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진도 땅값 미스터리

원주민은 법대로 헐값에 외지인은 맘대로 고가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토지가 관광단지 개발구역에 포함됐다.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가 오르는 것은 보통의 상식. 하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진도군서 벌어졌다. 개발구역에 속한 토지가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개발 부지를 헐값에 넘겼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전라남도 진도의 대명리조트가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갔다. 진도군은 “의신면 송군 일원에 3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리조트 업계 국내 1위 기업인 대명리조트가 건설 중인 진도 대명리조트가 오는 2022년까지 1007실 규모로 완공된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체
밀어주기 일환?

오는 2019년 하반기에 1단계 사업으로 540객실을 준공한 뒤 2020년 275객실(2단계), 2021년 83객실(3단계), 2022년 109객실(4단계)을 마지막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총 3508억원이 투입된다. 비치 콘도, 타워 콘도, 비치 호텔, 오션 빌리지, 마리나시설 등이 들어선다.

진도군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대명리조트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투자 선도지구로 선정된 의신면 초사권 일원에 국비 92억원을 투입, 관광기반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진도군이 대명리조트가 개발부지를 헐값 매입하게 중재에 나서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근거는 다양했다. 


앞서 진도군과 대명산업은 지난 2013년 4월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초 대명그룹은 진도군 의신면 초사리 일원 51만5000㎡에 1500억원을 투입, 570실 규모의 해양 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MOU 체결 당시 75%가량 토지매입을 완료했다. 그러나 원활한 사업의 진행을 위해서는 나머지 25%의 부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

문제는 해당 부지를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 해당 부지는 초사리 631번지다. 이 부지가 관광단지 개발구역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고, 해변을 바라보는 모래사장까지 포함하고 있어 대명리조트가 필수적으로 매입해야 할 부지로 평가된다.

관광단지개발구역 포함 초사리 토지
올라도 모자랄 판에 6분의 1로 폭락

그런데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간 MOU 체결 이후 개별공시지가가 급락했다. 이곳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5000원서 4300원 사이에서 개별공시지가가 형성됐다. 관광단지 개발건이 발표되기 전인 2013년 1월1일 기준 개별공시지가는 4710원이었다.

하지만 MOU 체결 뒤인 이듬해 개별공시지가는 788원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통상 관광단지 개발 조성은 호재성 이슈로 분류돼 토지가격이 급등하는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일각에선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땅의 공시지가를 폭락시켜 대명리조트에 넘기려는 진도군 측의 속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631번지 소유주인 A씨는 “초사리 631번지는 모래사장을 끼고 있어 대명리조트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핵심부지”라며 “관광단지 조성이라는 호재를 맞은 땅이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 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대명리조트를 위해 진도군이 나서서 토지 소유주를 압박하고 있다”며 “사실상 군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진도군이 사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토지 전문가
이 군수 설계?

진도군도 개별공시지가 산정에 대해 이례적이라며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진도군조차도 이와 관련 “해당 부지의 지목은 답(논)인데 실질적으로 임야처럼 사용됨에 따라 개별공시지가를 재산정하는 과정서 지가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반적으로 관광단지 개발에 대한 호재가 있는 부지의 개별공시지가가 떨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시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서 실사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보지도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6분의 1로 떨어뜨린 셈.

진도군은 2014년 631번지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서 해당 부지를 실사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진도군 관계자는 “실사를 하지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주변이 모두 임야로 변해있어 (실사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A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A씨는 “토지 가격을 정하는 데 사진을 남기는 등의 자료를 만드는 것이 개별공시지가 평가에 있어서 기본인데 그조차 하지 않았다”며 “공무원 개인이 일을 벌이기는 불가능하고 윗선 개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하는 과정서 답인 지목의 실사용을 임야로 재설정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이 과정서 실사조차 하지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도군의 석연치 않은 행보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진도군은 대명산업과의 MOU 체결전 관광개발 예정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들에게 토지 매각 동의서를 받았다. 관광단지 개발 사업자에게 일정가격 이상 받지 않겠다는 취지의 동의서였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동의서 설득이 쉬운 진도민 토지 소유주들의 토지 매매가를 외지인보다 낮게 산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단지 내 초사리 주민이 소유하고 있던 산274, 산286-1, 산306-1은 대략 평당 3만원 수준에서 매매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 인천 등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던 산275-1, 산275-3, 산290, 산306, 산294-1 등의 부지는 4~7만원대에 형성됐다.

