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9.19 01:01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변론기일이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승부수로 개헌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반성도, 뉘우침도 없는 최후 변론이 오히려 탄핵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을 통해 “이번 비상 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용”이라고 주장하며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에 나서겠다는 의지까지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마지막까지 거짓말과 궤변”이라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제 발에 넘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서 열린 11차 변론서 최후진술을 통해 탄핵 기각을 전제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 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겠다”며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 가치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책임총리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며 “글로벌 중추 외교 기조로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동맹을 구축하고 한·미·일 협력을 이끌어냈던 경험으로 대외 관계서 국익을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데 마지막 40분을 할애했다. 이 과정서 ‘간첩’이라는 단어는 25번이나 등장했다. 그는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 세력이 연계해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이들은 가짜 뉴스, 여론조작, 선전·선동으로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당장 2023년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 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대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고 야당 대표의 범죄를 심판할 판사들까지 압박하기 위한 ‘방탄 탄핵’을 일삼아 국정이 마비됐다”며 비상계엄의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놓고 반응은 엇갈렸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역시 “대통령이 개헌 문제와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게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정성을 갖고 이야기했다”며 개헌에 초점을 맞췄다. 탄핵 인용 시 60일 내 대선 가능성 ‘이재명 올인’ 한 우물에 일사불란 야당은 오히려 윤 대통령이 탄핵 불씨를 지폈다고 봤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앞세워 정권교체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개헌, 선거제 운운하며 복귀 구상을 밝힌 대목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군·경을 동원해 헌정을 파괴하려 한 내란범이 다시 권력을 쥐고 헌정을 주무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빠른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 역시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한강대교를 폭파한 후 국민에게 ‘이상 없다’고 방송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 판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전제가 없는 상태서 이런 이야기(대통령 임기단축 개헌)부터 하다니 기본이 안 된 것”이라며 “최근 보수 언론이 임기 단축 개헌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기대할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탄핵 기각을 전제로 하는 윤 대통령과 달리 야당은 탄핵 인용을 확신하고 있다. 각종 간담회를 통해 정치 반경을 넓히고 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탄핵은 반드시 된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반드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탄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지금부터 (윤 대통령)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치르고 그 이후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는 정당은 민주당밖에 없다”고 설파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론을 오는 11일 전후로 예상한다. 윤 대통령의 파면과 5월 조기 대선을 확실시하는 상황서 60일이란 시간은 짧기만 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미 조기 대선은 시작됐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의 입에 쏠려 있을 뿐, 여기저기서 대권 행보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며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대선 출마 선언이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0일 열린 국회 교섭단체 연설서 이 대표는 ‘국민’을 46번 언급했다. 산업, 성장, 노동 또한 20회 이상이었다. 거대 야당을 겨냥한 국민의힘의 연설과 달리 이 대표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싶다”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등 차기 집권당의 면모를 부각했다는 설명이다. 진해지는 밑그림 이날 이 대표는 “새롭고 공정한 성장동력을 통해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해야 함께 잘사는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 국민의 기본적 삶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나라, 두툼한 사회 안전망이 지켜주는 나라여야 혁신의 용기도 새로운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해서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며 “기본 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후 민주당은 각종 위원회와 포럼을 발족하며 당 정열에 나섰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6일 잠시 멈춰있던 집권플랜본부를 재가동하면서 대선 열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성장은 민주당 대한민국 성장 전략’을 주제로 신년 세미나를 개최하고 ‘선 선장 후 복지’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후 민주당은 12·3 내란 사태 당시 청년이 광장에 나선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아울러 이 대표의 먹사니즘을 지역의 특성에 맞춘 ‘먹사니즘 전국네트워크’, 유보 통합 대안을 논의하는 ‘보육특별위원회’, 직능단체별 정책개발과 입법 과제 해결 등을 골자로 한 ‘전국직능대표자회의’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최근에는 ‘내란 종식과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人(인)포럼’ 출범을 예고하며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친명(친 이재명)계가 주축인 ‘더민주혁신회’도 인천, 전남, 전북 등지서 기지개를 켰다. 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이 아직 나오기 전인 만큼 공식적으로는 조기 대선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집권 여당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로 풀이했다. 