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6}

민자역사, 이것이 투자 핵심이다!


서울 및 수도권에 민자역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민자역사는 지하철 이용 외에 대형 쇼핑몰, 광장 등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이 집중된다는 장점이 인근 부동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민자역사 개발지인 서울역, 용산역, 왕십리역 등은 지역의 중심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수도권 민자역사 개발 봇물 “투자자 관심 뜨겁다”
편의·문화시설 등 상권 형성…주변 부동산도 영향

민자역사에 관심이 많은 만큼 잡음도 적지 않다. 사업자 횡령과 분식회계 의혹으로 얼룩진 노량진 민자역사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3년 사업시행자가 선정됐지만 사전 및 이중·삼중 분양으로 노량진역사(주)를 상대로 코레일(이하 한국철도공사)이 사업주관권 및 사업추진협약을 취소한 상태다.

뛰어난 입지조건
풍부한 유동인구

노량진역사(주)는 이에 반발해 코레일을 상대로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 지루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민자역사 개발 과정에서 시공사도 몇 번씩 바뀌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창동 민자역사의 경우 일정에 따르면 이미 준공, 개장되는 게 맞지만 시공업체가 대우건설에서 대덕건설, 효성 등으로 바뀌면서 공사가 지연돼 개장이 미뤄지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당초 2005년 개장 예정이었던 서울 왕십리 민자역사도 사업시행사 재선정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04년 착공해 2009년에야 문을 열 수 있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추진 중인 크고 작은 역세권 개발사업은 총 70여건으로 이 중 10여건만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픈 후에도 상권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신촌 민자역사는 문을 연 지 5년이나 지났지만 빈 상가가 절반이다.

민자역사는 민간 자본이 투입되어 건설된 역사(驛舍)의 줄임말로 이는 공기업인 코레일의 예산뿐만 아니라, 민간의 자본이 투입된 경우를 일컫는다. 민자역사 사업은 ‘국유철도의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코레일이 민간자본을 유치해 역사를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투자된 민간자본에 대한 반대급부로 30년간 토지사용권을 제공한다. 민간개발업체는 역사를 신축해 코레일에 제공하고 기타 상업시설을 소유해 운영하는 것이다.

전국 역세권 사업 70여건
이중 10여건만 제대로 추진
안정적 수익 기대
세금 혜택도 유리


이러한 민자역사 변신의 출발은 영등포역. 1987년 민자 유치 개발을 시작해 증축을 거듭하면서 1991년 사업을 마무리했다. KTX 시발역인 서울역과 용산역(2004년)도 잇달아 민자역사로 재탄생했다. 이들 민자역사는 뛰어난 입지조건과 풍부한 유동인구를 토대로 새로운 상권을 형성해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거듭나며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8년 문을 연 왕십리 민자역사 ‘비트플렉스’는 온 가족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몰’을 추구한다. ‘아이가 워터파크에서 물놀이하는 동안 엄마는 엔터식스에서 쇼핑하고 아빠는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운동하다가 함께 식사하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다양한 레스토랑, 영화관, 대형서점 등이 입점해 젊은층의 ‘만남의 장소’로도 알려지면서 주변 개발과 함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민자역사내 상업시설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백화점, 할인점, 멀티플렉스극장, 대형서점 등이 들어서는 메머드급이라는 점이고 쇼핑·문화 등 여가시설을 두루 갖춰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기가 수월하다. 또 대부분 환승역을 끼고 있어 고정적 지하철 이용 승객을 확보할 수 있고 역사 인근에 수십만명에 달하는 배후 주거인구를 가진 곳도 있어 안정수익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유지에 건설돼 토지소유권이 확실하고 코레일에서 지분을 25%씩 참여해 시행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적다.
세금면에서도 유리하다. 민자역사는 성격상 임대분양 방식으로 분양한다. 등기 분양과는 달리 영구 임대 방식이기 때문에 전대·전매 시 취·등록세나 양도소득세가 없어 수익 구조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서울역, 용산역, 왕십리역, 신촌역, 청량리역, 평택역 등은 이미 오픈을 해 운영 중인 대표적인 민자역사 들이다. 현재 신축중이거나 신축예정인 민자역사는 알려진 곳만도 창동역, 의정부역, 수색역, 성북역 등이다. 안산 중앙역, 인천 송도신도시, 의왕시 의왕역도 민자역사를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민자역사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에 향후 곳곳에서 확산될 조짐이다.