수상한 특혜 매매 의혹
다양한 방법 동원 포착

진도군은 이에 대해 “진도민과 외지인의 매매가격 차이는 없었다”며 “토지의 형질에 따라 가격이 차이 나는 부분을 두고 의혹을 제기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의서 자체가 진도군의 특혜라는 해석이 나왔다. 진도군이 해당 부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을 대비해 리조트단지 조성 사업자에게 해당부지를 일정 가격에 매각하는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확보한 부지는 전체 개발 부지 가운데 75% 수준. 진도군이 토지 소유주를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2012년은 이미 대명리조트와의 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 과정서 대명리조트에 대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군청 공무원들은 당시 진도군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기업을 유치시켜 관광단지 조성할 테니 토지 상한가를 확정한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토지 소유주들에게 종용했다는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관광단지 조성 개발 이슈가 부각되면 토지가격이 급상승하는데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의 존재를 숨긴 채 미리 동의서를 받아둬 대명리조트가 부지를 헐값에 매입하는 모양새가 됐다. 

땅도 보지 않고
공시지가로 평가
 

A씨는 “당시 공무원들이 동의서를 받는 과정서 대명리조트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보인다”며 “대명리조트가 관광단지 개발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땅값이 오를 텐데 이를 숨기고 진도군이 동의서를 받아 대명리조트가 토지를 헐값에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측은 부지 헐값인수 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동의서를 받았을 당시 해당부지는 맹지였다”며 “동의서 조건은 평당 매각가가 3만원부터 시작해 헐값 매도에 일조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대명리조트 측도 “초사리 지역 개별공시지가는 1제곱미터 당 약 1500원선에 형성돼있는 상황에서 개별공시지가의 20배 이상의 금액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며 “헐값에 (초사리 개발부지를) 사들인다는 의혹은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한 악의적인 루머”라고 반박했다.

공교롭게도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개발부지를 헐값에 넘기려한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논란이 됐던 부지는 조도면 관매초등학교 부지다. 관매도리 458번지에 위치한 관매초등학교는 관매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1943년 개교 뒤 70년간 운영되다 2012년 폐교됐다.

관매초등학교는 지역주민이 땅을 기증하고 울력을 해서 세워졌다. 폐교가 됐으니 부지를 가지고 있던 교육청은 해당부지를 지역주민에 돌려주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지역발전에 사용한다는 명분으로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어 진도군에 매각했다.

그러나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땅을 넘기려 하면서 잡음이 불거졌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사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왔는데, 이 같은 지역주민의 반발은 당연했다. 민박사업을 주로 하는 지역주민에게 리조트 사업 관련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섬 발전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결국 진도군은 대명리조트에 특혜를 몰아주려다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부지 매각이 무산되는 모양새가 됐다.


연속해서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게 특혜를 몰아준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부동산 개발분야에 정통한 이 군수가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지역주민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이 군수는 지난해에 비해 재산변동이 가장 많은 기초단체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전년에 비해 재산이 10억2625만원 증가한 것이다. 토지 관련 지가 상승이 그를 웃게 했다. 이 군수 본인과 배우자 명의 토지 등의 공시지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으며 경기도 오산의 토지 매각으로 신규 예금도 늘었다.

이 군수는 1972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한국토지공사 창립사원으로 입사한 후 26년간 재직하며 상임이사, 산업단지 본부장, 해외사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한국토지신탁 사장을,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전남개발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진도군수 직에 오른 것은 2010년부터다.

부지 정리에
윗선 개입했나
 

전남 개발 관련 관계자는 “최근 진도에 섬 개발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설익은 계획으로 애꿎은 도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개발에 전라도가 멍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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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