한때 여의도를 뜨겁게 달군 이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과 ‘경제 우클릭’ 역시 조기 대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 1월 출범한 민주당 경제안보특별위원회 주요 기업 책임자를 비롯한 경제 단체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같은 날 민주연구원은 바이오 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빅테크와 성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친기업 행보에 속도를 냈다. 앞서 막고 뒤서 밀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광폭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사실상 이슈 주도권을 빼앗겼다. 최근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띄우자 국민의힘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험천만한 법안”이라며 “민주당은 눈앞의 권력에 눈이 멀어 경제 위기는 외면한 채 경제의 정치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친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이재명식 양두구육(양 머리를 놓고서 개고기를 파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경제 우클릭을 연타하는 동시에 집토끼를 단속하기 위한 이 대표의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대표는 지난 한 달간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를 만나 통합 메시지를 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이 대표는 비명계 인사를 선대위에 합류시켜 정치 공간을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21일 박용진 전 의원,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나 오찬 회동을 했다. 이후 같은 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실장을, 하루 뒤인 28일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만남을 가졌다. 압축적인 통합 행보에 나섰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지난 총선서 공천을 놓고 벌어진 갈등의 골이 큰 만큼 당의 통합 과정 또한 장기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27일 회동서 임 전 실장은 “앞으로도 저는 좋은 소리보다 쓴소리를 많이 하고 싶고 가까이서 못 하는 소리, 여의도서 잘 안 들리는 소리를 가감 없이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의 구조서 이 대표와 경쟁해보려고 용기를 내고 이재명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분들을 성원하고 지지할 생각”이라며 “통합과 연대도 더 담대하고 절실하게, 누구도 예상 못하는 범위로 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정당에 다양성이 있어야 하고, 당연히 해야 할 얘기도 해야 한다”며 “그걸 제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전 의원 역시 “이 대표와의 악연을 털었다”면서도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을 주장하는 이낙연 전 총리와의 통합을 요구했다. 여당에 짙게 깔린 명 그림자 ‘시장님 정조준’ 특검법 압박 임기 단축을 골자로 한 개헌도 숙제 중 하나다. 비명계는 앞다퉈 개헌 논의를 띄웠지만 이 대표는 “내란 극복이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가 유력 대선주자가 되자 개헌을 외면했다는 비판과 개헌을 요구한 인사를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비난하는 움직임이 양쪽서 일면서 또다시 갈등이 터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지난 대선서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뼈아픈 경험을 한 민주당은 통합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좁힐 듯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선 국면이 열리면, 지난 패배를 교훈 삼아 대동단결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외연 확장에 나선 민주당은 국민의힘 기선 제압 방식으로 특검법을 택했다. 특히 국민의힘 인사가 깊게 얽혀있는 ‘명태균 특검법’은 여권 대선 잠룡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지난달 11일 야6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공동 발의했다. 지난달 27일 본희의 상정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재석 의원 274인 중 182인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 대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을 겨냥했다. 이에 반발한 오 시장은 “민주당이 요즘 명태균에게 의존한다”며 “민주당의 아버지가 이재명인 줄 알았더니 명태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꼬았다. 홍 시장도 “명태균 특검이든 중앙지검 검찰조사든,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니들(너희들) 마음대로 해라”며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기소된 사람이 뻔뻔하게 대선 나오겠다고 설치면서 ‘김대업 병풍 공작’을 하는데 국민이 또 속겠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민주당 조기 대선 전략’으로 규정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낱 선거 브로커가 쏟아낸 허황된 말을 신의 말씀처럼 떠받들면서 특검으로 여당과 보수진영을 무차별적 초토화하려는 것”이라며 “명태균은 자신이 살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정치적 판단을 내린, 민주당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착착 스텝을 밟아가는 민주당의 조기 대선 계획에 유일한 변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시계와 이 대표의 법원 시계가 동시에 달리는 만큼 먼저 결과가 나오는 사람이 패배다. 만에 하나 뒤집히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기일은 오는 26일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선고 기일보다 윤 대통령의 탄핵 결과가 먼저 나올 가능성에 힘을 실었지만, 만에 하나 헌재가 다른 선택을 한다면 조기 대선 판이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릴 경우, 이 대표의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는 헌법 제84조를 언급하며 “법의 취지는 국가원수이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직무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에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걸 전제로 한다. 당연히 재판이 중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대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미 방첩사와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핵심 인물들의 증거인멸 지시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12·3 비상계엄은 절차부터 논란이 많았다. 계엄에 가담해선 안 되는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부터 군의 국회 난입, 부실한 회의 등 하자 투성이다. 내란이자 불법 계엄이라는 지적이 거센 이유다. 핵심 인물들은 사실상 불법성을 인식했다. 이들은 관련 문서 파쇄와 핸드폰 교체 등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은폐 지시 누가? 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지난해 12월6일 자신의 수행 장교 A씨에게 계엄 당시 같이 탔던 카니발 차량의 블랙박스 기록을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A씨를 조사하면서 “이진우는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라고만 지시를 내렸나, 아니면 블랙박스를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시를 했나?”