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토지가 관광단지 개발구역에 포함됐다.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가 오르는 것은 보통의 상식. 하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진도군서 벌어졌다. 개발구역에 속한 토지가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개발 부지를 헐값에 넘겼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전라남도 진도의 대명리조트가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갔다. 진도군은 “의신면 송군 일원에 3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리조트 업계 국내 1위 기업인 대명리조트가 건설 중인 진도 대명리조트가 오는 2022년까지 1007실 규모로 완공된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체
밀어주기 일환?
오는 2019년 하반기에 1단계 사업으로 540객실을 준공한 뒤 2020년 275객실(2단계), 2021년 83객실(3단계), 2022년 109객실(4단계)을 마지막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총 3508억원이 투입된다. 비치 콘도, 타워 콘도, 비치 호텔, 오션 빌리지, 마리나시설 등이 들어선다.
진도군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대명리조트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투자 선도지구로 선정된 의신면 초사권 일원에 국비 92억원을 투입, 관광기반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진도군이 대명리조트가 개발부지를 헐값 매입하게 중재에 나서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근거는 다양했다.
앞서 진도군과 대명산업은 지난 2013년 4월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초 대명그룹은 진도군 의신면 초사리 일원 51만5000㎡에 1500억원을 투입, 570실 규모의 해양 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MOU 체결 당시 75%가량 토지매입을 완료했다. 그러나 원활한 사업의 진행을 위해서는 나머지 25%의 부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
문제는 해당 부지를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 해당 부지는 초사리 631번지다. 이 부지가 관광단지 개발구역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고, 해변을 바라보는 모래사장까지 포함하고 있어 대명리조트가 필수적으로 매입해야 할 부지로 평가된다.
관광단지개발구역 포함 초사리 토지
올라도 모자랄 판에 6분의 1로 폭락
그런데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간 MOU 체결 이후 개별공시지가가 급락했다. 이곳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5000원서 4300원 사이에서 개별공시지가가 형성됐다. 관광단지 개발건이 발표되기 전인 2013년 1월1일 기준 개별공시지가는 4710원이었다.
하지만 MOU 체결 뒤인 이듬해 개별공시지가는 788원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통상 관광단지 개발 조성은 호재성 이슈로 분류돼 토지가격이 급등하는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일각에선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땅의 공시지가를 폭락시켜 대명리조트에 넘기려는 진도군 측의 속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631번지 소유주인 A씨는 “초사리 631번지는 모래사장을 끼고 있어 대명리조트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핵심부지”라며 “관광단지 조성이라는 호재를 맞은 땅이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 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대명리조트를 위해 진도군이 나서서 토지 소유주를 압박하고 있다”며 “사실상 군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진도군이 사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토지 전문가
이 군수 설계?
진도군도 개별공시지가 산정에 대해 이례적이라며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진도군조차도 이와 관련 “해당 부지의 지목은 답(논)인데 실질적으로 임야처럼 사용됨에 따라 개별공시지가를 재산정하는 과정서 지가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반적으로 관광단지 개발에 대한 호재가 있는 부지의 개별공시지가가 떨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시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서 실사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보지도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6분의 1로 떨어뜨린 셈.
진도군은 2014년 631번지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서 해당 부지를 실사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진도군 관계자는 “실사를 하지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주변이 모두 임야로 변해있어 (실사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A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A씨는 “토지 가격을 정하는 데 사진을 남기는 등의 자료를 만드는 것이 개별공시지가 평가에 있어서 기본인데 그조차 하지 않았다”며 “공무원 개인이 일을 벌이기는 불가능하고 윗선 개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하는 과정서 답인 지목의 실사용을 임야로 재설정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이 과정서 실사조차 하지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도군의 석연치 않은 행보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진도군은 대명산업과의 MOU 체결전 관광개발 예정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들에게 토지 매각 동의서를 받았다. 관광단지 개발 사업자에게 일정가격 이상 받지 않겠다는 취지의 동의서였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동의서 설득이 쉬운 진도민 토지 소유주들의 토지 매매가를 외지인보다 낮게 산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단지 내 초사리 주민이 소유하고 있던 산274, 산286-1, 산306-1은 대략 평당 3만원 수준에서 매매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 인천 등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던 산275-1, 산275-3, 산290, 산306, 산294-1 등의 부지는 4~7만원대에 형성됐다.
