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박근혜 탄핵 & 하야 시나리오

'식물대통령' 하야가 답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짤막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국정농단 논란은 쉽사리 식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풍 우려가 있어 금기어로 통했던 ‘탄핵’과 ‘하야’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그로기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국민들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진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와 실망감을 넘어 허탈감과 좌절을 느끼고 있다. 말로만 듣던 ‘비선 실세’의 실체가 또렷해지자 박근혜정부의 존립도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모르쇠로 일관하던 박 대통령이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사상초유의 ‘비선실세’ 사태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뿔난 민심
성토글 봇물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박근혜정부는 붕괴 직전에 이르고 있다. 지난 24일 <JTBC뉴스룸>은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받아봤다고 보도했다. 의혹과 설만 난무했던 상황에서 이른바 ‘물증’을 제시하자 그제야 박 대통령은 꼬리를 내렸다. 보도 이후 20시간이 지난 시점에 박 대통령은 1분40초 분량의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보좌진이 채 구성되기 전 최순실씨에 연설문 및 홍보 관련 도움을 받았다 내용이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박 대통령은) 석고대죄하고 하야해야 한다고 본다”며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썼다. 더민주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 주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앞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도 강한 어조로 박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다음날인 지난 26일, 이 시장은 “(박 대통령이) 하야하고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해서 국가 권력을 모두 넘기는 맞다”며 “어떻게 국민이 맡긴 통치 권력을 근본도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넘기다시피 했느냐. 결국 국정 농단, 헌정 파괴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대형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도 박근혜 대통령에 성난 민심을 반영했다. 지난 26일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하야’ ‘탄핵’ 등의 검색어가 순위에 올랐다. 다음에선 한때 1위가 ‘하야’, 2위가 ‘탄핵’이었고 ‘박근혜 탄핵’이 4위였다. 네이버에선 ‘시국선언’ 또는 ‘이재명’이 1위, ‘하야’가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치권 외부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26일,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적나라한 박근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모든 국민과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선배님께서는 더 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십시오”라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며 국민적 불신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국민이 대통령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리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면서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책임을 요구했다.

서강대 뿐만 아니라 대학가 곳곳서 ‘대통령 비선 실세’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 26일, 이대 정문 앞에서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까”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하고 시국선언을 했다.

이대 최은혜 총학생회장은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외교, 안보, 심지어는 해외 정상과의 통화 내용까지 모두 최순실씨에게 보고됐다”며 “명백한 국정 농단이고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도 같은 날 오후 12시 부산대 정문서 시국선언을 열고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가원수 위에 실세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실세에 의한 비리가 정·재계를 비롯한 이나라 곳곳에 만연해있다는 사실이 통탄스럽다”고 규탄했다.

못믿을 청와대
탄핵 절차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청와대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다음날, 청와대는 연설문 유출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언론들이 분석해 놓은 것을 봤는데 대부분이 (법 위반이) 아닌 쪽으로 해석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연설문) 유출 부분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도 있고, 또 (수사에) 포함될 부분도 있을 테니까 검찰 수사를 지켜보도록 하자”고 말했다. 자체 감사는 언급하지 않은 채 검찰에 공을 넘긴 것이다.
 

2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에 출석한 이원종 비서실장은 비선 실세가 있는줄 몰랐다는 취지로 “국민들에게 많은 아픔을 줬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를 입고 마음이 아픈 분이 대통령”이라며 박 대통령을 피해자로 규정하며 감쌌다.

이처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을 비호하는 세력이 건재해 대통령의 하야는 어려운 모양새다.

문서유출이 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청와대 답변은 지난 2014년 박관천 경정의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당시 청와대 반응과 모순된다. 당시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일벌백계를 주문했다. 그 결과 박관천 전 경정은 구속 기소돼 1심서 징역 7년과 추징금 434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4월 항소심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석방됐다.

안 먹히는 개헌카드…최순실 사태 일파만파
자고 일어나면 펑펑…계속 샘솟는 의혹들

문건 한 개 유출을 놓고 일벌백계를 주문했던 청와대가 국정 전반에 이르는 문서 유출에 대해서는 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또한 박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및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자처했던 검찰의 모습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은 재직 중에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도 박 대통령의 자리 보존에 힘을 실어준다.

