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모처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아파트 분양시장의 경우 미분양의 약진이 눈에 띈다. 건설사도 분위기가 좋을 때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층이나 전망이 좋은 곳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잘 고른다면 흙속의 진주를 고를 수 있다. 다만 투자자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혜택을 보기보다는 향후 미래가치가 있는 상품을 고르는 지혜가 요구되므로 미분양이 된 원인을 꼭 파악한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
유명 단지도 알고 보면 입주 당시는 ‘미분양’
미분양 3대 키워드 ‘대단지’ ‘교통’ ‘택지지구’
‘흙속의 진주’라는 말이 있다. 미분양 아파트에 어울리는 말이다. 삼성동 아이파크,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반포 자이, 타워팰리스 등은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지들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들이 처음 분양 당시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파트로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입주 전만 해도 계약자들을 속 썩였던 미분양 단지에 불과했다. 분양 및 입주와 맞물려 몰아닥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계약 해지 물량이 늘어나는 등의 곤욕을 치렀다.
대단지 아파트 입주
이후 인기도 높아져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분양당시 순위 내에서 3가구가 미달했던 반포자이 297㎡(공급면적, 90평)의 평균 시세는 30억5000만원이다. 이는 분양가 28억3000만∼29억8000만원대보다 최고 2억2000만원이 더 오른 것이다. 미계약분이 몰렸던 4층 이하 중소형 평형대의 가격도 껑충 뛰었다. 분양가가 7억원대이었던 84㎡(25평)의 현재 매매가는 평균 8억4500만원을 기록중이다. 현재 평균 14억2500만원의 시세를 형성중인 116㎡(35평)의 분양가는 10억6000만∼11억7000만원대였다.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역시 비슷하다. 87.46㎡(26평형)는 6억9000만∼7억7000만원대에 분양됐지만 최근에는 9억5000만원대에 매물을 구할 수 있다. 반포동의 대표 랜드마크 단지인 이들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반포동의 지위도 달라졌다. 지난 20여 년간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 도곡동이 차지하던 강남 부촌의 지위를 넘겨받은 신흥 부촌이란 평가가 많아진 것이다.
분양 당시 ‘강남 쪽방’이란 굴욕을 받으며 3순위까지 대거 미달 사태를 빚었던 잠실 ‘리센츠’39㎡(12평)도 애물단지에서 값비싼 진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2005년 1억9500만원대에 분양한 이 아파트는 현재 3억7000만∼4억원대에 거래된다. 5년여 사이 시세가 분양가의 2배가 된 셈이다. 리센츠 초소형평형은 지난 2003년 정부가 전체 물량 중 20%를 60㎡(18평)이하 규모로 짓도록 한 ‘소형평형의무비율’시행에 따라 등장한 것이다.
