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3 03:01
범죄 피해자화, 즉 범죄 피해를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현상은 여성·노인 계층서 불균형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통계상으로는 이들이 가장 빈번하게 범죄 피해를 경험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위험한 장소와 시간에 더 많이 노출되는 청장년층이나 청소년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여성이나 노인이 범죄 행위의 피해자가 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범죄 피해자화에 대한 두려움이 더 높다는 것을 역설적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사전에 더 주의하고 조심하기 때문에 실제 범죄 피해를 겪는 빈도가 높지 않은 걸까? 범죄 피해자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성이 느끼는 피해자화의 두려움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바로 여성에 대한 범죄의 특성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범죄에 대한 일반화된 두려움은 실제 피해 빈도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높은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젊고 여성의 경우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강간의 두려움이라고 극단적으로 표현하기까지 한다. 통계와 현실의 격차는 여성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빈도가 낮음에도 두려움이 높은 이유가 될 수 있다. 배우자 폭력, 가정 폭력, 성폭력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
코엔 형제가 감독한 2007년 미국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코맥 매카시가 2005년에 선보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제목서 언급된 노인이란 생물학적으로 늙은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라고 한다. 영화는 그래서 이런 현명한 노인의 경험과 지혜대로 예측이 가능하도록 흘러가는 사회가 아님을 보여준다. 또 영화와 원작에선 세상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이 변하고 험악해져서 노인인 자신이 살아갈만한 나라가 아님을 드러낸다. 첨단기술이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이로 인해 세대 간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즉 정보의 격차가 커지면서 첨단 과학기술에 익숙하지 못한 노인들에게는 더 불편하고 힘든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영화 속 ‘노인’과 현실의 ‘범죄 피해자’는 어쩌면 닮은 면이 많다. 아니나 다를까? 물론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범죄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어 보인다. 극단적으로 보면 온통 ‘피의자를 위한 나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릴 적 교과서로 배
모든 사법절차 과정에서 범죄자의 인권은 철저하게 보장된다. 연쇄살인마라고 할지라도 직접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판에 임할 수 있다. 심지어 교도소 내에서도 각종 교육·훈련·상담·치료 등 질병에 대한 치료를 망라하는 교정처우를 받을 수 있다. 오죽하면 ‘교도소가 아니라 국립호텔’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는가. 그렇다면 이들에게 피해를 당한 범죄 피해자들은 어떤가. 10여 년 전 장기를 외부에 달고 다녀야 할 정도로 끔찍한 피해를 당했던 ‘나영이’는 고통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다. 나영이와 가족을 위한 상담·치료는 물론이고, 직업 훈련 및 알선, 신변보호도 없었다. 나영이는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밖에 없음에도 말이다. 치료비마저 스스로 감당하다가, 모 대학병원에서 무상지원이 이뤄졌을 뿐이다. 나영이뿐 아니라 대다수 범죄 피해자가 비슷한 현실에 놓여있다. 범죄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당당히 자신을 변호하고 최후진술까지 할 수 있지만, 범죄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것과 누릴 수 있는 권리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범죄 피해자는 자신이 당한 범죄가 신고되고, 기소돼야 재판이라도 받을 수 있다. 체포되지 않고, 검사가 기소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