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정치도 유전이 되는 걸까. 현 유력 정치인들 중에는 유독 2세 정치인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들은 급변하는 정국 속에서 각종 구설에 올라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일요시사>는 위기에 처한 2세 정치인들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봤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해 총선서 4선 고지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충북 진천서 초선 의원을 지내고 서울 성동·강남 등을 포함해 5선을 역임한 고 정운갑 전 농림부장관의 아들이다.
휘청휘청
정 원내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친박(친 박근혜) 후보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나경원 의원을 꺾고 당선된 정 원내대표는 탄핵 이후 한국당의 대선을 책임졌다. 비록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넘겨줬지만 정 원내대표는 정권에 쓴 소리를 내며 반전을 도모했다.
정 원내대표 직전 한국당 원내대표를 맡은 정진석 의원도 2세 정치인이다. 정 의원의 아버지는 6선을 지낸 고 정석모 전 내무부장관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원내대표서 물러난 정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서 충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과거 충남도지사 선거에 정 의원이 출마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 의원은 “현재로서는 도지사 출마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근 정 의원은 초당적 열린 토론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해당 모임에는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의 참여도 예상돼 사실상 정계개편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 의원은 “(국민의당 의원 중) 참여할 분이 몇 분 계신다”며 “당의 경계를 넘어 좌편향된 정부에 비판적 자세를 취하는 의원들 간의 열린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대표적인 2세 정치인이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6선)의 선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은 제5대 국회의원이었다. 지난해 8월 김 의원은 고 김용주 전남방직 회장의 동상을 찾았다.
김 전 회장의 친일행적이 드러난 바 있기 때문에 김 의원의 방문에 정치권은 싸늘하게 반응했다. 대선 이후 김 의원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5월 일본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김 의원이 수행원에게 캐리어를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밀어 건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른바 ‘노 룩 패스’는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논란 이후 잠행하던 김 의원은 최근 향후 개헌정국을 대비해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초당적 의원 모임에는 바른정당, 한국당,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주변에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져 김 의원과 안 전 대표 사이에 교감이 형성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러모로 부침을 겪었던 김 의원이지만, 개헌과 관련해서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새로운 정치적 승부수를 준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의 유력 대이은 정치인
각종 구설 올라…반전 도모
2세 정치인 중 정치적 부침을 겪는 비단 김 의원뿐만 아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도 대선을 거치면서 ‘철새 정치인’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12대 때 국회부의장을 지낸 고 장성만 전 의원의 아들인 장 의원은 18대에 국회에 처음 발을 들였다.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한국당을 박차고 나온 장 의원은 바른정당 대변인을 맡으면서 보수 혁신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이번 19대 대선서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보수가 한국당 중심으로 결집하자 결국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장 의원은 지난달 13일 한국당 복당과 관련해 “정치 인생서 가장 잘못한 결정”이라며 “이 선택이 보수개혁의 밑거름이 되면 다행이지만, 그게 안 되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아들 용준씨로 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 용준씨가 성매수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당시 장 의원은 “가정 문제로 실망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응원해주시고 비판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아들로 인해 곤욕을 치른 2세 정치인으론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4년 남 지사의 장남 주성씨가 후임병을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성추행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주성씨가 “가족같이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군사법원은 주성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남 지사는 “아들이 군 복무 중 일으킨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병사와 가족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아버지인 나도 같이 벌을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경남여객 대표, 경인일보 사주, 14∼15대 의원을 지낸 고 남평우 의원의 장남이다. 1998년 부친이 국회의원 임기 중 사망하자 보궐선거를 통해 지역구를 계승했다. 한나라당 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경기도당 위원장, 최고위원 등 요직을 지낸 남 지사는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며 대선주자로 거듭났다. 지난 대선서 바른정당 후보로 경선에 나섰지만 유승민 의원에게 패배했다.
좁아진 입지
현재 남 지사는 내년 6·13 지방선거 재도전 뜻을 굳혔다. 다만,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도지사에 도전할 경우 재선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남 지사 측 인사는 여론조사서 이 시장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오자 “여론조사는 인지도 게임”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3년 전 세월호 참사라는 어려운 선거환경서도 진정성을 평가받아 선택받았다. 지난 3년간의 도정과 함께 탄핵 국면서 ‘새누리당 1호 탈당’으로 바른정당 창당에 기여한 점 등을 도민들이 평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바른정당은 지금…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와 창당한 바른정당이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대선서 보수혁신을 강조했지만, 보수의 주도권은 자유한국당에 넘어간 상황이다. 또,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최소 의석인 20석에 턱걸이 상태기 때문에 언제든지 당의 지위가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다만 최근 국민의당과의 연대론이 거론되면서 바른정당이 중도 대안세력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반등은 물론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어 두 당이 물밑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야당끼리 (정책적)연대는 안 할 수 없다. 앞서 추경도 그렇고 아닌듯 아닌듯하면서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연대를 했다”며 “당장은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연대는 조심스럽지만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