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미약품 ‘보충역 사고’ 내막

공짜니까 막 갖다 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한미약품 대체복무(보충역) 연구원이 지난해 250억원 규모 주가 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감독 당국의 무관심 속에 한미약품이 보충역 연구원 자리를 늘렸다는 것.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벌어진 늑장공시 논란은 ‘소 잃고 외양간 못 고친 인재’가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한미약품은 지난 9월, 늑장공시로 주식 시장을 흔들었다. 호재성 공시 후 악재성 공시를 의도적으로 냈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강도 높은 수사가 될지는 의문이다. 1년전 한미약품의 주가조작 사건과 마찬가지로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또…

지난해 3월19일, 한미약품 팔탄공단 제제연구센터 연구원으로 근무한 A연구원이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A연구원이 군대체 복무인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점. A연구원은 2014년 3월1일경부터 2015년 2월28일까지 팔탄공단 제제연구센터 제제1팀 연구원으로 일했다.

A연구원은 2015년 1월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사가 당시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면역질환 치료제 M에 대한 기술수출계약 체결을 위해 실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한미약품과 일라이릴리사는 의견 조율 끝에 그해 2월6일 기술수출계약에 관한 주요 거래조건에 합의했다.

A연구원은 이후 우연히 일라이릴리사와의 계약이 성공적으로 성사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A연구원은 팀원들과 이야기하다 일라이릴리사와 계약이 잘 될거라는 취지의 얘기까지 듣게 됐다.


A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공시가 3월19일 언론보도에 날 때까지 한미약품 주식 735주(8800만원 상당)를 매수함으로써 총 874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또 A연구원은 모친, 부친에 미공개 정보를 알려줘 금전적인 이득을 보게 했다. 대학친구 Q에게도 미공개 정보를 흘렸다. Q는 A가 알려준 정보로 110주(1447만원)를 매수해 1193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특히 S사 애널리스트인 대학선배 B씨에게 한미약품과 일라이릴리사와의 계약사실을 알려줘 사건은 수백억 대 주가조작 사건으로 확대됐다.
 

B씨는 개인적으로 1423주(1억9420만원)를 매수해 총 1억4731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여자친구 L씨에게도 912주(1억4003만원)을 매수해 7597만원을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문제는 B씨가 직무와 관련 있는 자산운용사 매니저들에게 미공개 정보를 줘 249억7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게 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장성진 판사)은 한미약품의 250억원 주가조작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A연구원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했다. 시장 교란의 가능성을 알고도 미공개 정보를 흘린 B씨에게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봉사활동 320시간이 선고됐다.

대체복무 연구원 250억 주가조작 연루
관리 허술…그래도 4명→6명으로 늘려

당시 재판부 판결서 눈에 띄는 점은 회사의 안일한 대처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 관리와 관련 “유출된 미공개 정보는 유출 이전에 이미 회사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당시 회사 내에서 정보의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거나 회사 주식 매집을 금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미약품이 미공개 정보 유출과 관련해 대책은커녕 정보의 중요성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후 한미약품 측의 반성은 없었다. 보충역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지만 오히려 전문연구요원의 인원을 오히려 늘린 것이다.

지난해 4명이었던 전문연구요원의 자리를 6자리까지 늘렸다. 감독 당국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미약품의 전문연구요원에 대한 제재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독 당국도 연구전문요원과 관련된 현행법의 맹점을 시인했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전문연구요원은 병역법과 민법의 의거해 운영된다”며 “하지만 전문연구요원을 기업에 배정하는 명부는 병역법만 적용되기 때문에 형사법에 의해 요원이 처벌받아도 기업 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련 법 제도정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전문연구요원이 주가조작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정작 해당 요원의 배정은 늘어났다”며 “한미약품의 상식적이지 못한 행보일 뿐만 아니라, 관련 법 정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히 한미약품이 미공개 정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올 9월에도 주가조작 논란이 크게 일었다. 악재성 이슈를 감추고 있다가 호재성 이슈를 먼저 터뜨린 뒤 악재성 공시를 뒤따라 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잉겔하임과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 9월 계약이 해지됐는데 이 사실이 공시되기 전 미공개 정보가 임직원들을 통해 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결과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결국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한미약품 임직원 1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지난 1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한미약품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임원 황모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2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11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위험성 인식부족

한미약품 측은 일부 임직원의 정보 유출 사실을 인정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한미약품은 검찰의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항암신약 개발 계약 해지에 관한 공시를 둘러싸고 혼란이 야기된 데 대해 한미약품을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과 주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일부 임직원들이 이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 유출과 이용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회사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