흙속의 진주는 서울 강남권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광화문스페이스본’1단지 역시 2004년 분양 시 대형평형이 대거 미달 났던 곳이지만 지금은 강북의 대표 부촌 아파트로 평가받는다. 175㎡(53평)는 일반 분양가가 9억3000만원대였지만 현재 평균 매매값은 11억7500만원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분양 아파트는 동과 호수를 선택할 수 있는 선착순 분양인데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며 재당첨 금지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 등 이점이 많다”며 “이런 점을 활용해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아 적지 않는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좋은 아파트를 고를 때도 일정한 법칙은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대단지 아파트를 노리라는 것이다. 이유는 입주 후 인구가 한 곳에 밀집돼 학교, 생활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지기 때문이다. 또 교통이 불편한 일부 단지의 경우 버스노선이 바뀌거나 새롭게 역이 신설되는 등 개발호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STX건설은 수원 장안구 이목동에 ‘수원 장안 STX KAN’을 분양중이다. 전용면적 59∼124㎡ 총 947가구로 이뤄진 대단지 아파트이다. 사업지는 강남과 18㎞거리에 위치해 있어 강남권까지 30분대 진입이 가능하다. 계약금은 10%, 중도금은 이자후불제이다. (031)246-2200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안양 석수 아이파크’를 분양중이다. 전용면적은 84∼137㎡이며 총 1134가구 중 204가구가 일반 공급 분이다. 단지 인근으로 노후주택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신 주거지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체 측은 전했다. (031)474-2800
역세권이나 교통호재가 있는 단지들도 끊임없이 관심을 받아오는 곳이다. 교통이 뛰어난 곳은 불황기에도 강한 아파트인데다 임대수요도 풍부하다. 게다가 신규개설되는 도로나 역이 근처에 있으면 향후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동아건설은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1가 41-1번지 일대에 ‘용산 더 프라임’559가구를 특별 분양중이다. ‘용산 더 프라임’은 지하철 1호선 남영역(2분)과 삼각지역(10분), 효창공원역(15분)을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역세권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KTX 승차역인 용산역, 서울역이 가깝다. 계약금은 분양금액의 5%이며, 2013년 준공 예정이다. (02)797-1139
대성산업 건설부문은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에 ‘대성 유니드’아파트를 선착순 동·호수 지정계약 조건으로 분양중이다. 대성유니드는 전세대 중소형 인기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1호선 신이문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있고 7호선 중화역이 도보 8분 거리에 인접한 2개 노선 더블역세권으로 지하철 이용이 매우 편리하며 중랑천 조망이 가능하다. 중랑천 체육공원을 내 집 앞 정원처럼 누릴 수 있는 웰빙 아파트이다. (02)962-5585
대우건설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주상복합 아파트 ‘푸르지오 월드마크’를 분양중이다. 이 단지는 성내역과 도보 4분 거리, 잠실역과 5분 거리에 있는 트리플 역세권 아파트로 9호선 연장구간인 석촌역이 가까워 가격상승여력이 높다. 최대 1억8000만원에 파격적인 할인 분양을 하고 있으며, 특히 제2롯데월드 착공이 확정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02)3446-1377
할인, 금융지원 등
다양한 혜택 제공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편리한 생활환경과 교육여건, 대단지라는 장점을 고루 반영한 곳이 많다. 이는 민간 개발사업은 학교나 단지 내 상가, 노인정 같은 기본적인 부대시설만 만드는 한계가 있지만 택지지구는 교육여건과 대형상업시설 등이 갖춰지고 다른 지역과 연계하는 도로망이나 전철까지 갖춰져 입주 후 투자가치가 급속히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삼성물산은 한강신도시 Ac-15블록에 ‘Ac-15블록 래미안’을 선보이고 있다. 전용면적은 101.125㎡ 총 579가구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 1020만∼1080만원 선이며, 중도금은 이자후불제가 적용된다. 2011년 1월12일 이후 전매가능하며, 입주예정일은 2012년 2월이다. 이 단지는 한강과 연결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로도시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031)985-3633
이지건설은 부산 정관신도시 A-3블록에서 ‘정관신도시 이지더원 1차’를 내놓는다. 정관신도시를 가로지르는 정관로와 접하고 있어 부산과 양산, 울산 등 주변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하며, 초등학교 2곳과 중·고등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계약금은 10%다. (051)728-6003
대광이엔씨도 수원 광교신도시 A1블록에서 ‘광교 대광로제비앙’을 분양중이다. 광교신도시의 서북쪽에 위치하며, 남측으로는 북수원∼상현도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고 용인~서울간 고속도로 이용도 쉬운 편이다. 1566-8431
미분양 아파트는 다양한 혜택도 있다. 잘 고른다면 흙속의 진주를 고를 수 있다. 다음은 각종 혜택이다.