라고 묻자 그는 “받아들이기에 (블랙박스를)없애야 한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실제 A씨는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했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차량서)A도 다 들었다는 생각에 (블랙박스에)그 내용이 남아 있게 되면 나중에 엉뚱하게 오해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블랙박스에도 대통령 목소리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A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고, 블랙박스를 지우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다수의 방첩사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해 12월4일 새벽 1시3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주요 인사 체포를 위해 국회로 출동했던 요원의 복귀를 지시한 방첩사 간부를 크게 질책했다. 3시간 뒤 그는 방첩사 간부들을 소집해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서 여 전 사령관은 정치인 체포조와 관련해 “체포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목적 없이 나갔다고 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이 초기부터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알고 있었던 정황이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같은 날 아침 8시30분에도 방첩사 주요 간부를 모아놓고 “‘이송·구금 지시 없이 맹목적으로 출동했다’고 진술할 수 있는 부대원이 있다면, 그렇게 내용을 정리해서 메모하게 해 달라”라고 말했다는 방첩사 관계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 문서 파쇄 핸드폰 교체 비화폰 서버 확보? 수사기관 압수수색 하세월 특히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 간부들에게 체포조 운용 관련 증거를 없애라고 강조했다. 간부들은 하급자들에게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하달했으나 “못 없앤다”며 대부분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급자들은 검찰이 방첩사를 압수수색할 때 여 전 사령관의 지시와 관련된 물증들을 보존해 왔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엔 여 전 사령관이 체포를 지시한 14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정직 공무원이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집사’로 알려진 양호열씨는 김 전 장관의 지시로 3시간에 걸쳐 파기한 자료가 세절기(파쇄기)통 세 번을 비울 정도였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양씨는 김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일 때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경호처에 채용됐다. 김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 옮긴 뒤에도 경호처에 적을 두고 비공식적으로 김 전 장관 운전사 등의 역할을 담당했다. 김 전 장관은 자료 폐기 후에도 양씨에게 ‘(김 전 장관의)휴대전화를 파기하고 다른 것으로 교체하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양씨는 공관 뒤로 이동해 망치로 휴대전화를 부순 다음 쓰레기통에 넣었다고 한다. 또 김 전 장관은 공관 서재 서랍 속에 있던 노트북을 주면서 함께 폐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노트북은 김 전 장관이 포고령을 작성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씨가 “그냥 버리면 될까요”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이 “모두 파쇄하라”고 지시해 망치로 부쉈다는 것이다. 양씨는 파쇄 과정서 손가락을 다쳤다고도 진술했다. 양씨가 증거를 인멸하는 동안 김 전 장관은 하루 종일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양씨는 문서 등을 파쇄한 날 오전에도 김 전 장관 부부와 생선구이 식사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당시 김 전 장관 부인은 김 전 장관을 향해 ‘왜 그랬냐’ ‘혼자 다 뒤집어쓰겠네’라고 걱정했다고 양씨가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은 다음날인 같은 해 12월6일 변호사를 만났고, 이틀 뒤 새벽 1시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같은 달 27일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 측은 검찰서 “계엄 상황이 끝났기 때문에 자료를 파쇄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파쇄기통 세 번 비워” 검찰은 양씨의 진술들이 김 전 장관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계엄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한 정황 증거로 보고, 향후 재판서 김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경호처 비화폰 관리 실무 담당자인 송모 경호관은 지난 25일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출석해 “김 전 장관이 비화폰을 반납한 게 12월13일 또는 12일이 맞느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5일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수리했는데, 비화폰 반납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이 검찰에 자진 출석했을 당시에도 비화폰을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비상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역시 12월7일까지 경호처 비화폰을 갖고 있다가 반납해, 증거인멸에도 이를 활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송 경호관은 이날 ‘김 전 장관 비화폰 뒷번호가 9400번 맞느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번호는 모른다”고 했지만, 이 비화폰이 경호처에 “봉인돼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원을 켜면 통화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봉인된 비화폰을 확보해야 된다. 내란 주요 종사자의 휴대폰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면 누구보다도 (검찰이)먼저 나서서 확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다그쳤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비화폰 압수로 수사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 차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은 변호인을 통해 물밑 접촉을 시도 중이다. 김 전 장관의 법률대리인인 고영일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이들을 수차례 접견했고,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과도 접견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고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이 국회 국정조사 특위 증인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달 13일과 20일, 두 차례 접견했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달 3일·9일·17일, 그리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인 출석 하루 전날인 이달 3일까지 총 4차례 고 변호사를 만났다. 