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한반도 배치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31:18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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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위기설? 9월이 진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핵무장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기 전 전술핵을 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핵무장론과의 차이라면 보수 진영뿐 아니라 진보 진영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한반도에 핵미사일이 배치될 것인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북한은 미국령인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북한 전략군은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전략탄미사일(IRBM) ‘화성-12호’의 괌 포위 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사 즉시
전쟁 시작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엄포 직후 “만약 (북한이) 미국을 향해 발사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라고 발표했다.

고조되던 전쟁 분위기는 북한이 한발 물러나면서 진정 국면에 돌입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괌 포위 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선택’은 바로 한미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UFG는 이달 말에 예정된 상태다. 이번 훈련은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이번 훈련에 미국 전략 자산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도발 시나리오는 ‘화성-14형’ 미사일 추가 실험 발사다. 북한은 ICBM 완성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남은 것은 섭씨 7000∼8000도의 고열을 견디는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검증과 핵탄두 공중폭발 실험 등이다. 북한은 UFG 기간에 맞춰 ICBM 실험을 앞당겨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6차 핵실험 감행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1주년이자 정권수립일인 9월9일 내지는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에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

핵공학 박사인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ICBM에 탑재할 만큼의 소형 핵탄두를 만들기 위한 추가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며 “한 번에 여러 핵폭탄을 연쇄적으로 터뜨리는 고강도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관측한 바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다. 미국 CNN 방송은 이달 초 “미군이 매우 특이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북한 잠수함 활동과 추가 미사일 사출시험의 증거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북한은 UFG 기간 중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서 SL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바 있다.

도발 임박
미사일 쏘나?

한미 양국은 UFG 연습 규모를 조정하거나 연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서 “법적 정당성을 갖춘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의 ICBM 도발, 핵 실험 등과 동등한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른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동시에 하자는 뜻)’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미북 갈등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YTN이 의뢰해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지난 14∼15일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을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자가 13.6%, ‘불안한 편’이라는 응답자는 51.2%로 총 64.8%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34.6%였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은 북한 도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핵잠수함을 들여와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는 답변이 68.4%였던 반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7.2%에 그쳤다. 

응답자 중 약 70%가 전술핵 및 핵잠수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5명 대상, 표본오차 3.1% 포인트, 신뢰수준 95%).

이에 보수 야당은 전술핵 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서 “지금 코리아패싱 문제가 등장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며 “평화는 구걸하는 게 아니고,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해 전술핵 배치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괌 포위사격 예고…갈등 최고조
한발 뺀 김정은, UFG 훈련 경고

한국당은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정하며 문재인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키로 했다.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대변인은 “맨손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 ‘이에는 이’ ‘핵에는 핵’이다. 전술핵 배치는 명백히 북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을 김정은정권의 핵노예가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 들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은 ‘핵공유’ 카드를 제시했다. 핵공유는 미국이 가진 핵무기를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평시에는 한반도에 핵을 배치해 놓지 않지만, 전쟁 징후로 데프콘(전투준비태세)이 상향되면 그때 미국에 있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이다. 평시든 전시든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전술)핵 배치는 핵공유에 비해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남한에 핵이 배치되면 사드보다 더 심각한 중국의 제재가 부과될 것이고, 동시에 북한의 공격 타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핵에 대한 보복은 우리 영토에 핵을 배치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다”며 “가령 잠수함에 핵을 배치해 미사일로 쏠 수 있다. 한반도 인근 잠수함에서 쏘는 핵은 10분 만에 북한 영토에 떨어진다”고 부연했다. 


한반도 핵 배치에 대한 거부감을 덜면서도 북핵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데프콘 발동시
전술핵 배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대표적 국방전문가인 안규백 의원도 전술핵을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TV조선>과 인터뷰서 “전술핵도 북핵 대응 옵션 중 하나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북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서 의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전략통도 전술핵 배치를 제안했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자신의 SNS에 “전술핵 배치로 공격 능력에서 핵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전쟁 수행이 가능한 절대무력을 구비한 조건서 우리도 방어가 아닌 공격서 핵으로 즉각 전천후 대응을 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문 캠프서 외교안보전략을 담당한 인사다.


