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페이퍼컴퍼니 커넥션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2.05 10:20:19
  • 호수 10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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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에 VIP 행사 맡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현목·박창민 기자 = 사무실이 없다. 직원도 없다.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보통 이런 회사를 ‘페이퍼컴퍼니’라고 한다. 이른바 유령회사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청와대가 이런 수상한 회사와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청와대가 정부 부처에 이 업체와 거래하라고 지시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A사는 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영빈관서 치러진 수많은 행사를 도맡은 행사 대행 용역회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2015년 교육정보화종합시상식 행사 운영의 수의계약 사유서’에 따르면 “VIP(박 대통령) 행사 경험이 풍부한 본 업체(A사)와 수의 계약을 진행하게 됨”이라며 “실적이 우수하며, 정부부처 VIP행사 관련 다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청와대 행사 싹쓸이
부러움의 대상

실제로 <일요시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A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청와대 영빈관서 있었던 ‘어린이날 청와대 초청행사’(2015년 5월5일 청와대) ‘제3차 규제개혁 관계 장관 회의’(2015년 5월6일 청와대 주최) ‘제9회 장애인기능올림픽 선수단 축하 오찬’(2016년 4월19일 장애인고용공단) ‘바이오 산업생태계, 탄소자원화 발전전략 보고회’(2016년 4월21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의 행사를 도맡았다.

A사는 이외 다수의 청와대 관련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여진다.

A사가 진행한 행사는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졌다.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체결하는 모든 계약은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하지만 예외 조항이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6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에 따르면 5000만원 이하인 물품의 제조·구매·용역 그 밖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사가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 수주한 금액은 1000만원서 1600만원 사이기 때문에 수의계약 요건에 해당된다.

업계에선 A사가 부러움의 대상이다. 고정적으로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 일감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행사 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일감을 고정적으로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청와대 일을 많이 한 업체는 보기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 역시 수의계약으로 한 업체에게 이렇게 많은 일감을 주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의계약으로 특정 업체만 쓰는 것은 특혜라고 의심하기 딱 좋다. 이 때문에 청와대 수의계약을 하는 담당자가 이런 의심을 안 받으려고 서로서로가 조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어떻게 맡았나?
누가 밀어줬나?

그런데 A사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인터넷에는 A사와 관련된 정보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외에도 A사의 견적서에 나와 있는 주소와 세금 계산서에 나온 주소도 일치하지 않다. 직원도 없다. 이쯤 되면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로 의심해볼 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일요시사>가 입수한 A사의 견적서에 따르면 회사 대표로 P씨가 등재돼 있다. 그런데 회사 주소지는 A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는 Y씨의 집. 견적서에 나온 A사의 주소는 경기 김포시 김포대로 355-1 번지로 돼 있다.
 

하지만 이 주소에는 허름한 주택만 있을 뿐 사무실로 보일만한 곳은 없었다. 등기부등록부에 따르면 지목은 임야로 돼 있는데, 사실상 적절치 않은 곳에 회사 주소가 등록돼 있는 셈이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다. 견적서에 기재돼 있는 A사의 사업자 번호 141-00-00000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애견 쇼핑몰 O사가 등장한다. 홈페이지의 O사 주소지는 경기도 파주시 상지석동 745-7번지로 돼 있다.

같은 A사 사업자 번호에 두 개의 회사 주소가 존재하는 셈이다. 혹시나 다른 회사가 아닐까 확인했지만, 홈페이지 하단에 에 있는 회사 대표자에 P씨의 이름이 있다. 핸드폰 번호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진짜 주소는 어딜까. A사의 사업자등록증에 따르면 회사 소재지는 경기도 파주시 운정역길 35-31(상지석동 745-7번지)이다. 그런데 이 주소에는 사무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2층 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 주택의 소유주는 P씨이며, 그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직원 없고 홈페이지도 없어
수상한 회사와 이상한 거래
부처에 거래 지시한 의혹도

결국 청와대 일감을 받고 있는 업체가 사무실 하나 없는 셈이다. A사의 직원은 대표이사인 P씨와 이사인 Y씨 말고는 없다. 이쯤 되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청와대 행사 정도 수의 계약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될 텐데. 수상한 회사”라고 말했다.

그런데 A사는 견적서를 과도하게 부풀린 의혹도 있다. A사는 주로 행사 제작물 총괄 기획 및 관리를 담당한다. 실내현수막 제작, (실내 현수막) 수정 작업, 현장설치 및 철수, 행사 좌석배치도, 참가자 네임텍(비표)제작, 참석자 명패 제작 및 출력, 회의용 펜접시 세팅, 좌석라벨지 출력 및 소모성 문구류 등을 행사 전반에 필요한 물품 제작 및 보급한다. 회의용 디지털 음향장비 대여 및 철수도 한다.

이중 특히 과다하게 견적서를 부풀린 것으로 보이는 항목은 실내 현수막 제작과 (실내 현수막) 디자인 및 수정 작업, 회의용 음향장비 대여다. 올해 4월21일 청와대 영빈관서 박 대통령이 참석한 ‘바이오 산업생태계, 탄소자원화 발전전략 보고회’(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주제)도 A사가 행사 대행을 맡았다.

