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아트라스BX와 소액주주 간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던 회사 측 방침에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중이다. 최근 상장규정 개정안이 본격 발휘되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은 한층 커진 상태.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부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트라스BX(차량용 배터리 제조)는 지난해 3월7일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다. 당시 아트라스BX는 자진 상장폐지 이유로 “기동성 있는 경영체제를 갖춰 빠르고 유연한 경영 판단을 통해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성장성 정체 및 주식 거래량 부진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환금성 제고 목적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왜 하필이면…
이후 두 차례의 공개매수를 통해 총 89.59%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2016년 3월 1차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 517만3966주를 1주당 5만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5월에 2차 공개매수에서도 1주당 5만원에 17만2141주 등 총 534만6107주(지분율 58.43%)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당시 공개매수를 위해 쏟아 부은 현금만 총 267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자진 상장폐지 요건(지분율 95% 이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소액주주 지분이 45.50%에서 10.44%로 줄면서 상장폐지에 한층 다가서게 됐다.
자사주(58.43%)와 소액주주(10.44%)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31.13%)' 소유다. 달리 말하자면 앞으로 10.44%만 추가 매수하면 대주주는 연간 6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100%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회사 측의 움직임은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소액주주의 주식 수가 유동주식 수의 20%에 미달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1년간 주식 분산 기준 미달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이 사측에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부터 소액주주들과 사측 간 갈등은 점점 고조됐다. 특히 자사주를 사들여 아트라스BX가 상장폐지되면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배당 이익이 늘어난다는 것도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당장 매년 600억원대의 이익을 내는 아트라스BX의 배당금이 외부 유출없이 지주사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주사는 M&A자금 등 현금 보유력이 높아지고 자회사 지분가치가 커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를 염려한 소액주주들은 아트라스BX 측에 배당성향을 50% 수준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아트라스BX의 평균 배당성향은 11.95%. 500∼6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기업 중에서 배당성향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아트라스BX는 소액주주들의 자사주 소각 요청을 지난 3월6일 이사회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일부 주주들이 밝힌 상장폐지 계획 철회 요구를 아트라스BX가 거부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었다.
잘나가는 회사 자진 비상장으로?
해 넘기도록 끝나지 않는 갈등
흥미로운 점은 최근 승부의 추가 아트라스BX 쪽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19일 한국거래소는 코넥스 시장의 지속성장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코넥스 시장 상장, 공시, 업무규정 및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일주일 뒤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제28조 제11항 제5호를 삭제한다는 내용이다. 제28조 제11항은 ‘소액주주’의 범위를 규정한 것인데 5호 ‘자기주식을 취득한 당해 법인’을 삭제함으로써 소액주주에는 자사주가 더 이상 포함되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개정안에 대해 아트라스BX 소액주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장폐지가 한결 쉬워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중인 기업은 대주주 지분과 자사주 지분의 합이 95% 수준일 때 상장폐지를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번 개정으로 합산 지분 80∼90%일 경우 2년 동안 회사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시간을 끌 경우 관리 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아트라스BX의 한 소액주주는 “자사주는 소액주주와 대주주 모두의 자산으로 자사주가 대주주의 것으로 보아 소액주주서 제외시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원래부터 소액주주에 자사주를 포함시키지 않았던 유가증권 상장규정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 변경했다는 입장은 소액주주가 적용되는 다른 상장규정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만약 아트라스BX가 당초 계획대로 상장폐지되면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막심할 수밖에 없다. 유통주식수 감소 및 회사 실적치를 보정한 아트라스BX 주당가치는 보수적인 계산법으로 접근해도 12∼16만원 선에서 이해된다.
1, 2차 공개매수 당시 기준가(5만원)를 감안해도 유통주식 수가 58.43% 줄어들었기 때문에 주당 수익가치는 2배 증가할 수 있다. 게다가 과거 10년 평균 연간 영업이익 642억의 10배(밸류에이션 배수)인 6420억원을 현재 유통주식수로 나누면 주당 16만1000원 수준이다.
몇몇 증권관계자는 낮아진 금리와 영구가치 고려하면 합리적인 내재가치는 주당 21만원을 상회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소액주주는 봉?
이를 토대로 보자면 대주주는 1주당 가치가 최소 10만원대인 아트라스BX를 최대 약 절반 혹은 1/4 수준 가격으로 소유 가능해진 상황이다. 해석에 따라 소액주주가 손해보고 대주주가 이익으로 취할 금액은 최소 670억원(주당 내재가치 12만원 산정 시)서 최대 1557억원(주당 내재가치 21만3000원 산정 시)까지 불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