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재벌기업들의 부동산 사랑이 눈물겹다.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도 모자라 부동산을 관리하고자 만들어진 계열사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이라는 곳간을 활용해 재벌기업들이 체계적으로 땅장사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재벌기업의 부동산 투자가 활발해진다는 사실은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관련 계열사 개수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다. 실제로 30대 그룹 가운데 25곳이 부동산 임대업 또는 부동산 개발 및 공급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를 운영한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땅에 꽂혔나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시행사인 롯데물산, 그룹의 부동산 투자·개발을 담당하는 롯데자산개발 등 총 15개에 이르는 부동산 관련 계열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관련 계열사는 5년 사이에 7개에서 8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롯데그룹 이외에도 포스코, 현대자동차, 한화 등은 부동산 관련 계열사를 6곳 이상 보유하고 있다.
재벌기업들이 부동산개발 자회사 설립이 가능했던 건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매물이 급증한 까닭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과 법정관리에 들어간 시공사들이 부실 PF사업장을 내놓으면서 공급과잉 사태가 벌어졌고 부동산을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이 사업장들을 평균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렇게 매입한 부동산은 보유 자체만으로 자산 증식 효과를 가져 온다. 분양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를 겪고 있으나 주요지역의 상가나 토지 등의 수익률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 평가에서도 부동산은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되자 재벌기업들은 부동산을 단순 보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발·매매·임대 등을 통해 금융부문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부동산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해결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관련 계열사를 앞세워 내부정보 보호, 보유 부동산 값어치 부풀리기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 건설사의 경우 단순도급만으로는 사업이익을 챙길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동산개발 사업은 특별한 자격요건이 없기 때문에 고수익만을 노려 사기 등 불법행위를 하는 사업자들과의 분쟁이 잦았다는 점도 자회사 설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빨리 이득 내는 부동산에 관심
롯데 관련 계열사 15곳 ‘최다’
문제는 부동산 계열사가 부정부패의 온상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부지 매수가를 부풀리거나 자회사에 특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에서 자회사에 물량 몰아주기로 매출을 지원해준 사례도 있어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부동산 계열사들이 최근 오너 일가의 부동산 부당거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롯데 계열사들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부동산 관련 계열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자산개발이 국내외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면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최근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검은돈 창구
반면 재계에서는 재벌기업 산하 부동산 계열사를 생산증대 차원에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보유 부동산은 향후 매각을 통해 부채를 갚거나 임대료 수익 등 기대할만한 가치가 높은 자산”이라며 “최근에는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비효율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는데다 단순히 부동산을 투기 목적과 결부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