물적 증거 확보 난항 이들은 증거인멸 우려로 인해 변호인 외 접견이 금지됐었으나 군형집행법 등은 ‘변호인이 되려는 자’ 역시 변호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접견 중 교도관 참여나 청취·녹취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계엄 핵심 인물들이 이 같은 규정을 허위 증언·진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 신분인 자의 적극적 방어권 행사지만 관련자를 도우려 말을 맞추거나 진술을 오염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악용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당국 관계자들의 녹취가 허용되는 등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의 증거인멸 행위를 여러 차례 파악했지만 통상 교사가 아닌 직접적 행위는 처벌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법원 판례상 증거인멸죄 입증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서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위조, 위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등 재판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하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은 ‘인멸한 증거 가운데 공범의 것이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수십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76년 6월 “피고인은 자신이 직접 형사 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경우, 이 행위가 비록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되더라도 피고인을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증거인멸이 발생했더라도 ‘증거인멸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변호인 통해 접촉 시도 “진술 오염” 우려 내란 수괴 혐의, 윤 보호용 증거 없애기? 우선 검찰은 재판에 넘겨진 인물들에 대한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수사했고 재판에 넘겨진 인물들 외에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추가 기소할 정황과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어 언제 누구에 대해 추가 기소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장관을 포함한 계엄 핵심 인물들의 증거인멸 지시 행위가 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전 장관과 이 전 사령관, 여 전 사령관 등은 윤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하거나 직접적인 지시를 받았다. 검찰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비상계엄에 연루된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재판도 지난 27일부터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오전 11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오후 2시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오후 3시 김용군 전 정보사 대령 ▲오후 4시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 절차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재판부는 이날로 준비기일을 끝내고 다음 기일부터 본격적인 공판 절차에 들어간다. 또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병합해 심리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윤 대통령 사건도 담당하고 있다. 재판부에 배당된 내란 혐의 피고인만 6명이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만 함께 기소되고 나머지는 별도로 기소돼 5개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각 피고인의 직업, 지위마다 12·3 비상계엄 상황서 수행한 역할과 세부 혐의가 달라 분리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주 1~3회의 ‘집중심리’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 측은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사건을 병합하고, 방어권 보장 차원서 2~3주에 1회 정도 재판을 희망하고 있다. 확인해도 처벌 불가?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상황서 김용현 등의 증거인멸 지시는 교사로 처벌될 순 있지만 문서 파쇄 등의 직접적 인멸 행위는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다. 이들의 행위가 차후 수사기관의 수사에 영향을 미친 정도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윤 대통령의 재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검찰의 공소 사실 외에도 구속 기소된 인물들의 증언에 따라 윤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국민의 눈이 두 갈래 갈림길에 쏠려 있다. 심판대에 오른 사람은 심판관의 결정에 따라 한쪽 길로 향하게 된다. 어느 길로 가든 혼란은 피할 수 없다. 복귀냐 파면이냐. 이제 판단만 남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는 온 나라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국민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8년 만에 다시 보게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탄핵 정국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칼자루 다시 쥐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면서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대 위에 올랐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심리에 돌입했다. 지난달 25일을 끝으로 10차에 걸친 변론이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10차 변론기일에 67분 동안 최후 변론을 했다. 탄핵소추의 핵심 배경인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해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임기 단축 개헌, 책임총리제 등 복귀 이후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변론이 마무리되면서 헌재의 시간이 시작됐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윤 대통령은 물론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현재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돼있지만 대통령의 업무 특성상 보석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헌재 재판관 6인 이상이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직을 잃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파면이다. 탄핵이 결정되면 정국은 대선 모드로 바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3월 헌재 선고, 5월 대선 가능성이 거론된다. 헌재는 변론 종결 이후 숙의 단계에 들어갔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평의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의는 심판의 결론을 내기 위해 재판관들이 사건의 쟁점을 토론하는 과정이다. 통상 주심재판관이 검토 내용을 요약해 발표하고 재판관이 각자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거미줄처럼 얽힌 사건 결과에 따라 변수될 듯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최종변론 이후 선고까지 각각 14일, 11일이 걸렸다.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온 셈이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윤 대통령은 얽혀있는 게 많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시기가 앞선 두 전직 대통령 때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헌재는 ‘업무난’에 시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 외에도 7건의 탄핵 심판 사건이 계류돼있다. 이 중 한덕수 국무총리,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명이 탄핵소추된 사건은 변론이 끝났거나 종결 일정이 정해졌다. 일단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 심판 사건은 결론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마 후보자 불임명과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장부 장관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을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일부 인용했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를 임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지난해 12월26일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 권한대행의 행위를 ‘부작위(행위를 하지 않음)’로 봤다.