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28> 5·1 부동산대책 총정리

MB 회심의 카드…‘약발’먹힐까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또 나왔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5·1 부동산대책은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다. 이들 정책은 모두 ‘전월세 가격 안정’ ‘주택거래 활성화’ 등을 내세웠지만 본질적으론 부동산 경기부양과 건설사 살리기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택공급·거래 개선…결국 건설사 살리기
올 들어 벌써 네 번째 정책 “아니면 말고식?”


전세대란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정부가 내놓은 1·13 대책의 명칭은 ‘전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이었다. 그러나 내용의 핵심은 전세자금 대출 조건에서 ‘6개월 이상 무주택’ 조항을 폐지하고 대출 자금도 최대 6조8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등 빚을 더 내서 오른 전세값을 내라는 것이었다. 건설업계에 대해서도 소형주택 건축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주택기금을 연 2%의 금리로 지원키로 했으며 대출금액도 늘렸다.

‘1·13…2·11…
3·22…5·1…’

1·13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한달 만에 내놓은 2·11 대책은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이었지만 핵심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책이었다. 2·11 대책에서 정부는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을 완화해 양도세 중과배제 대상을 확대했다. 기존 5가구 이상 10년을 임대해야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던 임대사업자 규정을 3가구, 5년 이상 임대로 바꿔 IMF 직후의 임대사업자 규정으로 회귀했다. 또 임대사업자가 건설사가 2년 이상 임대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취득하거나 준공 후 미분양을 취득해 5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 취등록세와 양도세를 50%씩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의무임대기간은 기존 10년/7년에서 5년으로 낮췄다. 전세자금 지원한도는 8000만원까지 확대했으며 저소득 전세자금 지원 대상 주택을 1억원까지 확대했다. 건설사를 위해서는 5년 분양전환아파트 건설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라며 금리 3∼4%를 절반인 2%로 낮춰 건설비 지원을 늘렸다.

2·11 대책에 이어 한달여 만에 내놓은 3·22 대책에서는 폐지됐던 DTI 규제를 원상회복시킨다면서 고정금리/비거치식/분활상환대출의 DTI 비율을 최대 15%포인트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다. 1억원까지 소액대출에 대한 DTI 심사 면제는 계속 유지하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시한은 올해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특히 취득세율을 절반으로 줄여 9억원 이하 1주택자는 2%에서 1%로, 9억원 초과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4%에서 2%로 내리기로 했다. 관련 법안은 4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일 최근의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 PF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부실 PF 처리 등을 통해 건설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고, 주택공급여건을 개선해 주택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건설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원활하게 하고, 주택거래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며, 각종 건설규제 완화를 통해 종합적인 건설경기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PF 정상화 뱅크’등을 통한 금융지원 ▲토지이용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리츠·펀드 세제지원 등을 통한 주택거래 활성화 ▲SOC 민자사업 활성화 등이 추진방향으로 확정됐다. 세부 사항은 다음과 같다.

PF 금융지원
▲6월 중견건설사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실시= 건설사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회생가능성이 있는 건설사는 워크아웃으로 정상화를 지원한다. 지난 4월29일 국회를 통과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활용해 신속한 워크아웃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진행 가능한 PF사업장에 대한 정상화 도모= 자체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은 금융권의 적극적인 만기연장 등 자금 공급을 통해 정상화를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추진이 가능한 사업장은 ‘PF 정상화 Bank’(민간 배드뱅크)를 활용해 보증채무 재조정 등 구조조정을 우선 추진한다. 아울러 자산관리공사의 구조조정기금(4조5000억원)을 활용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사업성이 없는 부실 사업장은 채권단 자율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P-CBO 통한 건설사 유동성 지원= 일시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기 마련된 건설사 유동성 지원 P-CBO(프라이머리-부채담보부증권)를 통해 지원한다. P-CBO는 올해 말까지 1조1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며 건설업 외 비건설업을 50% 편입해서 업종 편중에 따른 위험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주택보증의 PF 대출 보증 확대= 사업추진이 가능한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 지원을 위해 대한주택보증의 PF 대출 보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2010년 5000억원 수준에서 2011년에는 1조5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택건설사업자가 주주로 참여한 PFV도 공공택지 전매 허용= 건설사와 금융회사 등이 주택건설 등을 목적으로 공동출자해 설립하는 법인인 PFV의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사업자가 주주로 참여하는 PFV에 대해서도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PF 사업장 인수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토지매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뤄진 부실 PF 사업장을 공공에서 인수해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주택공급 확대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에 대한 층수제한 완화=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에 대한 층수제한을 신규지구는 블록형 2층→3층, 점포겸용 3층→4층으로 완화하고, 가구수 규제도 폐지했다. 아울러 이미 준공된 신도시 등의 지구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역실정에 맞게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서 증축(3층→4층)을 허용하도록 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취락에 대한 층수규제 완화= 중규모(100호 이상 300호 미만) 취락의 경우, 지역 여건을 감안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용도지역과 층수제한을 완화해서 공동주택(아파트) 건설을 허용하도록 도시관리계획 수립지침을 개정키로 했다. 1종 전용주거 또는 1종 일반주거만 허용됐던 것을 2종 전용주거도 허용하고, 현행 최고 4층이던 층수규제도 최고 5층으로 완화한다.

▲2종 일반주거지역 층수제한 폐지= 평균 18층인 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제한을 전면 폐지한다. 다만, 경관관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층수제한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두도록 했다.

