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치킨프랜차이즈 ‘BHC’가 매각설에 휘말렸다. 싼값에 인수한 후 비싼 값에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는 전형적인 외국계 사모펀드의 모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먹튀’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양상이다.
BHC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새 주인을 맞이한 2013년부터였다. 2004년 BHC를 인수했던 제너시스BBQ는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내외적인 악재에 휘말렸다. 업계 선두를 교촌치킨에 빼앗긴데다 실적 역시 악화되는 단계였다. 결국 제너시스BBQ가 꺼내든 카드는 BHC 매각이었고, 1200억원을 제시한 외국계 사모펀드(로하튼)가 2013년 7월 최종적으로 BHC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사실상 매각 수순?
공교롭게도 제너시스BBQ의 품을 벗어나자마자 BHC는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렸다. 2012년 811억원 수준이던 BHC의 매출은 2013년(827억원), 2014년(1088억원)에 걸쳐 완만히 증가하다가 지난해에는 186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불과 3년 사이에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매장수도 급격히 불어났다. 2013년 806개였던 BHC 가맹점은 지난해 1300개를 넘어섰고 올해 연말까지 가맹점을 1400개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사이 업계 10위권이던 BHC의 입지는 교촌치킨과 제너시스BBQ를 턱밑까지 추격할 정도로 탄탄해졌다.
이렇듯 잘 나가던 BHC에 최근 보이지 않는 위협이 등장했다. BHC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재매각설이 바로 그것이다. 불과 3년 전에 새 주인을 찾은 BHC가 다시 매각될 수 있다는 소문이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BHC가 매년 매출규모를 늘려온데다 매물 가치를 확보했기 때문에 M&A 시장에 재등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무엇보다 최대주주인 로하튼이 외국계 사모펀드라는 점도 섣불리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2013년 제너시스BBQ로부터 BHC를 인수한 로하튼(옛 씨티벤처캐피탈)은 주로 아시아지역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외식업종을 집중 공략해왔다. 2014년에는 BHC를 앞세워 한우 전문점 ‘창고43’, 소고기 전문점 ‘불소식당’을 잇따라 인수했다. 최근에는 국내 1위 순댓국 프랜차이즈인 ‘큰맘할매순대국’과 소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그램그램’까지 손에 넣었다. 로하튼이 BHC를 제외한 프랜차이즈 4곳을 인수한 데 들인 비용은 약 1100억원.
로하튼의 외식업종에 대한 투자는 경기 영향을 덜 받는데다 현금 흐름이 양호하다는 외식업종의 특수성에 입각한 결정이었다. 피인수 회사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투자 회수가 쉽다는 장점도 존재했다.
외국계 사모펀드 인수 후 매출 ‘껑충’
고개드는 재매각설…엄청난 차익 예상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출구전략을 짜기가 수월하다”며 “사모펀드는 4∼5년 안에 바이아웃(기업 인수 후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현금 장사를 하는 외식업에 눈독을 들인다”고 말했다.
BHC 재매각설을 소문쯤으로 치부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미 업계에서는 로하튼이 BHC를 비롯해 외식브랜드 전체를 매각 대상에 올려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심지어 4000∼5000억원대라는 구체적인 매각금액마저 나돌고 있다. 5곳의 외식업체를 사들이는데 투입된 금액(약 2300억원)보다 두배 가량 비싼 가격에 되팔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이 경우 로하튼은 전형적인 먹튀 자본쯤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BHC에 투자한지 불과 3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뿐이라는 점에서 먹튀 의혹은 더욱 뚜렷해진다. 가장 보편화 된 외국계 자본의 행각이기도 하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들은 단기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외형적 성장을 할 때가 많다. 막대한 자금이 일시적으로 회사로 들어 온 데다 사모펀드들은 가능한 빨리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회사가치를 올린다는 것은 기업의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에 기인한다. 이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은 또 다시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등장하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모펀드 KKR에 인수됐던 오비맥주는 피인수 4년만인 지난 2014년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에 다시 팔렸다. KKR은 오비맥주를 58억달러(6조1680억원)에 팔아 4조원 가까운 투자수익을 올렸다. 지난 2012년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코웨이도 차익실현을 위해서 조만간 매물로 다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수법?
다만 로하튼이 원하는 대로 BHC가 제값에 팔릴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현금 창출력이 높고 자금 회전율이 빨라 알짜 매물로 각광받던 치킨프랜차이즈는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최근에는 레드오션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치킨프랜차이즈의 앞날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