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정형식·김복형·조한창 등 3명의 재판관은 권한쟁의 청구가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점은 적법하지 않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최 권한대행 측이 헌재가 권한대행 심판에 대해 각하해야 한다며 내세운 주장과 비슷한 취지다. 두 전직과 다른 상황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명 가운데 조한창·정계선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없었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우 의장은 이를 부작위라고 문제 삼아 지난 1월3일 헌재에 이번 심판을 청구했다. 정치권은 헌재의 이번 판단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 참여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마 후보자가 탄핵 심판 사건에 합류하게 되면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해 선고 시기가 늦춰지게 된다. 또 마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두고 논란이 나올 수도 있다. 마 후보자는 정치적 편향성 의혹을 받고 있다. 헌재의 판단에도 최 권한대행이 당장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마 후보자의 임명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 사건 결과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헌재는 지난달 19일 첫 변론을 열고 1시간30분 만에 절차를 종결했다. 선고만 남은 상태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27일 ▲비상계엄 방조 ▲헌법재판관 미임명 등 5가지 사유로 탄핵소추됐다. 국회 측은 한 총리가 비상계엄 해제를 지체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 총리는 “대통령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반박했다. 또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사안에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에 한계가 있는 임시적 지위”라며 국회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 결과 역시 윤 대통령 사건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한 총리 탄핵 심판을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헌재가 한 총리의 탄핵안을 기각하면 즉각 업무 복귀가 이뤄지는데 이렇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등이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복귀·파면 기로 섰다 여기에 한 총리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둘러싼 권한쟁의심판도 있다. 국회서 한 총리를 탄핵소추할 당시 의결정족수를 151명으로 봐야 하는지, 200명으로 봐야 하는지를 따지는 문제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은 탄핵 시 재적 의원 과반(151명), 대통령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있어야 탄핵안이 가결된다. 한 총리의 경우 탄핵안 의결 당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그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다. 한 총리를 국무위원으로 봐야 하는지, 대통령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쟁점이 벌어진 것이다. 우 의장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를 151명으로 정했다. 당시 국회의원 192명의 ‘가’표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마 후보자 임명 권한쟁의심판 ▲한 총리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 권한쟁의심판 ▲한 총리 탄핵 심판 사건 등이 얽혀있는 셈이다. 선고 시기와 결과가 탄핵 심판 사건의 변수가 되는 만큼 헌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자체도 쟁점이 많다. 헌재가 10번의 변론기일을 진행하는 동안 군, 경찰, 정부 부처 관계자 등 총 16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과정서 드러난 쟁점은 총 5가지로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포고령 1호 발표 ▲군‧경 동원 국회 봉쇄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등이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은 당시 상황이 헌법에 명시된 계엄 요건에 부합했는지가 쟁점이다. 헌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입법 폭주, 국가 예산 삭감 등을 언급했다. 비상계엄 위헌성·정치인 체포조 증언 엇갈린 5가지 쟁점 판단은? 또 비상계엄 선포 전 진행한 국무회의가 절차적 요건을 갖췄는지도 다툼이 있다. 계엄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헌재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의 증언은 엇갈렸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반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석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고령 1호의 위헌성도 쟁점으로 분류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온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정당의 일체 정치 활동 금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처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국회 활동을 제한하는 부분이 문제로 떠올랐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가능하지만 헌법에 입법부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부분은 없다. 이 과정서 계엄군이 국회로 들어온 점이 또 다른 쟁점으로 제기됐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과의 통화 과정서 들었다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의 진위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의원’ ‘요원’ ‘인원’ 논란이 불거진 부분이다. 곽 전 사령관은 진술 과정서 인원이라고 진술을 바꾸면서 인원을 ‘국회의원’으로 알아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치인·법조인 체포조 지시 여부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의 이름을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홍 전 차장이 적었다는 ‘체포조 명단 메모’는 조작설이 불거지는 등 내내 논란이 됐다. 계엄군의 선관위 압수수색은 ‘부정선거’ 논란으로 번졌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왜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냈냐는 질문에 부정선거를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부정선거 정황이 의심되는 만큼 군대를 보내 확인하려 했다는 게 윤 대통령 측 논리다. 부정선거 논란은 탄핵 반대 집회의 핵심 주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선고 변수 될까? 흥미로운 대목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재판 선고기일이 맞물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항소심 판결 선고를 오는 26일에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헌재의 선고일은 통상 2~3일 전에 공개된다. 내달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이 예정된 만큼 헌재의 선고는 늦어도 3월을 넘기지 않을 공산이 크다. 말 그대로 ‘운명의 3월’이 될 전망이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사건이 창원지검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 주요 피의자들의 거주지가 수도권에 위치한다는 게 이유다. 