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페이퍼컴퍼니 커넥션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2.05 10:20:19
  • 호수 10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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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에 VIP 행사 맡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현목·박창민 기자 = 사무실이 없다. 직원도 없다.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보통 이런 회사를 ‘페이퍼컴퍼니’라고 한다. 이른바 유령회사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청와대가 이런 수상한 회사와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청와대가 정부 부처에 이 업체와 거래하라고 지시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A사는 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영빈관서 치러진 수많은 행사를 도맡은 행사 대행 용역회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2015년 교육정보화종합시상식 행사 운영의 수의계약 사유서’에 따르면 “VIP(박 대통령) 행사 경험이 풍부한 본 업체(A사)와 수의 계약을 진행하게 됨”이라며 “실적이 우수하며, 정부부처 VIP행사 관련 다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청와대 행사 싹쓸이
부러움의 대상

실제로 <일요시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A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청와대 영빈관서 있었던 ‘어린이날 청와대 초청행사’(2015년 5월5일 청와대) ‘제3차 규제개혁 관계 장관 회의’(2015년 5월6일 청와대 주최) ‘제9회 장애인기능올림픽 선수단 축하 오찬’(2016년 4월19일 장애인고용공단) ‘바이오 산업생태계, 탄소자원화 발전전략 보고회’(2016년 4월21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의 행사를 도맡았다.

A사는 이외 다수의 청와대 관련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여진다.

A사가 진행한 행사는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졌다.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체결하는 모든 계약은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하지만 예외 조항이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6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에 따르면 5000만원 이하인 물품의 제조·구매·용역 그 밖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사가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 수주한 금액은 1000만원서 1600만원 사이기 때문에 수의계약 요건에 해당된다.

업계에선 A사가 부러움의 대상이다. 고정적으로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 일감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행사 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일감을 고정적으로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청와대 일을 많이 한 업체는 보기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 역시 수의계약으로 한 업체에게 이렇게 많은 일감을 주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의계약으로 특정 업체만 쓰는 것은 특혜라고 의심하기 딱 좋다. 이 때문에 청와대 수의계약을 하는 담당자가 이런 의심을 안 받으려고 서로서로가 조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어떻게 맡았나?
누가 밀어줬나?

그런데 A사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인터넷에는 A사와 관련된 정보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외에도 A사의 견적서에 나와 있는 주소와 세금 계산서에 나온 주소도 일치하지 않다. 직원도 없다. 이쯤 되면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로 의심해볼 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일요시사>가 입수한 A사의 견적서에 따르면 회사 대표로 P씨가 등재돼 있다. 그런데 회사 주소지는 A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는 Y씨의 집. 견적서에 나온 A사의 주소는 경기 김포시 김포대로 355-1 번지로 돼 있다.
 

하지만 이 주소에는 허름한 주택만 있을 뿐 사무실로 보일만한 곳은 없었다. 등기부등록부에 따르면 지목은 임야로 돼 있는데, 사실상 적절치 않은 곳에 회사 주소가 등록돼 있는 셈이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다. 견적서에 기재돼 있는 A사의 사업자 번호 141-00-00000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애견 쇼핑몰 O사가 등장한다. 홈페이지의 O사 주소지는 경기도 파주시 상지석동 745-7번지로 돼 있다.

같은 A사 사업자 번호에 두 개의 회사 주소가 존재하는 셈이다. 혹시나 다른 회사가 아닐까 확인했지만, 홈페이지 하단에 에 있는 회사 대표자에 P씨의 이름이 있다. 핸드폰 번호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진짜 주소는 어딜까. A사의 사업자등록증에 따르면 회사 소재지는 경기도 파주시 운정역길 35-31(상지석동 745-7번지)이다. 그런데 이 주소에는 사무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2층 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 주택의 소유주는 P씨이며, 그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직원 없고 홈페이지도 없어
수상한 회사와 이상한 거래
부처에 거래 지시한 의혹도

결국 청와대 일감을 받고 있는 업체가 사무실 하나 없는 셈이다. A사의 직원은 대표이사인 P씨와 이사인 Y씨 말고는 없다. 이쯤 되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청와대 행사 정도 수의 계약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될 텐데. 수상한 회사”라고 말했다.

그런데 A사는 견적서를 과도하게 부풀린 의혹도 있다. A사는 주로 행사 제작물 총괄 기획 및 관리를 담당한다. 실내현수막 제작, (실내 현수막) 수정 작업, 현장설치 및 철수, 행사 좌석배치도, 참가자 네임텍(비표)제작, 참석자 명패 제작 및 출력, 회의용 펜접시 세팅, 좌석라벨지 출력 및 소모성 문구류 등을 행사 전반에 필요한 물품 제작 및 보급한다. 회의용 디지털 음향장비 대여 및 철수도 한다.

이중 특히 과다하게 견적서를 부풀린 것으로 보이는 항목은 실내 현수막 제작과 (실내 현수막) 디자인 및 수정 작업, 회의용 음향장비 대여다. 올해 4월21일 청와대 영빈관서 박 대통령이 참석한 ‘바이오 산업생태계, 탄소자원화 발전전략 보고회’(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주제)도 A사가 행사 대행을 맡았다.

