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요동치는 대기업 서열 막전막후

엉성한 커트라인…개나 소나 재벌그룹?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매년 이맘때면 기업들의 시선은 공정거래위원회로 쏠린다. 대기업집단 지정현황이 공개되는 까닭이다. 기업의 외형을 가늠하는 수단이자 재계 서열을 구분 짓는 잣대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발표에는 관심요소가 다분하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65개 기업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른바 대기업집단 선별작업으로 불리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은 재벌에 의한 시장경쟁 저해를 막는 데 뜻을 두고 있다. 직전년도를 기준으로 자산총액 5조원을 초과한 기업이 포함 대상이다.

올해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민간기업은 총 52곳. 지난해보다 3곳이 늘었다. 하림, 한국투자금융, 셀트리온,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등 총 5개 기업이 새롭게 이름을 올리고 홈플러스와 대성이 명단에서 빠진 덕분이다.

대기업 52곳
3개 늘어나

하림과 카카오는 인수합병에 따른 자산증가가 영향을 미쳤고 셀트리온은 보유주식 가치 상승으로 자산이 많아진 게 한몫했다. 비금융사 인수로 금융전업집단에서 제외(한국투자금융)되거나 계열분리(금호석유화학)를 거쳐 새롭게 명단에 오른 경우도 있다. 반면 최대주주가 바뀐 뒤 금융사지배집단으로 분리된 홈플러스(전년 기준 37위)와 계열회사 매각으로 자산이 줄어든 대성(전년 기준 43위)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통상 민간기업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된다는 것은 대기업으로 인정받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자산총액 규모에 따라 나열된 순번이 재계 서열을 구분 짓는 지표로 활용된다. 해당 기업에서 지난 1년 간 발생한 자산 증감 추이에 따라 서열에도 등락이 뒤따른다.

이번 발표에서는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자산이 급감한 기업의 명단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주로 자금난을 겪으며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던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장 극적인 서열 하락을 겪은 기업은 전년 대비 15계단 떨어진 동부(35위)였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14조6000억원 규모였던 동부의 자산총액은 1년이 지난 지금 8조2000억원으로 추락했다. 52개 민간기업 가운데 자산 하락폭은 단연 선두다. 최근 몇 년 간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주력계열사를 연이어 매각한 게 결정적이었다. 그사이 53개에 달하던 계열사는 25개로 대폭 축소됐다.

동국제강(37위)은 재계 서열이 7계단 하락했다. 9조8000억원이던 자산은 2조원 가까이 줄어든 7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적극적인 부채 절감이 이뤄진 게 컸다. 동국제강은 사옥인 페럼타워 매각, 포스코 지분 매각, 포항 후판2공장 폐쇄, 사파이어 잉곳 제조업체 DK아즈텍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 다방면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올해에도 국제종합기계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중공업(38위)은 8조9000억원이던 자산이 7조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재계 순위가 덩달아 6계단이나 떨어졌다. 2014년부터 8차례에 걸쳐 부동산을 매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각한 부동산자산만 해도 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42위), 태광(43위), 현대산업개발(46위), 삼천리(49위)는 자산 감소폭은 미미했지만 비슷한 외형을 갖춘 경쟁사들이 상승세를 타면서 재계 서열이 자연스럽게 뒷걸음질한 케이스다. 한국GM은 8조20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으로 자산이 감소하면서 6계단 떨어진데다 부채비율이 606.6% 이상 급등했다, 삼천리는 자산이 3000억원 줄어든 5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순위가 5계단 떨어졌다.
 

지난해 41위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산업개발(46위)은 5계단 뒤로 밀려났다. 자산총액은 6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중흥건설, 이랜드, 태영, 아모레퍼시픽 등 현대산업개발의 뒤쪽에 줄서 있던 기업들이 동반약진을 한 게 컸다. 4계단 떨어진 태광(43위) 역시 현대산업개발과 상황이 유사하다. 태광은 7조1000억원으로 자산이 전년 대비 2000억원 가량 줄었다. 계열사는 기존 32개에서 26개로 축소됐다.

