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타이어가 어닝쇼크에 가까운 2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모든 실적 지표가 뒷걸음친 가운데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하반기 원자재 가격 안정화에 따른 실적 회복을 노린다는 방침이지만 물량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안심하기 이르다.
1941년 조선다이아공업이란 이름으로 출범한 한국타이어는 국내 1위 타이어업체로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창립 76주년을 맞기까지 그 중심에는 조양래 회장이 있었다.
평소 검소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진 조 회장은 아버지이자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사업인 한국타이어를 물려받았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고 국내 타이어업계 시장점유율 1위는 물론이고 전세계 180개국에 타이어 수출, 20여개의 해외 법인을 운영하는 글로벌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휑한 성적표
이처럼 탄탄대로를 걷던 한국타이어지만 최근 분위기는 그리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기불황 속에서도 실적에 날개를 달던 한국타이어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최근 부진한 실적이 이어져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마저 들린다.
지난 3년간 한국타이어 매출은 6조600억원대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세계 타이어 업계서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하면서도 외형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타이어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국타이어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두자릿수 급락한 성적표를 공개했다. 매출액은 1조6668억원으로 전년대비 3.5%, 당기순이익은 26.4%나 줄었다. 영업이익도 203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4.4%나 내려앉았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원자재 가격 폭등이다. 올 1분기 천연고무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80%이상 올라 t당 2099달러를 기록했다. 합성고무의 원재료인 부타디엔 가격은 지난해 1분기 t당 1165달러의 두 배 이상인 t당 3005달러까지 올랐다.
1분기 천연고무와 합성고무의 가격상승분은 2분기에 그대로 반영됐다. 올해 3월부터 5월 사이 지역별로 타이어 가격을 인상했지만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었다.
2분기 실적 일제히 급락
원자재·사드 ‘이중고’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서 자동차 판매부진이라는 악재도 겹쳤다. 현대·기아차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후폭풍으로 중국에서 기록적인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중국 내 신차용 타이어 판매에도 경고등이 커진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중국 시장을 놓고 보면 폭스바겐에 타이어 물량의 50~60%를 공급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 공급물량도 18%에 달해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웠다. 중국 신차용타이어 매출 중 현대차와 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이렇게 되자 한국타이어는 유통부문 강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월 한국타이어는 호주 타이어 유통회사 ‘작스타이어즈’를 인수했다. 추가로 독일이나 프랑스의 타이어 유통업체를 인수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기존에 유통 관련 업무를 맡던 한국지역본부 마케팅·세일즈 부문의 리테일 담당 조직을 지난달 1일 자로 유통사업본부로 격상했다.
앞이 안 보인다
그러나 자발적인 자구책 마련이 실적 회복을 견인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론, 현대·기아차의 신차 판매 부진 역시 업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상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힘든 상태서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셈이다. 기대했던 미국 테네시주 공장 가동률도 예상보다 저조해 눈에 띄는 턴어라운드가 나타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