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에 지연까지’ 얽힌 GS그룹 관통하는 핵심키워드

회장님 밑으로 피라미드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재추대됐다. 해체 위기에 놓인 전경련을 추스르겠다는 결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허 회장의 역할이 강조되는 가운데 그가 이끌고 있는 GS그룹 역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룹의 특수성도 이참에 부각되는 양상이다. GS그룹을 여타 재벌기업과 구분 짓는 핵심 키워드를 되짚어봤다.

2017년 GS그룹 전체 상장사 사장단 16명 가운데 오너 일가는 총 7명이다. GS그룹 사장단 오너일가는 GS그룹 지주사인 GS를 포함 GS리테일, GS건설, GS홈쇼핑, GS칼텍스, 삼양통상 등 총 6개 기업에 포진돼있다. 그룹 사장단 내 오너일가 비중은 44%(16명 중 7명)로 10대그룹에서 한진그룹(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오너 일가 포진
[굳건한 순혈주의]

그룹 및 계열사 내 회장, 부회장, 사장을 맡고 있는 오너일가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및 GS건설 회장,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대표이사),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총 7명이다.

사장단 오너일가 중에는 창업주인 고 허만정씨의 셋째 아들인 허준구 전 LG건설 명예회장의 아들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먼저 GS와 GS건설의 회장인 허창수 회장은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첫째 아들이다. 셋째 아들인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를 통해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넷째 아들인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은 1955년 부산 출생으로 경복고와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1년 LG전자에 입사했다. 막내아들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은 1957년 부산 출생으로 중앙고와 고려대를 거쳐 조지워싱턴대 MBA 졸업 후 1988년 럭키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오너일가 경영 참여 활발 
속도 내는 오너 4세 시대

허만정 창업주의 장남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장남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1938년 경남 출생이다. 보성고, 서울대 상학과, 시카고대 경제학과 졸업 후 1963년 삼양통상에 입사했다.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은 허만정 창업주의 넷째 아들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허 사장은 1961년 서울 출생으로 보성고와 고려대 전기공학과 졸업 후 1987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했다.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은 사장단 중 유일하게 허만정 창업주의 아들이다. 1950년 경남 출생으로 서울고, 한양대 공업경영학을 졸업한 후 1978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했다.

가업 승계 척척
[4세 전진배치]

GS그룹 오너 4세들이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오너4세들 중 가장 먼저 GS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오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이며 1969년생으로 오너 4세들 가운데 최연장자다.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광수 삼양인터네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 허철홍 ㈜GS 부장 등도 계열사 경영 일선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에선 이들 4세의 약진과 최근 진행되는 주요 계열사의 지분 매입 경쟁을 두고 GS그룹의 승계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GS그룹 오너 4세들이 싱가포르 법인을 거쳤다는 점이다. 허주홍 GS칼텍스 부장은 최근 싱가포르 법인(GS Caltex Singapore)으로 이동했다.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의 장남인 허주홍 부장은 앞으로 GS를 이끌어 갈 오너 4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2년 GS칼텍스에 대리로 입사해 여수공장서 현장 경험을 쌓았고, 2014년부터는 경질제품팀서 해외 트레이딩을 담당했다.

허주홍 부장의 6촌 형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역시 마찬가지다. GS그룹 오너 4세 중 맏형인 허세홍 대표는 2006년 GS칼텍스에 입사 후 2008년 싱가포르 법인장을 맡아 3년 동안 GS칼텍스의 원유·석유화학 제품 거래를 총괄했다.

허준홍 전무는 2005년 GS칼텍스 생산기획팀에 입사해 시장분석팀, 윤활유 해외영업팀을 거쳤다. 윤활유 해외영업팀장으로 재직할 당시 인도 법인 설립을 주도했다. 상무로 승진한 2013년 싱가포르 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2년 간 원유제품 트레이딩부문장을 역임했다.

싱가포르 법인은 최근 3년간 약 20조원의 평균 매출을 기록했다. GS칼텍스 전체 매출액서 싱가포르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 수준이다. GS칼텍스의 핵심 계열사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 법인은 원유 조달부터 제품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꼽힌다.

실제로 허세홍 대표, 허준홍 전무는 싱가포르 법인에 있을 때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권 출신 다수
[뿌리깊은 PK인연]

GS그룹 계열사 부회장단은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손영기 GS E&R 부회장 등 총 6명으로 구성돼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부산·경남(PK) 출신이다.

GS그룹 계열사 부회장단에 영남 출신자가 많은 건 창업자인 고 허만정 가문이 경남 진주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4년 7월 LG그룹의 인적 분할을 통해 분리된 GS그룹은 고 구인회 회장과 함께 LG그룹을 설립했던 공동 창업주 고 허만정 가문이 이끌고 있다. 실제로 부회장단 6명 가운데 3명이 오너 일가인데 이들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영남권 출신 고위 임원 다수
학연으로 연결된 ‘고대 라인’


고 허만정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은 1950년생으로 경남 출신이다. 허명수 GS건설 부회장과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은 부산 출신이다. 허명수 부회장은 창업자 허만정의 셋째 아들인 고 허준구의 넷째 아들이다. 허태수 부회장은 허준구의 막내 아들로 허명수 부회장의 동생이다.

비 오너 일가인 GS그룹 부회장단으로는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과 정택근 GS 부회장, 손영기 GS E&R부회장 등 3명이 있으며, 이들 역시 모두 영남 출신이다. 하영봉 부회장은 1952년생으로 부산 출신이며 경남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정택근 GS 부회장은 1953년생으로 경남이 고향이며, 손영기 GS E&R 부회장은 부산 출신이다.

학연으로 연결
[고려대 사람들]

GS그룹 부사장 이상 고위임원은 고려대 출신인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GS그룹 계열사 14개 기업 가운데 부사장 이상급 고위 임원(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은 총 44명이다. 이들 가운데 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 임원의 28%인 12명이 고려대를 나왔다.

이는 GS그룹 오너 일가가 유독 고려대 출신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창수(경영학과 67학번)·허진수(경영학과 72학번) 회장을 비롯해 허명수(전기공학 74학번)·허태수(법학과 76학번) 부회장, 허연수 사장(전기공학)등이 고려대 출신이다.

이 밖에 이완경 GS글로벌 사장(경영학과), 조유넝 GS리테일 부사장(통계학과), 송홍섭 파르나스호텔 부사장(농업경제학과), 김호성 GS홈쇼핑 부사장(경제학과), 김석환 GS E&R 부사장(경제학과), 권혁관 GS칼텍스 부사장(화학공학), 김기태 GS칼텍스 부사장(법학과) 등도 고려대 출신의 고위 임원이다.


서울대는 고려대보다 4명 적은 8명의 GS그룹 계열사 고위 임원을 배출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대표적인 인물은 오너 일가인 허남감 삼양통상 회장이다. 허남감 회장은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서울대서 상학과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는 7명의 임원을 배출하면서 3위를 차지했다. 하영봉 GS칼텍스 부회장(철학과), 정택근 GS 부회장(행정학), 손영기 GS E&R 부회장(화학공학)를 비롯해 김응식 GS엔텍 사장(화학공학), 허세홍 GS글로벌 대표(경영학), 이두희 GS칼텍스 부사장(화학공학), 고춘석 GS EPS 부사장(화학공학) 등도 연세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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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