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회상’에 대한 모순
오래전부터 모든 드라마 PD에게 극중 ‘회상’에 대해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극중 인물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 관해서다. 대부분의 회상(기억)이 극중 인물 시점이 아닌 시청자 시점에서 이뤄진 회상이 된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회상의 주체는 시청자가 아닌 극중 인물인데,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핑계로 시청자 관점에서 회상을 연출한다면 이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철수가 영희에게 꽃을 선물하는 장면이 있다고 치자. 1개월 후 영희가 당시를 회상한다면, 당연히 철수의 눈빛이나 행동 등 영희 시점에서 바라본 철수의 표정만 나와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철수와 영희 두 명이 꽃을 주고받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청자 관점으로 영희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대본에 1개월 후 기억 장면이 나온다는 문구가 적혀있다면, 철수가 영희에게 꽃을 선물하는 장면 촬영 시, 시청자가 바라보는 3인칭 관점이 아닌 영희가 철수를 바라보는 1인칭 관점으로 촬영하고, 나중에 영희의 기억 장면을 방영할 때, 영희의 1인칭 관점의 장면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드라마는 1인칭 관점의 기억 장면을 염두에 두지 않고, 3인칭 관점으로 방영된 장면을 1인칭 관점의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2022-11-29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