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히면 병 된다’ 추석 피로 푸는 법 15

열흘간 쌓인 스트레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대의 명절 추석이 지나고 매번 우리에게 남는 것은 명절 스트레스와 피로다. 유래 없이 길었던 이번 추석연휴였기 때문에 더욱 더 걱정되는 부분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 파이팅 넘치는 삶을 살기위해 꼭 필요한 명절 스트레스 해소와 피로풀기. 그 방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일요시사>서 알아봤다.
 

과거 대표적인 명절 스트레스 해소법은 ‘쇼핑’과 ‘여행’이었다. 쇼핑을 통해 돈을 펑펑 쓰고 여행을 떠나 모든 것을 잊으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색다른 스트레스 해소법들이 등장해 이목을 끈다.

여러 가지 
치료법 공개

▲페이퍼 커팅 = 작은 커터칼 하나로 종이를 자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 장식용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페이퍼 커팅은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아래 나라마다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했다. 

결혼 서약서 등 다양한 문서에 페이퍼 커팅을 사용했던 유대인들의 문화는 오늘 날 이스라엘 문화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멕시코에선 ‘파펠 피카도(Papel Picado)’라는 이름의 종이 장식이 전통 민속 예술로 계승돼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소개됐다. 

이 페이퍼 커팅 방법은 간단하다. 관련 사이트나 페이퍼 커팅북에 있는 도안을 칼로 자르기만 하면 된다. 고가의 재료나 정교한 손재주가 없어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든 즐길 수 있다. 


종이를 오리며 주변의 작은 조각들을 떼어낼 때의 쾌감, 자신도 모르게 몰입할 수 있다는 페이퍼 커팅의 매력 때문에 한 번 그 즐거움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 

▲필사책 = ‘필사’란 ‘베끼어 쓴다’라는 뜻. 책의 의미를 되새기고 파악하기 위해서 내용을 옮겨적는 것을 말한다. 좋아하는 작가나 좋은 글귀 등을 자신만의 글씨체와 호흡으로 따라쓰면 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조각 난 멘탈을 다독여줄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필사는 이전에는 시인이나 소설 작가들이 글을 좀 더 빠르고 수월하게 쓰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는데 최근에는 필사책이나 좋아하는 책 등으로 필사를 하며 복잡한 생각, 어지러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컬러링 북 = ‘성인용 색칠공부’라는 으로 알려진 컬러링 북은 인쇄된 도안을 색깔펜으로 칠해주기만 하면 되는데 심신 안정의 효과가 있다. 컬러링 북이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도안의 컬러링 북이 등장하고 있다. 

귀여운 캐릭터나 만화부터 멋있는 건축물, 꽃이나 자연,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안이 있으니 취향대로 슥슥 칠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쇼핑·여행 옛말…해소법 무궁무진
‘해소방’ 야구배트 휠 정도로 인기

▲대낮 나이트 = 주부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대낮에 문을 여는 나이트가 있다. 대낮 나이트는 자녀들이 유치원과 학교를 가는 낮에 카페를 대여해 춤추고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모임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주부들이 모여 공감대도 형성하고 스트레스와 친목도모도 할 수 있어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스트레스 해소방 = 스트레스 해소를 내세워 물건들을 부수는 ‘스트레스 해소방’이 인터넷 커뮤니티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방을 찾는 고객들은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복과 야구배트, 망치 등을 제공받는다. 

이들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입장해 지정된 시간동안 금액별로 차등 제공하는 도자기, 폐 전자제품 등을 망치 등을 이용해 부수고 던질 수 있으며 방에 비치된 타이어와 마네킹 등을 때릴 수 있다. 

방문 고객들은 안전을 이유로 방에 입장하기에 앞서 안전 관련한 서약서를 작성하며 설치된 CCTV를 통해 안전에 해가 될 것으로 추측되는 행위들에 대해서는 제지를 받게 된다. 최근 개점한 한 스트레스 해소방은 “오픈 이틀 만에 철제 야구배트가 휠 정도로 많은 고객이 찾았다”며 그 인기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웃음치료 = 웃음으로 삶을 더 윤기 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웃음 테크 등이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웃음 건강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 각박해지고 웃음을 잃어가는 우울한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된 웃음 바람이 건강관리 분야에도 접목되기 시작했다. 

힐링과 휴식
놀아야 풀린다

삶이 무거울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웃음이다. 오늘날 웃음은 과학적이며 체계적으로 연구되어 그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특히 요즘은 웃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웃음의 효능으로는 엔돌핀의 생성과 면역력 증가로 인한 병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 등이 있다. 또한 웃음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어 회사나 학교서의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울음치료 =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어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울음 요법’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는 ‘울음 치료과’가 있는 병원도 생겨났다. 환자에게 슬픈 영화를 보여주고 눈물을 흘리게 유도한다. 

실컷 울고 난 환자들은 혈액순환이 잘돼 몸이 나른하고 개운하다. 치료 효과가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서도 최근 눈물 치료가 주목 받고 있다. 암 대체의학 치료 전문 대암클리닉 이병욱 박사는 메스를 내려놓고 환자들에게 눈물 치료를 하고 있다. 그는 “울지 않으면 장기가 대신 운다. 울어야 산다”고 눈물을 강조한다.