중앙지검은 창원지검 특별수사팀보다 월등한 수사력을 갖추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강제소환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사실상 야권발 특검을 막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는 이제 김건희 게이트로 불리기 시작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 여사가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눈 증거들이 드러나면서 공천 개입 의혹의 실마리도 풀리고 있다. 창원지검 특별수사팀은 이 사실을 지난해 11월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김 여사를 조사하지 않았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송한 수사팀은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특별수사팀 신뢰 박살 중앙지검은 지난 17일 창원지검으로부터 명씨를 둘러싼 선거 개입 의혹과 대선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각종 사건을 이송받았다. 지난해 11월 창원지검에 12명 규모의 명태균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부산지검 2차장)이 꾸려진 지 세 달여 만이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고, 행위지도 주로 서울 지역인 점을 감안했다”고 이송 이유를 밝혔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차장검사 등 전담수사팀 검사 7명이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소속으로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기존 중앙지검 검사들은 관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편의성 등을 고려해 ‘서울팀’과 ‘창원팀’으로 수사팀을 나눴다. 검찰 관계자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등이 조사 받을 때 창원지검 검사가 서울까지 왔다. 대부분 수도권이 거주지인 사람들은 서울동부지검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역 범죄에 가까운 창원 국가산업단지 정보 누설 의혹, 명태균 처남 남명학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은 창원지검서 계속 수사한다. 중앙지검은 공천 개입 의혹 사건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앞서 ‘명태균 황금폰’ 포렌식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 김건희 여사가 “당선인이 지금 전화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잘 될 거예요”라고 말하는 등 공천에 개입한 듯한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그러나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를 기소했을 뿐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창원지검, 여사 개입 정황 알고도 침묵 조사 통보도 안 해…정치적 여파 부담? 창원지검은 명씨 핸드폰 포렌식을 통해 대선 경선 국면이었던 지난 2021년 8~10월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국힘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결과’ 등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최소 네 차례 무상으로 제공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특히 명씨 측 법률대리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2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지난해 2월18일 김 여사와 김 전 의원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을 언급했다. 남 변호사는 “김 전 의원이 김해공항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에 김건희 여사와 김해 출마 건으로 몇 차례 텔레그램 전화로 통화했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김 여사가 텔레그램이 아닌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창원 의창구에 김상민 검사가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가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공기업인지, 어떤 부처 장관 자리인지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남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을 “명씨로부터 들었다”며 “일반 휴대전화 통화로 이뤄진 대화이기에 녹음이 돼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김 검사를 지원하라는 김 여사의 제안에 김 전 의원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의원이 ‘김건희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내가 지난 대선 때 얼마나 죽을힘을 다해 도왔는데 자기 새끼 공천주려고 5선 의원인 나를 자르고, 그것도 모자라서 나보고 지 새끼를 도우라고?’라며 격분했다”고 강조했다. 남 변호사는 “이 일이(3월1일) 칠불사 회동(개혁신당 이준석·천하람 측과 김영선·명태균 측의 접촉)과 연결된다”며 “이 대화 내용을 칠불사 회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줬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이 통화가 (김 전 의원의)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입당 타진의 트리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이후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개혁신당 이미지가 ‘개혁’으로 김영선 전 의원은 이미지에 맞지 않았던 것 같고 ‘이 정도로 (윤석열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약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알면서 미공개 창원지검은 김 여사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 13일 <뉴스타파>는 창원지검이 지난해 11월9일 작성한 수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검찰은 이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이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 여사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면서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에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계속 나오는 연락 내역 검찰은 명씨가 김 여사와 약 1분간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통화 녹음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명씨가 자신의 PC서 해당 파일을 재생한 시점까지 확인해 수사보고서에 담았다. 하지만 정작 통화 내용은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 통화 재생기록만 있을 뿐 녹음파일은 없다고 적시했다. 수사보고서 작성 한 달여 뒤인 지난해 12월12일, 명씨는 황금폰(갤럭시 2대)과 USB를 검찰에 제출했다. 명태균-윤석열, 명태균-김건희의 통화 녹음파일은 ‘깡통 로봇’ 모양의 USB에 저장돼있었다. 검찰 제출 전 명씨 측은 패턴 잠금을 풀지 못한 황금폰(갤럭시 엣지)을 복제하지는 못했지만, USB는 복사해서 따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2월18일부터 3월1일까지 11차례에 걸쳐 김 여사와 통화나 문자로 연락했다. 검찰은 명씨가 지난해 2월18일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은 김해에 연고가 없어, 경선에 참여하면 이길 방법이 없다”는 취지로 단수공천을 요청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고, 김 여사는 “단수공천을 주면 좋지만 기본 전략은 경선”이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김 여사와 명씨의 이 텔레그램 대화가 오후 3시30분쯤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여사는 1시간여 뒤인 오후 5시쯤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6초, 11분9초간 통화했고 오후 8시24분 즈음 1분38초간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의원 측은 당일 밤 현역 지역구인 창원 의창 출마를 포기하고 김해 갑에 출마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명씨는 이 외에도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 당시 컷오프(공천 탈락) 위기에 처한 김진태 당시 강원도지사 예비후보에게 김 여사의 연락처를 건넸다. 