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방자치단체서 설립한 공공 지방의료원들이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지역주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례용품 중 높은 가격을 차지하는 수의와 관의 경우 구입가격보다 평균 3배 가까이 비쌌다. 장례 도중 돈을 따지지 않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악용한 처사다.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공공의료원이 이 같은 작태를 보이고 있어 관련 업계와 국민들 사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족이 사망하면 극진한 예를 갖춰 장례를 치르는 것이 오랜 전통이며 장례 도중 돈 문제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 역시 망자에 대한 예의로 여겼다. 이런 문화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장례시장은 연간 7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경황없는 유족들을 노린 비뚤어진 상혼이 자리하고 있다.
비뚤어진 상혼
유족들이 경황없는 틈을 타 터무니없이 높은 장의용품 가격 책정과 물품 강매, 끼워팔기 등으로 장삿속을 챙기면서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장례업자들의 횡포는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횡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처럼 유족이 경황이 없다는 점을 노려 바가지를 씌우고 장례비용을 과하게 청구하는 업체의 횡포는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지난달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33개 지방의료원의 장례용품 납품가격 및 판매가격 현황분석 결과, 지방자치단체서 설립한 지방 의료원들이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수의와 관 등의 장례용품을 납품가보다 최대 9배 가까운 가격에 팔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수의는 평균 3.5배, 관은 평균 2.9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장례식장별 수의와 관의 평균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공주의료원이 5.58배로 가장 비쌌고 천안·홍성의료원 5.08배, 강릉의료원 5.02배, 삼척의료원 4.1배, 속초의료원 4.01배, 인천광역시의료원 3.5배, 순천의료원 3.43배, 강진의료원 3.38배, 부산광역시의료원 3.36배 순으로 구입가보다 비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지난 2012년 의회의 지적을 받은 뒤 공동구매를 통해 납품가격을 조정한 경기도 6개 의료원의 경우 수의와 관의 평균 판매가격이 납품가의 2배 수준이었다. 수의 판매가격을 보면 강릉의료원은 ‘수의 5호’를 3만 9000원에 구입, 약 9배에 달하는 35만원에 판매하며 홍성·공주·천안의료원 또한 ‘수의 3호’를 7만9000원에 구입, 8.8배 비싼 7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수의 9배 관 5배 이상 폭리 취해
작년 지방의료원 수익 820억 넘어
충청남도가 운영하는 홍성·공주·천안·서산의료원은 지난해부터 공동구매를 통해 납품가격을 대폭 낮췄지만 판매가를 낮춘 곳은 서산의료원뿐이었다. 나머지 3개 의료원은 예전 가격을 유지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공주의료원 관계자는 “10월부터 4개 의료원이 협의해 장의용품의 가격 조정을 할 예정”이라며 “매점 품목, 식당 등 다른 용품들은 7년 동안 가격을 전혀 올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관의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속초·삼척의료원은 ‘오동관(0.6특)’을 4만8000원에 구입, 5배 넘는 25만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순천의료원 또한 ‘오동관(1.0치 특)’을 7만2000원에 구입, 4.8배 넘는 3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33개 공공지방의료원이 벌어들인 수익금은 총 825억4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례식 1건당 평균 순수익을 살펴보면 충청남도 홍성의료원이 711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충남 서산의료원 638만원, 대구의료원 627만원, 충청북도 청주의료원 594만원, 울진의료원 587만원, 강원도 영월의료원 577만원,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563만원, 강원도 강릉의료원 551만원, 강원도 삼척의료원 547만원, 충청남도 천안의료원 544만원 순이다.
한 의료원 관계자는 “자료의 상당 부분이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자료에서 수익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총 매출이며 실제 수익은 35%에 불과하다”며 “장례 1건당 평균 순수익도 실제 수익으로 나눠야 정확한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수의와 관을 비싸게 판매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년 도의회 행정 사무감사를 통해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이 폭리를 취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방의료원 장례식장들의 높은 수익률 이면에는 합리적인 기준 없이 제각각 판매되고 있는 주요 장례용품의 가격이 있다고 인 의원은 지적했다. 인 의원은 “지역주민에 대한 의료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지방의료원이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하루빨리 공공성에 맞게 합리적인 운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찌 더하네∼
한 유가족은 “장례를 치르는 도중 돈을 따지지 않는 가족의 마음을 악용해 장례식장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문제”라며 “장례식장이 높은 마진을 붙여 폭리를 취하는 횡포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례식장 폭리 관행 근절을 위한 관계 당국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