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김정은’의 두 번째 카드

간 빼주고 쓸개까지 내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제 곧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하게 된다. 북미정상회담은 6월쯤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회담이 3∼4주 이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상회담은 5월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판문점 선언 당시 핵 동결을 선언했던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폐기로까지 입장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한 북한의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 혹은 축소가 꼽히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아직까지 좋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의사 개진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성사에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김 위원장과 위협적 언사로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일각에서는 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풍계리 폐쇄
비핵화 의지

그러나 김 위원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의 개선 등을 공표하며 반전의 단초를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화해와 통일을 언급하며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했고,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기류가 흐를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북미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핵 동결선언의 연장선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주요 관계자 및 언론인들에게 폐쇄 장면을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핵 폐기 의지를 보여주고, 홍보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해외 언론에 공개한 전력이 있다.


동시에 핵 실험장과 관련된 그간의 불신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문제가 대두됐을 당시 그 실효성에 대해 반문하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풍계리 핵 실험장의 수명이 이미 다했다는 것이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은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최적의 핵실험 장소로 평가받는 곳이다.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으로 암반이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풍계리는 6차례의 핵실험까지 치르면서 지반 붕괴 조짐이 가시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총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다. 2009년 5월과 2013년 2월, 2016년 1월과 9월, 그리고 지난해 9월3일을 마지막으로 핵 실험은 중단된 상태다.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은 지반 붕괴설에 힘을 실어준다. 

탈북자들은 “나무를 심으면 대부분이 죽고, 우물이 말랐다”며 “기형아가 출생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마다 “방사능 누출이 전혀 없었고 주변 생태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살펴볼 때 지반 붕괴 등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폐쇄의 실효성이 높겠느냐는 것이었다.

비핵화 구체안 북미회담서
완전한 폐기? 조건부 철회?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춘추관 브리핑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 못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1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4월30일(현지시각)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아직 지하 핵실험을 언제라도 실시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38노스>의 프랭그 파비안과 잭 류 연구원 등은 이날 사이트에 풍계리 핵실험장에 관련된 글을 게재했다. 이들은 “여전히 지하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 억류돼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출소시켰다. 지난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이들은 4월 초 노동교화소서 출소해 평양 인근의 한 호텔서 필요한 의료 처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상 교육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은 김동철 목사와 김학성씨, 김상덕씨다. 김 목사는 지난 2015년 스파이 혐의로 북한에 억류된 뒤 10여년간 강제 노동에 투입됐다. 김학성씨와 김상덕씨는 지난해 적대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억류됐다. 

이들은 평양과학기술대학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웜비어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학생 웜비어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석방됐다. 무의식 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그는 6일 만에 숨졌다. 웜비어 부모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공식 성명을 내고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비난했다. 

이들은 자신의 아들이 정치적 이유로 감금됐고, 잔악하게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적극적 자세
회담성사 단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호의적인 제스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CVID 기조는 잃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CVID란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불가역적인(Irreversible) 핵 폐기(Dismantlement)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핵 폐기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이라 여기는 모양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 장관의 발언서도 확인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났을 당시 CVID의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각) 국무장관에 취임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CVID’대신 ‘PVID’라는 새로운 표현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북한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Permanent)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방식으로 폐기(Dismantling) 하도록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그가 PVID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쓴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CVID보다 더 강력한 의미라는 시각도 있지만 단순히 표현을 조금 바꾼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도 있다. CVID나 PVID는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일치하고, 표현만 달리한 것이어서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핵과 관련한 의제는 북미정상회담에 분명히 오를 것으로 점쳐지지만 완전한 핵 폐기라는 결론으로 수렴될지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시각이 다분하다. 완전한 핵 폐기와 관련해 두 정상이 테이블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최근 완전한 핵 폐기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철수 혹은 축소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논란은 남북정상회담 전후에도 있었지만 잔잔한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주한미군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일단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쓰기엔 제약 


문 특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진 뒤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주둔 정당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특보는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려면 보수진영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큰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은 국내에 파장을 야기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곧 바로 문 특보의 발언에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은 “주한미군 철수가 청와대의 입장이 아니라면 문정인 특보를 즉각 파면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문 대통령은 직접 나서며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지난 3일(현지시각)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북미 간 국교가 정상화되면 자연히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런 논의에 대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화협정 이후에도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과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
장애물 있어

마크 내퍼 미국 대사 대리는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 KBS와의 인터뷰서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비핵화 검증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 준비에 가장 힘을 쏟는 것 역시 북핵 검증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군 철수 논란에 대해서는 “그것은 북한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한 모든 결정은 한미동맹서 결정될 문제”라고 못 박았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내 전쟁의 위협을 차단한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더 나아가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병력을 주둔시켜 패권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과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미국이 평화협정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으로 연일 맞서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서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등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영국, 호주 등과 함께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CNBC 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각)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의 인공섬에 방어용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백악관은 중국의 미사일 배치를 두고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세라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서 “우리는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단기적, 장기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역시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중국의 인공섬 군사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며 입장을 밝혔다.
 

주한미군 철수는 주일미군의 확장이라는 풍선효과를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한반도 내 미군이 철수한다면 미일 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동북아 안보가 중국과 얽혀있는 상황서 주한미군의 철수는 상당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미군 철수에 불안을 느낀 일본이 군비를 확장한다면 동북아 안보 정세는 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힘의 균형을 깨트리고 싶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주둔은 김 위원장 선대의 유훈이라는 측면도 존재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비핵화만 선대의 유훈이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 역시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당시 김일성 주석이 노동당 국제비서 김용순을 미국 뉴욕으로 보내 미 국무부 차관 아놀드 캔터를 만나게 했다”며 “그 자리서 북한은 ‘북미 수교만 해 주면 앞으로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은 바뀌어야 되겠지만 통일 후에도 남쪽 또는 조선반도에 머무를 수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그 얘기를 2000년 6월14일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만날 때 되풀이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냉전이 끝나고 난 뒤 미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냉전 시대의 미국은 북한을 견제하고 위협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냉전이 끝나고 난 뒤에 미군을 보니 요동칠 수 있는 동북아 질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 남북이 손잡고 미군을 활용한다고 그럴까. 미군이 있는 조건 하에서 남과 북이 왕래하고 교류하고 협력해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요소
얽히고설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는 국내외적 요소가 얽히고설켜 단언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폐기의 조건으로 주한미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북미정상회담은 애초에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 문제가 제기됐다 하더라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을 찾았을 때 의견을 조율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지켜봐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존재감 안간힘 중국의 노림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담화를 나눴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다만 김 위원장과 왕 부장 간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김 위원장에게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과 획기적인 ‘판문점 선언’에 대해 지지와 축하의 뜻을 전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종전과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 ‘중국 배제론’을 불식시키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왕이 부장은 지난 달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이라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발언하는 등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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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