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육사 잔혹사

70년 만에 간판 내리는 ‘육방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군 수뇌부 인사서 육사 출신이 철저히 배제됐다. 육사 출신의 국방부 장악을 없애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 결과에 육사 출신 장군의 ‘공관병 갑질 사건’도 크게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육사 안에서 일어난 갖가지 사건·사고들은 육사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다. 이미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치는 상태. 높았던 육사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서 육사 출신들의 불만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전날 단행된 문재인정부 첫 군 수뇌부 물갈이 인사서 육사 출신들이 상당수 배제된 것을 두고 육사 출신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그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학교 출신 배제
정해진 수순?

문 대통령은 “국방부장관부터 군 지휘부 인사까지 육·해·공군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육사 출신들이 섭섭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군의 중심이 육군이고, 육사가 육군의 근간이라는 것은 국민께서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기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우리 군의 다양한 구성과 전력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군 수뇌부 대장 8명 중 부임 1년이 안 된 엄현성 해군 참모총장을 제외한 7명의 대장을 교체했다. 이번 인사는 그 규모는 물론 육군·육사 배제, 기수 건너뛰기 등에서 ‘역대 최강의 태풍급’으로 불릴 만하다.

이번 인사서 군 서열 1위인 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에 정경두(57·공사 30기) 공군 참모총장이 내정됐다. 정 총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합참의장에 공식 임명되면 이양호 전 합참의장 이후 23년 만의 첫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 되는 것이다.


특히 정 총장이 합참의장에 임명되면 해군 출신인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함께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을 모두 비육군이 맡게 된다.

또 육군 참모총장에는 김용우 합참 전략기획본부장(56·육사 39기)이, 공군 참모총장에는 이왕근 합참 군사지원본부장(56·공사 31기·이상 중장)이 각각 임명됐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는 김병주 3군단장(55·육사 40기)이, 1군사령관에는 박종진 3군사령부 부사령관(60·3사 17기)이, 제2작전사령관에는 박한기 8군단장(57·학군 21기)이, 3군사령관에는 김운용 2군단장(56·육사 40기·이상 중장)이 각각 임명됐다.

해군 출신 국방부장관에 합참의장까지 공군 출신 정 후보자를 내세우면서 군 수뇌부의 핵심 요직서 육사 출신이 밀려났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팽배한 분위기가 읽힌다. 이번 인사는 국방개혁을 명분으로 그동안 군의 주류였던 육군, 육사 출신들을 가급적 배제하려는 기조를 보여줬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참모총장만 간신히…물먹은 수뇌부 인사
학군·3사 등 비육사시대 “대통령 의지”

이는 문 대통령이 청문회 과정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군 출신인 송영무장관 임명을 고수한 데서 어느 정도 예측됐던 결과였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으로 근무했던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기에 육군·육사 출신을 중용한 것이 당시 국방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요인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서 합참의장과 함께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육군 참모총장에 1969년 이래 처음으로 비육사가 임명되느냐는 것이었다. 합참의장에 비육군이 임명되면 육군 총장까지 비육사를 임명하기 어렵겠지만 합참의장에 육사 출신 육군이 임명되면 육군 총장에는 비육사가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간신히 한자리
속은 부글부글

결국 육군 참모총장은 육사 출신서 임명됐지만 학군·3사 등 비육사 출신 2명이 야전군사령관에 임명됐다. 과거 정부에선 비육사 출신이 1명가량 야전군사령관에 포함돼있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선 ‘육사 독식’ 경향이 강해져 논란이 일었었다.
 

이번 인사는 육사 출신이 국방부를 장악한다는 ‘육방부(陸防部)’를 혁파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 소식통은 “육군, 특히 육사 출신들이 육사 배제 흐름에 대해 내놓고 불만을 토로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부글부글하면서 이번 인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며 “공군 출신 합참의장에 이어 육군 총장도 비육사가 임명됐다면 어떤 형태로든 불만이 표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당국 관계자는 “육군의 경우 서열 및 기수 등 기존 인사 관행서 탈피해 육사, 3사, 학군 출신 간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능력 위주의 인재를 등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육사 출신의 축소에는 박찬주 전 2작전사령관의 갑질 논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육사 동기들인 37기는 박 전 사령관을 포함해 이번 인사서 모두 물러났다.

