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20대 국회 쟁점들

국회 열리면 또 싸울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30일, 19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20대 국회가 시작됐다. 19대 국회 막바지에 이르러 ‘김영란법’, ‘상시청문회법’ 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새롭게 구성된 20대 국회 원내대표들은 협치를 화두로 내걸었다. 과연 20대 국회의원들이 ‘협치’로 산적한 난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까. 
 

지난 19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상시청문회법’이 통과됐다. 상시청문회법은 기존 국회법에서 규정된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에서 ‘소관 현안의 조사’라는 조건을 추가한 게 골자다.

도로 19대?

즉 상임위에서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재적위원 과반 출석,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해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여야는 이 법안으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시청문회법은 지난 23일 정부로 넘겨졌다. 박 대통령은 헌법 제53조에 따라 이송후 15일 이내에 법률로 공포하거나,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19대 국회가 본회의를 재소집해 표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이미 불가능해졌다. (31일부터 20대 국회가 개원)

따라서 재의건에 대해 20대 국회에서 표결 권한이 있는 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 사무처는 법리 검토에 나선 상황이고 표결로 부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라도 19대 국회 임기 내 공포되지 않으면 ‘회기 불연속 원칙’에 따라 자동 폐기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도 언론을 통해 “새로 만들어지는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구성원이 다르다”며 “박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해도 20대 국회는 이를 표결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0대 국회에서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의결 절차를 밟으면 된다”며 “19대와 20대가 별개의 국회는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19대 국회 법안에 거부권이 행사되면 20대에서 재의할 수 없다는 금지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은 24일 논평을 내 “이 개정안은 20대 국회를 반드시 일하는 국회로 만들자는 정치권의 각성과 약속이 담긴 정치혁신 법안”이라며 “입법부의 견제 없는 행정부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은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위헌 여부를 검토할 것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남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검토하는 게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및 여당 과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상시청문회법이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 재개정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상시청문회법 두고 여야 갈등 격화
김영란법·사시존치도 여전히 논란

이밖에 20대 국회는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통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 문제도 남겨져 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통과한 김영란법은 지난 9일 시행령이 발표됐고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행령은 공직자와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은 돈으로 환산할 경우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하의 선물만 받을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내수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개정 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정치권에서는 김영란법이 정한 ‘수수금지 금품’의 기준에서 농수산물을 제외해 내수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각종 선물세트가 대부분 상한선 5만원 이상이고 주요 농축산물 40%가 명절 선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공직자, 교직원, 언론인 등과 그 배우자까지 포함해 최대 400만명에 이르러 지나치게 광범위 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란법 발의자인 이상민 법사위원장도 “당초 고위공직자만 초점을 맞췄던 것”이라며 법 적용 대상자 축소를 주장했다. 법 개정을 두고 여·야의 입장차도 존재한다.
 

새누리당은 법 시행일 이전 개정을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시행 후에 부작용이 나타나면 개정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행일을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지금 당장 법 개정 논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열리고 시행일이 다가옴에 따라 본격적인 쟁점사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20대 국회를 앞두고 사법시험 존치 문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말 법무부는 로스쿨의 도입으로 인해 2017년 막을 내리게 된 사법시험제도를 2021년까지 4년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의 발표로 사시 존치론과 폐지론의 대립 양상은 격화됐다.

사시준비생들을 비롯한 존치론자들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로스쿨 재학생들은 집단으로 자퇴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놓고 지난 17일,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6건법안 상정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무산 배경에는 여·야 3당 간사들이 협의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변호사시험법 개정안과 소비자집단소송법 및 상법 개정안을 함께 안건으로 올리자고 주장했고, 여당의 오신환, 김진태 의원은 본회의에 올리자고 주장했지만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일단 사시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유예되면서 1차 시험은 올해로 끝났다. 만약 20대 국회에서 법개정이 안된다면 내년에는 1차 시험 없이 기존 1차 합격생들에 대한 2차 시험만 시행된다.

이번 폐기를 두고 법조계 반응은 엇갈렸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는 성명을 내고 “사시 존치라는 퇴보적 개악이 저지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라며 “이번에 통과되지 못한 소비자집단소송법 등 법안들을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조력할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상반된 의견

이에 반해 지난 18일 대한법학교수회는 “이상민 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 모두 사시존치 법안을 처리해야 할 당위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의 문을 닫아 버렸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지 차별 없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공정하고 기회균등 한 법조인 선발 및 양성제도의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굳건하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9대 식물국회 주범은?

19대 국회는 18대 국회 막바지에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인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4년 내내 식물국회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국회선진화법은 우리나라 의회를 날치기·몸싸움 없는 국회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나 교섭단체 대표와의 합의가 있을 때만 국회의장이 법률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안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직권상권은 18대 국회 99건에서 19대 국회는 단 2건에 그쳤다. 또한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본회의에서 무제한의 토론(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회 내 다수당이라 하더라도 의석수가 180석에 미치지 못하면 예산안을 제외한 법안의 강행 처리는 불가능했다.

국회선진화 법을 놓고 중앙대 손병권 교수는 24일 ‘제20대 국회선진화법 평가와 발전방안’토론회에 앞서 배포된 자료에서 “선진화법 실행 후 국회 폭력, 폭언은 상당히 줄었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한 심의에 따라 민주, 효율 국회를 구현한다는 목표가 달성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9대 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국회의장 심사기간 지정제도를 개정하는 방안과 안건 신속처리제도를 개정하는 방안이 제안된 바 있다”며 “정치적 운영의 묘를 살릴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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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