박 전 비서관은 전술핵 배치가 사드 배치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되면 사드는 필요 없게 되므로 중국과의 함께 북핵 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핵 균형이 확보되면 방어부분의 사드(THAAD)는 불필요하다. 중국이 북한으로 인해 미국의 핵 공격이 이뤄지면 북경을 비롯한 중국 정치 중심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4일 취재진들을 만나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9월9일 6차 핵실험 가능성 제기
“핵에는 핵” “균형 맞춰야” 확산

이는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이 문재인정부의 대북 방침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후 가진 수석보좌관 회의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대결이 아닌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극복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정부는 전술핵 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훼손은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우려한다. 대선 TV토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이 사라져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진다”며 “북핵에 대비하는 우리의 기존 대책은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것, 이른바 확장억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전술핵 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한국당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결정하자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정책조정회의서 “북핵 문제 해결의 정도는 굳건한 한미동맹이며 한국당의 전술핵 배치 주장은 지금의 한미동맹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실현가능성도 없고 안보불안만 가중시키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보수층 지지를 얻어 보겠다고 한반도 안보를 갖고 도발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보수 진영서도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정치권의 전술핵 배치 논쟁은 넌센스다. 굳건한 한미공조와 공격무기 전진배치가 훨씬 똑똑한 안보전략”이라며 “우리끼리 백날 전술핵 배치를 얘기해봐야 그저 우리끼리 얘기”라고 지적했다.

문·민주당
비핵화 강조

한반도 긴장 상황은 북한정권수립일인 오는 9월9일까지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전술핵 배치를 둘러싼 찬반론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매체인 <슈칸 겐다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9월9일 북한공습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의 매체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술핵은 무엇?

전술핵은 전략핵과 구분된다. 전술핵은 실전에서 사용하기 수월한 핵체계로 전략핵보다 파괴력이 낮다. 그러나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략핵은 전략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탄두 등을 통해 주로 사용된다.

반면 전술핵은 폭격기 등에서 투하하는 형태는 물론, 미사일·어뢰 탄두, 병사가 메고 운반하는 핵배낭, 전차부대 공격을 저지하는 핵지뢰 등 다양하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할시 가장 유력한 무기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항공기서 투하하는 B61 핵폭탄인데, 이는 대표적인 전술핵무기 중 하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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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남동 라인’ 실체