▲불황에 돋보이는 ‘분양가 할인’=미분양 마케팅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분양가 할인이다. 경기침체 속에 수요자들이 어느 때보다 가격에 민감해서다. 기존계약자도 단지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할인을 대체로 수용한다는 게 건설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매달 이자에서 해방 ‘금융지원’=금융지원은 이자부담을 덜어준다. 다만 이자후불제는 금리 인상이 되면 ‘족쇄’가 될 수 있고 중도금 무이자도 일부 분양가에 반영될 수 있다. 이율도 업체마다 다르다. 한 대형업체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이율 적용 시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반영돼 대형업체가 가산금리가 더 낮다”고 말했다.
▲빌트인 냉장고에서 온돌까지 ‘옵션 및 무료시공’=건설사가 무료로 시공해주는 옵션은 사실상 분양가할인 효과가 있다. 분양가에 알게 모르게 포함됐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서초 방배동 ‘리첸시아 방배’는 무료 발코니 확장과 추가비용 없이 빌트인 냉장고, 매립형 에어컨 등을 제공한다. 울산 중구 유곡동 ‘푸르지오’아파트는 안방 붙박이장을 무료로 시공해주고 바닥에 온돌을 깔아주는 이색 마케팅을 하고 있다.
▲떨어지는 집값에 날개 다는 ‘가격보장제’=집값 하락 우려로 주택구입을 망설이는 수요자에게 ‘책임분양’을 하는 것이다. 분양가 아래로 시세가 떨어지면 건설사가 이를 보전해 준다. 단 층수, 평형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빨리 내면 보상하는 ‘선납할인’=건설사가 정한 예정일보다 미리 내면 가격부담을 덜어주는 마케팅 전략이다. 회사는 미분양 속에 유동성을 높일 수 있어 선호한다. 하지만 잔금 선납할인의 경우 주택분양보증의 적용을 받지 못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리스크를 지는 대신 가격할인을 얻을지 선택해야 한다.
▲살아보고 결정하는 ‘전세전환’=‘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전세로 살다가 마음에 들면 매매로 전환할 수 있어 내 집 마련에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 전세만 살고 나올 때 처음상태와 똑같아야 한다는 조건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는 다양한 혜택은 물론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데다 동·호수도 직접 지정해 계약할 수 있어 주택 실수요자에게 선택폭이 넓은 편이다. 그러나 미분양으로 남은 단지의 단점을 확인한 뒤 매입해야 한다. 우선 미분양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또 아파트 브랜드나 입지 및 건축상 문제인지 혹은 침체된 부동산시장 영향인지 따져봐야 한다.
주변에 혐오시설이 있다든가 교통, 교육여건이 불편하다면 입주 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정돼 있던 도로나 대중교통 시설이 계획대로 들어설 것인지 알아보는 것도 필수다. 마케팅 직원의 전화 설명을 액면대로 듣기보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변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여러 곳 찾아본 뒤 주변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격 적정성을 따지는 자세도 요구된다.
특히 오랫동안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물건보다는 분양당첨자의 계약 취소로 생긴 미계약분이나 인기단지여서 분양 직후 잔여가구가 적은 미분양을 노리는 게 좋다. 입지조건이 좋은 택지지구나 대단지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택지지구나 대단지 미분양아파트의 경우 조금이라도 좋은 층과 방향을 잡으려면 너무 뜸을 들이지 않는 게 좋다. 경기 침체 등으로 분양 초기 일시적으로 미분양이 발생했을 때를 노려야 ‘돈 되는 아파트’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 잡기’도 시점이 중요한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입주 임박 단계까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것은 메리트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비교해보는 것도 필수다. 보금자리주택이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주변에 있다면 분양가가 비싼 미분양 아파트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미분양이 입주 즉시 팔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다. 눈앞의 시장을 보지 말고 2∼3년 후의 뒤를 보고 판단하는 것도 관건이다.
남아 있는 물건보다
계약 취소분 노려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미분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된다면 멀리보고 미분양을 계약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주택시장의 호황불황 패턴이 2~3년 주기로 짧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좋지 않지만 2∼3년 후 시장상황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