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세월호 7시간 미스테리’의 빗장이 풀렸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한가하게 머리를 매만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아울러 수십 년간 이어진 박 대통령 특유의 헤어스타일에 대한 갖가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박 대통령 헤어의 비밀을 살펴봤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전담 미용사에게 90분 동안 머리손질을 받느라 초기 대응에 늦은 것으로 알려진다. 머리손질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90분이 아닌 20분"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월호 승객들이 바다 아래에 있을 동안 '헤어스타일을 위해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난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일부러 연출?
당시 박 대통령의 머리를 담당한 원장은 박 대통령이 민방위복을 입어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헝클어트렸다고 말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지난 7일, 국회 정론관 브리핑 논평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일정에 맞춰 민방위 복장에 어울리는 부스스한 머리를 연출했다는 미용사의 인터뷰가 공개됐다”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연극배우를 방불케 한 박근혜 대통령의 무대연출'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1분1초가 금쪽같았던 그 시간에 마치 무대에 오르는 연극배우처럼 상황에 맞는 연출을 했다니 가슴이 무너진다”며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해 지적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도 지난 7일,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고도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머리를 손질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부분”이라고 질타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도 박 대통령 비난행렬에 동참했다.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SNS에 “시간이 허무하고 서럽고. 미용실 의자에 앉아 졸았을 박근혜”라며 개탄했다.
그는 “올림머리하려고 미용사를 불렀건, 머리를 헝클리려고 미용사를 불렀건, 그 시간에 뭘 했느냐가 아니라 세월호 가족들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왜 구조하지 않고 죽였느냐’다”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이재근 정책기획실장은 “국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300명이 넘는 국민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서 태연하게 머리를 할 수 있었다는 게 믿기기 않는다. 믿고 싶지 않다”며 “만일 사실이라면 ‘세월호 7시간 직무유기 의혹’이 확인된 것이며 그 자체로 탄핵 사유가 된다”고 일갈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박 대통령 헤어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10~20대에는 긴 생머리를 하기도 했다가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올림머리를 유지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전 대표를 지내던 지난 2007년 1월에는 올림머리는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머리를 양옆으로 늘어뜨렸다.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당시에는 헤어스타일로 인해 생긴 해프닝도 있다. 박 대통령이 미국 보스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던 중 경고음이 울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별도의 공간서 10분 가까이 정밀 검색을 받았다. 이때 머리에 꽂은 실핀수가 24개에 달해 경고음이 발생했던 것. 당시 올림머리를 고정한 핀을 하나씩 빼는 모습을 보고 친박(친 박근혜) 의원들중 일부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분개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월호 참사 당시 90분간 머리 손질 의혹
트레이드마크 올림머리 “육영수 따라하기”
그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까지 40여년간 올림머리를 고수했다. 박 대통령이 트레이드마크로 통하는 올림머리를 고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1988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헤어스타일을 한번 바꿨던 것으로 알려진다.
올린 머리를 내리고 단발 모양으로 바꿨는데 새마음 봉사단 간부들이 예전 머리 모양에 대한 아쉬움을 금치 못하더라는 것. 그래서 할 수 없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 버리면서 박 대통령은 “여러분 때문에 머리도 맘대로 못 빗어요”라며 웃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당 대표시절 헤어스타일과 패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제가 참석하는 장소의 분위기에 따라 어떤 차림이 적합하고 맞을까를 기준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림머리에 대해서는 “제가 혼자 할(머리를 만질) 때도 있고, 누가 도와주실 때도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헤어스타일은 고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한다. 일각에선 그의 헤어스타일이 고 육영수 여사의 향수를 느끼는 세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즉 고 육영수 여사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올림머리를 고수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정치 연구> 논문에 따르면 “단아한 올림머리는 격조 있는 고상함이 전해진다. 육영수 여사의 품위 있는 자태와 온화하지만 강직해 보이는 얼굴선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대로 유전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6개월여 앞둔 시점 <이상호기자의 고발뉴스> 속 코너 ‘긴급진단 아사토(아주 사소한 토론)’에선 ‘박근혜 전 위원장 헤어스타일 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주제로 토론이 펼쳐졌다.
당시 미용 경력 40년의 한 미용실 원장은 “박근혜 위원장의 헤어스타일을 보면 육영수 여사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며 “품위 유지와 강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헤어스타일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서해성 교수는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에서 어떤 이의 이미지를 계승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데올로기 계승, 정치의 틀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해석했다.
터무니 없다?
최근 불거진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세월호 당일의 대통령 행적과 관련해 연애설, 굿판설, 성형 시술설 등이 근거 없는 의혹으로 밝혀지자 이제는 1시간 반 동안 머리 손질을 했다는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까지 등장했다"고 관련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미용사는?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던 오후 3시경 미용사 2명이 청와대 관저에 들어섰다. 서울 강남의 유명 미용사로 알려진 정송주씨와 그의 여동생 정매주씨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 전용 미용사로 송주씨는 머리를, 매주씨는 얼굴 화장을 담당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오후 3시22분에 들어가 오후 4시37분까지 75분가량 머문 것으로 알려진다.
정송주씨가 원장으로 있는 토니앤가이(TONI&GUY) 미용실은 최순실씨의 단골가게로 알려진다. 최순실 소유인 미승빌딩과는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했다. 송주씨가 박 대통령을 소개 받은 시기는 2005년이다.
이후 ‘올림머리’를 전속 담당했다. 정씨 자매는 지난 2013년 대통령 취임 때부터는 해외 순방 행사에도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