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 ‘클릭농장’ 정체

‘좋아요’ 믿을 수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SNS서 특정 게시물이 지나치게 많은 ‘좋아요’를 받고 공유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앱 다운로드 순위, 상품 관심도, 인기도 등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순위 조작이 의심되는 수준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의심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서 돈을 받고 추천을 조작하거나 구매후기를 가장한 홍보성 글을 올려주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일명 ‘클릭농장(Click Farm)’으로 불리는 클릭 조작 회사들이다. 

이들 업체는 돈을 받고 가짜 아이디(ID)를 동원해 추천수를 늘린다. 유튜브 조회수, 트위터 팔로어 등도 이들 클릭농장에 돈만 주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1000개당 8만원

이 때문에 “SNS 시대가 열림에 따라 일반 시민들이 SNS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며 직접 좋은 상품을 찾아 나서는 진정한 ‘소비자주권 시대’의 개막이 가능해졌다”던 기대가 무색해지고 있다.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던 ‘SNS의 입소문’은 신뢰성을 잃고 있다. 

온라인서 ‘페이스북 좋아요 올리기’ ‘트위터 홍보하기’ 등으로 검색하면 수십개의 광고글이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5만∼15만원을 내면 페이스북 추천수를 1000∼2000개까지 올려주거나 10만명 이상 팔로어를 보유한 트위터 아이디로 수차례에 걸쳐 홍보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100만원이면 추천수 1만개도 가능했다. 


다수의 클릭농장 업체들 모두 스스로를 ‘SNS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업체’로 소개하고 있다. 한 클릭농장 관계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100%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이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서 수천명을 고용해 가짜 추천을 무한정 만들어내는 해외 클릭 조작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수만 명의 ‘친구’나 ‘팔로어’를 보유한 아이디 5, 6개를 동원해 제품을 홍보한다. 

수백∼수만대 휴대폰으로 인기도 조작
100만원 내면 댓글 1만개…못믿을 SNS

한 개의 아이디가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가짜 후기’나 ‘홍보성 글’을 남기면 다른 아이디들이 곧바로 추천해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는 식이다. 일반 사람의 SNS 후기인 줄 믿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순수 한국인들의 좋아요 추천 1000건 보장’이라며 홍보하는 한 운영자는 “페이스북 등 SNS 대부분 본인 인증 절차가 없어 가짜 아이디를 만들어 추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10∼30대 한국인의 추천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5만명 이상 한국인 친구나 팬을 보유한 아이디를 5개 이상 갖고 있어 한 아이디로 홍보 글을 올린 뒤 다른 아이디로 추천하면 사용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들 클릭농장을 이용하는 업체는 쇼핑몰 음식점 병원 등 다양하다. 


한 클릭농장 운영자는 “대부분 소규모 사업자들이지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업체도 많다”며 “한 대형 쇼핑몰도 최근 1만명을 주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신이 소비자라면 SNS서 추천을 각각 5000개와 5만개 받은 업체가 있을 때 어느 곳을 찾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SNS에선 추천과 친구 수가 곧 광고이자 업체의 신뢰성을 뜻한다. 업체의 SNS 인기도와 후기들을 보고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제품의 과학적 효능이 뛰어나다’는 수십 개의 SNS 글을 보고 화장품을 구입한 A씨는 “막상 물건을 받아 보니 너무 형편없었다. 모두 이벤트 당첨을 목적으로 한 거짓 후기들이었던 것”이라며 “SNS의 내용들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클릭농장 업체 운영자는 “합법적인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단 복제 콘텐츠로 팔로어를 늘리고 판매하기도 한다. 음식, 유머, 스포츠 동영상, 연예인 소식 따위의 인기 콘텐츠를 중심으로 계정을 운영해 팔로어 수를 늘린 다음 통째로 판매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계정이 대부분 저작권을 위반한 사진이나 글, 동영상을 유포한다는 점이다. 

블로거 B씨는 페이스북의 한 ‘맛집’ 소개 페이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몇 달 전 찍은 음식 사진을 무단으로 가져간 페이지를 발견한 것이다. 좋아요·공유 4000여개, 댓글 2000여개가 달려 있었다. 

B씨는 “무단 도용 방지를 위해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막아놓기까지 했다. 나 말고도 피해자가 많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같은 일을 당한 김모씨는 “황당하다. 가져간다고 허락도 받지 않았다. 직접 먹어보고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고객센터는 “사기범은 스팸 유포를 목적으로 액세스 토큰을 확보하려 한다. 스팸 유포자는 주로 팔로어, 친구, 좋아요 수를 늘리게 해준다는 내용으로 유인해 액세스 토큰을 확보한다”고 경고했다.
 

한 온라인 마케팅 업체 대표는 “온라인 광고 생태계가 너무 망가졌다. 무슨 수를 써서든 좋아요 수만 올리면 된다. SNS 사용자들의 피로감이 점점 심해질 수 있다. 기업으로서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은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모바일에 익숙한 20대의 SNS 이용 빈도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SNS 광고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처럼 조회수나 좋아요를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법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홍보를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콘텐츠가 불법, 음란물 사이트거나 조작을 통해 특정 업무를 방해했다면 업무방해죄나 정보통신망 침해(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의율할 수 있다. 

무너지는 신뢰


서울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수사관은 “조회수, 좋아요 조작의 경우 프로그램을 돌려서 하는 경우가 있고, PC나 스마트폰 기기를 여러 대 돌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행위가 어떤 법리에 어긋나는지는 사안에 따라 위법성 여부를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등포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수사관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경우, 해당 게시물을 올린 사람을 특정할 수 없는 것이 관련자 처벌 시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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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