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공화국’ 대한민국 ‘내실’ 따져보니…

억!소리 나는 페스티벌…만족도는 헉?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매년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도 단위의 축제는 물론 시·군 등 소지역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축제를 열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수많은 축제는 공식 통계만 800여개에 이르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전국 축제라고 검색하면 1100개에 이르는 축제가 검색된다. 1년 열두 달 가운데 축제 없는 달을 꼽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의 축제가 열리는 것은 시민, 나아가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축제를 찾아보기 힘든데다 우리도 해보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축제를 진행, 예산만 쏟아 붓고 내실을 챙기지 못하는 일이 허다한 것. 대한민국 축제의 내실을 따져봤다.


연간 전국 축제 800개 넘어 1년 내내 축제장
축제 풍년 속 정말 가볼만한 곳은 몇 군데?

전국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였던 벚꽃축제가 막을 내리고 철쭉을 비롯한 봄꽃축제가 지역별로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별로 축제를 무분별하게 계획하면서 중첩되거나 지역과 무관한 축제들이 남발되고 있어 예상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공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열린 지역축제는 813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921개에서 다소 줄었지만 지역축제가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단체별로 실시된 지역축제 현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813개가 열렸고, 경상남도가 112개의 축제를 열어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했으며, 광주광역시는 13개로 가장 적었다.

특색 없는 축제
예산만 낭비?

서울시의 경우 2009년 119개에서 지난해 69개로 대폭 감소했지만 여기에는 가장 규모가 큰 하이서울페스티벌이 빠져 있어 지원 예산에 책정되지 않았다.

포화상태의 축제가 매년 진행되면서 지역별로 성격이 유사한 축제는 통합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반발로 지자체 별도예산까지 들여가며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축제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축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식의 축제 진행은 관광객들에게 오히려 실망감만 전해줄 뿐이다.

지역입장에서도 무리해서 진행한 축제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지 못하면 예산은 물론 축제를 통한 기대수익마저 맨땅에 버린 격이 되고 만다. 전시행정으로 인한 예상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1월 이후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는 올해 전국 축제 판도를 바꿔놓았다. 지난 3월까지 전국의 53개 축제가 취소된 것으로 나타난 것. 예산 규모는 145억4200만원이며, 특히 구제역 피해 농가에 이어 관광 수익을 날린 지역은 심각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겨울관광지로 유명한 강원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화천군 산천어축제를 비롯해 인제 빙어축제 등 주로 겨울레저나 연말연시 해맞이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된 것.

상황 따라 취소도 빈번
국민도 지역도 실망감만

이 중 가장 많은 예산인 45억3400만원을 들인 화천 산천어축제는 준비에 40여억원 이상을 사용한 데다 파생되던 기대수익 532억원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최우수 지역축제로 선정될 만큼 인기축제였던 산천어축제가 취소됨으로써 화천군의 지역경제는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1년에 한번 있는 산천어축제로 관광수입을 기대했던 화천주민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화천군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발 빠른 다른 행사기획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인 것. 연초 산천어축제가 취소되자 화천군은 국민의 성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산천어 루어낚시 이벤트 행사를 진행했다. 3월5일 시작해 20일 종료된 이 행사에는 2만3000여명의 관광객이 참여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350명 규모로 조성된 낚시터에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말 연휴에는 매시간 200여명씩 입장 대기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전시 판매장은 51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 하루 평균 300만원 이상의 지역특산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 따라 취소되는 축제 속출, 예산낭비 우려
하이서울 페스티벌 예산 줄이고 내실 따져 눈길

이어 지난 2월에 열린 강원도 고성의 명태축제에는 풍어제를 올리며 명태잡이 어선의 만선을 기원했지만 수온상승으로 동해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춰 축제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강원도 눈축제는 이 지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시행하면서 태백시와 평창군, 속초시까지 가담했고, 이에 속초시는 눈축제를 불축제를 바꾸고 호수변에 불을 밝히는 행사로 7억원을 지원했지만 예산이 삭감되면서 중단되기도 했다.

여러해 동안 무분별한 지역축제 진행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각각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스로 축제를 줄이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가운데 양질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광객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

당초 축제라면 경기도도 빠지지 않았다. 경기도는 지난 2009년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축제예산을 쏟아 부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초 125개에 달했던 도내 축제를 93개로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매년 2억원씩 지원해온 여주·이천·광주 등 3개 시·군의 도자기축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한편, 2년마다 열리는 세계도자비엔날레축제도 올해에는 지원예산을 83억원에서 4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수원, 성남, 부천, 고양 등 경기도 26개 시·군에서는 76개 축제를 개최, 전년보다 13개의 축제를 줄였고, 관련 예산도 삭감했다.

이 같은 자정노력은 하이서울페스티발에서도 보이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인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43여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2008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네 번의 축제를 진행, 84여 억원의 예산이 들었고, 이 중 13억8000여만원은 기업의 지원을 받았다. 2009년에는 29여 억원의 예산이 집행 됐으며 이 중 기업 지원은 6억5000만원으로 집계됐고, 지난해 하이서울페스티벌 소요예산은 30여억원 정도였다.

과도한 예산집행으로 여러 번 도마에 오른 서울시는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 개최와 관련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예산을 절반으로 축소해, 축제기간을 줄이는 대신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만족감을 더하겠다고 선언한 것.

오는 5일(목)부터 10일(화)까지 6일간 여의도한강공원 및 도심광장에서 펼쳐지는 2011 하이서울페스티벌은 봄을 부르는 몸짓, 봄짓이라는 슬로건 아래, 언어·인종·세대의 장벽을 넘어 몸짓으로 소통하는 국제 넌버빌 공연예술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스스로 문제점 인식
축제 규모·예산 줄여

이와 관련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지난해 시의회를 통해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예산이 삭감, 개최기간 등 규모가 축소되는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 문화 참여 폭이 줄어들지 않도록 NGO 및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축제의 내실을 기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시민들은 물론 캐나다, 스페인, 호주, 중국 등 세계 11개국 41개 공연단체가 참여해 시민과 세계인이 축제의 주체로 함께 참여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간의 축제기간 중 총 300여회의 국내외 넌버빌 퍼포먼스를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시민들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안승일 서울시 문화관광기획관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이 9년간의 경험을 통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즐기는 축제로 발전했다"면서 "소비성 축제가 아닌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생산적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세계 속의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자체 스스로 계획하고 있는 축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쳐보려는 노력을 통해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만큼 사업계획에 신중을 기한다면 적은 예산을 들여 큰 만족을 주는 제대로 된 축제로 국민들에게 갈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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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