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28> 5·1 부동산대책 총정리

MB 회심의 카드…‘약발’먹힐까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또 나왔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5·1 부동산대책은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다. 이들 정책은 모두 ‘전월세 가격 안정’ ‘주택거래 활성화’ 등을 내세웠지만 본질적으론 부동산 경기부양과 건설사 살리기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택공급·거래 개선…결국 건설사 살리기
올 들어 벌써 네 번째 정책 “아니면 말고식?”


전세대란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정부가 내놓은 1·13 대책의 명칭은 ‘전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이었다. 그러나 내용의 핵심은 전세자금 대출 조건에서 ‘6개월 이상 무주택’ 조항을 폐지하고 대출 자금도 최대 6조8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등 빚을 더 내서 오른 전세값을 내라는 것이었다. 건설업계에 대해서도 소형주택 건축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주택기금을 연 2%의 금리로 지원키로 했으며 대출금액도 늘렸다.

‘1·13…2·11…
3·22…5·1…’

1·13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한달 만에 내놓은 2·11 대책은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이었지만 핵심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책이었다. 2·11 대책에서 정부는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을 완화해 양도세 중과배제 대상을 확대했다. 기존 5가구 이상 10년을 임대해야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던 임대사업자 규정을 3가구, 5년 이상 임대로 바꿔 IMF 직후의 임대사업자 규정으로 회귀했다. 또 임대사업자가 건설사가 2년 이상 임대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취득하거나 준공 후 미분양을 취득해 5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 취등록세와 양도세를 50%씩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의무임대기간은 기존 10년/7년에서 5년으로 낮췄다. 전세자금 지원한도는 8000만원까지 확대했으며 저소득 전세자금 지원 대상 주택을 1억원까지 확대했다. 건설사를 위해서는 5년 분양전환아파트 건설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라며 금리 3∼4%를 절반인 2%로 낮춰 건설비 지원을 늘렸다.

2·11 대책에 이어 한달여 만에 내놓은 3·22 대책에서는 폐지됐던 DTI 규제를 원상회복시킨다면서 고정금리/비거치식/분활상환대출의 DTI 비율을 최대 15%포인트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다. 1억원까지 소액대출에 대한 DTI 심사 면제는 계속 유지하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시한은 올해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특히 취득세율을 절반으로 줄여 9억원 이하 1주택자는 2%에서 1%로, 9억원 초과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4%에서 2%로 내리기로 했다. 관련 법안은 4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일 최근의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 PF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부실 PF 처리 등을 통해 건설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고, 주택공급여건을 개선해 주택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건설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원활하게 하고, 주택거래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며, 각종 건설규제 완화를 통해 종합적인 건설경기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PF 정상화 뱅크’등을 통한 금융지원 ▲토지이용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리츠·펀드 세제지원 등을 통한 주택거래 활성화 ▲SOC 민자사업 활성화 등이 추진방향으로 확정됐다. 세부 사항은 다음과 같다.

PF 금융지원
▲6월 중견건설사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실시= 건설사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회생가능성이 있는 건설사는 워크아웃으로 정상화를 지원한다. 지난 4월29일 국회를 통과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활용해 신속한 워크아웃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진행 가능한 PF사업장에 대한 정상화 도모= 자체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은 금융권의 적극적인 만기연장 등 자금 공급을 통해 정상화를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추진이 가능한 사업장은 ‘PF 정상화 Bank’(민간 배드뱅크)를 활용해 보증채무 재조정 등 구조조정을 우선 추진한다. 아울러 자산관리공사의 구조조정기금(4조5000억원)을 활용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사업성이 없는 부실 사업장은 채권단 자율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P-CBO 통한 건설사 유동성 지원= 일시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기 마련된 건설사 유동성 지원 P-CBO(프라이머리-부채담보부증권)를 통해 지원한다. P-CBO는 올해 말까지 1조1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며 건설업 외 비건설업을 50% 편입해서 업종 편중에 따른 위험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주택보증의 PF 대출 보증 확대= 사업추진이 가능한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 지원을 위해 대한주택보증의 PF 대출 보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2010년 5000억원 수준에서 2011년에는 1조5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택건설사업자가 주주로 참여한 PFV도 공공택지 전매 허용= 건설사와 금융회사 등이 주택건설 등을 목적으로 공동출자해 설립하는 법인인 PFV의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사업자가 주주로 참여하는 PFV에 대해서도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PF 사업장 인수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토지매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뤄진 부실 PF 사업장을 공공에서 인수해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주택공급 확대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에 대한 층수제한 완화=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에 대한 층수제한을 신규지구는 블록형 2층→3층, 점포겸용 3층→4층으로 완화하고, 가구수 규제도 폐지했다. 아울러 이미 준공된 신도시 등의 지구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역실정에 맞게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서 증축(3층→4층)을 허용하도록 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취락에 대한 층수규제 완화= 중규모(100호 이상 300호 미만) 취락의 경우, 지역 여건을 감안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용도지역과 층수제한을 완화해서 공동주택(아파트) 건설을 허용하도록 도시관리계획 수립지침을 개정키로 했다. 1종 전용주거 또는 1종 일반주거만 허용됐던 것을 2종 전용주거도 허용하고, 현행 최고 4층이던 층수규제도 최고 5층으로 완화한다.

▲2종 일반주거지역 층수제한 폐지= 평균 18층인 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제한을 전면 폐지한다. 다만, 경관관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층수제한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두도록 했다.

