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29> 빗장 풀린 상품들

정부가 연 문틈 사이로 호재 보인다


관련법 개정·종합대책 등 통해 각종 규제 완화
실수요자 혜택 풍성…베팅처 물색 투자자들 관심

최근 부동산 시장에 규제가 풀린 부동산 상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동안 규제로 인해 투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지만 규제가 풀림으로써 투자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규제가 풀린 대표적인 부동산을 꼽아보면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 거주요건이 없어진 1주택, 층수제한이 풀린 점포 겸용 주택 등이 있다.

[노인복지주택]
거래제한 완화
일반인도 거래

노년층을 위해 만든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이 최근 재테크나 투자 대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실버주택은 노인 주거 안정화를 위해 1989년 임대 중심 운영을 전제로 도입한 주택이다. 이후 1997년부터 분양이 허용되면서 현재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5000가구가 공급됐다. 분당 헤리티지 외에도 40∼50층 고층 건물 2개로 이뤄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더 클래식 500’,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 캠퍼스 옆 ‘엘펜하임 실버타운’등이 대표적이다.

국회는 지난 3월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의 거래제한을 완화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도 실버주택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그동안 60세 이상의 노인에게만 입소자격이 주어지고 매매가 가능했지만, 2008년 8월4일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실버주택이라면 거래나 임대는 물론 거주까지 가능해졌다.

노인복지주택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3월 통과된 개정안의 주요 요지는 2008년 노인복지법 개정 이전 대상에 대해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정 이후 신규 분양이 없었던 만큼 사실상 모든 노인복지주택에 대해 거래를 풀어주겠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노인복지주택은 노인의 주거안정 지원과 생활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노인복지시설이다. 그래서 건축부지 취득에 세금을 감면받는 한편 일반 아파트에 비해 시설의 설치기준도 낮다.

주택구입자 입장에서는 취·등록세 50%를 감면받고 전기세 20%를 할인받는다. 주택을 짓는 건설주체는 주차장이나 유치원, 놀이터 등 부대시설의 의무규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린벨트 등 녹지시설이나 공공택지를 싼 값으로 매입해 건축을 할 수 있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소위 알짜 부지에 시공을 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노인복지주택의 한계도 있다. 우선 전용율이 낮다. 일반 아파트에 비해 공동시설물이 많아 전용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통상 50%대다. 의료시설이나 조리시설, 커뮤니티시설 등 공용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탓이다.

다양한 편의시설은 관리비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월 관리비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평면 역시 일반 아파트와 차이가 있다. 주방이 비교적 좁다. 가정주부가 사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태반이다. 음식 조리시설이나 공간에 힘을 뺀 이유는 수요자 대부분 부유한 노년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곳이 혜택을 받을까. 보건복지부의 2011 노인복지시설현황에 따르면 2010년 12월31일까지 신고된 노인복지주택은 4647가구다. 분양 성공의 대표 사례인 송도병원의 시니어스타워를 비롯해 지난해 시설을 완료한 벽산블루밍 더클래식까지 22곳이다.

하지만 우림건설이 지은 카이저팰리스나 삼성생명 노블카운티, 신성건설의 아너스밸리, 건국대의 더 클래식 500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신고 되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5000가구를 넘어선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시장은 개정법 통과로 일단 호재다. 일반 공동주택에 비해 거래가 없고 미분양이 적체돼 있는 노인복지주택이지만 3월 중순 이후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올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부가 거래되고 3000만∼5000만원까지 시세가 올랐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인복지주택 거래에 신중을 기하라고 조언한다. 노인 밀집지역이라는 특수성과 높은 가격이 주택 수요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전히 많은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는 것이 신중론의 배경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신고 된 노인복지시설 22곳 중 벽산블루밍 더클래식은 220가구 모집에 48가구만 입주해 있는 등 입주자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곳이 7곳이나 됐다. 기존 아파트에 비해 전용율이 낮고 가격이 높아 주거시설로서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노인복지주택은 주택연금 가입도 가능하다. 지난해 7월부터 노인복지주택도 주택연금 대상에 포함되었다. 주택연금이란 주택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받거나 혹은 목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한다. 금리는 노인복지주택 가격 상승률과 기대수명에 근거해 3.55%(변동금리)로 적용되고 있다.