A사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견적서에 따르면 총 1233만원 행사 비용이 들어갔다. 복수의 행사 대행업체에 따르면 이 견적서가 과다하게 청구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행사 내부 현수막 제작비용과 현수막 디자인 및 수정 작업 비용이 소비자 단가보다 비싸다는 것.
 

견적서에 청구된 현수막 제작비용은 총 77만원이 들어갔다. 이 현수막은 3.4m(가로)X5.7m(세로)의 대형 현수막이다. 업계에선 현수막 제작 단가를 ‘1mX1m=1㎡=1만원’으로 산정한다.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3.4mX5.7mX1만원=19만3800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비싸게 잡아도 적정가격은 30만원을 못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A사가 현수막 비용을 과도하게 청구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사무실 주소
찾아보니 주택

현수막 디자인 작업 비용도 과다하게 청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A사는 디자인 작업 비용으로 150만원을 청구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은 질과 시간, 인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어떻게 작업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현수막 디자인에만 150만원이 들어간 것은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자인이라는 것은 산정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행사에서 A사는 음향장비 대여로 500만원을 청구했다. 업계에선 이 부분도 과하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행사 대행 업계 관계자는 “예산을 아끼려 했다면 충분히 절감할 항목이다. 콘서트도 아니고, 클럽 음향 같이 값비싼 조명장비도 대당 50만원에 대여한다. 2대 만으로도 홀을 충분히 울리고 남는다. 회의에 그런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과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과 관련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각 부처와 해당 기관에 A사에 행사를 맡기라는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보수단체서 박 대통령 예방행사가 있을 당시 청와대 행정자치 비서관실에서 A사를 추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견적서 주소는 김포
사업자 주소는 파주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보수 단체가 주최하는 박 대통령 의전 청와대 지침에 따르면 ‘이벤트 업체 협의(청와대 추천)·기획·A사 010-0000-0000’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단체는 청와대 지침대로 A사에 행사 용역을 맡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보수 단체 역시 청와대 지침이 내려가 A사에게 용역을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럴 경우 해당 기관에선 청와대가 추천한 A사에 행사를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 부처의 설명이다.


그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청와대 의전실과 업무를 조율했던 한 관계자는 “청와대서 추천한 곳에서 안 했다가 밉보이기 십상이라 (청와대서)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마치 손님이 행사를 기획하는 꼴이다.

반면 A사에 행사 용역을 줬던 관계 부처들은 청와대 추천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작년에도 (A사가) 우리행사를 했었다. 알고 있던 업체기 때문에 선정했다. 청와대 행사 경험이 많은 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추천해줬다. 청와대 오찬 행사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과거의 업체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 관계자는 “오랫동안 행사를 꽤했던 업체다. 문제될 게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청와대 추천은 없었다”고 말했다.

견적서 부풀린
뻥튀기 의혹도

청와대 역시 해당 부처에 ‘추천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사는 해당 주무 부처에서 기획한다. 청와대가 관여할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주무부처가 경호 문제로 행사 선정이 어려울 경우가 있다. 이때는 몇 군대 업체를 소개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chm@ilyosisa.co.kr>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A사측 해명과 반박

A사는 청와대가 정부 부처에 행사 대행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실체가 모호한 페이퍼컴퍼니 의혹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요시사>는 A사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통해 해명과 반박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A사가 청와대 관련 행사를 많이 했던데.

▲개인적으로 청와대 일을 한지 25년이 넘었다.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있다.

▲사업자 등록증에 보면 서비스, 영상촬영, 이벤트 대행 등 다 들어가 있다.  

-견적서에 나온 주소랑 사업자 번호 주소와 다른데.

▲사업장 주소는 파주로 돼 있으며, 사무실은 김포로 돼 있다.  

-사무실 같지는 않고 주택이던데.

▲맞다. 사무실로 겸용해서 쓰고 있다.  

-사업자 번호를 검색하니 애견 용품 쇼핑몰이 나오던데.

▲사업자 번호를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냐?(애견 쇼핑몰은 P대표의 부인이 운영하고 있다. 부업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도 없고, 청와대 행사를 많이 하는데 업체에 대한 정보가 없다.

▲꼭 홈페이지가 있어야 정상적인 회사 인가? 수십년 간 문제없이 이렇게 해왔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청와대 일감을 이렇게 많이 받았나?

▲우리는 청와대 행사 특성상 경호나 의전 때문에 매뉴얼이 까다롭다. 그런 매뉴얼들을 가급적으로 많이 해본 업체를 정부 부처에서 선호한다. 나는 부처에 있는 공무원들을 많이 알아서 일을 하는 것이다. 누구의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니다.  

-청와대서 부처에 A사를 추천했다.

▲그런 일 없다. 우리는 청와대 추천으로 일한 사실이 없다. 업무 편의상 각 부처에서 내려보낸 것 같은데, 우리는 부처의 연락을 받고 일을 한 거다.  

-그래도 청와대 일감을 고정적으로 받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우리 말고도 많다. 왜 우리한테만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업체보다 청와대 행사를 더 많이 하는 업체도 많다. 대부분 해당 부처와 유대 관계를 맺고 일을 한 거다.  

-일각에선 견적서를 과다하게 청구했다고 하는데.

▲그 업체들은 청와대 행사를 한 적 없는 업체일 것이다. 디자인도 다 외주 업체에 주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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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