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장외 ‘대선주자 내조’ 열전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10:02:25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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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 치맛바람이 대선 가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주자 부인들의 외곽 지원이 뜨겁다. 전국으로 활동 보폭을 넓히면서 대선주자들이 지지율 확장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잠룡부인들의 각양각색 내조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하나둘씩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기 대선 정국이 무르익고 있다. 동시에 대선주자 부인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나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 대선주자 부인들은 동분서주하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너도나도 호남
호남 올인 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부인 김정숙씨는 모든 열정을 호남에 쏟고 있다. 그는 매주 토요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고, 스스로 ‘광주 특보’라 부르며 스킨십을 높였다.

그는 배식 봉사, 복지시설 방문, 종교 지도자 만남 등을 통해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 김씨가 호남에 그토록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대선서 호남은 문 전 대표에게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냈다. 부산 출신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호남민들은 전폭적 지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대선서 떨어진 이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문 패권주의가 득세했다. 자연스레 호남은 2순위로 밀려났고 반문 정서가 확대됐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총선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단 1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광주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의 지지를 못 받은 문 전 대표는 난처하게 됐다. 이후 문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시사할 만큼 호남의 지지를 꼭 받고 싶다는 간절한 뜻”이라고 에둘러 변명했지만 자존심에 난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반등했다. 김씨의 내조가 호남 민심 회복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반문 정서가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많이 따듯해진 건 사실”이라며 “내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에는 거제 명진마을을 찾았다. 김씨는 “거제면 명진마을은 시부모님이 피난 와서 남편을 낳은 곳”이라며 “당시 굉장히 어려운 살림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줘 연명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잠룡 부인들 모두 호남 헤쳐모여…왜?
전국팔도 동분서주…영부인 주인공은?

거제 방문길에는 수행원 2∼3명만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4시30분까지 명진마을에 머물던 김씨는 장승포 애광원으로 이동해 원생들을 만난 뒤 저녁에는 지역 내 핵심 활동가들과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의 내조는 ‘현장형 내조’로 불린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경선 과정서 대구지역 합동간담회에 참석해 “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 후보,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원하는 후보가 누구입니까”라고 발표해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대선후보 부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북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연일 호남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남 여수 출신인 김 교수는 방학을 맞아 지난달에만 호남을 4차례 방문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서 외부활동을 자제했던 김 교수의 스타일을 볼 때 정가에선 최근 행보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안 전 대표 측도 김 교수의 행보에 대해 “외부 활동을 하지 않던 분이었다. 설 연휴 때 지역구 일부서 약간의 활동은 있었지만, 이번 호남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광주 1박 2일 일정은 바쁘게 돌아갔다.

지난 4일 배식봉사를 시작으로 지역민 여론을 듣기 위해 송정역 1913시장을 방문했다. 이후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 토요상설공연을 찾아 지역문화예술단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광주 주요무형문화재 작품 전시관과 공연을 관람하면서 지역 문화계 고충을 살폈다.

지역 곳곳을 살피면서 민심 챙기기에 나선 김 교수는 오는 17일에 전북을 방문해 20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민심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김 교수가 여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여수댁’이라는 애칭이 생기는 등 지역 민심의 반응도 좋다. 안 전 대표의 ‘호남 사위’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가 지키고
대신 싸운다

‘사이다’ 발언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도 호남행에 동참했다. 설 연휴 이후 첫 방문지로 광주를 택한 김씨는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피케팅을 시작으로 광주공원 무료 배식봉사, 국립 5·18묘지 참배, 광주 트라우마센터 방문, 양동시장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호남과 광주에 대해 “올 때마다 맘씨 좋은 시댁을 찾은 듯 편안한 느낌”이라며 “남편의 정치 성향과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자주 찾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2014년 지방선거, 이번 대선까지 5번째 이 시장을 내조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과정서 “2006년 5·31선거 끝나고 많이 힘들었다. 6개월 정도 두문불출했을 정도다”고 말해 선거운동의 고됨을 밝혔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이 시장 선거운동의 노하우를 밝혔다.

그는 “처음 선거 때는 경로당에 가서 남편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며 이 사람이 누구라고 한참 설명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며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어 시민들이 남편을 많이 홍보해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남편 이 시장과 각을 세운 안희정 충남지사를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김씨는 남편 이 시장에 대해 “과한 면도 있지만 원칙에 위배되거나 불의한 세력에 관해서는 단호하다”며 “남편은 중도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용하던 아내도 갑자기 박차고 나가
현장형·그림자형
·우렁각시형 제각각


또 김씨는 “남편은 당장의 지지율을 위해 할 말을 참지 않을 것”이라며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설 이후 지지율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부인인 민주원씨도 내조 경쟁에 합류했다.

안 지사와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민씨는 안 지사가 도지사에 당선된 뒤 언론, 정치권의 접촉을 피해왔다. 다만 지역사회서 봉사활동을 하는 ‘그림자 내조’를 이어왔다. 최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등 ‘현장형 내조’로 기조를 바꿨다.