최근 오픈했거나 추진 중인 민자역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8월에 오픈한 청량리 민자역사는 총 면적 17만7793㎡에 지상 3층, 지하 9층 규모로 백화점동과 역무동 및 1600여대 규모의 주차장동으로 이뤄졌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한화역사가 공동시행사로 참여하고, 한화건설과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공사비로 3700억원이 투입됐으며, 열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 1시부터 4시까지만 공사를 진행해 착공에서 완공까지 5년7개월이 걸렸다. 준공된 청량리 민자역사는 중앙선과 지하철 1호선이 지하 환승 통로로 연결돼 있으며, 경전철 면목선까지 건설될 경우 다양한 철도 노선이 교차하는 교통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또한 여기에 총 58개의 노선이 지나가는 ‘청량리 버스 환승센터’를 합치면 하루 평균 17만명이 이용하는 교통요지로 떠오르게 된다.

청량리 민자역사는 주변에 지상 45층, 50층, 51층, 55층 등 4개동의 초고층 주상복합, 판매, 여가, 문화, 복지시설이 들어서는 동부청과시장의 시장정비사업과 함께 스카이라인을 형성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이외에도 대형 유통센터로서 청량리시장, 경동시장, 서울약령시 등과 함께 지역상권이 살아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창동역에 들어서는 민자역사 ‘투비스타’는 2011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대 30년까지 장기임대로 분양하며, 민자역사 최초로 계약 종료 시 임대 분양금 100%를 전액 반환(최대 30년)해주는 ‘페이백’(Pay Back)시스템을 마련했다. 지하 2층∼지상 8층이며 연면적은 8만6952㎡로 초대형 규모다.

지역 랜드마크 역할
경제 파급효과 크다

지상 1, 2층은 지하철역사로 사용하며 7, 8층에는 롯데시네마 영화관 9개관이 들어올 예정이다. 3층에는 패션잡화, 수입잡화, 귀금속 상가가, 4층에는 남녀 의류상가가 각각 입점할 예정이다. 5층은 브랜드아웃렛으로, 6층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파는 전자상가로 구성된다.
‘투비스타’는 서울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인 창동역을 개발해 만드는 창동민자역사 쇼핑센터다. 서울 동북부권 230만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투비스타는 뛰어난 입지여건을 자랑한다. 먼저 다른 민자역사보다 교통시설 집중도가 높다. 지하철 1·4호선뿐만 아니라 경원선이 지난다. 버스와 택시가 모여드는 환승센터를 갖고 있다.

유동인구도 많다. 창동역의 하루 유동인구는 20만명으로 집객효과가 탁월하다. 게다가 인근 도봉구와 노원구 거주자가 100만명에 이르고 이용객 범위를 성북구 강북구를 비롯해 의정부나 동두천 일대까지 확장하면 모두 230만명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에 개발호재와 함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창동뉴타운, 강북예술의 전당, 북부법조타운 조성 등이 예정돼 있어 개발호재도 많다. 얼마전 서울시가 동북권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부동산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민자역사 사업사부터 꼼꼼히 살펴라”

