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분야 업계 1위 코스맥스가 승계작업을 시작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자녀가 지주사 지분 매입을 통해 그룹사 내 영향력을 확대한 것.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정황이 속속 보이기 시작하면서 편법 승계 의혹이 불거졌다. <일요시사>에서 석연치 않은 승계 ‘시발점’을 살펴봤다.
이경수 회장은 지난달 14일 코스맥스 그룹의 지주사격인 코스맥스비티아이 보통주 15만6700주를 매도했다. 매입에 나선 회사는 레시피, 믹스앤매치 등 이 회장의 두 자녀 병주, 병만씨 개인회사였다.
영향력 확대
두 회사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레시피는 병주씨가 80%의 지분을, 병만씨가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믹스앤매치는 두 형제가 각각 50%씩 지분을 들고 있다.
이번 지분 변동으로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구조는 이 회장이 32.38%, 그의 부인 서성석씨가 20.61%, 병만씨가 2.77%, 병주씨가 2.77%, 레시피가 0.82%, 믹스앤매치 0.92% 등으로 변동됐다.
레시피와 믹스앤매치는 잘 알려진 회사가 아니었다. 이번 레시피와 믹스앤매치의 지분 매입이 주목 받는 것은 이 회장의 자녀 개인회사가 코스맥스 전 계열사를 주무르는 지주사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점 때문이다.
코스맥스비티아이는 코스맥스,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 코스맥스바이오, 코스맥스아이큐어, 코스맥스파마 등 21개의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레시피·믹스앤매치로 작업
석연찮은 회사간 일감 거래
재계에선 레시피와 믹스앤매치의 지분 매입을 두고 사실상 2세 승계작업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강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편법승계의 정황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의혹이 드는 회사는 레시피다. 레시피는 2007년 설립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6억원, 22억원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실적은 전년대비 급증한 모습이었다.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대비 각각 21.1%, 165.8%, 120.4% 늘어났다.
눈길을 부분은 레시피의 거래 흔적이었다. 레시피는 화장품 브랜드 회사다. 주로 ODM업체 제품을 받아 레시피 등의 상표를 붙여 판매한다. 그런데 코스맥스가 제조한 제품에 레시피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비중이 90%를 훌쩍 넘길만큼 높다.
실제 11일 레시피의 판매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엔코스서 제조한 로즈 페탈 클렌징 오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스맥스에서 제조된 제품들로 구성돼있었다.
하지만 레시피와 코스맥스 간 거래는 장부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두 회사는 오너 일가가 같은 법인이다. 둘 간 거래가 있다면 반드시 사업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나와야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실제 둘간 거래가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미 드러난 정황에서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코스맥스와 레시피 간 거래 중간에 회사 관련 지분과 친족관계에서 자유로운 인물을 통해 중간 법인을 세우고 이를 통해 제품을 유통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회계사 A씨는 “레시피와 코스맥스간 드러난 거래 정황과 사업보고서 내용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간에 일종의 위장 계열사를 세워 ‘쿠션형식’으로 제품을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코스맥스 측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레시피와 믹스앤매치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 믹스앤매치는 코스맥스와 동일한 화장품 ODM 업체다. 하지만 레시피는 믹스앤매치 제품의 비중이 매우 낮다. 문제는 레시피와 믹스앤매치와의 거래규모다.
2015년 레시피는 믹스앤매치에 93억원의 일감을 몰아줬다. 그러나 믹스앤매치의 해당연도 매출액은 72억원에 불과했다. 이 둘 간 21억원의 괴리가 발생한 셈이다.
사측은 레시피가 믹스앤매치로부터 매입한 93억원에 대해 믹스앤매치를 포함한 전 계열사(특수관계자 포함) 내부거래 총 규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회계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완전한 해명이 되기 힘들다. 만약 믹스앤매치 외 다른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있다면 명확하게 대상 기업과 매출 규모를 나누어 공시해야한다.
위장계열사로 증여세 회피?
세무적 관점 조사 목소리도
A씨는 “특수관계자 설정은 중요 정보로 인식되기 때문에 대상과 액수를 명확하게 기재한다. 내부거래 규모를 만원단위까지 계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며 “(레시피가 거래를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은 것은) 특수관계자간 거래흐름을 숨기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코스맥스가 내부자 거래를 감춰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증여세 피하기가 ‘포인트’라는 지적이다.
최근 과세당국은 편법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제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일감 몰아주기로 혜택을 받은 기업이 세후 영업이익이 있어야 한다. 또 해당 사업연도 매출에서 일감 몰아주기 매출 비중이 30%(중소·중견기업은 50%)를 초과한 기업 가운데 지배주주나 친족이 수혜기업에 직·간접적으로 3%(중소·중견기업 1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 증여세를 부과 대상이다.
만약 무신고 일감 몰아주기를 하다 적발될 경우 40%의 가산세를 내야한다. 이 때문에 코스맥스와 레시피, 믹스앤매치 등에 대한 세무당국의 조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레시피는 내부거래 규모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믹스앤매치 등에게 124억원을 매입한 것. 전년 93억원에 비해 33% 늘어난 수준이다.
내부거래 늘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레시피와 믹스앤매치가 2세 승계 작업에 중요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정황이 곳곳서 발견되고 있다”며 “국세청 등의 조사로 증여세 회피가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