희비교차…새로 등장한 하림, 사라진 대성
출자제한 순위 내 지각변동 ‘UP & DOWN’

금호아시아나(19위)는 계열분리가 재계 서열을 떨어뜨린 경우다. 지난해 17위에 이름을 올렸던 금호아시아나는 올해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간 뒤 자산이 15조2000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1년 전에 비해 3조6000억원이 빠져 나간 셈이다.

자산 감소가 대내외적 위상으로 직결된 앞의 사례와 달리 몸집이 줄었음에도 재계 순위에 별반 차이 없는 기업도 더러 보인다. 겉으론 내색하지 않아도 자산 감소가 발생한 만큼 마음이 쓰리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서열 8위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중공업(9위)은 자산총액 53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한 단계 떨어진 성적표를 받았다. 문제는 대폭 축소된 자산이다. 1년 사이에 자산 4조원이 증발했다.

KT(12위)는 자산이 3조2000억원 줄어든 31조3000억원으로 급감한데다 계열사도 50개에서 40개로 대폭 축소됐다. 공교롭게도 KT의 부진을 틈타 두산(11위)은 어부지리로 순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두산 역시 자산이 감소했지만 하락폭이 월등했던 KT가 두산의 재계 서열 상승을 견인했다.
 

포스코(6위)는 재계 순위에 변동이 없었지만 자산이 4조원 이상 줄어든 80조2000억원으로 떨어졌고 계열사는 51개에서 45개로 줄었다. 실적 부진 계열사를 대상으로 매각 작업을 벌였던 포스코는 계열사 지분매각 등을 통해 부채율 개선에 힘쓴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17위)는 전년 대비 한 단계 순위 하락에 그쳤지만 부채비율 상승폭이 무려 3642.4%에 달했다. 대우조선해양 집단 계열사 14곳 중 부채배율 급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7308.4%에 달한다. 지난해 별도기준 3조 5272억 원의 순손실이 나면서 완전자본잠식을 간신히 면할 정도로 자본총액이 잠식된 결과다.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기업집단에서도 첫손에 꼽혔다.

위상 급추락
좋은 시절 끝나

앞서 열거한 기업들이 냉랭한 분위기에 놓여 있는 것과 달리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며 재계 서열 재편을 가속화하는 곳들도 제법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대기업 집단에 새롭게 편입된 하림(28위)이다.

신규 지정된 기업들 대다수가 대기업 명단 맨 하단에 몰려 있는 것과 달리 하림은 처음부터 30위권 안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4조7000억원대 자산으로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하림은 4조20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순식간에 10조원짜리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중흥건설(40위)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재계 서열 48위였던 중흥건설은 5조6000억원이었던 자산을 2조원이나 불리는 데 성공했다. 2014년 발표 당시 3조8000억원던 자산이 2년 만에 2배나 증가한 셈이다. 그사이 계열사도 6개 늘어난 49개로 증가했다. 중흥건설의 자산이 급증한 이유는 소유권 이전이 마무리되지 않은 아파트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다 광교신도시 땅값이 8000억원 가까이 급등한 까닭이다. 부채총액은 5조5천840억원으로 자본총액대비 부채비율은 276%이다. 임대주택의 자산이 부채로 잡혔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미래에셋(24위)은 5계단 상승했다. 그사이 자산은 1조원 증가한 11조원을 기록했다. KT&G와 교보생명은 자산이 소폭 증가하면서 각각 5계단씩 뛰어 올랐다. KT&G는 부채도 함께 증가하면서 자산이 커졌다. 자본은 작년 초 담뱃값 인상으로 이익잉여금과 적립금이 증가했고 부채는 미지급 담배소비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부영(15위)은 4계단 상승했다. 16조8000억원이던 자산이 1년 사이에 4조원 가까이 증가한 게 결정적이었다. 계열사도 15개에서 3개 늘어난 18개로 재편됐다.