수상한 특혜 매매 의혹
다양한 방법 동원 포착
진도군은 이에 대해 “진도민과 외지인의 매매가격 차이는 없었다”며 “토지의 형질에 따라 가격이 차이 나는 부분을 두고 의혹을 제기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의서 자체가 진도군의 특혜라는 해석이 나왔다. 진도군이 해당 부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을 대비해 리조트단지 조성 사업자에게 해당부지를 일정 가격에 매각하는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확보한 부지는 전체 개발 부지 가운데 75% 수준. 진도군이 토지 소유주를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2012년은 이미 대명리조트와의 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 과정서 대명리조트에 대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군청 공무원들은 당시 진도군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기업을 유치시켜 관광단지 조성할 테니 토지 상한가를 확정한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토지 소유주들에게 종용했다는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관광단지 조성 개발 이슈가 부각되면 토지가격이 급상승하는데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의 존재를 숨긴 채 미리 동의서를 받아둬 대명리조트가 부지를 헐값에 매입하는 모양새가 됐다.
땅도 보지 않고
공시지가로 평가
A씨는 “당시 공무원들이 동의서를 받는 과정서 대명리조트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보인다”며 “대명리조트가 관광단지 개발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땅값이 오를 텐데 이를 숨기고 진도군이 동의서를 받아 대명리조트가 토지를 헐값에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측은 부지 헐값인수 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동의서를 받았을 당시 해당부지는 맹지였다”며 “동의서 조건은 평당 매각가가 3만원부터 시작해 헐값 매도에 일조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대명리조트 측도 “초사리 지역 개별공시지가는 1제곱미터 당 약 1500원선에 형성돼있는 상황에서 개별공시지가의 20배 이상의 금액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며 “헐값에 (초사리 개발부지를) 사들인다는 의혹은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한 악의적인 루머”라고 반박했다.
공교롭게도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개발부지를 헐값에 넘기려한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논란이 됐던 부지는 조도면 관매초등학교 부지다. 관매도리 458번지에 위치한 관매초등학교는 관매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1943년 개교 뒤 70년간 운영되다 2012년 폐교됐다.
관매초등학교는 지역주민이 땅을 기증하고 울력을 해서 세워졌다. 폐교가 됐으니 부지를 가지고 있던 교육청은 해당부지를 지역주민에 돌려주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지역발전에 사용한다는 명분으로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어 진도군에 매각했다.
그러나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땅을 넘기려 하면서 잡음이 불거졌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사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왔는데, 이 같은 지역주민의 반발은 당연했다. 민박사업을 주로 하는 지역주민에게 리조트 사업 관련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섬 발전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결국 진도군은 대명리조트에 특혜를 몰아주려다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부지 매각이 무산되는 모양새가 됐다.
연속해서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게 특혜를 몰아준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부동산 개발분야에 정통한 이 군수가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지역주민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이 군수는 지난해에 비해 재산변동이 가장 많은 기초단체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전년에 비해 재산이 10억2625만원 증가한 것이다. 토지 관련 지가 상승이 그를 웃게 했다. 이 군수 본인과 배우자 명의 토지 등의 공시지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으며 경기도 오산의 토지 매각으로 신규 예금도 늘었다.
이 군수는 1972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한국토지공사 창립사원으로 입사한 후 26년간 재직하며 상임이사, 산업단지 본부장, 해외사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한국토지신탁 사장을,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전남개발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진도군수 직에 오른 것은 2010년부터다.
부지 정리에
윗선 개입했나
전남 개발 관련 관계자는 “최근 진도에 섬 개발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설익은 계획으로 애꿎은 도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개발에 전라도가 멍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