지난 2022년 4월13일 오전, 김 지사는 명씨에게 “저는 이 상황서도 명 대표님 믿고 어젯밤 잘 잤다. 집채 만한 파도가 밀려오는데도 조개 몇 개 주우러 강원도 정선으로 출발했다. 부디 이 고난을 이겨내길 믿는다. 아멘”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혜성 출장 조사 사실상 불가능 “특검 막아야” 3월 초 소환 전망 이날 밤 10시39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황상무 전 수석의 전략공천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김진태 캠프가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내용도 기사에 담겼는데, 이는 김 지사가 자신의 컷오프를 미리 알았던 정황으로 풀이된다. 명씨는 지난해 말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측으로서는 태극기 부대를 뒤에 업고 있는 김진태와 화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2021년 6~7월쯤 양측이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해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는 명씨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미리 알고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공관위가 황 전 수석을 단수공천하겠다고 발표하자, 김 지사는 이날(4월14일) 오전 9시45분 명씨에게 “황상무 단수 추천”이라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1분 후인 오전 9시46분, 명씨는 강혜경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제 김진태 날아갈라 하다가 어젯밤에 살렸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10분 “공관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명씨에게 보내면서 “제 입장문 이렇게 냈다”고 했고, 명씨는 “잘하셨다”고 답했다. 4일 후인 4월18일 오후, 국민의힘 공관위는 황 전 수석 단수공천을 뒤집고, 경선을 하기로 결정한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김 지사가 명씨의 가족을 강원도청과 도지사 공관에 초청해 찍은 사진도 포함돼있다. 김 지사가 명씨를 얼마나 각별히 챙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진태가 레고랜드 사태 등등과 관련해 저에게 자문을 구해서 도와준 일이 있다 보니, 저희 가족을 강원도청에 초청해 찾아간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김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는 묘책을 명씨와 상의하는 대화 장면도 다수 포함됐다. 중앙지검은 윤 대통령보다는 김 여사를 먼저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내란·외환죄 외에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는 현직 대통령인 데다 12·3 비상계엄으로 구속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을 받고 있어 당장 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드러났는데 침묵 일관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디올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게 수사 특혜를 줬다는 정치적 비판으로 인해 소환조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엔 청사로 직접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원석 전 총장이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던 사안까지 고려하면 중앙지검 내 갈등이 수사 시작 전부터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특검이 변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하고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오혁진 기자 =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의 처남 김모씨가 강남구 신사동 H 유흥업소서 대선 준비를 도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씨는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업무 전반에 관여했고,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처남 김씨도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전성배씨는 대선 당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본부장으로 역임한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의 고문이었다. 전씨의 딸과 처남 등 가족도 네트워크본부에 몸담아 활동했다. 지난 2022년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전씨가 비공식 통로로 가족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면서 ‘비선 실세’로 활동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신사동 소재 H 룸살롱 확인 일명 ‘찰리’로 불리는 전씨의 처남 김씨는 지난 대선 기간인 2020~2021년경 강남구 신사동 소재에 H 룸살롱에 출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돼 유흥주점 등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감염병 예방 수칙을 어겼다가 적발된 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던 시기였다. H 업소 사장 등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팬데믹 시기에 기업인 최모씨, 국회의원,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 고모씨 등과 함께 해당 업소 등 텐프로를 방문했다. 텐프로는 상위 10% 연예인급 외모의 여성 종업원이 접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높은 가격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값을 쓰며 지인들과 함께 대선 준비를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서 김씨가 단골로 다니던 텐프로가 경찰 단속을 두 차례나 당했음에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는 ‘김건희 여사 측근’임을 주장하며 경찰로부터 부당한 혜택을 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H 업소 마담 A씨에 따르면 “김씨가 힘을 써서 막대한 벌금 처분을 받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직접 룸살롱을 차리기도 했는데, 해당 업소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김씨의 힘이 김 여사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의 입을 빌려 “김건희가 건진법사의 말을 잘 듣고 윤석열은 무릎을 꿇을 정도로 김건희 말만 듣는다”며 “윤석열이랑 친하진 않지만 우리는 건희 누나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김씨는 H 업소 이외에도 강남의 여러 룸살롱을 전전했다. 억대 술값 대부분은 외상인 것으로 드러나 ‘마담’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이 15차례 H 업소서 마신 외상 술값 1억5000만원은 최씨가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캠프 당시 수행비서 건진 처남 ‘찰리’ 주축 재력가인 최씨의 아버지는 모 제약회사를 인수해 부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상도서 국가 위임 사업을 운영해 돈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 고씨는 언론과 인터뷰서 “김씨 등과 룸살롱서 한차례 만난 정도의 관계”라며 깊은 관계임을 부정했다. 고씨는 국가안전경호협회 소속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경호협회는 비영리 기관 단체로 사회 안전 활동 및 경호원들의 복지, 경호 산업 발전을 위해 지난 2001년 설립된 단체다. 