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대통령 별장 ‘저도’에 무슨 일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1:15:13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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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에 총부리 겨눈 '특권층 놀이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저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동시에 저도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에게는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방부는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기보다는 특권층의 놀이터를 가꾸는 데 열중했다. <일요시사>는 수십년간 지속된 저도의 비극을 살펴봤다.

저도(猪島)는 거제도 북단서 1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돼지가 누워 있는 형상’의 섬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통신소와 탄약고로 이용됐고, 6·25 당시에는 주한 연합군의 탄약고로 사용되기도 했다.

생활터전 강탈
총부리 겨눴다

그러다가 1954년 해군의 관리 하에 들어간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여름철 휴양지로 사용됐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靑海臺)’로 공식 지정됐다. 20여년이 흐른 1993년 11월이 돼서야 대통령 별장 지정이 해제됐지만 아직까지 국방부 소유지로 해군이 관리하면서 일반인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저도에는 이처럼 바다의 청와대로 불리는 청해대를 중심으로 섬 주변에 8개 동의 수행원 및 경호원을 위한 숙소, 막사, 팔각정 건물, 9홀 규모의 골프장, 자가발전소 등과 대한민국 지도와 태극문양을 본뜬 연못이 있다.

저도는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첫 여름 휴가지로 선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억 속의 저도’라는 글과 함께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진을 올렸다.


박 대통령은 “35년 여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글을 남겼다.

박 대통령 추억의 장소인 저도는 그곳을 생활터전으로 살아온 이들에게는 아픈 기억의 장소다. 저도와 단 1.2km 근방 거제시 장목면 하유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송모씨는 “70년대 저도에선 3가구 10여명이 소도 키우고 살았는데 해군이 관리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쫓겨났다”고 말했다.

하유마을에는 총 34여가구가 살고 20여가구가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군사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지척거리에 있는 저도 땅을 맘 편히 밟아보지 못한다. 70∼80년대에는 어민들이 물리적 고통을 당하기도 했다.

하유마을 송씨는 “저도 인근 해상은 어장이 좋아 진해서도 낚시를 하러 자주 왔다”며 “저도 가까이에서 고기를 잡으려 하면 (해)군서 어선에 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어 “해군 바지선이 있었는데 거기서 얼굴을 얻어맞기도 하고 벌을 서다가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있다가 오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특히나 대통령이 방문하면 저도 주민들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유마을 한 주민은 “5공시절 대통령이 오면 저도 인근 해안뿐만 아니라 하유마을까지 경호가 삼엄했다”고 말했다. 바다는 해군이 경호하고 육지인 하유마을 부근은 청와대가 통제했다.

장목면 한 주민은 통제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아들이 심한 병에 걸려 부산 아니면 마산의 큰 병원에 가야할 상황이었는데, 당시 배로 가면 2시간이면 될 거리를 차를 타고 나가 한나절이 걸렸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이 한 번 오면 장목면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셈이다.

수십년 지속된
외딴섬의 비극


저도는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 역대 대통령들의 큰 사랑을 받은 섬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도를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하유마을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인근 장목면은 ‘상왕’ ‘왕실장’ 등의 별명을 갖고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고향이다. 유력 정치인들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현재 소수 특권층의 놀이터로 전락해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 해군 장성 부인들 파티가 저도에서 열렸다. 이때 해군은 함정까지 동원하며 40여명의 장성 부인을 에스코트 했고, 700만원의 군 예산을 편법으로 조성해 숙박비와 격려품을 제공했다.

행사에는 당시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의 부인도 참석했다. 해군은 “영화 <연평해전> 제작비 모금에 도움을 준 부인들을 위한 행사였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파티서 바지 위에 속옷을 입은 여성이 춤을 추는 사진이 공개돼 비난 여론이 들끓기도 했었다.

장목면 발전협의회장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경치로 관광지로서 가치가 뛰어난 저도에 일반 국민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데, 소수 특권층은 자유롭게 저도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남대는 일반 국민에게 개방되면서 관광지로서 인기를 누리고 있지 않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거제도 북단 돼지섬…해군 주민에 총질
박근혜 대통령 어린시절 추억 서린 곳

저도는 거제의 대표적 관광지인 외도의 3배 크기에 달하며 섬 전체가 해송과 동백이 군락을 이룬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202m 길이에 달하는 인공해수욕장도 조성돼 천혜의 관광지로 꼽힌다.

