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진도 땅값 미스터리

원주민은 법대로 헐값에 외지인은 맘대로 고가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토지가 관광단지 개발구역에 포함됐다.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가 오르는 것은 보통의 상식. 하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진도군서 벌어졌다. 개발구역에 속한 토지가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개발 부지를 헐값에 넘겼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전라남도 진도의 대명리조트가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갔다. 진도군은 “의신면 송군 일원에 3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리조트 업계 국내 1위 기업인 대명리조트가 건설 중인 진도 대명리조트가 오는 2022년까지 1007실 규모로 완공된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체
밀어주기 일환?

오는 2019년 하반기에 1단계 사업으로 540객실을 준공한 뒤 2020년 275객실(2단계), 2021년 83객실(3단계), 2022년 109객실(4단계)을 마지막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총 3508억원이 투입된다. 비치 콘도, 타워 콘도, 비치 호텔, 오션 빌리지, 마리나시설 등이 들어선다.

진도군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대명리조트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투자 선도지구로 선정된 의신면 초사권 일원에 국비 92억원을 투입, 관광기반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진도군이 대명리조트가 개발부지를 헐값 매입하게 중재에 나서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근거는 다양했다. 


앞서 진도군과 대명산업은 지난 2013년 4월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초 대명그룹은 진도군 의신면 초사리 일원 51만5000㎡에 1500억원을 투입, 570실 규모의 해양 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MOU 체결 당시 75%가량 토지매입을 완료했다. 그러나 원활한 사업의 진행을 위해서는 나머지 25%의 부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

문제는 해당 부지를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 해당 부지는 초사리 631번지다. 이 부지가 관광단지 개발구역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고, 해변을 바라보는 모래사장까지 포함하고 있어 대명리조트가 필수적으로 매입해야 할 부지로 평가된다.

관광단지개발구역 포함 초사리 토지
올라도 모자랄 판에 6분의 1로 폭락

그런데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간 MOU 체결 이후 개별공시지가가 급락했다. 이곳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5000원서 4300원 사이에서 개별공시지가가 형성됐다. 관광단지 개발건이 발표되기 전인 2013년 1월1일 기준 개별공시지가는 4710원이었다.

하지만 MOU 체결 뒤인 이듬해 개별공시지가는 788원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통상 관광단지 개발 조성은 호재성 이슈로 분류돼 토지가격이 급등하는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일각에선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땅의 공시지가를 폭락시켜 대명리조트에 넘기려는 진도군 측의 속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631번지 소유주인 A씨는 “초사리 631번지는 모래사장을 끼고 있어 대명리조트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핵심부지”라며 “관광단지 조성이라는 호재를 맞은 땅이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 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대명리조트를 위해 진도군이 나서서 토지 소유주를 압박하고 있다”며 “사실상 군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진도군이 사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토지 전문가
이 군수 설계?

진도군도 개별공시지가 산정에 대해 이례적이라며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진도군조차도 이와 관련 “해당 부지의 지목은 답(논)인데 실질적으로 임야처럼 사용됨에 따라 개별공시지가를 재산정하는 과정서 지가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반적으로 관광단지 개발에 대한 호재가 있는 부지의 개별공시지가가 떨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시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서 실사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보지도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6분의 1로 떨어뜨린 셈.

진도군은 2014년 631번지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서 해당 부지를 실사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진도군 관계자는 “실사를 하지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주변이 모두 임야로 변해있어 (실사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A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A씨는 “토지 가격을 정하는 데 사진을 남기는 등의 자료를 만드는 것이 개별공시지가 평가에 있어서 기본인데 그조차 하지 않았다”며 “공무원 개인이 일을 벌이기는 불가능하고 윗선 개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하는 과정서 답인 지목의 실사용을 임야로 재설정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이 과정서 실사조차 하지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도군의 석연치 않은 행보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진도군은 대명산업과의 MOU 체결전 관광개발 예정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들에게 토지 매각 동의서를 받았다. 관광단지 개발 사업자에게 일정가격 이상 받지 않겠다는 취지의 동의서였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동의서 설득이 쉬운 진도민 토지 소유주들의 토지 매매가를 외지인보다 낮게 산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단지 내 초사리 주민이 소유하고 있던 산274, 산286-1, 산306-1은 대략 평당 3만원 수준에서 매매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 인천 등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던 산275-1, 산275-3, 산290, 산306, 산294-1 등의 부지는 4~7만원대에 형성됐다.