▲마음 챙김 명상법 = 수면 클리닉과 스트레스 클리닉서 마음 챙김 명상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음 챙김을 제대로 하면 수면과 스트레스뿐 아니라 통증이나 외로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마음 챙김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현재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비판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 챙김의 역사는 비교적 오래됐다. 


최근에는 매사추세츠대학의 존 카밧 진이라는 교수가 1994년에 쓴 책 <Wherever you go, there you are>, 1995년 베트남 승려인 틱 낫한(Thich Nhat Hanh)이 쓴 책 <Living Buddha, Living Christ>서 마음 챙김에 대한 자세한 기술로 불이 붙은 후 이제는 마음 챙김이란 주제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매운 음식 먹기 = 스트레스가 폭식을 유발한다고들 한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식 섭취가 스트레스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매운맛은 우리 몸의 교감신경(신체가 위급할 때 대처하는 신경계)을 활성화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실제로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됐다. 매운맛은 뇌에서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완화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이외에도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소량 먹으면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땀 흘리며…
건강까지 챙겨

▲생선과 따뜻한 우유 = 생선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포함돼있어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생선은 가능한 쪄서 먹는 것이 좋고 구울 때에도 기름을 소량만 사용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따뜻한 우유는 불면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뜻한 우유에는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트립토판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불면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찬 우유는 오히려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저지방 요거트, 카레 =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음식은 저지방 요거트와 카레다. 저지방 요거트에는 우리 몸을 기분 좋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할 때 필요한 칼슘 및 단백질이 풍부하다. 카레는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뇌 부분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카레가 가지고 있는 커큐민 성분은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뇌 부분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야채를 많이 넣어서 먹으면 더욱 좋고 시금치를 넣게 되면 그 안에 있는 마그네슘이 두통을 완화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실내 익스트림 스포츠 = 익스트림 실내 스포츠가 떠오르고 있다. 사람은 높은 곳을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올라갔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근육 전체를 사용해야 하는 실내 클라이밍이 직장인 사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실내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먹으면서…“웃고 울자”
과학적으로 효과 입증

‘비블럭 어반 클라이밍’ 등 실내 클라이밍장들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산악 등지와 달리 인공시설물을 활용한 공간으로 안전하고 특별한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스포츠 클라이밍은 균형발달, 체력은 물론 정신력, 인내심 등도 길러 준다. 힘든 것과 비례해 성취감도 커진다. 

▲VR = 첨단 과학 및 기술이 발달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VR(Virtual Reality)이란 단어는 친숙한 단어로 들려온다. VR산업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으며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다양하고 두터운 고객층이 확보돼있기에 VR 분야는 사업의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얼굴을 때리는 바람까지 그대로 재현한 VR 롤러코스터를 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무에타이 = 스트레스 해소도 되면서 체력도 키우고 재미도 있는 직킥복싱 무에타이를 추천한다. 요즘 격투기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서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킥복싱 무에타이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 운동이다.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적당한 방법이 없던여자들이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복싱 동작과 킥동작으로 타격 동작을 반복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운동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 없이 머리와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클레이 사격 = 클레이 사격은 공중으로 날아가는 표적을 산탄총으로 쏘아 맞히는 스포츠다. 표적으로 사용되는 클레이 피전은 흙으로 빚어서 구워 만든 것으로 지름 11㎝ 크기의 원반형 모양이다. 

클레이 사격에 사용되는 산탄총은 흔히 말하는 샷건(shotgun)의 한 종류다. 이름 그대로 실탄을 발사하면 ‘수많은 탄알이 흩어져’ 날아가게끔 만들어진 총이다. 사격 특유의 쾌감을 잘 살린 클레이 사격은 주말이면 1500여명의 시민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올림픽 경기 중계 보는 것보다 실제 하는 클레이 사격은 정말 시원하고 통쾌하다. 클레이 사격장은 스트레스 해소에 적격이다.

최장 10일까지 휴일이 이어지는 올해 추석연휴는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 몸과 마음이 건강한 명절을 보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혼자는 기혼자대로 미혼자는 미혼자대로 취업준비생은 취업준비생대로 추석 연휴는 각종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한만큼 서로를 안아주는 가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여유로운 시간을 충분히 즐겨야 하는 연휴에 가족이라는 이유로 구속하거나 간섭하기 보다는 서로간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명절에 음식을 준비하고 치우는 것은 물론 집안일에 대한 부담과 함께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친척들의 임신에 대한 관심도 기혼여성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며 “이런 경우 남편이 아내와 함께 궂은일을 함께 하고 다독여 주는 것이 정신적인 부담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각자 갖고 있는 근심과 걱정을 더욱 키우는 설교의 시간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가정의학과 교수는 “미혼자가 가장 싫어하는 명절 잔소리 1위는 결혼 성화인데 처녀, 총각들에게 보내는 과한 조언은 때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니 피하도록 하자”며 “취업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는 친척들에게도 충고보다는 따뜻한 격려를 해줘야 명절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충고보다 격려
전문적 치료도

이어 “명절이 지나고 원인 모를 두통과 메스꺼움, 두근거림, 불면 등으로 고새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유례없이 긴 이번 추석에는 스트레스 없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명절을 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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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