 마스터스와 US 오픈 등 메이저 챔피언, 페덱스컵 챔피언으로 이미 명성을 날리던 조던 스피스(미국)의 절친이라는 수식어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토머스는 대학시절에는 스피스 못지않은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09년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역대 세 번째 어린 나이(16세3개월24일)로 컷 통과에 성공했다. 2012년 앨라배마 대학교에 진학한 토머스는 1학년 때 그 해 가장 뛰어난 대학생 골퍼에게 주는 상을 받았다.

흥행 성공
기대 증폭

2013년 프로 전향 후 2부 투어인 웹닷컴을 전전하다 2015년에야 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는 친구인 조던 스피스가 메이저 2승 등 통산 8승을 올리며 세계 랭킹 5위에 오르는 동안 별다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15년 10월 CIMB클래식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5년에는 톱10에 7번 들었고 페덱스컵 랭킹 3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신인 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2015-2016 시즌에는 더 강해졌다. 시즌 두 번째 대회인 CIMB 클래식에 출전해 PGA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는 계속됐다. 2016-2017 시즌에는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CIMB 클래식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SBS 토너먼트 오픈과 소니 오픈을 석권하며 PGA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특히 소니 오픈에서는 1라운드에서 ‘꿈의 59타’를 시작으로 36홀 최저타 신기록(123타), 54홀 최저타 타이(188타), 72홀 최저타 신기록(253타)을 연거푸 작성했다. 6월 US 오픈에서는 3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치며 117년 US 오픈 역사상 단일라운드 최다언더파 신기록을 세웠다. PGA 챔피언십까지 거머쥐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더 CJ컵@나인브릿지 첫날 대회가 열린 제주 서귀포의 클럽나인브릿지(파72)에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멋진 샷을 보기 위한 관중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10만원인 입장권은 1만장 이상 팔렸고 대회 첫날부터 4000명 넘는 갤러리들이 입장해 흥행을 예고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 정규투어 대회이자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인 만큼 많은 골프팬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12번홀(파5)에서 호쾌한 까치발 스윙으로 투 온에 성공하자 지켜보던 갤러리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가 정교한 샷으로 4연속 버디에 성공할 때는 아낌없는 박수가 터졌다. 

연습라운드와 프로암 때도 수많은 관중들이 대회장을 찾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첫날 가장 관심을 끈 토머스와 배상문(31), 팻 페레즈(미국) 조에는 수백명의 갤러리가 따라붙었다. 선수들의 샷 하나하나에 반응했고, 스윙 동작을 담기 위해 멀리서 동영상 촬영을 했다. 선수들이 페어웨이를 지날 때면 배경 삼아 셀카를 찍기 바빴다.

비싼 티켓값에도 연일 인산인해
미성숙한 갤러리 문화 ‘옥에 티’

대회를 주최한 CJ그룹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특급 대회인 만큼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만전을 기했다. 곳곳에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 선수들은 물론 관람객들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협소한 주차공간 대신 경기장에서 약 4㎞ 떨어진 곳에 임시 주차장을 설치해 대회장 주변 교통난을 해소했고 주차장과 대회장을 오가는 셔틀 버스가 관중들을 끊임없이 실어 나르며 이동 편의를 제공했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1라운드가 시작한 지난달 19일부터 나흘 동안 대회장을 방문한 갤러리들은 총 3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평일 오전 시간대에 치러졌음에도 1라운드에 5500여명의 갤러리들이 운집했고 최종 라운드가 열린 22일에는 1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티켓 가격에도 1만3500여명이 대회장을 가득 메웠을 정도로 흥행했다.

최초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더 CJ컵@나인브릿지에 대해 PGA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는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하며 전체적인 운영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2일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는 PGA투어 국제사업부 타이 보타우 부사장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 PGA투어 공식 대회인데, 선수들이 제주도에서 플레이를 하며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이번이 세 번째 대회인데, 아시아 시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타이 보타우 부사장 역시 “앞으로 이 대회에 대해 KPGA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이 대회는 10년 계약이 이미 체결된 것처럼 굉장히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와 갤러리들의 많은 관심 속에 대회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있었다. 인기 있는 선수들에게 관중이 집중되다보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선수들의 조에는 따라 붙는 갤러리 한 명 없이 그들만의 경기를 하는 모습도 아쉬웠다.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도중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자원봉사자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토머스가 1라운드 도중 갤러리들에게 직접 자제를 당부했을 정도였다. 그 때부터 “노 카메라”는 새로운 홀에 들어서는 캐디들의 인사말이 됐다. 뿐만 아니라 티 샷을 앞둔 선수 앞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갤러리가 있는가 하면 마지막 날 11번홀에서 토마스가 티샷 한 볼이 러프에 떨어지자 갤러리가 주워서 던져주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갤러리 문화
여전한 숙제

방송 중계권 확대 등은 숙제로 남았다. 지상파 방송사 SBS의 중계 시간은 주말 라운드 오후 1~3시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고 케이블 채널 SBS스포츠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생중계했지만 포털사이트와의 중계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모바일로는 시청이 불가능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