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공화국’ 대한민국 ‘내실’ 따져보니…

억!소리 나는 페스티벌…만족도는 헉?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매년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도 단위의 축제는 물론 시·군 등 소지역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축제를 열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수많은 축제는 공식 통계만 800여개에 이르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전국 축제라고 검색하면 1100개에 이르는 축제가 검색된다. 1년 열두 달 가운데 축제 없는 달을 꼽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의 축제가 열리는 것은 시민, 나아가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축제를 찾아보기 힘든데다 우리도 해보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축제를 진행, 예산만 쏟아 붓고 내실을 챙기지 못하는 일이 허다한 것. 대한민국 축제의 내실을 따져봤다.


연간 전국 축제 800개 넘어 1년 내내 축제장
축제 풍년 속 정말 가볼만한 곳은 몇 군데?

전국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였던 벚꽃축제가 막을 내리고 철쭉을 비롯한 봄꽃축제가 지역별로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별로 축제를 무분별하게 계획하면서 중첩되거나 지역과 무관한 축제들이 남발되고 있어 예상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공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열린 지역축제는 813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921개에서 다소 줄었지만 지역축제가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단체별로 실시된 지역축제 현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813개가 열렸고, 경상남도가 112개의 축제를 열어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했으며, 광주광역시는 13개로 가장 적었다.

특색 없는 축제
예산만 낭비?

서울시의 경우 2009년 119개에서 지난해 69개로 대폭 감소했지만 여기에는 가장 규모가 큰 하이서울페스티벌이 빠져 있어 지원 예산에 책정되지 않았다.

포화상태의 축제가 매년 진행되면서 지역별로 성격이 유사한 축제는 통합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반발로 지자체 별도예산까지 들여가며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축제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축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식의 축제 진행은 관광객들에게 오히려 실망감만 전해줄 뿐이다.

지역입장에서도 무리해서 진행한 축제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지 못하면 예산은 물론 축제를 통한 기대수익마저 맨땅에 버린 격이 되고 만다. 전시행정으로 인한 예상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1월 이후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는 올해 전국 축제 판도를 바꿔놓았다. 지난 3월까지 전국의 53개 축제가 취소된 것으로 나타난 것. 예산 규모는 145억4200만원이며, 특히 구제역 피해 농가에 이어 관광 수익을 날린 지역은 심각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겨울관광지로 유명한 강원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화천군 산천어축제를 비롯해 인제 빙어축제 등 주로 겨울레저나 연말연시 해맞이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된 것.

상황 따라 취소도 빈번
국민도 지역도 실망감만

이 중 가장 많은 예산인 45억3400만원을 들인 화천 산천어축제는 준비에 40여억원 이상을 사용한 데다 파생되던 기대수익 532억원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최우수 지역축제로 선정될 만큼 인기축제였던 산천어축제가 취소됨으로써 화천군의 지역경제는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1년에 한번 있는 산천어축제로 관광수입을 기대했던 화천주민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화천군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발 빠른 다른 행사기획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인 것. 연초 산천어축제가 취소되자 화천군은 국민의 성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산천어 루어낚시 이벤트 행사를 진행했다. 3월5일 시작해 20일 종료된 이 행사에는 2만3000여명의 관광객이 참여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350명 규모로 조성된 낚시터에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말 연휴에는 매시간 200여명씩 입장 대기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전시 판매장은 51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 하루 평균 300만원 이상의 지역특산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 따라 취소되는 축제 속출, 예산낭비 우려
하이서울 페스티벌 예산 줄이고 내실 따져 눈길

이어 지난 2월에 열린 강원도 고성의 명태축제에는 풍어제를 올리며 명태잡이 어선의 만선을 기원했지만 수온상승으로 동해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춰 축제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강원도 눈축제는 이 지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시행하면서 태백시와 평창군, 속초시까지 가담했고, 이에 속초시는 눈축제를 불축제를 바꾸고 호수변에 불을 밝히는 행사로 7억원을 지원했지만 예산이 삭감되면서 중단되기도 했다.

여러해 동안 무분별한 지역축제 진행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각각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스로 축제를 줄이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가운데 양질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광객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

당초 축제라면 경기도도 빠지지 않았다. 경기도는 지난 2009년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축제예산을 쏟아 부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초 125개에 달했던 도내 축제를 93개로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매년 2억원씩 지원해온 여주·이천·광주 등 3개 시·군의 도자기축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한편, 2년마다 열리는 세계도자비엔날레축제도 올해에는 지원예산을 83억원에서 4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수원, 성남, 부천, 고양 등 경기도 26개 시·군에서는 76개 축제를 개최, 전년보다 13개의 축제를 줄였고, 관련 예산도 삭감했다.

이 같은 자정노력은 하이서울페스티발에서도 보이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인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43여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2008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네 번의 축제를 진행, 84여 억원의 예산이 들었고, 이 중 13억8000여만원은 기업의 지원을 받았다. 2009년에는 29여 억원의 예산이 집행 됐으며 이 중 기업 지원은 6억5000만원으로 집계됐고, 지난해 하이서울페스티벌 소요예산은 30여억원 정도였다.

과도한 예산집행으로 여러 번 도마에 오른 서울시는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 개최와 관련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예산을 절반으로 축소해, 축제기간을 줄이는 대신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만족감을 더하겠다고 선언한 것.

오는 5일(목)부터 10일(화)까지 6일간 여의도한강공원 및 도심광장에서 펼쳐지는 2011 하이서울페스티벌은 봄을 부르는 몸짓, 봄짓이라는 슬로건 아래, 언어·인종·세대의 장벽을 넘어 몸짓으로 소통하는 국제 넌버빌 공연예술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스스로 문제점 인식
축제 규모·예산 줄여

이와 관련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지난해 시의회를 통해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예산이 삭감, 개최기간 등 규모가 축소되는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 문화 참여 폭이 줄어들지 않도록 NGO 및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축제의 내실을 기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시민들은 물론 캐나다, 스페인, 호주, 중국 등 세계 11개국 41개 공연단체가 참여해 시민과 세계인이 축제의 주체로 함께 참여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간의 축제기간 중 총 300여회의 국내외 넌버빌 퍼포먼스를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시민들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안승일 서울시 문화관광기획관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이 9년간의 경험을 통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즐기는 축제로 발전했다"면서 "소비성 축제가 아닌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생산적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세계 속의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자체 스스로 계획하고 있는 축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쳐보려는 노력을 통해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만큼 사업계획에 신중을 기한다면 적은 예산을 들여 큰 만족을 주는 제대로 된 축제로 국민들에게 갈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