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21> 3·22 부동산대책 허실

툭하면 주택정책…부자만 신났다


한 달 간격으로 부동산 정책이 나오고 있어 많은 혼선을 주고 있다. 이번 3·22 부동산 대책은 3월 말로 DTI 규제가 다시 부활된다는 점에서 나온 정책이다. DTI를 부활하는 대신에 취득세 완화 등 세금 감면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DTI 완화 종료’거래위축 최소화 주안점
금융건전성+주택시장 살리기 ‘정책조합’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예정대로 종료시키는 데 따른 거래 위축을 최소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즉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정상화하는 대신 취득세를 낮춰 거래 비용을 줄이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민간 부문의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금융건전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차갑게 식은 주택시장도 함께 살리는 ‘정책조합(policy mix)’을 선택한 셈이다.

‘금리인상, 유가상승…’
여전히 매매심리 위축

정부는 DTI 규제를 작년 ‘8·29 대책 이전’수준으로 조정했다. 부동산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DTI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정작 DTI를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 활성화에 큰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8·29 대책 이후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50조원가량 늘었다. 그러나 순수하게 DTI 자율 적용을 받아서 늘어난 대출액은 7000억원으로 전체 담보대출 증가액의 1.4%에 불과했다. 따라서 DTI 규제 대신 주택 거래세, 즉 취득세(2011년부터 취·등록세 통합)를 더 낮췄다. 취득세를 낮추면 주택 수요자에게 실질 혜택이 돌아가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취득세는 지방세로 지방자치단체에 중요한 세원이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적지 않은 반발도 예상된다.

3·2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아파트 분양 전매 제한도 폐지된다. 이번 대책 중에서 가장 파괴력 있는 대목은 ‘분양가 상한제 일부 폐지’다. 강남3구 투기지역을 제외하고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단지와 뉴타운 지구 등도 대부분 민간택지에 포함된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의외로 폭발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연동해 운영되는 분양권 전매 제한 제도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민간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일정 기간(1∼3년) 분양권을 팔지 못하는 전매 제한을 받고 있다. 민간택지의 경우 상한제가 폐지되면 계약과 동시에 전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재당첨금지조항도 자동 폐지돼 당첨 후에도 또다시 청약이 가능해진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재개발과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분양분 분양가 역시 다소 오를 전망이다. 분양가를 높이면 수익성이 좋아지는 만큼 이들 사업 활성화와 함께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시장이 살아날지 여부다.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취득세 감면과 같은 비중 있는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지만, 주택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 실시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DTI 규제의 부활이 금리 인상, 유가 상승 등 국내외 여러 악재와 맞물려 매매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3·22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남3구 등 투기지역을 제외한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겠다고 했다. 상한제가 없어지면 건설사가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 또는 그 이상으로 높게 책정할 수 있어 주변 집값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다. 결국 상한제 폐지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추겨 주택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그동안 사업성 부족 등으로 진척이 없었던 재개발·재건축 단지와 뉴타운지구 등 대부분의 민간택지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부산을 중심으로 최근 ‘청약 열풍’이 부는 지방 분양시장의 경우 아파트 공급 증가와 함께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 강동구 등 재건축단지와 서울 용산·성동구 등지의 재개발 사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이외로 차분하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DTI 규제가 부각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상한제 폐지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취득세 감면도 (DTI 규제 부활로) 자금력이 있는 수요자에게만 해당돼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미분양 해소 악영향”
지자체 ‘세원 비상’

앞으로 서울에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물량이라는 점에서 조합이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도 크다.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사업의 일반분양 일정이 늦춰진 것도 분양가를 높이려는 조합과 이를 낮추려는 건설사 간의 이견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분양가에 웃돈이 붙을 정도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는 지방에서 분양가 상승이 우려된다”며 “공공택지에 짓는 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4월부터 DTI 환원으로 서울 강남3구 투기지역을 제외한 서울 지역에서 ‘총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50%, 인천·경기는 60%를 적용받게 된다. 투기지역인 강남 3구에선 현행처럼 DTI 비율 40%가 그대로 적용된다.