진짜 ‘한남동 라인’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비선 실세 모임이라고 알려진 ‘한남동 라인’의 실명까지 언급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해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기된 여론조작 의혹을 두고 2년 전 김건희 여사 최측근들이 주도했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론조작 논란은 2년 전 사건의 연장선이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의 말이다. 해당 논란을 두고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가 드러나진 않았으나 홍 시장을 깎아내리려 한 정황은 김건희 여사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 관계자들의 여론조작 의혹과 유사하다. 비선 실세 의혹 용산 사면초가 명씨는 영남권 기반의 여론조사 및 선거컨설팅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자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출신이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중앙여심위) 등록 기준으로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109개 여론조사를 (주)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의뢰했다. 그가 대표로 있던 언론사 <시사경남>은 <뉴데일리>와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천 개입 의혹’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명씨를 윤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소개했다. 지난 4월 총선서 김 전 의원은 경남 김해갑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서 배제되면서 실제 ‘공천 개입’으로 이어졌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명씨는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직전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에게 ‘미공표용’ 여론조사 데이터를 손보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은 지난 2022년 2월28일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A씨와의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해당 녹취록서 명씨는 A씨가 진행 중이던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A씨는 “네”라고 답했고, 명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미공표용 여론조사 보고서에는 20~40대 샘플은 줄이고, 50~60대 샘플은 늘린 결괏값이 별도로 존재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와 A씨와의 통화가 이뤄진 당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주제로 전국 단위 자체 여론조사와 연령별 가중치를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 적용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조사완료 샘플은 3016명이었고, 미래한국연구소는 먼저 이를 실제 인구 구성비(만18세~20대 17.2%, 30대 15.2%, 40대 18.5%, 50대 19.6%, 60대 16.3%, 17세 이상 13.2%)에 따라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 60대의 경우 실제 응답한 샘플은 634명(21.0%)이었지만, 492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샘플(3016명)의 16.31%(492명)까지만 반영하는 방식이다. 영남권 선거컨설팅 전문가? “사실상 브로커” 윤석열 부부 수십 차례 연락…국정까지 개입?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는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을 하나 더 만들었다. 직전 대선서 투표장에 나온 연령별 투표율을 반영한 가중치를 적용한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상승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 보고서가 완성된 날은 다음날인 3월1일이다. 홍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명씨가 운영하는 PNR서 윤석열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어차피 경선 여론조사는 공정한 여론조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씨가 조작해 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그런데 그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일반 여론조사에 10.27% 이기고도 당원투표에 진 것은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보고 나는 결과에 승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선거 브로커 명씨가 날뛰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짓”이라며 “검찰에선 조속히 수사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사법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최측근들도 여론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현재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코바나컨텐츠 출신 정모씨는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 왔다. 지난해 2021년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 왔다. 2022년 6월 본지 단독보도 정씨는 ‘김건희 녹취록’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했던 해당 녹취록서 정씨는 다른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와 함께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여사는 댓글 작업을 말했고, 정씨는 어둠의 세계에 대해 언급했다. 정씨가 다른 직원에게 “어디까지 올렸냐”고 묻자, 심 박사는 “특정 주제에 대한 게시물 수백개를 올렸는데 뒤로 밀렸다. 다른 걸 빨리 올려라”라는 식으로 답했다. 김 여사도 심 박사와 정씨의 말에 크게 공감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정씨는 심 박사에게 “특정 워딩을 한번만 더 올려달라”며 “아무것도 없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들은 홍 시장과 커뮤니티명까지 언급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 홍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윤 대통령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에펨XXX는 2030 남성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로, 대선후보 경선 때 홍 시장의 지지세가 두드러진 곳이었다. 정씨는 해당 커뮤니티를 코바나컨텐츠 직원들과 함께 살펴보면서 홍 시장 지지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는 “명씨와 정씨가 직접적으로 여론조작과 관련해 논의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김 여사와 접촉했던 만큼 연락은 취했을 것이다. 다만 단순하게 미팅을 위한 연락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출신 여권 인사도 “대선 직전까지 논란이 많았던 건 맞다. 정씨를 포함해 소위 말해 ‘김건희 라인’이라고 불렸던 인물들이 여론조작까진 모르겠으나 일부 커뮤니티에 타 후보들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김 여사에게 보고했던 건 사실이다.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주로 있었던 일이고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우려가 컸다”고 주장했다. 직원들과 분위기 살펴 김 여사가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자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출범에 속도를 냈다. 아직 김 여사의 집무실과 제2부속실 직원 사무실을 대통령실 내에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 만큼 공식적인 출범 시기는 이달 말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로 거론된다. 제2부속실장으로 내정된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은 실제 업무를 보고 있다. 규모는 장 비서관과 실무급 인원 2명을 충원해 7명이다. 제2부속실은 김 여사의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 등으로 이뤄지고 김 여사의 집무실은 윤 대통령 집무실과 다른 층에 설치될 예정이다. 청와대 본관 1층에 있었던 영부인의 집무실과 비교하면 공간은 작아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서 경호 및 예우 대상에 대통령 배우자를 포함시키고 있을 뿐 그 밖에 배우자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법 규정은 없다. 지난 1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던 대통령실도 “해외국 정상의 2부속실 운영 사례 등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미국 대통령 부인의 지위 등 해외 법 규정과 사례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퍼스트레이디’에게도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예산 등이 배정되도록 연방법으로 정하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김 여사의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이 제2부속실 직원으로 채용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일요시사>는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에 채용된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조작 정황 김건희 최측근 행위와 유사 특정 후보 깎아내고 게시물 밀어내기도 김 여사의 또 다른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남동 라인’에 관한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직접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대표와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대선 전부터 알고 지냈거나 대선을 도왔던 비서관·행정관 6~7명이 대통령실의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실상의 ‘비선’이라고 본다.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서 김 여사에게 수시로 보고한다는 소문 탓에 ‘한남동 라인’이라고도 한다. 대부분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거나 짧은데,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부부가 이들 의견에 우선 귀를 기울인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권에선 언론인 출신인 B, C 비서관, D 전 비서관, 과거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행사에 참여한 E 비서관이 김건희 라인으로 거론돼왔다. 대통령실 청년 정책 담당 30~40대 행정관들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황모 행정관은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기업인의 아들로,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황 행정관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부부를 비공식적으로 밀착 수행했는데, 명씨는 그가 운전하는 차를 윤 대통령과 함께 탔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들은 ‘김건희 라인’의 실체가 없다고 반발 중하고 있다. 한남동 라인으로 거론된 대통령실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통령 일가와 사적으로 인연도 없고 공적인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출신 여권 관계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중 황 행정관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언급됐음에도 살아남은 사람이자 총애받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서 일부 김건희 라인을 거론하며 “용산은 ‘십상시(박근혜정권 실세 10인방을 이르는 말)’ 같은 몇 사람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핵심인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그분들이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직무 범위서 벗어나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이들은 공식 라인을 무시하거나 대통령실의 정책기조와 배치되는 주장을 펴며 인사 등 대통령실 내의 주요 업무를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했다는 설명이다. 신 부총장은 “(한남동 라인이)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할 때 이른바 ‘여사님의 뜻’이라는 식으로 포장했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라며 “김 여사께서 직접 그걸 지시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한남동 라인이)호가호위하면서 그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굉장히 문제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