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에는 묘한 불문율이 있다. 친척 그룹이 자리잡고 있는 사업영역은 침범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물론 이들 간 사업부문이 겹친다고 사이가 나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왜’라는 물음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LG로부터 독립한 LF가 범 LG일가의 밥상을 노리고 있다. 그 내막을 확인했다.
패션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LF그룹이 사업 다각화에 착수했다. 그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식품사업 확장이다. 이달 LF그룹의 자회사 LF푸드는 치즈수입 유통사인 ‘구르메F&B코리아’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숙부와 경쟁
LF그룹은 꾸준히 식품 사업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LF푸드는 2007년 씨프드뷔페 마키노차야 사업권을 가져오면서 설립된 법인이다. 이후 LF푸드는 일본라면 전문점 하코야를 2008년에 론칭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후 한동안 식품부문에 투자를 중단했지만 올해 들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44%의 지분을 인수한 베이커리카페 퍼블리크 올해 1분기 재차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면서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4월에는 식자재 유통 전문회사인 모노링크를 300억원에 사들여 올해 3차례에 걸쳐 식품 사업부문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의 일각에선 LF가 친척 회사인 아워홈에 칼을 겨누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LF의 오너인 구본걸 회장은 범LG가다. 1957년생인 그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다. 아버지 고 구자승 LG상사 전 사장은 구 창업주의 차남으로 전경련 회장을 지낸 홍재선 쌍용양회 회장의 딸 홍재선씨와 결혼해 3남1녀를 뒀다. 본걸 회장은 이 가운데 장남이다.
창업주의 장손인 구본무 LG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본걸 회장은 LG그룹서 주요 요직을 거치며 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을 쌓았다.
1990년 LG증권 재무팀에 입사한 이후 LG전자 상무,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업지원팀장 부사장, LG산전(현 LS산전) 관리본부장을 거쳐 2004년 2004년 LG상사 패션사업부문장을 맡았다.
2006년에는 LG패션 대표이사 사장자리에 오른 뒤 2006년 독립했다. 이후 2012년 회장직에 오른 뒤 2014년 사명을 LF로 전환하면서 LG가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했다.
아워홈 역시 LG로부터 독립한 방계 그룹이다. 아워홈은 1984년 LG유통서 분리된 회사다. 식자재 공급사업을 시작으로 식품 전반에 걸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식품사업▲ FS사업▲외식사업 등이다. 회사는 본걸 회장의 둘째 아버지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이끌고 있다.
식품사업 속도…아워홈 영역과 겹쳐
LG생건 화장품에도 슬그머니 발뻗어
이 같은 배경서 LF그룹이 식품사업 부문서 투자를 확대하면서 아워홈이 식품부분서 한판 붙을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직접적으로 부딪히고 있지 않다. 규모적인 면에서도 경쟁관계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워홈의 지난해 매출은 1조4336억원이다. 1조5000억원 매출액 대부분이 패션부분서 나오는 LF와 경쟁관계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LF가 식자재유통 부문에 사업을 넓히겠다는 스탠스를 분명히 하면서 LF푸드가 식품 사업 부문서 영향력이 확대되면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LF는 친정 LG그룹의 LG생활건강이 안정적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화장품 산업에도 지난해 슬그머니 발을 들여놨다. 지난해 그린랜드 네덜란드 화장품 브랜드 사업권을 사오면서 화장품 사업 진출에 신호탄을 쐈다.
다만 이번 경우에도 LF이 LG생활건강과의 직접적인 경쟁관계라고 보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다.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LF와 비교해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과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규모만 해도 지난 상반기 기준 3조1308억원(화장품 부문)을 실현하면서 비교 자체가 어색한 상황이다.
LF가 친정 밥상에 숟갈을 얹는 모양새가 되자 뒷말이 불가피해졌다. 범LG그룹은 사업분할을 놓고 비교적 잡음이 없었다. 현재 범LG그룹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LS, 희성그룹, 일양화학, 아워홈, GS그룹(공동창업) 등의 그룹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적었기 때문이다.
사실 LF의 친정을 향한 공격적인 행보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패션사업의 성장성이 정체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LF의 연결기준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1460억원서 이듬해 1571억원으로 1500억원을 돌파했지만 지난해 1529로 뒷걸음질 치면서 성장성이 둔화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잇따랐다.
LF 관계자는 “소비자가 옷을 사는 데 중점을 두는 라이프 스타일서 먹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패션사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관련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식품사업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워홈과 LG생활건강의 사업영역이 겹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LF가 LG그룹 일가의 사업 영역을 넘보고 있다고 보기에는 사업 규모가 너무 작다”며 “사업의 규모가 확장되지 않은 현 시점서 이 같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밥그릇 싸움?
재계의 한 관계자는 “범 LG그룹이 비교적 회사 분할 과정서 잡음이 없었지만 형제 그룹간에도 사업 영역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LF가 아워홈과 경쟁 구도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 바꾼 구본걸 여동생, 왜?
지난해 구본걸 회장의 여동생이 성을 바꿔 배경에 눈길이 쏠린 바 있다. 그녀의 과거 이름은 구은영이었으나 2013년 3분기 이후로는 이은영(영문명 LEE EUN YOUNG)으로 성을 구씨서 이씨로 바꿨다.
일각에선 가정 불화로 성을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LF 측은 “이은영씨는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생활한 미국 시민권자다. 이씨 성을 가진 재미교포와 결혼하면서 현지에서 여성이 결혼을 하면 남편 성을 따르는 관습상 성씨를 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족 간 불화설은 억측”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