‘하야가 어렵다면 탄핵이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는 여론이 득세하고 있어 박 대통령이 탄핵을 피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야당 내부서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서 열린 더민주 긴급 의총 직후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민 여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어제 포털 검색어 1,2위에 하야와 탄핵이 있었는데 의원들도 여론을 전달하는 과정에 자신의 의견을 섞어서 말한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의총서 탄핵을 주장한 의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앞서 탄핵 절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 발의와 재적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탄핵소추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의장은 지체 없이 소추의결서의 정본을 법제사법위원장인 소추위원에게 송달한다.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된다. 이를 헌법재판소가 180일 이내에 심리를 거쳐 탄핵의 최종여부를 결정한다. 헌법재판관 중 6인 이상의 인용의견이 있어야 탄핵이 통과된다.


노무현은 되고
박근혜 안된다?

과거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소속 의원 159명의 서명을 받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재적의원 270명 가운데 195명이 투표해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탄핵소추 결의안이 가결됐다. 소추의결서는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송달됐다.
 

당시 소추위원인 김 전 비서실장은 주장 요지에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모든' 행위가 탄핵대상이며 '중대한' 위반행위만이 탄핵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발언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저해했고, 국민에게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극심한 고통과 불행을 안겨줌으로써 헌법 제10조(국민의 행복추구권 보장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사유는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 ▲헌법기관을 경시한 행위 ▲썬앤문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최모씨와 관련된 비리 ▲ 안모씨과 관련된 비리 등으로 적시됐다.

그러나 그해 5월14일 헌법재판소에서 '법률 위반은 일부 인정되지만 대통령을 그만두게 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할 수 없다'며 기각하며 마무리됐다.

박 대통령의 경우 탄핵소추까지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20대 국회의 정당별 의석수 전체 300석 가운데 야권의 3당의 의석수는 167석(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으로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결을 위한 3분의2인 200석에는 37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만약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여기에 동참한다면 가결이 될 수도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다는 불가능하지만은 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탄핵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노무현 때와는 다르다?
현실적 탄핵소추 가능

하지만 ‘하야’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16개월 동안 ‘식물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미 박 대통령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은 해소된 게 없다.

최씨의 국정관여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표현했고, 드러난 사실과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대통령의 권위가 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의 명을 따르겠냐는 탄식도 나온다.

대통령의 무책임한 수습의지도 ‘식물대통령’ 우려를 강화시킨다. 각종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줬다. 최순실 및 비선 의혹 관련자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지만 우 수석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수사에 신뢰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새누리당 내부서도 박 대통령의 탈당과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6일,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사과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모시던 사람들이 다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인다. 결국 그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은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야당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가 발생함과 동시에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초 박 대통령은 4대부문 구조개혁을 마무리하고,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과제 해결을 요원해 보인다.

레임덕 넘어
식물대통령?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마지막 명예를 지키려면 최순실씨를 즉각 검찰에 소환시키고, 우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은 1년 4개월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을 넘어 식물대통령으로 남다 끝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만약 물러난다면?

대한민국 헌법 제68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 있다. 우선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총리가 권한대행 상태로 국정이 운영된다. 국정 전반을 운영하던 대통령의 공백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누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등 궐위 상태에서 북핵위기와 경제위기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면서 “비상시국회의에서 거국내각안을 만들어 대통령이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탄핵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기사 속 기사] 청와대 문건 누가 빼돌렸나?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는 이 자료를 가지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들로 거의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문고리3인방’ 중 한명으로 불린다.

청와대 문건으로 기초로 한 비선모임에서는 최순실씨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총장은 “최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며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도 사실 다들 최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지지율 보니…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10%대로 급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4∼26일 전국의 성인 유권자 152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의 21.2%를 기록해 전주에 비해 7.3% 떨어졌다. 특히 26일 일간 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17.5%에 그쳐 취임 후 처음으로 10%개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그동안 계속 30% 가량을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했었는데 그 지지율이 절반가량으로, 지지층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고정 지지층이라고 읽혀졌던 영남권과 대전·충남 지역에서 모두 크게 하락하면서 지금은 ‘집토끼’라는 대구·경북 외에는 아무 지역이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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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