취득세 50%로 낮춰 ‘거래 비용↓’
분양가 상한제 폐지 ‘주택 공급↑’

정부는 DTI를 환원하되 실수요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비거치식’대출에 대해서는 규제를 사실상 완화해 주기로 했다. 기존 DTI 규제에선 분할상환은 5%P, 고정금리/분할상환은 10%P DTI 비율을 확대해주는 가산항목이 있었다.

정부는 여기에 비거치식을 추가로 우대해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엔 10%P까지, 비거치식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엔 15%P까지 DTI 비율을 확대해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서울 목동에서 주택을 구입하면서 비거치식 고정금리/분할상환(만기 20년, 금리 연 6% 기준) 방식으로 돈을 빌리면 DTI 비율 65%가 적용돼 3억8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변동금리 일시상환 대출을 받을 때 (DTI 비율 50% 적용, 대출가능액 2억9000만원)보다 9000만원이 더 많다.

또 연봉 1억원인 사람이 투기지역 이외의 서울지역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비거치식 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받으면 변동금리 일시상환 방식보다 3억원 더 많은 8억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 같은 우대조치는 이달 중 금융회사 내규를 개정해 4월 이후 신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DTI 환원과 비거치식 대출에 대한 우대조치를 통해 상환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대출을 억제하고 건전한 대출 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별도로 적용되기 때문에 DTI를 기준으로 한 대출 한도가 늘어나더라도 LTV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을 빌릴 수는 없다. 정부는 아울러 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DTI 면제 대상인 소액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확대하는 조치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DTI 규제 정상화에 맞춰 취득세(취득세와 등록세가 올해부터 주택 취득세로 통합) 부담을 절반으로 낮춰주기로 했다. 고가주택 취득세 부담이 커 거래가 끊기는 부작용이 심각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작년 말과 올해 초 사이에 취득세 부담이 수천만원씩 늘어나면서 거래가 끊겨 ‘주택거래 활성화’라는 부동산 세제 기본 방향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지방세인 취득세 세율 감면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에 대해서는 전액 재원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원 기준과 규모에 대해서는 추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참고로 주택 취득세는 전체 취득세의 7.7%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에서만 5000억원 정도가 걷혔다.

10억원 아파트 사면
2300만원 내면 된다

집을 살 때 내는 세금(거래세)은 거래가격이 9억원 이하인 1주택자는 거래가액의 2%, 9억원 초과 1주택자나 다주택자(2주택 이상)는 4%를 각각 세금으로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4%로 인상했다. 이로 인해 주택거래가 부진해지자 정부는 취득세 부담을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절반씩 줄여주기로 했다.

당정은 9억원 이하 주택은 1%, 9억원 초과 및 다주택자는 2%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심의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인 3월23일부터 또는 개정안 발효일부터 낮춰진 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10억원짜리 중대형(전용 85㎡ 초과) 아파트를 구입했을 때 지금은 취득세로 4600만원(지방교육·농특세 포함)을 내야 했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는 이 금액의 절반인 2300만원만 내면 된다.

1주택자이든 다주택자이든 똑같다. 만약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다주택자는 세금이 현행 2300만원에서 1150만원으로, 1주택자는 1350만원에서 675만원으로 각각 줄어들게 된다. 이때 1주택자는 본인 명의의 주택이 1채인 경우(1인 1주택)를 뜻한다. 1세대를 구성하는 가족이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라도 신규 주택 매입으로 본인 명의의 주택이 1채라면 올해 말까지는 취득세율 1%를 적용받게 된다.

집을 새로 사 본인 명의의 주택이 2주택 이상이 될 경우에는 2%의 세율이 적용된다. 9억원 이하 주택가액을 산정할 때는 신고가격(실거래가)을 기준으로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신고가격이 9억원 이하라도 국토부 장관이 고시하는 개별주택가격이나 시장·군수가 산정한 개별 및 공동주택 시가표준액이 9억원을 초과하면 2%의 세율이 적용된다. 취득세 납부기한은 주택취득 후 30일 안에 등기하면 등기 때 납부세금의 50%를 선납하고 나머지는 취득 후 60일 안에만 내면 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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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