순위 올리고
자산도 키우고

재계 서열에 큰 변동이 없어도 함박웃음을 짓는 기업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한화(8위)는 재계 서열이 2계단 오르는 데 그쳤지만 외형은 한층 커졌다. 현대중공업, 한진(10위)이 뒷걸음질 하는 사이 38조원이던 자산은 16조원 이상 증가했다. 삼성종합화학(1조309억원)과 삼성테크윈(8232억원) 등을 인수하면서 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으로 우뚝 섰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한 단계 밑에 있던 KT와 비슷한 자산을 보유했지만 이제는 꽤나 차이가 벌어졌다.

현대자동차(2위)는 자산을 15조원 이상 불리며 자산 증가로는 한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현대종합특수강(구 동부특수강)의 지분을 거머쥔 게 주효했다. 다만 1위인 삼성과의 현격한 격차는 여전하기 때문에 당분간 자리바꿈을 기대하긴 힘들다.

지난해 '형제의 난'으로 떠들썩했던 롯데(5위)는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과 상관없이 자산을 크게 불렸다. 재계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93조원대 자산이 1년 사이 무려 10조원 가까이 증가하면서 자산 변동이 미미했던 LG(4위)와의 간극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삼성SDI 화학부문, 삼성정밀화학, KT렌탈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킨 게 결정적이었다.

CJ헬로비전과 OCI머티리얼즈를 연이어 인수한 SK(3위)는 152조원이던 자산을 8조원 가량 늘리면서 LG와 격차를 더욱 별렸다.
 

대기업들 사이에서 희비가 교차되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추가적인 자료들을 더 공개할 예정이다. 지정 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소유지분현황과 출자현황을 분석한 내부지분율, 순환출자현황 등이 그것이다. 내부거래현황, 채무보증, 지배구조현황도 단계적인 분석 대상이다.

잘 나가던 동부·동국제강 좌충우돌
잘 나가는 한화·중흥건설 파죽지세

다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 동일한 범주에 귀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재벌기업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 지정은 거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ㆍ보험사가 가진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되며, 공시의무도 대폭 강화된다.

제도의 시행으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억제되고,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하도급 업체와의 관계 등에서 경영 투명성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보면 대기업을 규제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생태계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나라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몸집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8년 전 도입한 자산총액 기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두고 재계를 중심으로 말들이 많다. 규제를 받는 대기업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외국 기업보다 역차별을 받고 전반적인 경제 활력 제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30여 개 법령의 규제를 받게 돼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는 불만도 있다. 자산규모 5조원을 겨우 넘긴 기업집단을 글로벌 거대기업인 삼성이나 현대차, SK, LG그룹과 같이 상호출자제한 등의 각종 규제 대상으로 묶어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해외자산을 합할 경우 자산규모가 5조원을 훌쩍 넘는 네이버는 제외한 채 카카오를 대기업집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자산 5조원 이상’을 한 묶음으로 분류하는 현행 방식이 무조건 합리적으로 비춰지지 않는 이유다. 경제력 차이가 현격한 다른 대상을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차별적인 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5조1000억원)와 삼성(348조2260억원)은 자산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70배가량 덩치 차이가 난다.

이렇게 되자 지정에서 탈락되는 게 속편한 일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이미 몇몇 기업은 몸집을 줄여 해당 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를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한다. 대기업집단에 속하면 그에 따른 각종 제약이 뒤따르는데 명예보다는 실리가 중요하다는 계산이다.

덩치 상관없이
일괄적 적용?

일각에서는 그동안 경제 규모가 커진 것에 맞게 대기업집단의 자산총액 기준을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는 그룹이 40개 미만으로 감소하게 된다. 대기업집단 간에도 규모에 큰 격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차등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산규모 4000억원에서 시작된 지정기준이 상위 30대 그룹, 2조원 이상을 거쳐 2009년 이후 지금껏 5조원 이상이다”며 “지정기준을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하자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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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