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문재인-김정은 빅딜카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4.23 10:14:47
  • 호수 1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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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 받고 체제 보장, 미군 빼고 38선 연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거 6·15, 10·4 때 남북 간 교류까지 담았던 것과 같이 이번에는 의제를 많이 담지는 않을 생각이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서 다룰 의제에 대해 한 말이다. 행간을 읽어보면 우리 측은 의제의 양보단 질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종전·비핵화 등 남북 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변곡점이 될 만한 의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연 남북이 주고받을 빅딜 카드는 무엇일까.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로 다가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장면부터 회담의 주요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까지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www.koreasummit.kr)을 지난 17일 정오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4·27 회담
카운트다운

청와대가 언론사에 자료를 제공할 목적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한 적이 있지만, 일반인 모두에게 개방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정부가 역사적인 순간을 국민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 위치한 평화의 집에서 만난다. 지난달 29일 판문점 통일각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서 “남과 북은 양 정상들의 뜻에 따라 2018남북정상회담을 4월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기로 했다”며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판문점은 유엔군사령부 관할로 남북 모두 1개 소대 병력만 유지할 수 있고, 중화기는 휴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신변 위협 요소가 최대한 제거됐다고 볼 법하다. 그러나 경호 차원서 김 위원장이 전용차량을 타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 앞까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방탄 기능이 탑재된 벤츠 S600를 타고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 차량은 지난 2015년 10월 독일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양측은 정상회담을 위한 마지막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1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경호·의전·보도 후속 실무회담을 개최, 회담 형식의 실무 조율을 마무리하고 현장 중심의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회담 형식이라는 겉표지를 결정한 양측은 이제 의제라는 내용물을 결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서로 간에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외교전서 의제 설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소집한 것도 의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기상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열렸다는 점, 북미정상회담도 예정돼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주요 과업 등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뭘 주고
뭘 받나

앞서 임 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몇 가지 핵심 의제만을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임 위원장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아직 북측과 조율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비핵화·한반도 항구적 평화정책·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항구적 평화정책과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은 종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의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사람들은 한국 전쟁이 아직 끝났지 않았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며 “남북한은 적대관계를 끝내고 종전 문제를 논의 중이다.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서 한반도 종전선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반도 안보상황을 궁극적 평화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전과 종전, 그리고 휴전은 외교적으로 큰 차이를 가진 용어들이다. 정전은 말 그대로 전쟁을 잠시 멈춘다는 의미다. 휴전은 교전을 잠시 중단하는 수준이 아닌 양국 정부나 총사령관 등 대표자들이 공식협상을 통해 전쟁상태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양국은 정전을 먼저 실시한 뒤 휴전협정을 체결한다. 종전은 양국서 지속되던 전쟁상태를 종료했음을 확인하는 용어다. 종전은 평화협상을 위한 전 단계의 의미를 지닌다. 남북한의 대치 상황은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 의해 사실상의 휴전상태가 7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정전협정→평화협정 청신호
70년만에 드디어 종전 성사?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도널드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한 종전선언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 생각만으로 달성할 수 없기에 북한을 포함해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이 남아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합의를 (4·27 남북정상선언에) 포함시키기를 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의 당사자가 미북중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직접 ‘종전’을 거론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남북정상회담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도 빅딜이 성사될 수 있는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서 언론사 사장단과 가진 오찬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며 “(남북미 간)비핵화서 개념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핵화는 우리 정부와 미국이 끊임없이 북한에 요구해오던 사안이다. 한반도가 비핵화되지 않는 이상 한반도 평화 체제는 물론 남북 관계 진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 구체적인 문구로 담길지는 미지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5월 말 내지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성격이 강하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뒤 북미정상회담서 구체적으로 성문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높은 ‘체제안전 보장’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 등을 우리 측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는 북미 간 비핵화 논의에 밑바탕이 되도록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남북이 이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원칙적 수준’의 합의가 담길 가능성이 높다.

임 위원장은 최근 브리핑서 “제일 중요한 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남북 정상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느냐”라며 “북미 간에도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핵 폐기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이 그것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로 요구하는 내용들을 미국이 또 보장해줄 것인지 여부”라고 말한 바 있다.


모두 사는
윈윈 전략

외신도 한반도 비핵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만남을 기점으로 비핵화와 관련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 18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일본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으로, 한·미·일은 북한에 2020년까지 핵개발 계획을 전면 폐기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는 약 2년여의 목표 기한을 설정함으로써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거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 원조를 받은 후 입장을 바꿔 핵개발을 재추진하는 방식의 행동을 반복해왔다. 
 

최근까지도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제재 해제와 경제 원조 등의 대가를 요구하는 단계적 방식의 비핵화를 원해왔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대비해 비핵화 기한을 비교적 짧은 2년으로 설정, 단숨에 북한을 압박할 계획인 것으로 읽힌다.

북한 측은 이미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빅딜 카드를 제시한 상태다.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한 김 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고 전제했다. 

즉, 북한의 체제보장과, 북핵 포기를 등가교환하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또 “북미 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는 미지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에게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렸다는 점을 알렸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방북 결과에 대해 지난 18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서 “진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또 북한의 재래식 무기 축소와 핵 위협의 궁극적 중단 문제 등을 논의하고, 평화협정까지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체제안전’은 주한미군 철수?
미북 ‘ICBM 포기’ 빅딜 전망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김 위원장과 만나 어떤 내용을 협의했는지는 폼페이오 청문회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청문회서 폼페이오는 “(김정은은) 체제안전을 약속하는 종잇조각 보증서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즉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평화협정 체결이나 수교 등의 체제보장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북한이 주한미군 축소내지는 철수를 요구하고 나설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언론사 사장단과 오찬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는 우리의 의지로 결정되는 부분이 아니기에 지속적으로 가능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내놓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약속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은 “트럼프의 전략은 ‘고 빅’ 아니면 ‘고 홈’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요구에 회담장을 박차고 나서든지, 아니면 김 위원장의 요구를 들어주든지 양자택일을 할 것이란 뜻이다.

럭비공 트럼프
선물보따리는?

이 외에도 다수의 미국 언론이 두 지도자의 핵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골자로 한 ‘빅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복스(Vox)>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할 경우 북한의 핵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 한일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거 등이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북한의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해당 언론은 “(ICBM 포기가) 트럼프의 귀에는 멋지게 들릴 것이나 한국과 일본에는 참사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CNN은 칼럼을 통해 빅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조너선 크리스톨 세계정책연구소(WPI) 연구원은 칼럼서 “트럼프가 갈수록 참모진의 의견을 묵살하고, 제멋대로 정책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서 참모진이 어떤 준비를 해도 트럼프가 회담장서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리면 사전 준비는 아무 쓸모가 없다”며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당신이오. 당신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나도 핵무기를 폐기하겠소’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 억류자 빅딜설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미국인의 석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상징적 의미로 북한에서 억류 중인 사람들을 송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은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3명과 고현철씨를 포함한 탈북민 3명 등 총 6명이다. 

또 한국계 미국인 3명도 북한에 억류돼있다. 2015년 12월에 억류된 김동철씨는 노동교화형 10년을 받았다. 나머지 2명은 평양과학기술대 소속으로 2017년 4월과 5월 각각 억류된 김상덕(토니 김), 김학송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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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