위기 건설사 살리면
서민 부담 줄어드나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에 침실구획 설치 허용= 도시 2∼3인 가구 수요에 부응해 30㎡ 이상의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에 침실을 구획해서 설치할 수 있도록 주택법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

▲부분임대형 아파트의 주차장 설치기준 완화= 소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부분임대형 아파트에 대해서는 임대면적이 일정규모 이하일 경우 주차장 등의 설치기준을 완화하도록 주택건설기준을 개정키로 했다.

▲기 승인 대형주택사업의 중소형 변경 시 세대수 증가 허용= 이미 승인을 받은 주택건설사업의 대형 평형 주택을 중소형으로 변경할 경우 세대수 증가를 허용하도록 했다. 현재는 세대수 증가 시 계획인구가 늘어나 도시기본계획상 목표인구를 초과하게 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변경이 불가했다.

부실 PF 처리로 건설경기 연착륙 유도
건설사 금융지원…주택거래 세금 완화


▲신규 택지개발지구 내 공동주택건설용지 배분비율 상향조정= 중소형 주택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 신규 택지개발지구 내 공동주택용지 중 85㎡ 이하의 주택건설용지 배분비율을 60%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 수도권과 광역시의 경우 60∼85㎡ 배분비율을 3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대신 85㎡ 초과 배분비율은 30% 미만으로 줄이고, 기타지역의 경우에도 40% 이상이던 60∼85㎡ 배분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85㎡ 초과 배분비율을 30% 미만으로 줄였다.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대상 완화= 도시 소규모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대상을 20세대 이상에서 30세대 이상(아파트 제외)으로 완화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원활화= 사업추진이 어려운 재정비사업은 주민의견을 수렴해서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진행 중인 뉴타운지구는 기반시설설치비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또 단독주택 밀집 정비예정구역 중 장기간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다가구 등 개별적 재건축을 허용했다.


주택거래 활성화
▲수도권 미분양주택 투자, 지방과 동일한 세제혜택= 미분양주택에 투자하는 리츠·펀드·신탁회사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법인세 추가과세 배제요건을 완화하고 적용기한도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는 지방 미분양주택을 50% 이상 포함한 투자에만 세제혜택을 주지만 수도권 미분양주택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구분 없이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4월 말로 종료된 이 혜택을 내년 연말까지 연장했다.

▲리츠·펀드 등 법인 임대사업 허용= 현재 법인은 3순위까지 미달된 미분양주택만 매입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리츠·펀드 등의 법인도 5년 이상 임대하는 조건을 전제로 신규 민영주택을 분양받아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부동산투자회사의 대형주택 임대소득 소득공제= 자기관리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내년 말까지 149㎡(45평형) 이하의 주택을 신축 또는 매입해서 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소득에 대해 5년간 50% 소득공제한다. 현재는 2009년 말 이전에 신축 또는 매입한 국민주택규모(85㎡) 이하의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5년간 50% 소득공제하고 있다.

▲서울·과천·5대 신도시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폐지= 서울과 과천,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의 5대 신도시에 대해서는 1세대 1주택(9억원 이하)이면서 3년 보유의 요건을 갖추더라도 2년간 실제 거주해야만 한다는 ‘거주요건’까지 충족해야만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거주요건’이 사라진다.


민자사업 활성화
▲신용보증기금 보증여력 확대= 최소수입보장(MRG) 없는 민자사업을 확대하고, 민자사업에 보증을 제공하는 산업기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여력을 확대해 금융약정 체결에 어려움을 겪는 민자사업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BTL 선택 가능= 2008년 이후 투자가 없는 국립대기숙사 등의 공공시설을 조기에 확충하기 위해 민간사업자가 선(先) 투자 후 매년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BTL)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5·1 대책에서 주목할 내용은 서울과 과천, 5대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 적용되던 1가구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거주요건이 다음 달부터 폐지되지만 기존 매도자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이들 지역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들은 6월 중 관련 시행령 개정 후에 잔금을 청산해야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1 대책의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폐지에 따른 세제 혜택은 양도일이 소득세법시행령 개정안 공포 이후여야 적용된다.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취득세 50% 인하 법안은 정책 발표일인 3월22일 이후 취득분에도 소급 적용된다.

서울·과천·분당·일산
평촌·산본·중동 혜택

하지만 거주요건 폐지에 따른 양도세 비과세는 개정안 공포 이전에 잔금을 납부한 주택거래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과 과천, 5대 신도시의 9억원 이하 아파트는 132만가구로 이 중 보유 3년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입주 3년차 새 아파트만도 7만여가구에 이른다. 이들 지역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3년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는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돼 절세액이 상당할 전망이다. 9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9억원에 상당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표준이 조정되기 때문에 적잖은 세감감면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6월 초 이후로 양도일을 잡아야 매도자는 양도세 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도일은 주택 잔금 청산일이 기준이다. 단 당사자 간 약정에 따라 등기가 먼저 이뤄진 경우는 예외적으로 등기일을 기준으로 한다. 계약을 이미 체결한 경우에도 잔금 납부일과 등기일이 개정 시행령 공포 이후라면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잔금납부 시기만 시행일 이후로 조정하면 된다는 의미다.

양도세와 관련이 없는 매수자 입장에서도 6월 이후에 잔금을 납부하고 등기를 마치는 편이 낫다. 재산세의 과세 기준일이 6월1일이기 때문이다. 재산세는 과세 기준일 현재 소유자에게 1년치 세금을 전액 부과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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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