A사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견적서에 따르면 총 1233만원 행사 비용이 들어갔다. 복수의 행사 대행업체에 따르면 이 견적서가 과다하게 청구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행사 내부 현수막 제작비용과 현수막 디자인 및 수정 작업 비용이 소비자 단가보다 비싸다는 것.
 

견적서에 청구된 현수막 제작비용은 총 77만원이 들어갔다. 이 현수막은 3.4m(가로)X5.7m(세로)의 대형 현수막이다. 업계에선 현수막 제작 단가를 ‘1mX1m=1㎡=1만원’으로 산정한다.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3.4mX5.7mX1만원=19만3800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비싸게 잡아도 적정가격은 30만원을 못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A사가 현수막 비용을 과도하게 청구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사무실 주소
찾아보니 주택

현수막 디자인 작업 비용도 과다하게 청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A사는 디자인 작업 비용으로 150만원을 청구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은 질과 시간, 인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어떻게 작업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현수막 디자인에만 150만원이 들어간 것은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자인이라는 것은 산정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행사에서 A사는 음향장비 대여로 500만원을 청구했다. 업계에선 이 부분도 과하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행사 대행 업계 관계자는 “예산을 아끼려 했다면 충분히 절감할 항목이다. 콘서트도 아니고, 클럽 음향 같이 값비싼 조명장비도 대당 50만원에 대여한다. 2대 만으로도 홀을 충분히 울리고 남는다. 회의에 그런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과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과 관련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각 부처와 해당 기관에 A사에 행사를 맡기라는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보수단체서 박 대통령 예방행사가 있을 당시 청와대 행정자치 비서관실에서 A사를 추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견적서 주소는 김포
사업자 주소는 파주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보수 단체가 주최하는 박 대통령 의전 청와대 지침에 따르면 ‘이벤트 업체 협의(청와대 추천)·기획·A사 010-0000-0000’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단체는 청와대 지침대로 A사에 행사 용역을 맡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보수 단체 역시 청와대 지침이 내려가 A사에게 용역을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럴 경우 해당 기관에선 청와대가 추천한 A사에 행사를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 부처의 설명이다.


그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청와대 의전실과 업무를 조율했던 한 관계자는 “청와대서 추천한 곳에서 안 했다가 밉보이기 십상이라 (청와대서)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마치 손님이 행사를 기획하는 꼴이다.

반면 A사에 행사 용역을 줬던 관계 부처들은 청와대 추천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작년에도 (A사가) 우리행사를 했었다. 알고 있던 업체기 때문에 선정했다. 청와대 행사 경험이 많은 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추천해줬다. 청와대 오찬 행사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과거의 업체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 관계자는 “오랫동안 행사를 꽤했던 업체다. 문제될 게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청와대 추천은 없었다”고 말했다.

견적서 부풀린
뻥튀기 의혹도

청와대 역시 해당 부처에 ‘추천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사는 해당 주무 부처에서 기획한다. 청와대가 관여할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주무부처가 경호 문제로 행사 선정이 어려울 경우가 있다. 이때는 몇 군대 업체를 소개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chm@ilyosisa.co.kr>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A사측 해명과 반박

A사는 청와대가 정부 부처에 행사 대행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실체가 모호한 페이퍼컴퍼니 의혹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요시사>는 A사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통해 해명과 반박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A사가 청와대 관련 행사를 많이 했던데.

▲개인적으로 청와대 일을 한지 25년이 넘었다.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있다.

▲사업자 등록증에 보면 서비스, 영상촬영, 이벤트 대행 등 다 들어가 있다.  

-견적서에 나온 주소랑 사업자 번호 주소와 다른데.

▲사업장 주소는 파주로 돼 있으며, 사무실은 김포로 돼 있다.  

-사무실 같지는 않고 주택이던데.

▲맞다. 사무실로 겸용해서 쓰고 있다.  

-사업자 번호를 검색하니 애견 용품 쇼핑몰이 나오던데.

▲사업자 번호를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냐?(애견 쇼핑몰은 P대표의 부인이 운영하고 있다. 부업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도 없고, 청와대 행사를 많이 하는데 업체에 대한 정보가 없다.

▲꼭 홈페이지가 있어야 정상적인 회사 인가? 수십년 간 문제없이 이렇게 해왔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청와대 일감을 이렇게 많이 받았나?

▲우리는 청와대 행사 특성상 경호나 의전 때문에 매뉴얼이 까다롭다. 그런 매뉴얼들을 가급적으로 많이 해본 업체를 정부 부처에서 선호한다. 나는 부처에 있는 공무원들을 많이 알아서 일을 하는 것이다. 누구의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니다.  

-청와대서 부처에 A사를 추천했다.

▲그런 일 없다. 우리는 청와대 추천으로 일한 사실이 없다. 업무 편의상 각 부처에서 내려보낸 것 같은데, 우리는 부처의 연락을 받고 일을 한 거다.  

-그래도 청와대 일감을 고정적으로 받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우리 말고도 많다. 왜 우리한테만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업체보다 청와대 행사를 더 많이 하는 업체도 많다. 대부분 해당 부처와 유대 관계를 맺고 일을 한 거다.  

-일각에선 견적서를 과다하게 청구했다고 하는데.

▲그 업체들은 청와대 행사를 한 적 없는 업체일 것이다. 디자인도 다 외주 업체에 주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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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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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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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