김씨는 지난달 22일부터 본격적인 내조에 나섰다. 안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 회견에 참석한 민씨는 “남편이 왕자병이 있다”며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안 지사에게 자기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라고 조언했다”며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지만 선을 잘 그어달라. 오래오래 끝까지 밀고 당겨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봤으면 좋겠다”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대선주자 부인들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사람은 국민의당 안 전 대표 부인인 김미경 교수다. 그간 김 교수는 그림자 내조를 했을 뿐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했다. 최근에는 호남에 얼굴을 비치며 스킨십 강도를 높이는가 하면 여성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안 대표 자랑을 늘어놓는 팔불출(?)로 변신했다.

지난 8일 기독교연합봉사회관서 열린 국민의당 여성당의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김 교수는 대전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전은 안 전 대표와 인연이 깊다. 대전서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시작했고, 오래전 카이스트 교수 시절 원촌동에 살았다”며 “대전이 지리적으로 중심이고 교육적으로 앞서가고 과학 안보적으로도 앞서가는 명실상부한 중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명예대전시민 안 전 대표의 생각을 전했다.


대학 선배인 안 전 대표에 대해 “의대에서 처음 만났는데 본과 3학년 때 남편과 무의촌 봉사하면서 알게 됐다. 남편이 먼저 시험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해서 같이 도서관을 다니며 친해졌다”며 “철수와 영희처럼 다녔다”고 웃음 지었다.

뒤에서 묵묵히
각양각색 내조

김 교수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서는 유독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남편이 정치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대학교서 후학을 양성할 수 있고 IT나 BT 등 전문분야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데 왜 정치를 하느냐고 말렸다”며 “그랬더니 남편이 딸과 비슷한 대학생, 대학원생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줘야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직에 있는 분들은 공공성을 철두철미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에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안철수는 죽어야 되고 대통령만 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앞서가는 얘기지만 남편을 보좌해서 퍼스트레이디로 일하게 된다면 공공의 자리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지켜야 하고 자리가 원하는 도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의 부인인 이윤영씨의 조용한 내조스타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씨는 ‘우렁각시 내조’라는 수식어로 유명하다. 꼭 나서야 할 때가 아니면 좀체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 붙여진 별명이다.

최근 손 의장과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동행했던 이 여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동행하며 전속 사진사를 자임했다.

바른정당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주목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부인인 오선혜씨도 ‘그림자 내조’형으로 평가받는다. 건강 문제로 인해 외부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보다는 조용히 주변 여론을 유 의원에게 전달하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선 출마, 대선 출마 등 중요한 자리에는 꼭 참석하면서 지지자들과의 스킨십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활발한 활동
최근 트렌드

한 정치 관계자는 최근 대선주자 부인들의 내조 열풍에 대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잠룡들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이와 더불어 부인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뒤에서 조언자 역할을 미덕으로 여겼다면 요즘에는 부인들의 활발한 정치활동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안의 화제’ 대선주자 딸들의 전쟁

대선주자 자녀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사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딸 유담씨다. 특히 미모가 탁월해 지난 총선과정에서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 의원은 ‘국민장인’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특히 유 의원이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부침을 겪던 시기 유담씨의 등장은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향후 유세 활동에 유담씨가 함께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2일 한 방송에 출연에 “딸을 선거에 계속 이용하고 싶진 않다”며 “(딸이)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유담씨처럼 종종 얼굴을 비치며 아버지의 정치활동을 돕는 딸이 있는 반면 아버지의 정치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딸들도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딸인 다혜씨는 지난 대선에서 아버지의 대선출마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출마하더라도 돕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 전 대표는 딸바보로 다혜씨 말을 존중해 서운한 감정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무남독녀 설희씨도 아버지의 정치활동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설희씨는 과거 ‘이중국적’ ‘호화 유학생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최근에는 최대한 언론 노출을 자제하며 학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사 속 기사> 역대 영부인 내조스타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활동가형’ 내조를 펼쳤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에는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는 등 대외 활동에 치중했다. 퇴임 후에는 문화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쓴소리형’ 내조로 불린다. 현안에 대해 가감없이 노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는 노 전 대통령 유지를 기리고 묘역을 관리하기 위한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 이사장으로 정치 2선에 물러나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동지형’ 내조를 선보였다. DJ납치사건 및 사형선고, 6년에 걸친 옥바라지, 망명생활 등 정치적 부침을 함께 겪었다. DJ는 생전 이 여사를 일컬어 “영원한 동반자이자 동지”라고 칭했다. 현재는 고령이지만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 남북평화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는 ‘그림자형’ 내조로 불린다. YS의 정치 역경을 극복하도록 도왔고, 1998년 13대 총선에서는 YS지역구인 부산에서 직접 발로 뛰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결혼 60주년 회혼식에서 YS는 “그동안 참 고마웠소”라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순 여사는 전형적인 ‘그림자형’ 내조로 불렸다. 고전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을 고집하며 전면에 나서는 일이 드물었다. 현재는 와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을 간호하며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마당발형’ 내조를 선보였다. 이 여사는 새세대육영회와 새세대심장재단을 설립해 유아교육과 심장 수술 방면에 관심을 가졌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뒤 심장병 어린이 2명을 미국으로 데려가 치료해주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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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