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문재인-김정은 빅딜카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4.23 10:14:47
  • 호수 1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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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 받고 체제 보장, 미군 빼고 38선 연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거 6·15, 10·4 때 남북 간 교류까지 담았던 것과 같이 이번에는 의제를 많이 담지는 않을 생각이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서 다룰 의제에 대해 한 말이다. 행간을 읽어보면 우리 측은 의제의 양보단 질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종전·비핵화 등 남북 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변곡점이 될 만한 의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연 남북이 주고받을 빅딜 카드는 무엇일까.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로 다가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장면부터 회담의 주요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까지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www.koreasummit.kr)을 지난 17일 정오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4·27 회담
카운트다운

청와대가 언론사에 자료를 제공할 목적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한 적이 있지만, 일반인 모두에게 개방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정부가 역사적인 순간을 국민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 위치한 평화의 집에서 만난다. 지난달 29일 판문점 통일각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서 “남과 북은 양 정상들의 뜻에 따라 2018남북정상회담을 4월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기로 했다”며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판문점은 유엔군사령부 관할로 남북 모두 1개 소대 병력만 유지할 수 있고, 중화기는 휴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신변 위협 요소가 최대한 제거됐다고 볼 법하다. 그러나 경호 차원서 김 위원장이 전용차량을 타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 앞까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방탄 기능이 탑재된 벤츠 S600를 타고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 차량은 지난 2015년 10월 독일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양측은 정상회담을 위한 마지막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1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경호·의전·보도 후속 실무회담을 개최, 회담 형식의 실무 조율을 마무리하고 현장 중심의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회담 형식이라는 겉표지를 결정한 양측은 이제 의제라는 내용물을 결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서로 간에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외교전서 의제 설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소집한 것도 의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기상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열렸다는 점, 북미정상회담도 예정돼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주요 과업 등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뭘 주고
뭘 받나

앞서 임 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몇 가지 핵심 의제만을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임 위원장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아직 북측과 조율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비핵화·한반도 항구적 평화정책·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항구적 평화정책과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은 종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의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사람들은 한국 전쟁이 아직 끝났지 않았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며 “남북한은 적대관계를 끝내고 종전 문제를 논의 중이다.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서 한반도 종전선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반도 안보상황을 궁극적 평화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전과 종전, 그리고 휴전은 외교적으로 큰 차이를 가진 용어들이다. 정전은 말 그대로 전쟁을 잠시 멈춘다는 의미다. 휴전은 교전을 잠시 중단하는 수준이 아닌 양국 정부나 총사령관 등 대표자들이 공식협상을 통해 전쟁상태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양국은 정전을 먼저 실시한 뒤 휴전협정을 체결한다. 종전은 양국서 지속되던 전쟁상태를 종료했음을 확인하는 용어다. 종전은 평화협상을 위한 전 단계의 의미를 지닌다. 남북한의 대치 상황은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 의해 사실상의 휴전상태가 7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정전협정→평화협정 청신호
70년만에 드디어 종전 성사?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도널드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한 종전선언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 생각만으로 달성할 수 없기에 북한을 포함해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이 남아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합의를 (4·27 남북정상선언에) 포함시키기를 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의 당사자가 미북중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직접 ‘종전’을 거론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남북정상회담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도 빅딜이 성사될 수 있는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서 언론사 사장단과 가진 오찬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며 “(남북미 간)비핵화서 개념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핵화는 우리 정부와 미국이 끊임없이 북한에 요구해오던 사안이다. 한반도가 비핵화되지 않는 이상 한반도 평화 체제는 물론 남북 관계 진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 구체적인 문구로 담길지는 미지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5월 말 내지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성격이 강하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뒤 북미정상회담서 구체적으로 성문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높은 ‘체제안전 보장’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 등을 우리 측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는 북미 간 비핵화 논의에 밑바탕이 되도록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남북이 이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원칙적 수준’의 합의가 담길 가능성이 높다.

임 위원장은 최근 브리핑서 “제일 중요한 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남북 정상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느냐”라며 “북미 간에도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핵 폐기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이 그것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로 요구하는 내용들을 미국이 또 보장해줄 것인지 여부”라고 말한 바 있다.


모두 사는
윈윈 전략

외신도 한반도 비핵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만남을 기점으로 비핵화와 관련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 18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일본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으로, 한·미·일은 북한에 2020년까지 핵개발 계획을 전면 폐기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는 약 2년여의 목표 기한을 설정함으로써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거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 원조를 받은 후 입장을 바꿔 핵개발을 재추진하는 방식의 행동을 반복해왔다. 
 

최근까지도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제재 해제와 경제 원조 등의 대가를 요구하는 단계적 방식의 비핵화를 원해왔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대비해 비핵화 기한을 비교적 짧은 2년으로 설정, 단숨에 북한을 압박할 계획인 것으로 읽힌다.

북한 측은 이미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빅딜 카드를 제시한 상태다.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한 김 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고 전제했다. 

즉, 북한의 체제보장과, 북핵 포기를 등가교환하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또 “북미 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는 미지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에게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렸다는 점을 알렸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방북 결과에 대해 지난 18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서 “진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또 북한의 재래식 무기 축소와 핵 위협의 궁극적 중단 문제 등을 논의하고, 평화협정까지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체제안전’은 주한미군 철수?
미북 ‘ICBM 포기’ 빅딜 전망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김 위원장과 만나 어떤 내용을 협의했는지는 폼페이오 청문회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청문회서 폼페이오는 “(김정은은) 체제안전을 약속하는 종잇조각 보증서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즉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평화협정 체결이나 수교 등의 체제보장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북한이 주한미군 축소내지는 철수를 요구하고 나설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언론사 사장단과 오찬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는 우리의 의지로 결정되는 부분이 아니기에 지속적으로 가능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내놓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약속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은 “트럼프의 전략은 ‘고 빅’ 아니면 ‘고 홈’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요구에 회담장을 박차고 나서든지, 아니면 김 위원장의 요구를 들어주든지 양자택일을 할 것이란 뜻이다.

럭비공 트럼프
선물보따리는?

이 외에도 다수의 미국 언론이 두 지도자의 핵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골자로 한 ‘빅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복스(Vox)>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할 경우 북한의 핵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 한일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거 등이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북한의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해당 언론은 “(ICBM 포기가) 트럼프의 귀에는 멋지게 들릴 것이나 한국과 일본에는 참사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CNN은 칼럼을 통해 빅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조너선 크리스톨 세계정책연구소(WPI) 연구원은 칼럼서 “트럼프가 갈수록 참모진의 의견을 묵살하고, 제멋대로 정책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서 참모진이 어떤 준비를 해도 트럼프가 회담장서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리면 사전 준비는 아무 쓸모가 없다”며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당신이오. 당신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나도 핵무기를 폐기하겠소’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 억류자 빅딜설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미국인의 석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상징적 의미로 북한에서 억류 중인 사람들을 송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은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3명과 고현철씨를 포함한 탈북민 3명 등 총 6명이다. 

또 한국계 미국인 3명도 북한에 억류돼있다. 2015년 12월에 억류된 김동철씨는 노동교화형 10년을 받았다. 나머지 2명은 평양과학기술대 소속으로 2017년 4월과 5월 각각 억류된 김상덕(토니 김), 김학송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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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