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공화국’ 대한민국 ‘내실’ 따져보니…

억!소리 나는 페스티벌…만족도는 헉?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매년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도 단위의 축제는 물론 시·군 등 소지역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축제를 열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수많은 축제는 공식 통계만 800여개에 이르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전국 축제라고 검색하면 1100개에 이르는 축제가 검색된다. 1년 열두 달 가운데 축제 없는 달을 꼽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의 축제가 열리는 것은 시민, 나아가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축제를 찾아보기 힘든데다 우리도 해보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축제를 진행, 예산만 쏟아 붓고 내실을 챙기지 못하는 일이 허다한 것. 대한민국 축제의 내실을 따져봤다.


연간 전국 축제 800개 넘어 1년 내내 축제장
축제 풍년 속 정말 가볼만한 곳은 몇 군데?

전국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였던 벚꽃축제가 막을 내리고 철쭉을 비롯한 봄꽃축제가 지역별로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별로 축제를 무분별하게 계획하면서 중첩되거나 지역과 무관한 축제들이 남발되고 있어 예상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공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열린 지역축제는 813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921개에서 다소 줄었지만 지역축제가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단체별로 실시된 지역축제 현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813개가 열렸고, 경상남도가 112개의 축제를 열어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했으며, 광주광역시는 13개로 가장 적었다.

특색 없는 축제
예산만 낭비?

서울시의 경우 2009년 119개에서 지난해 69개로 대폭 감소했지만 여기에는 가장 규모가 큰 하이서울페스티벌이 빠져 있어 지원 예산에 책정되지 않았다.

포화상태의 축제가 매년 진행되면서 지역별로 성격이 유사한 축제는 통합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반발로 지자체 별도예산까지 들여가며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축제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축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식의 축제 진행은 관광객들에게 오히려 실망감만 전해줄 뿐이다.

지역입장에서도 무리해서 진행한 축제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지 못하면 예산은 물론 축제를 통한 기대수익마저 맨땅에 버린 격이 되고 만다. 전시행정으로 인한 예상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1월 이후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는 올해 전국 축제 판도를 바꿔놓았다. 지난 3월까지 전국의 53개 축제가 취소된 것으로 나타난 것. 예산 규모는 145억4200만원이며, 특히 구제역 피해 농가에 이어 관광 수익을 날린 지역은 심각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겨울관광지로 유명한 강원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화천군 산천어축제를 비롯해 인제 빙어축제 등 주로 겨울레저나 연말연시 해맞이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된 것.

상황 따라 취소도 빈번
국민도 지역도 실망감만

이 중 가장 많은 예산인 45억3400만원을 들인 화천 산천어축제는 준비에 40여억원 이상을 사용한 데다 파생되던 기대수익 532억원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최우수 지역축제로 선정될 만큼 인기축제였던 산천어축제가 취소됨으로써 화천군의 지역경제는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1년에 한번 있는 산천어축제로 관광수입을 기대했던 화천주민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화천군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발 빠른 다른 행사기획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인 것. 연초 산천어축제가 취소되자 화천군은 국민의 성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산천어 루어낚시 이벤트 행사를 진행했다. 3월5일 시작해 20일 종료된 이 행사에는 2만3000여명의 관광객이 참여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350명 규모로 조성된 낚시터에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말 연휴에는 매시간 200여명씩 입장 대기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전시 판매장은 51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 하루 평균 300만원 이상의 지역특산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 따라 취소되는 축제 속출, 예산낭비 우려
하이서울 페스티벌 예산 줄이고 내실 따져 눈길

이어 지난 2월에 열린 강원도 고성의 명태축제에는 풍어제를 올리며 명태잡이 어선의 만선을 기원했지만 수온상승으로 동해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춰 축제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강원도 눈축제는 이 지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시행하면서 태백시와 평창군, 속초시까지 가담했고, 이에 속초시는 눈축제를 불축제를 바꾸고 호수변에 불을 밝히는 행사로 7억원을 지원했지만 예산이 삭감되면서 중단되기도 했다.

여러해 동안 무분별한 지역축제 진행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각각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스로 축제를 줄이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가운데 양질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광객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

당초 축제라면 경기도도 빠지지 않았다. 경기도는 지난 2009년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축제예산을 쏟아 부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초 125개에 달했던 도내 축제를 93개로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매년 2억원씩 지원해온 여주·이천·광주 등 3개 시·군의 도자기축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한편, 2년마다 열리는 세계도자비엔날레축제도 올해에는 지원예산을 83억원에서 4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수원, 성남, 부천, 고양 등 경기도 26개 시·군에서는 76개 축제를 개최, 전년보다 13개의 축제를 줄였고, 관련 예산도 삭감했다.

이 같은 자정노력은 하이서울페스티발에서도 보이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인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43여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2008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네 번의 축제를 진행, 84여 억원의 예산이 들었고, 이 중 13억8000여만원은 기업의 지원을 받았다. 2009년에는 29여 억원의 예산이 집행 됐으며 이 중 기업 지원은 6억5000만원으로 집계됐고, 지난해 하이서울페스티벌 소요예산은 30여억원 정도였다.

과도한 예산집행으로 여러 번 도마에 오른 서울시는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 개최와 관련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예산을 절반으로 축소해, 축제기간을 줄이는 대신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만족감을 더하겠다고 선언한 것.

오는 5일(목)부터 10일(화)까지 6일간 여의도한강공원 및 도심광장에서 펼쳐지는 2011 하이서울페스티벌은 봄을 부르는 몸짓, 봄짓이라는 슬로건 아래, 언어·인종·세대의 장벽을 넘어 몸짓으로 소통하는 국제 넌버빌 공연예술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스스로 문제점 인식
축제 규모·예산 줄여

이와 관련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지난해 시의회를 통해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예산이 삭감, 개최기간 등 규모가 축소되는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 문화 참여 폭이 줄어들지 않도록 NGO 및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축제의 내실을 기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시민들은 물론 캐나다, 스페인, 호주, 중국 등 세계 11개국 41개 공연단체가 참여해 시민과 세계인이 축제의 주체로 함께 참여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간의 축제기간 중 총 300여회의 국내외 넌버빌 퍼포먼스를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시민들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안승일 서울시 문화관광기획관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이 9년간의 경험을 통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즐기는 축제로 발전했다"면서 "소비성 축제가 아닌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생산적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세계 속의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자체 스스로 계획하고 있는 축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쳐보려는 노력을 통해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만큼 사업계획에 신중을 기한다면 적은 예산을 들여 큰 만족을 주는 제대로 된 축제로 국민들에게 갈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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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