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8·15 구국국민대회 가보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43:24
  • 호수 1128호
  • 댓글 0개

“젊은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수백만 명이 모인 촛불집회가 이뤄지는 동안 반대급부로 태극기집회가 탄생했다. 보수성향을 지닌 태극기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금 동안 산발적인 움직임을 그 특징으로 해왔다. 하지만 이번 광복절을 기점으로 태극기집회는 하나의 큰 집합체로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새 국면을 맞은 태극기집회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선 진보성향 시민단체들과 보수성향 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민노총·한국진보연대 등 200여개 시민단체는 서울광장에 모여 ‘8·15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외교부와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도 진행했다. 

‘박 구해내자’

이런 가운데 보수성향 단체들은 이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집결해 오후 4시부터 ‘8·15구국국민대회’를 열었다. 해당집회는 전군구국동지연합회,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주관하고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이 주최했다.

기자는 해당 집회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오후 2시30분 혜화역에 도착했다. 결의대회가 열리기까지 한 시간여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도로는 통제됐고 혜화역 1번 출구부터 이화사거리까지 약 800m에 이르는 4차선에는 보수단체 깃발이 휘날렸다. 

특히 육사의 경우 기수별로 구국동지회 깃발이 거리를 뒤덮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은 모처럼 온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집회에 집중했다. 혜화역 1번 출구 앞에 설치된 무대 뒤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있었고 무대서 200m떨어진 거리에 두 번째 스크린을 응시하는 보수단체 회원 수도 상당했다.

오후 3시, 정식 행사를 앞두고 식전행사가 진행됐다. 혜화역 도로에는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 울려 퍼졌고 집회 인원들은 2002 월드컵 응원 구호인 ‘대한민국~짝짝짝 짝짝’을 연호했다.

식전문화행사가 끝나고 핵무장촉구 및 전작권전환 반대 천만 서명운동 선포와 더불어 구국기도가 진행됐다. 구국대회 도중 사회자는 수시로 길 가장자리에 위치한 시민들에게 도로 안쪽으로 내려와 함께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시민들은 도로 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집회에 집중했다. 

4시에 본격적인 구국국민결의대회가 열렸다. 행사는 크게 ‘핵무장으로 자유민주주의 수호’ ‘탈원전 정책 파산으로 치닫는 한국경제 살리기’ ‘5·18진실을 밝혀 국군 명예 회복’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해내자’란 4개 주제로 구성됐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각종 보수인사들의 축사와 기념사가 이어졌다. 구보수 정권서 얼굴을 알린 이들이 대거 연단에 올랐다. 특히 오후 5시경 단상에 오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발언을 시작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윤 전 대변인은 “대한민국은 지금 공산화 위기에 처했다”며 “보수우파 시민혁명을 통해 문재인 세력에 맞서자”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는 대한민국 안보를 지킬 수도,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이뤄낼 수도 없다”며 “여러분이 야당다운 야당, 싸우는 야당으로 혁파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현 언론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문재인 세력의 개, 나팔수가 된 대한민국 쓰레기 언론을 혁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마로니에 공원서 보수 대집회 열려
윤창중·김영미 등 유명인 총출동 

윤 전 대변인 이후 애국 팟캐스트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신 대표는 3분씩 주어진 시간을 두고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은 1분만 이야기 하면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김영미 전 국회의원이 발언을 이었다. 김 전 의원은 4선 의원이자 과거 언론을 통해 입지를 다진 인물로 소개됐다. 그는 “육영수 여사의 43주기를 맞아 이렇게 비가 내리고 있다”며 “여러분 마음에도 비가 오고 있습니까!”라고 말해 함성을 유도했다. 

그는 “최근 종편 TV조선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 관련 이야기를 했다”며 “법치국가가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데 흉악범, 현행범도 아닌데 구속이 됐다”고 말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국혼운동본부 지금희 대표, 전 국회의원인 나성린 한양대 교수 등이 현 정부를 비판하고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지 대표는 ‘5·18유공자 가산점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구국대회가 열리는 와중에 길 가장자리에는 부스가 조성돼있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천막이 쳐진 부스는 집회 도로를 따라 10∼20m 간격으로 10 여개가 설치됐다. 

부스에는 태극기부대를 상징하는 작은 깃발의 태극기가 쌓여있었고 ‘애국성금함’이 눈에 띄었다. 애국성금함에 돈을 넣는 어르신들이 심심찮게 포착됐고 태극기를 받아가는 모습도 이어졌다.   

부스 중 유독 목적이 다른 부스도 존재했다. 해당 부스에서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지키기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5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바 있다. 김 의원 지키기 서명운동은 당선 무효 위기에 처한 김 의원 구명활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해당 집회의 특징은 진보성향의 집회와 다르게 유독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극 1번지로 통하는 혜화역을 걷는 젊은이들은 60∼70대가 주축이 된 해당 시위에 관심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집회를 지켜보던 중 유독 목에 태극기를 두른 청년이 눈에 띄었다. 그에게 해당 집회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분들(집회 참가 어르신)들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힘이 되고자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답했다. 

해당 청년의 열성적 집회 참여에 주변을 지키고 있던 한 할머니는 그에게 “이렇게 젊은이가 이런 데 와서 너무 예쁘다”며 “(웃음) 어떻게 여기올 생각을 다 했느냐”고 말했다. 


휘날린 태극기

김해서 올라온 한 어르신은 집회를 지켜보고 있던 기자에게 “이런 곳에 젊은이들이 와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죽은 사람 팔아먹어 대통령됐는데 난 그게 다 가식으로 보인다"며 "박근혜 대통령 심부름 봐준 사람이 잘못한 걸 가지고 왜 박 전 대통령이 구속까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수단체 시가행진은?

지난 15일 마로니에 공원서 모인 구국국민대회 집회 참여자들은 오후 6시부터 시가행진을 진행했다. 행진로는 대학로(마로니에공원)서 시작해 종로5가를 지나 대한문까지 약 4km 거리다. 보수단체들은 제대를 편성해 제대별 거리(50m)를 유지하며 시가행진을 진행했다. 제대는 태극기,성조기 임원진, 국간사 순인 1제대부터 육사, 청년단, 310특명단, 애국국민 순인 4제대까지 편성됐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