고씨는 아동·청소년 사회 안전 자문위원, 행정안전부 안전보안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씨와 동석한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지역구가 지방인 다선 의원”이라며 “해당 의원은 김씨가 룸살롱을 다니면서 대선을 모의했다는 내용을 언론사들이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유흥주점서 일했다는 의혹도 또다시 불거졌다. 마담 A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대선 기간에 룸살롱 접대부 등이 윤석열 대선 지지를 명목으로 대선캠프 임명장을 받았다’고 내게 말했다”며 “김씨의 일행인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에게 경호원 배지도 받아 집에 보관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력가 최씨가 김 여사를 ‘친한 누나’라고 지칭했다”며 “최씨는 과거 김 여사를 ‘술집 화류계 출신’이라고 표현했다”면서 “(김건희가)윤석열을 위해 술을 따르면서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불미스러운 내용까지 최씨가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김씨 측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이 잠적한 상태다. 윤 후보 선대본부에는 김씨를 비롯한 전씨의 가족이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는 네트워크본부서 꾸린 ‘현장지원팀’ 소속으로 윤 후보를 밀착 수행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7월6일 윤 대통령이 대전 현충원과 카이스트를 방문할 당시 김씨가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소속 다선 누구? 전씨의 딸도 국민의힘 당내 경선 때부터 2022년 초까지 윤 대통령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촬영 등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본부는 “김씨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딸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로서 행사를 촬영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활동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대선 모의를 도모한 김씨와 달리 전씨는 정치권에 깊게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씨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해 이달 초 출국금지 기간 연장을 신청해 법무부로부터 승인받았다. 검찰은 전씨로부터 확보한 휴대전화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내역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씨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영천시장 자유한국당 후보 경선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로부터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약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정·재계서 ‘건진법사’로 알려졌다. 전씨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권 도전을 결심하도록 도왔다는 주장과 함께 자신은 ‘국사’가 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사는 신라와 고려시대 왕의 자문 역할을 하는 고승에게 내린 칭호다. 전씨는 윤 후보의 선대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서 고문으로 인재 영입에 관여했다. 네트워크본부는 당시 권영세 선대본부장직속인 ‘조직본부(본부장 박성민)’ 산하 조직이다. 네트워크본부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전 사무총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이 이끈 바 있다. 수상한 접대 자리 선대본부 관계자는 “주요 인재는 전씨가 면접 보고 난 뒤 합류가 결정된다”며 “(전씨에게)고문이라고 호칭하지만 (전씨가)윤 후보와 각별해 보이는 데다 위세가 본부장 이상이어서 ‘실세’로 불린다”고 전했다. 전씨는 선대본부에 합류하기 전 서울 역삼동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인근의 한 단독주택 2층에 ‘일광사’라는 법당을 차리고 신점, 누름굿(신내림을 막는 굿) 등 무속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대한불교 조계종과 무관한 ‘일광조계종’ 총무원장 등의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소개로 전씨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1월 윤 대통령 선대본부 내에는 전씨의 개입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드러났다. 전씨가 캠프 고문으로 있을 당시,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 등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하면서 조율이 끝난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가 뒤집히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냐”는 불만이 속출했고, 원인을 추적한 끝에 ‘전 고문’이 지목됐다고 한다. 당시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전씨가 고문으로 활동하게 된 배경을 묻자 “공개된 직책 이외에 선대본부 구성원 현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선대본부 공보단은 “전씨는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일한 적이 없다. 무속인이란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씨가 김종인의 방출에도 깊이 연루돼있고, 이준석을 공격할 때도 네트워크본부가 나섰다고 한다. 네트워크본부 산하 ‘뉴미디어팀’의 일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네이버 댓글 부대를 모집한다’는 게시글이 존재하는 등 여론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기업인, 국회의원, 경호팀장 등 참석 모두 15차례 모여 하루 수천만원씩 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윤 대통령 비판 기사에 ‘상위 댓글 좋아요’와 ‘공격 댓글을 써 달라’는 지시가 있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유튜브 구독자 수를 오늘 밤 11시까지 23만명으로 만들어달라’는 지시도 있었다. 정치 뉴스에는 ‘1일 1댓글, 1좋아요’를 달라는 지시도 있었다. 네트워크본부는 윤 후보의 경호와 관련해서도 공식수행팀과 별도로 ‘현장지원팀’이란 사설경호팀을 꾸렸다. 이들이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는 등 물의를 빚어도 선대위가 제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지난 2020년 여름부터 측근들에게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가 윤 검사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뭔가 결정하거나 결심해야 할 때 윤 검사가 물어오면 답을 내려준다”고 말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다. 전씨는 또 “윤 총장이 수사 사안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는 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지인은 “(전씨가)윤 검사가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는지, (국민들께 윤석열을)각인시키려면 수사해야 하지 않겠는지를 물어온 적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전씨는 “이 총회장도 ‘하나의 영매’라며 당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다독여줬다”고 조언한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윤 대통령은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라는 법무부 장관 공개 지시를 제가 불가하다고 했다. 압수수색은 방역과 역학조사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어 전씨 주장에 힘이 실렸다. 댓글부대 상의했나? 신천지 교회는 전씨가 기획실장으로 재직한 일광조계종 관계 사찰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종교대통합 행사 등을 함께 진행한 인연이 있다. 전씨가 선대본부서 ‘실세’로 불리며 캠프 일에 관여한 것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전씨와의 친분에 대해 “지인을 통해 1∼2차례 만난 게 전부”라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