더구나 김용우 신임 육군참모총장이 전임 장준규 총장보다 3기수 아래인 육사 39기여서 육사 37기와 38기는 동시에 군복을 벗게 됐다. 육사 37기는 이전 정권서 군단장급(중장) 8명, 대장 3명을 배출하면서 군사정권 시절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기수로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결국 총장이나 의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무관의 기수’로 전락했다.

육사 37기의 그늘에 가려 대장을 1명밖에 배출하지 못했던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 정연봉 육군참모차장 등 육사 38기도 모두 군복을 벗었다. 전역하는 육사 38·39기 가운데엔 군내 사조직인 ‘알자회’ 출신들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등 전 정부 군 수뇌부 인맥으로 분류된 사람들도 포함돼있다.

청와대는 갑질 의혹이 있는 후보자는 철저히 배제한다는 원칙에 따라 인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육사 출신 중장이 합참의장 후보에 올랐지만 막판에 공관병 갑질 의혹이 제기돼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도도 말썽
이미지 추락


이번 인사의 육사 출신 배제는 육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속되는 육사 생도들의 사건·사고도 육사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지난 2월 졸업을 하루 앞둔 육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 3명이 ‘성매매 혐의’로 퇴교 조치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최고의 군인이 되고자 4년간 피땀 흘린 노력이 한순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물거품이 됐다.

당시 육군의 한 관계자는 “육사 4학년 생도 3명이 이달 초 정기 외박을 나갔다가 일탈 행위를 했다는 생도 제보가 있어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이들 생도를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생도 3명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가 있고, 생도 품위 유지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징계위에서 퇴교 조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과 임관을 앞둔 시점이어서 육사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지만 법과 규정에 의해 강력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원 아웃(one out)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생도 사건사고
“못 믿겠다” 여론 확산


이번 사건은 익명의 생도가 육본 인트라넷의 ‘생도대장과 대화’에 제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사 법무실 관계자는 “퇴교 심의에 회부될 정도로 증거를 확보했다”며 “사관학교법 시행령에 군기 문란과 제반 규정을 위반하면 퇴교 처분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국방부가 익명의 제보 및 투서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는데도 사관학교서 졸업을 하루 앞둔 생도에 대해 퇴교 조치한 것은 너무 성급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육사 관계자는 “아무리 무기명으로 제보를 했다고 해도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고 생도 3명의 신원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돼있어 조사했다”고 말했다. 육사 징계위서 퇴교 처분이 내려짐에 따라 해당자들은 곧바로 학교를 떠났다.
 

지난해 9월에는 여생도가 동기를 장기간 성추행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가해 여생도는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보좌하는 ‘장군의 딸’로 알려졌다. 

A 생도(21)는 지난해 3월부터 약 4개월간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는 2명의 여자 동기생을 뒤에서 껴안거나 신체의 특정 부위를 만졌다. 그들의 침대에 함께 누워 허벅지를 더듬기도 했다.

당시 육군 관계자는 “피해 여생도들이 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각했지만 A 생도의 유사한 행동이 몇 차례 반복되자 자제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A 생도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의심이 간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피해 여생도들은 상담관을 찾아 방을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육사 측은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섰다. 육군 관계자는 “학교 측이 A 생도에게 진상을 확인했다”면서 “본인이 육사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자퇴한 뒤 의대를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육사는 즉시 훈육위원회를 열어 A 생도를 자퇴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생도의 성추행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육사는 생도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벌한다. A 생도의 경우 이 과정이 생략됐다.

현역 장성인 A생도 아버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A 생도의 아버지가 국방부장관을 지근 거리서 업무를 챙기는 실세”라며 “육사 생도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생도대장(준장)과 A 생도의 아버지가 육사 동기여서 편의를 봐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육사 측이 소문 확산을 막기 위해 생도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때문에 ‘A 생도가 왕따를 당해 자퇴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성추행 피해 생도들이 가해자로 오해받기도 했다.

국민들 비난
어떻게 극복?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과 군인에 대해 우리는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또한 현대 전쟁의 승패는 군 지휘관들의 리더십에 크게 좌우된다. 이런 지휘관들을 양성하는 곳이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장차 장교가 될 생도들이 이 지경이라면 앞으로 이들에게 군 지휘권을 맡겨도 될지, 이들을 믿고 단잠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과연 육사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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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