아울러 거제시 북단에 위치해 부산과 마산으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접근성을 높인다. 장목면 발전협의회장은 “자연환경이 외도와 비교가 안 될 정도”라며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는 저도가 거제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군사요충지로서의 가치는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 거가대교가 저도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비밀 보장이 어려운 상황이고, 또한 저도에는 해군 소대병력 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군은 저도에 3.2km에 달하는 산책로를 만들고 제1전망대·제2전망대도 갖춰 특권층만을 위한 관광지로 조성했다. 지난 2010년에는 대우건설이 저도에 콘도시설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거가대교 건설을 허락하기도 했다.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환 불가를 외친 해군이 정작 거가대교 통과 전제 조건으로 그들의 휴양을 위한 콘도시설 기부채납(40억원 상당)을 요구한 셈이다. 아울러 저도에서 불과 2km 떨어진 장목면 구영해수욕장에는 해군전용 휴양소가 이미 설치돼 있었다.

이상한 국방부
반환은 언제?


거제시민들은 저도가 거제의 품으로 되돌아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앞서 저도 통제로 인해 고통 받던 어민들의 집단 민원에 의해 문민정부 시설인 1993년 11월19일 대통령령에 따라 저도 청해대 시설이 해제됐다.

같은 해 12월1일 저도는 행정구역이 진해시에서 거제시로 환원됐다. 행정구역만 환원됐을 뿐, 현재까지 국방부 소유지로서 외부인 출입과 주변 어업활동은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군은 ‘중요군사시설’ ‘전략적 요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25년이 흐른 지금까지 국방부와 해군은 매번 같은 이유를 들며 저도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저도에는 특권층을 위한 콘도시설이 들어섰고, 해군 장성들의 놀이터가 됐다. 이 같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저도 반환’을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지난 9일 더민주 거제지역위원회는 “거제시민들의 지속적인 저도 반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시민 품으로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저도 반환을 더민주 대통령 후보 정식 공약으로 채택해 정권교체와 동시에 저도 반환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93년부터 군장병과 가족 하계 휴양소로 저도를 운영 중이라는 국방부의 설명도 허울에 불과했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도 군장병 휴양소를 이용한 319명 중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장성과 영관급이 247명으로 즉 군 고위간부들에게만 ‘추억의 장소’가 됐다.

장성 부인들 파티…특권층 전유물
이상한 국방부…환수 분위기 고조


지난 5일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도 정책구상과 관련한 긴급좌담회를 통해 “저도 반환은 지역 어민들의 생업권, 경남도민들의 생활편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선공약 추진을 기정사실화했다. 거제시발전연합회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거제시발전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하루빨리 거제시로 이관해 경남의 대표적인 친환경적인 국민관광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권의 이 같은 적극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은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감을 표명했다. 하유마을 한 주민은 “저도가 거제로 반환되면 외도보다 더 큰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기(거제시 장목면) 출신인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도 저도는 거제로 반환되지 않았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쉽게 반환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출신의 정치인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지난 2004년에 저도 반환을 추진했던 바 있다. 하지만 추후 박근혜정부의 실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도 반환에는 무관심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2004년은 당시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던 시절로 그가 ‘문제의 진상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시 정권은 국방부의 논리에 편승해 저도 문제에 한발 물러섰다. 그 결과 저도는 특권층의 전유물로 전락했고, 전략전 요충지이자 중요 군사시설이라는 국방부의 논리는 더욱 공고해졌다.

아직도 모르쇠
현대사의 아픔

정부는 거제시의 수십년 동안의 간곡한 요청에 대해 모르쇠고 일관하고 있다. 야권이 저도 반환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막상 현실적인 문제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정가로부터 나오고 있다. 거제시 한 지역 정치인은 저도에 대해 “저들은 낭만과 흥을 위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았지만, 저도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별장 ‘청남대’는 지금…

역대 대통령들의 대표적 별장으로 베일에 가려졌던 청남대(충북 청원군 소재)는 지난 2003년 4월18일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의 청남대는 1983년 지어졌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해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지어졌다고 알려진다.

청남대가 들어서면서 엄격한 통제로 인해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대통령이 방문할 때는 경찰이 1주일 전부터 마을 곳곳을 수색할 정도로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1988년 국회 5공 비리 조사특위서 폐쇄가 검토되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별장들을 하나 둘 씩 폐쇄했지만 청남대 한 곳만은 남겨뒀다. 청남대 반환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14년여가 흐른 현재 청남대 누적 관광객은 10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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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