수상한 특혜 매매 의혹
다양한 방법 동원 포착

진도군은 이에 대해 “진도민과 외지인의 매매가격 차이는 없었다”며 “토지의 형질에 따라 가격이 차이 나는 부분을 두고 의혹을 제기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의서 자체가 진도군의 특혜라는 해석이 나왔다. 진도군이 해당 부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을 대비해 리조트단지 조성 사업자에게 해당부지를 일정 가격에 매각하는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확보한 부지는 전체 개발 부지 가운데 75% 수준. 진도군이 토지 소유주를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2012년은 이미 대명리조트와의 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 과정서 대명리조트에 대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군청 공무원들은 당시 진도군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기업을 유치시켜 관광단지 조성할 테니 토지 상한가를 확정한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토지 소유주들에게 종용했다는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관광단지 조성 개발 이슈가 부각되면 토지가격이 급상승하는데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의 존재를 숨긴 채 미리 동의서를 받아둬 대명리조트가 부지를 헐값에 매입하는 모양새가 됐다. 

땅도 보지 않고
공시지가로 평가
 

A씨는 “당시 공무원들이 동의서를 받는 과정서 대명리조트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보인다”며 “대명리조트가 관광단지 개발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땅값이 오를 텐데 이를 숨기고 진도군이 동의서를 받아 대명리조트가 토지를 헐값에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측은 부지 헐값인수 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동의서를 받았을 당시 해당부지는 맹지였다”며 “동의서 조건은 평당 매각가가 3만원부터 시작해 헐값 매도에 일조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대명리조트 측도 “초사리 지역 개별공시지가는 1제곱미터 당 약 1500원선에 형성돼있는 상황에서 개별공시지가의 20배 이상의 금액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며 “헐값에 (초사리 개발부지를) 사들인다는 의혹은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한 악의적인 루머”라고 반박했다.

공교롭게도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개발부지를 헐값에 넘기려한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논란이 됐던 부지는 조도면 관매초등학교 부지다. 관매도리 458번지에 위치한 관매초등학교는 관매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1943년 개교 뒤 70년간 운영되다 2012년 폐교됐다.

관매초등학교는 지역주민이 땅을 기증하고 울력을 해서 세워졌다. 폐교가 됐으니 부지를 가지고 있던 교육청은 해당부지를 지역주민에 돌려주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지역발전에 사용한다는 명분으로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어 진도군에 매각했다.

그러나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땅을 넘기려 하면서 잡음이 불거졌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사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왔는데, 이 같은 지역주민의 반발은 당연했다. 민박사업을 주로 하는 지역주민에게 리조트 사업 관련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섬 발전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결국 진도군은 대명리조트에 특혜를 몰아주려다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부지 매각이 무산되는 모양새가 됐다.


연속해서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게 특혜를 몰아준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부동산 개발분야에 정통한 이 군수가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지역주민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이 군수는 지난해에 비해 재산변동이 가장 많은 기초단체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전년에 비해 재산이 10억2625만원 증가한 것이다. 토지 관련 지가 상승이 그를 웃게 했다. 이 군수 본인과 배우자 명의 토지 등의 공시지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으며 경기도 오산의 토지 매각으로 신규 예금도 늘었다.

이 군수는 1972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한국토지공사 창립사원으로 입사한 후 26년간 재직하며 상임이사, 산업단지 본부장, 해외사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한국토지신탁 사장을,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전남개발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진도군수 직에 오른 것은 2010년부터다.

부지 정리에
윗선 개입했나
 

전남 개발 관련 관계자는 “최근 진도에 섬 개발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설익은 계획으로 애꿎은 도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개발에 전라도가 멍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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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