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NGO 성골들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31 11:22:45
  • 호수 1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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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만 하던 사람들이 과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에 시민단체 출신들이 대거 입성했다. 참여연대·경실련 등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단체 출신들이 눈에 띈다. 내각뿐만 아니라 청와대 핵심요직에도 자리해 이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정부 1기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지난 20일 국회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새로 개편된 8개 부처의 조직개편 작업을 완료했다. 인선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김영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새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자리만 채워지면 청문회 정국도 마무리된다. 

참여연대 활약
조·박 투톱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1기 내각이 마무리된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부처에 시민단체 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경제계 검찰’로 통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시민단체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통한다.

1999년 참여연대서 재벌개혁감시단장을 시작으로 경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역임한 그는 2006년 경제개혁연대를 창립하고 소장으로 활동했다. 대선과정에선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0년 가까이 재벌체제 감시와 비판활동을 이어와 문재인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에 대해 재벌해체가 아니라 재벌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위원장은 2007년부터 대기업집단법을 재정해 재벌을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서 해당 법에 대한 입법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위원장은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회사들의 ‘갑질’과 1차 협력사의 불공정행위로 이른바 ‘을의 갑질’ 단속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중소·중견기업 단체와의 간담회서 “하도급법 위반 제재의 80%가 중소사업자”라며 “더 작은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 정부 1기 출범…인선 작업 막바지
시민단체 출신 강세…참여연대 대세?

김 위원장이 시민단체 출신으로서 재계의 적폐 및 모순 척결에 발 벗고 나섰다면,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5월 청와대에 입성한 조국 민정수석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로서 현실 정치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폴리페서’로 불린다. 

그는 시민단체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을 지냈고, 이후 해당 센터의 소장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는 1년간 참여연대서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교수로 지냄과 동시에 참여연대 활동을 통해 외부자의 시각서 사법 감시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문재인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으로서 권력기관 사정과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민정수석은 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업무를 총괄하고 검찰과 법무부의 인사검증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검찰 개혁을 위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권익위 수장
김영란법 수정?

조 민정수석과 함께 검찰개혁의 선봉장으로 불리는 박상기 신임 법무부장관도 시민단체서 오랜시간 활약했다. 박 장관은 지난 2012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중앙위원회 의장을 맡아 지속적으로 활동을 해왔다. 

지난 5월에는 공동대표에 선출되기도 했다. 경실련은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경실련 활동을 하면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박 장관은 문 대통령 당선 뒤 경실련 공동대표로서 쓴 ‘새 정부에 바란다’라는 칼럼서 “검찰개혁은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법과 정의가 평등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검찰의 문민화를 통해서 법무부를 검찰조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고취하고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국내 형사법, 형사정책의 권위자로 꼽히는데 2010년 형사정책연구원장 시절에는 세미나를 열고 검찰 기소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형소법 개정시안을 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이런 박 장관의 경력을 높이 사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장관은 조 수석과 마찬가지로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 가운데 하나인 공수처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검찰과 마찬가지로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가지면서 장·차관과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뇌물수수 등 비위행위를 수사하는 기관이다.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설립이 추진됐지만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무산된 바 있다. 

박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공수처 설치를 위해 노력하고 방산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서 열린 취임식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국민의 검찰상 확립을 위해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작업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국회 여야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선 “앞장서서 검찰을 개혁하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포부를 다졌다. 이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용기 있게 헤쳐 나가길 바라고 그럴 때 민주당은 무한한 신뢰로 뒷받침해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화답했다.  

최근 제6대 국민권익위원장(이하 권익위)으로 임명된 박은정 위원장도 시민단체 출신이다. 박 위원장은 이화여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1994년부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으로 활동했고 2000년부터 2002년에는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김대중정부에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중앙인사위원회 비상임위원,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자율화구조 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박 위원장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한 개정 여부가 박 위원장의 의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 각계각층에선 김영란법의 기준인 ‘3·5·10만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취임 1달여를 맞은 지난 27일 “청탁금지법이 다가오는 추석에 친지와 이웃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시행령이 허용하는 기준인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가액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장 수용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다만 “거시적인 경제에 미치는 지표들을 검토해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합리적 절차를 거쳐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여성·환경부 접수
새로운 비전 수립

이번 문재인정부에서 초대 여성부장관에 임명된 정현백 여성부장관은 ‘여성단체의 대모’로 통한다. 서울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서 서양사 석사학위를 취득한 정 장관은 독일 보훔대학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낸 정 장관은 1989년 한국여성연구회(현 한국여성연구소) 공동대표를 시작으로 1997년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공동대표, 2002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및 공동대표를 지냈다.


2010년부터는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목소리를 냈다. 남북공동선언 이행, 밀양송전탑 건설, 국정원 대선개입, 철도 민영화 관련 파업, 삼척시 신규원전 유치, 역사 국정교과서 등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서 논란이 됐던 굵직한 문제들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2015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석한 자리서 그는 “지난 3000일 동안 제주도지사가 3번이나 바뀌었지만 누구도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려 하지 않았다”며 제주해군기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서 시민단체 중 특히 참여연대 출신들이 요직에 앉은 가운데 참여연대 이외의 시민단체 출신들도 입각에 성공했다.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전업주부이던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당시 대구 시민대표로 나서며 환경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서울시 노원구로 이주한 뒤에는 상계쓰레기소각장 주민대책위원회서 일했다. 

박상기-조국 검 개혁 쌍두마차
김혜애·하승창…청와대도 장악

노원구의회 의원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한 김 장관은 민주당서 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환경연구와 공공분야 컨설팅을 수행하는 민간 연구기관인 ‘지속가능성센터지우’를 2010년 설립해 대표를 지냈다. 지속가능센테지우서 박 장관은 책 집필, 기고, 강연, 컨설팅 등을 전개하면서 지속가능발전이란 개념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힘썼다. 

대표로 재임당시 쓴 책인 ‘성장에서 지속가능한발전으로’에서 김 장관은 “지속가능발전은 보다 형평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민주화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라며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의 삶의 질을 담보하는 통합적 국가발전정책으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김 장관은 국정기조인 지속가능발전을 주도할 환경부의 비전과 원칙을 만들고 공유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7일 그동안 4대강 사업, 가습기 살균제 등 여러 환경 현안에 대해 주도적인 대응이 부족했다는 내외부의 반성과 비판을 감안해 일시적 자성론을 넘어 국민과 정책이해관계자,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새로운 비전 수립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이달 말 4~6급 실무진이 참여하는 비전 수립 워크숍을 시작으로 8월 말까지 조직 진단을 비롯해 핵심가치와 원칙을 도출해 나가기로 했다. 해당 자리서 김 장관은 “환경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직원들부터 소통해 비전과 원칙을 다시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시민운동가 
잇단 청와대 입성

부처의 수장뿐만 아니라 청와대 핵심 인사들도 시민단체 출신들로 채워졌다. 지난달 2일 청와대 사회수석실 기후환경비서관에 임명된 김혜애 비서관은 녹색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또 사회혁신수석실의 시민사회비서관에는 김금옥 비서관이 이름을 올렸는데 그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김 기후환경비서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여성 환경운동가로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시민사회 인사다. 김 시민사회비서관은 전북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단체연합서 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거쳐 2010년부터 7년간 여성단체연합을 이끈 여성운동가다. 

문재인정부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 등용은 새삼스럽지 않다. 앞서 문 대통령은 조직개편을 통해 사회혁신수석실을 신설했다. 해당실의 수석에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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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