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한반도 배치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31:18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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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위기설? 9월이 진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핵무장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기 전 전술핵을 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핵무장론과의 차이라면 보수 진영뿐 아니라 진보 진영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한반도에 핵미사일이 배치될 것인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북한은 미국령인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북한 전략군은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전략탄미사일(IRBM) ‘화성-12호’의 괌 포위 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사 즉시
전쟁 시작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엄포 직후 “만약 (북한이) 미국을 향해 발사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라고 발표했다.

고조되던 전쟁 분위기는 북한이 한발 물러나면서 진정 국면에 돌입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괌 포위 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선택’은 바로 한미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UFG는 이달 말에 예정된 상태다. 이번 훈련은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이번 훈련에 미국 전략 자산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도발 시나리오는 ‘화성-14형’ 미사일 추가 실험 발사다. 북한은 ICBM 완성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남은 것은 섭씨 7000∼8000도의 고열을 견디는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검증과 핵탄두 공중폭발 실험 등이다. 북한은 UFG 기간에 맞춰 ICBM 실험을 앞당겨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6차 핵실험 감행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1주년이자 정권수립일인 9월9일 내지는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에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

핵공학 박사인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ICBM에 탑재할 만큼의 소형 핵탄두를 만들기 위한 추가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며 “한 번에 여러 핵폭탄을 연쇄적으로 터뜨리는 고강도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관측한 바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다. 미국 CNN 방송은 이달 초 “미군이 매우 특이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북한 잠수함 활동과 추가 미사일 사출시험의 증거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북한은 UFG 기간 중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서 SL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바 있다.

도발 임박
미사일 쏘나?

한미 양국은 UFG 연습 규모를 조정하거나 연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서 “법적 정당성을 갖춘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의 ICBM 도발, 핵 실험 등과 동등한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른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동시에 하자는 뜻)’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미북 갈등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YTN이 의뢰해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지난 14∼15일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을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자가 13.6%, ‘불안한 편’이라는 응답자는 51.2%로 총 64.8%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34.6%였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은 북한 도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핵잠수함을 들여와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는 답변이 68.4%였던 반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7.2%에 그쳤다. 

응답자 중 약 70%가 전술핵 및 핵잠수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5명 대상, 표본오차 3.1% 포인트, 신뢰수준 95%).

이에 보수 야당은 전술핵 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서 “지금 코리아패싱 문제가 등장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며 “평화는 구걸하는 게 아니고,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해 전술핵 배치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괌 포위사격 예고…갈등 최고조
한발 뺀 김정은, UFG 훈련 경고

한국당은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정하며 문재인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키로 했다.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대변인은 “맨손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 ‘이에는 이’ ‘핵에는 핵’이다. 전술핵 배치는 명백히 북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을 김정은정권의 핵노예가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 들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은 ‘핵공유’ 카드를 제시했다. 핵공유는 미국이 가진 핵무기를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평시에는 한반도에 핵을 배치해 놓지 않지만, 전쟁 징후로 데프콘(전투준비태세)이 상향되면 그때 미국에 있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이다. 평시든 전시든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전술)핵 배치는 핵공유에 비해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남한에 핵이 배치되면 사드보다 더 심각한 중국의 제재가 부과될 것이고, 동시에 북한의 공격 타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핵에 대한 보복은 우리 영토에 핵을 배치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다”며 “가령 잠수함에 핵을 배치해 미사일로 쏠 수 있다. 한반도 인근 잠수함에서 쏘는 핵은 10분 만에 북한 영토에 떨어진다”고 부연했다. 


한반도 핵 배치에 대한 거부감을 덜면서도 북핵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데프콘 발동시
전술핵 배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대표적 국방전문가인 안규백 의원도 전술핵을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TV조선>과 인터뷰서 “전술핵도 북핵 대응 옵션 중 하나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북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서 의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전략통도 전술핵 배치를 제안했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자신의 SNS에 “전술핵 배치로 공격 능력에서 핵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전쟁 수행이 가능한 절대무력을 구비한 조건서 우리도 방어가 아닌 공격서 핵으로 즉각 전천후 대응을 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문 캠프서 외교안보전략을 담당한 인사다.


박 전 비서관은 전술핵 배치가 사드 배치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되면 사드는 필요 없게 되므로 중국과의 함께 북핵 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핵 균형이 확보되면 방어부분의 사드(THAAD)는 불필요하다. 중국이 북한으로 인해 미국의 핵 공격이 이뤄지면 북경을 비롯한 중국 정치 중심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4일 취재진들을 만나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9월9일 6차 핵실험 가능성 제기
“핵에는 핵” “균형 맞춰야” 확산

이는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이 문재인정부의 대북 방침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후 가진 수석보좌관 회의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대결이 아닌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극복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정부는 전술핵 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훼손은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우려한다. 대선 TV토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이 사라져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진다”며 “북핵에 대비하는 우리의 기존 대책은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것, 이른바 확장억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전술핵 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한국당이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결정하자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정책조정회의서 “북핵 문제 해결의 정도는 굳건한 한미동맹이며 한국당의 전술핵 배치 주장은 지금의 한미동맹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실현가능성도 없고 안보불안만 가중시키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보수층 지지를 얻어 보겠다고 한반도 안보를 갖고 도발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보수 진영서도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정치권의 전술핵 배치 논쟁은 넌센스다. 굳건한 한미공조와 공격무기 전진배치가 훨씬 똑똑한 안보전략”이라며 “우리끼리 백날 전술핵 배치를 얘기해봐야 그저 우리끼리 얘기”라고 지적했다.

문·민주당
비핵화 강조

한반도 긴장 상황은 북한정권수립일인 오는 9월9일까지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전술핵 배치를 둘러싼 찬반론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매체인 <슈칸 겐다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9월9일 북한공습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의 매체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술핵은 무엇?

전술핵은 전략핵과 구분된다. 전술핵은 실전에서 사용하기 수월한 핵체계로 전략핵보다 파괴력이 낮다. 그러나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략핵은 전략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탄두 등을 통해 주로 사용된다.

반면 전술핵은 폭격기 등에서 투하하는 형태는 물론, 미사일·어뢰 탄두, 병사가 메고 운반하는 핵배낭, 전차부대 공격을 저지하는 핵지뢰 등 다양하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할시 가장 유력한 무기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항공기서 투하하는 B61 핵폭탄인데, 이는 대표적인 전술핵무기 중 하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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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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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