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10 10:37:48
  • 호수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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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40석? 증발이냐 흡수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캐스팅보트를 자처했던 국민의당은 현재 해체 위기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방 의원들 사이에선 탈당 움직임도 포착됐다. 국민의당발 정계개편이 시작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대상으로 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지난 6일 새벽 13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는 이유미씨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범행에 개입했다고 주장해온 데 대해 “누차 말한 대로, 나는 강압적인 압박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보조작 파문
지지율 곤두박질

앞선 조사와 마찬가지로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조사서도 줄곧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최고위원과 이씨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제보조작 파문은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제보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조작에 개입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의 주장과 별개로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이 이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일 국민의당은 ‘조작된 제보에 근거해 의혹발표가 이뤄진 5월5일 당시는 대선 투표일을 나흘 앞둔 선거 막바지였고,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이 큰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었던 탓에 선대위서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제보조작을 치밀하게 준비했고, 이를 발표한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의 준비 과정도 짧았던 것을 검증 실패의 원인으로 돌렸다. 당 외곽서 불거진 안철수, 박지원 전 대표 등의 개입설에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와중에 나온 당 자체 결론이 섣부른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오히려 당 조사 발표가 ‘긁어 부스럼’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국민의당의 설명에 따르면 이씨의 단독범행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정작 이씨가 구속된 탓에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다른 관련자들도 면담 진술에만 의존했다는 한계도 불거진다.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서 만약 지도부 등 윗선의 개입 사실이나 암묵적인 인지·공모 정황이 드러난다면 국민의당이 실체적 진실을 서둘러 덮으려 했다는 점이 드러나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 내서도 당 자체 조사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이씨 단독범행이라는 진상조사단의 결론에 대해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더 철저하게 진상조사에 임해야 하고 발표 시점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의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처를 잘못하면 우리가 두 번 죽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파문으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4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5.1%로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호남에선 8.7%를 얻는 데 그쳐 자유한국당(8.8%)에조차 추월당했다. 

제보조작 파문…국민의당 해체 위기
추 ‘머리자르기’ 국회 보이콧 선언

지방 민심의 동요도 심상찬다. 지난달 29일 박흥률 목포시장은 “제보조작 사건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목포 발전과 시민을 위해 어떤 정치적 판단과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겠다”며 국민의당 탈당을 시사했고, 최근 호남 지역 기초의원들의 탈당계가 접수되는 등 내홍에 휩싸였다. 
 


당장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에 흠집이 생겼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 협상 과정서 여당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보조작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국민의당은 추경 심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7월 국회서 상임위별 추경 심사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상황은 급반전됐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던진 ‘말폭탄’이 화근이 됐다.

추 대표는 지난 6일 MBC 라디오 인터뷰서 “박지원 전 대표,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제보조작을)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며 “박지원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향하는 의혹의 시선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했다”라고 공격했다.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은 국민의당 전체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당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회의 뒤 “문재인 대통령,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까지도 협치를 얘기했는데 추 대표의 막말은 국민의당의 등에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라며 “추 대표의 사퇴·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처가 없다면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 대표직서 사퇴함은 물론, 정계서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저녁 예정돼있던 원내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만찬도 취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처리, 앞으로 남은 인사청문회 등에 험로가 예상된다. 협치에 공들여왔던 민주당 원내지도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내가 그런(강경한) 말 하지 말자고 했는데 국민의당과 협의가 더 어려워졌다”며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 부대표도 “국민의당 협조로 인사청문회, 추경, 정부조직법 문제 등을 헤쳐가려고 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며 “국민의당 입장을 들어보고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건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탈당 도미노
전대 분수령

중앙당 차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벼랑 끝을 달리는 가운데 국민의당 기반인 호남 지역에선 시·도‧군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역 당원들 사이에선 민주당과의 합당을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전남 장흥군의회 김화자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민의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탈당하면서 “공당인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사건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당 차원의 반성이 없는 실망스러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김 의원 탈당을 시작으로 ‘탈당 토미노’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선 향후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따라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탈당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여의도 정치권이 20대 총선 이전의 양당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계개편 방식으론 민주당이 위기의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당장의 인위적 정계개편은 양당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오는 8월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국민의당의 색깔과 당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당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군으로는 천정배‧정동영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이 거론된다.

이 중 문 전 의원은 안철수계로 불리며 지난 전당대회서 박지원 전 대표에 이어 2등을 기록한 바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기존 당의 중심을 이뤘던 안철수계가 뒤로 물러나고 호남계가 전면에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거 탈당 움직임…민주당 과반?
한국vs바른 기싸움 최종 승자는?

당초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 중진을 필두로 한 호남계와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수도권·원외·초재선 그룹이 맞붙으며 정체성 싸움 성격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제보조작 파문으로 안 전 대표와 사제지간으로 알려진 이씨가 검찰에 구속되고 안 전 대표의 영입 1호 인사인 이 전 최고위원이 피의자 신분이 돼 안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


자연스레 향후 당권은 호남계 인사인 천정배·정동영 의원 쪽을 향하는 모양새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지방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통합론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면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흡수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당의 실질적 대주주인 안 전 대표의 몰락, 국민의당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당의 지방선거 전망을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향후 정국에 대해 “이번 조작파문 사건이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정치적으로 결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연대 내지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흡수론 ‘솔솔’
웃는 민주당

만약 민주당을 흡수하게 된다면 정국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민주당 입장에선 정국 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현재 120석의 의석을 갖고 있다. 국회 과반수에 30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40석으로 원내 제3당의 지위를 갖고 있다. 두 당이 합쳐지면 민주당은 160석의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바탕으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우선 여당의 지위를 얻게 되지만 통합의 명분이 궁색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호남을 기반으로 둔 국민의당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민주당과의 연대 및 합당으로 호재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현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지금 상황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맞이한다면 민주당에 호남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 연대 혹은 합당은 국민의당 의 호남 의원들에게는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사실상 합쳐지는 상황이 이뤄질 경우 지난해 말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둘로 갈라진 보수 성향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당 안팎에서 진보와 보수 간 양자대결구도를 만들어야 된다는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다만 양측은 서로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바른정당도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한국당으로)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보수 주도권 경쟁서 밀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26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바른정당)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구도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한국당 내에서도 우리 당의 가치와 정치에 뜻을 함께할 분들을 모시겠다. 저희(바른정당)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홍 대표의 ‘흡수론’에 대항해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한국당과 대비해 보수층과 중도층까지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는 ‘바른정당 흡수’ 같은 허튼소리부터 할 일이 아니라, 몸집만 비대할 뿐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왜소해지고 있는 자신들의 문제부터 성찰해야 한다”며 “홍 대표의 시대착오적인 극우 강경노선으로는 혁신도, 재건도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몰락만 재촉할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른정당 초대 당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거기(한국당)는 (당 생명이 끝나는) 날을 받아놓은 당이고, 우리 바른정당은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 당”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해서는 “바른정당이 내세운 올바른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원칙대로 할 것”이라며 “한국당은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됐고 그 사람들은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소용이 없다. 우리 당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원칙대로 하기 때문에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강조했다. 

불안한 자강론
도로 한국당행?

일각에선 바른정당의 자강론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앞서 대선에서 바른정당은 자강론을 내세우며 유승민 대선 후보를 지원했지만 결국 지지율의 덫에 걸리면서 10여명의 의원들이 탈당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과 마찬가지로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으로 대거 둥지를 옮길 것이란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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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