위기 건설사 살리면
서민 부담 줄어드나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에 침실구획 설치 허용= 도시 2∼3인 가구 수요에 부응해 30㎡ 이상의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에 침실을 구획해서 설치할 수 있도록 주택법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

▲부분임대형 아파트의 주차장 설치기준 완화= 소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부분임대형 아파트에 대해서는 임대면적이 일정규모 이하일 경우 주차장 등의 설치기준을 완화하도록 주택건설기준을 개정키로 했다.

▲기 승인 대형주택사업의 중소형 변경 시 세대수 증가 허용= 이미 승인을 받은 주택건설사업의 대형 평형 주택을 중소형으로 변경할 경우 세대수 증가를 허용하도록 했다. 현재는 세대수 증가 시 계획인구가 늘어나 도시기본계획상 목표인구를 초과하게 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변경이 불가했다.

부실 PF 처리로 건설경기 연착륙 유도
건설사 금융지원…주택거래 세금 완화


▲신규 택지개발지구 내 공동주택건설용지 배분비율 상향조정= 중소형 주택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 신규 택지개발지구 내 공동주택용지 중 85㎡ 이하의 주택건설용지 배분비율을 60%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 수도권과 광역시의 경우 60∼85㎡ 배분비율을 3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대신 85㎡ 초과 배분비율은 30% 미만으로 줄이고, 기타지역의 경우에도 40% 이상이던 60∼85㎡ 배분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85㎡ 초과 배분비율을 30% 미만으로 줄였다.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대상 완화= 도시 소규모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대상을 20세대 이상에서 30세대 이상(아파트 제외)으로 완화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원활화= 사업추진이 어려운 재정비사업은 주민의견을 수렴해서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진행 중인 뉴타운지구는 기반시설설치비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또 단독주택 밀집 정비예정구역 중 장기간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다가구 등 개별적 재건축을 허용했다.


주택거래 활성화
▲수도권 미분양주택 투자, 지방과 동일한 세제혜택= 미분양주택에 투자하는 리츠·펀드·신탁회사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법인세 추가과세 배제요건을 완화하고 적용기한도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는 지방 미분양주택을 50% 이상 포함한 투자에만 세제혜택을 주지만 수도권 미분양주택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구분 없이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4월 말로 종료된 이 혜택을 내년 연말까지 연장했다.

▲리츠·펀드 등 법인 임대사업 허용= 현재 법인은 3순위까지 미달된 미분양주택만 매입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리츠·펀드 등의 법인도 5년 이상 임대하는 조건을 전제로 신규 민영주택을 분양받아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부동산투자회사의 대형주택 임대소득 소득공제= 자기관리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내년 말까지 149㎡(45평형) 이하의 주택을 신축 또는 매입해서 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소득에 대해 5년간 50% 소득공제한다. 현재는 2009년 말 이전에 신축 또는 매입한 국민주택규모(85㎡) 이하의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5년간 50% 소득공제하고 있다.

▲서울·과천·5대 신도시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폐지= 서울과 과천,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의 5대 신도시에 대해서는 1세대 1주택(9억원 이하)이면서 3년 보유의 요건을 갖추더라도 2년간 실제 거주해야만 한다는 ‘거주요건’까지 충족해야만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거주요건’이 사라진다.


민자사업 활성화
▲신용보증기금 보증여력 확대= 최소수입보장(MRG) 없는 민자사업을 확대하고, 민자사업에 보증을 제공하는 산업기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여력을 확대해 금융약정 체결에 어려움을 겪는 민자사업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BTL 선택 가능= 2008년 이후 투자가 없는 국립대기숙사 등의 공공시설을 조기에 확충하기 위해 민간사업자가 선(先) 투자 후 매년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BTL)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5·1 대책에서 주목할 내용은 서울과 과천, 5대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 적용되던 1가구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거주요건이 다음 달부터 폐지되지만 기존 매도자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이들 지역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들은 6월 중 관련 시행령 개정 후에 잔금을 청산해야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1 대책의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폐지에 따른 세제 혜택은 양도일이 소득세법시행령 개정안 공포 이후여야 적용된다.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취득세 50% 인하 법안은 정책 발표일인 3월22일 이후 취득분에도 소급 적용된다.

서울·과천·분당·일산
평촌·산본·중동 혜택

하지만 거주요건 폐지에 따른 양도세 비과세는 개정안 공포 이전에 잔금을 납부한 주택거래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과 과천, 5대 신도시의 9억원 이하 아파트는 132만가구로 이 중 보유 3년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입주 3년차 새 아파트만도 7만여가구에 이른다. 이들 지역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3년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는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돼 절세액이 상당할 전망이다. 9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9억원에 상당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표준이 조정되기 때문에 적잖은 세감감면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6월 초 이후로 양도일을 잡아야 매도자는 양도세 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도일은 주택 잔금 청산일이 기준이다. 단 당사자 간 약정에 따라 등기가 먼저 이뤄진 경우는 예외적으로 등기일을 기준으로 한다. 계약을 이미 체결한 경우에도 잔금 납부일과 등기일이 개정 시행령 공포 이후라면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잔금납부 시기만 시행일 이후로 조정하면 된다는 의미다.

양도세와 관련이 없는 매수자 입장에서도 6월 이후에 잔금을 납부하고 등기를 마치는 편이 낫다. 재산세의 과세 기준일이 6월1일이기 때문이다. 재산세는 과세 기준일 현재 소유자에게 1년치 세금을 전액 부과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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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