서울 성북·석계 신경제 전략거점의 핵심구역인 성북역 일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하나로 성북역사를 포함한 190만㎡ 규모의 ‘성북·석계 신경제 전략거점’마스터플랜이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춘천 가는 기차’를 타던 추억의 성북역이 대지면적 9만487㎡에 지하 1층∼지상 22층 규모의 동북권 최대 복합 쇼핑몰인 성북민자역사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민자역사의 주요 시설물로는 백화점 호텔 테마파크 영화관 피트니스센터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진다. 내년 7월 착공해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건축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성북민자역사와 붙어있는 성북역세권 구역의 개발도 본격화된다. 현재 시멘트공장 및 물류센터 등이 있는 약 15만㎡의 대규모 부지 위에 공동주택 약 3000채와 오피스텔 약 2000실 등 주거 업무 문화시설을 짓는 계획을 수립 중으로 알려졌다.
민자역사 상가의 최고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철도공사 소유의 부지에 신축을 하기 때문이다. 철도공사와 협의해 사업을 진행하므로 인허가의 걸림돌도 적다. 아파트 단지내 상가처럼 전철 등 이용객을 고정적인 고객으로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역사가 같은 건물내에 있어 이용객들의 접근성도 좋다. 더군다나 민자역사 개발과 함께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어 유동인구가 증가하는 시너지 효과도 있다. 그래서 민자역사 주변에 보면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활발하다.


그렇다면 유의할 점은 없을까.
민자역사 상가는 100% 임대분양 방식이다. 토지소유권이 철도공사에 있기 때문이다. 분양업체는 계약자에게 보증금을 받고 사용권을 준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만 분양업체와 짧게는 10년, 길게는 60년까지 임대계약을 하기 때문에 비교적 환금성이 거의 없다. 상가활성화에 실패 시 자칫 잘못하면 장기간 거액을 묻어 둘 수도 있다. 그러므로 투자에 임하기 전에 입지조건을 잘 따져보지 않으면 임대수익은커녕 원금 보장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민자역사 상가 계약자는 크게 점포를 직접적으로 직영을 하거나 재임대를 통해서 임대수익을 얻는 경우로 나뉜다. 그러나 아무리 유망지역의 민자역사 상가라고 모두 투자가치가 높다고 보기가 어렵다. 동일 역사 내에서도 상가의 위치나 아이템, 운영능력 등에 따라 수익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역사 이용객의 동선의 흐름에 따라서 수익성의 차이가 크다. 하차하는 쪽보다는 승차하는 쪽이나 대합실, 만남의 광장 쪽이 유리하다. 고객의 정체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환승하는 사람들보다는 승하차하는 고객들이 상가의 수요층이다.

민자역사의 상권 유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유동인구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형 백화점이나 극장 등 집객요소가 있어야 기본적인 유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상권이 탄탄한 곳에서는 민자역사의 상권 활성화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분양 받기 전, 기존 상권과 부대시설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입지조건만이 역사 상권을 결정짓는 중대한 요인은 아니다. 역세권 특수를 확보했더라도 주기적인 관리와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 타 상권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운영 관리 법인이 있는 테마형 상가나 통합 마케팅 관리를 갖춘 출자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투자하려는 민자역사의 출자회사를 알아볼 때,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중 하나가 분양방식이다. 출자회사가 민자역사마다 다르므로 분양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같은 역사 내 있더라도 업종에 따라서 분양 방식이 다른 경우도 있다. 과거 용산 역사 내 특화 상권이라 할 수 있는 전자상가의 경우 주주와 조합 몫을 제외한 나머지 분량을 일반 투자자에게 분양했다.

그러나 식당, 패션 등 쇼핑센터는 경쟁 입찰제로 분양했다. 일반적으로 일반분양보다 경쟁 입찰 분양가가 높다. 따라서 주변 상가 시세보다 150∼20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입찰 받아야 손해 보지 않는다. 분양 후, 전대 등 2차 계약부터는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유동인구와 접근성이 큰 점포일수록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므로 투자가치가 있다면 일찍 분양받는 것이 수익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100% 임대분양 방식
계약 길어 유의해야

일반적으로 영구 임대 분양은 전매 또는 전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출자회사마다 방침이 다르다. 전대가 가능한 곳과 그렇지 않은 역사를 먼저 알아보고 투자해야 하겠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보통 권리포기 또는 재계약이 이뤄진다. 재계약은 연간 임대료의 5%가 넘지 않는 선에서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게 관행이다.

전문가들은 “민자역사 내 상가는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 운영계획과 경험 등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본 뒤 투자에 임해야 실패 할 확률이 적을 것”라고 조언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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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