지급방식은 매달 똑같은 금액을 받는 고정형과 처음엔 적게 받다가 나중에 많이 받는 증가형, 처음에 많이 받다가 점차 적게 받는 감소형 등이 있다. 단,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은 해당사항이 없다. 분양형만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3년차 아파트]
거주요건 삭제
매물 늘어날듯

2008년 서울 강북지역에서 후분양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 시기에 전세를 놓은 박경한씨는 5억원에 분양 받은 아파트가 7억원까지 오르면서 최근 매도를 결심했다. 그동안 이 아파트에 거주를 하지 못해 양도세 부담이 컸지만, 최근 정부가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2년 거주요건’ 없이도 2억원의 시세 차익을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 아파트를 팔아 강남지역 진입을 노려볼 생각이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5·1 대책’을 통해 서울·과천 및 5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의 양도세 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 침체로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매도·매수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 않지만, 양도세 비과세에 거주요건이 없어진 만큼 이를 계기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거나, 전세를 끼고 내 집 마련을 해보려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게 생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3·22 대책’을 통해 올해 말까지 주택 취득세 50%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경우 올해 안에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다. 주거 환경이 좋은 곳의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를 낀 투자가 일부 살아나고, 거주가 불편해 투자가 어려웠던 재건축·재개발 주택 등의 거래에도 이번 대책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물 대거 쏟아질 가능성 높아
질 좋고 저렴한 물건 건질 기회


전세가율 높은 지역에서 내집 마련을 시도해 볼 만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3년 안에 ‘내집’에 입주하는 것을 꿈꾸는 수요자들이라면 지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 1년여간 서울 및 수도권의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세난이 발생하면서 주요 지역 아파트들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집값이 높은 서울지역 전세가율은 2∼3년 전만 해도 40%대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50%를 넘긴 곳도 적지 않다.

올 하반기에는 강남 대치 청실아파트, 송파구 가락 시영아파트 등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들의 이주가 예정돼 있는 데다, 이번에 양도세 규제가 풀린 서울·과천 및 1기 신도시에서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세가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역세권과 중소형 신규 아파트 급매물을 중심으로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투자를 해놓는다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입주 3년차 새 아파트 매물도 눈여겨봐야 한다. 매물이 많이 나오는 곳에 급매물도 나오고,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다. 전문가들은 내집 마련 수요자들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되는 입주 3년차 새 아파트를 노려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입주 3년차는 ‘3년 보유요건’을 충족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장에 해당단지 매물이 많이 나온다.

더구나 이번에 ‘거주요건’이 완전히 없어지면서 3년 전 서울의 새 아파트에 투자해놨던 사람들의 물건이 대거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집값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상태에서 매물이 늘어나면 질 좋고 저렴한 매물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여기에 입주 3년차 아파트는 사실상 ‘새 아파트’라는 점에서 장기 실거주 가치도 뛰어나다.

재건축·리모델링 호재들을 꼼꼼히 살펴 투자해 볼 만하다. 재건축·재개발 주택이나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를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도 이번 양도세 규제완화 대책은 호재임이 분명하다. 수십년씩 노후된 이들 주택은 거주가 불편하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거주 요건’이 없어졌다는 점이 투자를 훨씬 유연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서울지역 주요 재개발·재건축 주택의 경우 가격이 꼭짓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큰 데다, 최근에 재개발 사업 구조조정 등 정책 변수가 많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

리모델링 호재가 있는 1기 신도시 분당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이번 대책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도 관심이다. 분당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은 16개 단지, 1만7205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리모델링 역시 최근 임대주택 의무비율, 초과이익 환수, 기부채납 등의 규제가 도입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정책 변수를 꼼꼼히 점검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점포 겸용 주택]
층수제한 폐지
수익률↑ 전망

‘5·1 대책’ 발표로 층수제한이 풀린 점포 겸용 주택도 인기다. 임대수익은 물론 시세차익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요즘 신도시 등 대형택지지구에 있는 점포 겸용·블록형 단독주택의 가격이 뛰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귀한 몸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5·1 대책’을 통해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의 층수제한을 완화하고 가구수 규제를 폐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블록형 단독주택은 한 필지당 1가구, 점포 겸용 단독주택은 필지당 3∼5가구로 가구수가 정해져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 시장전문가는 “바뀌는 규정을 적용해 점포 겸용 단독주택을 새로 지을 경우 임대수익률이 20%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삼성반도체 등 소형주택 세입자가 많은 대형 공장이나 대학가 인근의 택지지구가 우선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용인서천지구나 동탄신도시 내 단독택지도 유망하다. LH는 연말까지 10개 택지지구에서 811필지의 점포 겸용·블록형 단독주택용지를 새로 분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인천 청라지구 등에 있는 미분양 단독주택용지는 최대 20%까지 가격을 내려 분양하고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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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