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요동치는 대기업 서열 막전막후

엉성한 커트라인…개나 소나 재벌그룹?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매년 이맘때면 기업들의 시선은 공정거래위원회로 쏠린다. 대기업집단 지정현황이 공개되는 까닭이다. 기업의 외형을 가늠하는 수단이자 재계 서열을 구분 짓는 잣대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발표에는 관심요소가 다분하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65개 기업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른바 대기업집단 선별작업으로 불리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은 재벌에 의한 시장경쟁 저해를 막는 데 뜻을 두고 있다. 직전년도를 기준으로 자산총액 5조원을 초과한 기업이 포함 대상이다.

올해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민간기업은 총 52곳. 지난해보다 3곳이 늘었다. 하림, 한국투자금융, 셀트리온,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등 총 5개 기업이 새롭게 이름을 올리고 홈플러스와 대성이 명단에서 빠진 덕분이다.

대기업 52곳
3개 늘어나

하림과 카카오는 인수합병에 따른 자산증가가 영향을 미쳤고 셀트리온은 보유주식 가치 상승으로 자산이 많아진 게 한몫했다. 비금융사 인수로 금융전업집단에서 제외(한국투자금융)되거나 계열분리(금호석유화학)를 거쳐 새롭게 명단에 오른 경우도 있다. 반면 최대주주가 바뀐 뒤 금융사지배집단으로 분리된 홈플러스(전년 기준 37위)와 계열회사 매각으로 자산이 줄어든 대성(전년 기준 43위)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통상 민간기업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된다는 것은 대기업으로 인정받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자산총액 규모에 따라 나열된 순번이 재계 서열을 구분 짓는 지표로 활용된다. 해당 기업에서 지난 1년 간 발생한 자산 증감 추이에 따라 서열에도 등락이 뒤따른다.


이번 발표에서는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자산이 급감한 기업의 명단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주로 자금난을 겪으며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던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장 극적인 서열 하락을 겪은 기업은 전년 대비 15계단 떨어진 동부(35위)였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14조6000억원 규모였던 동부의 자산총액은 1년이 지난 지금 8조2000억원으로 추락했다. 52개 민간기업 가운데 자산 하락폭은 단연 선두다. 최근 몇 년 간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주력계열사를 연이어 매각한 게 결정적이었다. 그사이 53개에 달하던 계열사는 25개로 대폭 축소됐다.

동국제강(37위)은 재계 서열이 7계단 하락했다. 9조8000억원이던 자산은 2조원 가까이 줄어든 7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적극적인 부채 절감이 이뤄진 게 컸다. 동국제강은 사옥인 페럼타워 매각, 포스코 지분 매각, 포항 후판2공장 폐쇄, 사파이어 잉곳 제조업체 DK아즈텍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 다방면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올해에도 국제종합기계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중공업(38위)은 8조9000억원이던 자산이 7조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재계 순위가 덩달아 6계단이나 떨어졌다. 2014년부터 8차례에 걸쳐 부동산을 매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각한 부동산자산만 해도 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42위), 태광(43위), 현대산업개발(46위), 삼천리(49위)는 자산 감소폭은 미미했지만 비슷한 외형을 갖춘 경쟁사들이 상승세를 타면서 재계 서열이 자연스럽게 뒷걸음질한 케이스다. 한국GM은 8조20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으로 자산이 감소하면서 6계단 떨어진데다 부채비율이 606.6% 이상 급등했다, 삼천리는 자산이 3000억원 줄어든 5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순위가 5계단 떨어졌다.
 

지난해 41위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산업개발(46위)은 5계단 뒤로 밀려났다. 자산총액은 6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중흥건설, 이랜드, 태영, 아모레퍼시픽 등 현대산업개발의 뒤쪽에 줄서 있던 기업들이 동반약진을 한 게 컸다. 4계단 떨어진 태광(43위) 역시 현대산업개발과 상황이 유사하다. 태광은 7조1000억원으로 자산이 전년 대비 2000억원 가량 줄었다. 계열사는 기존 32개에서 26개로 축소됐다.

희비교차…새로 등장한 하림, 사라진 대성
출자제한 순위 내 지각변동 ‘UP & DOWN’


금호아시아나(19위)는 계열분리가 재계 서열을 떨어뜨린 경우다. 지난해 17위에 이름을 올렸던 금호아시아나는 올해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간 뒤 자산이 15조2000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1년 전에 비해 3조6000억원이 빠져 나간 셈이다.

자산 감소가 대내외적 위상으로 직결된 앞의 사례와 달리 몸집이 줄었음에도 재계 순위에 별반 차이 없는 기업도 더러 보인다. 겉으론 내색하지 않아도 자산 감소가 발생한 만큼 마음이 쓰리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서열 8위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중공업(9위)은 자산총액 53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한 단계 떨어진 성적표를 받았다. 문제는 대폭 축소된 자산이다. 1년 사이에 자산 4조원이 증발했다.

KT(12위)는 자산이 3조2000억원 줄어든 31조3000억원으로 급감한데다 계열사도 50개에서 40개로 대폭 축소됐다. 공교롭게도 KT의 부진을 틈타 두산(11위)은 어부지리로 순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두산 역시 자산이 감소했지만 하락폭이 월등했던 KT가 두산의 재계 서열 상승을 견인했다.
 

포스코(6위)는 재계 순위에 변동이 없었지만 자산이 4조원 이상 줄어든 80조2000억원으로 떨어졌고 계열사는 51개에서 45개로 줄었다. 실적 부진 계열사를 대상으로 매각 작업을 벌였던 포스코는 계열사 지분매각 등을 통해 부채율 개선에 힘쓴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17위)는 전년 대비 한 단계 순위 하락에 그쳤지만 부채비율 상승폭이 무려 3642.4%에 달했다. 대우조선해양 집단 계열사 14곳 중 부채배율 급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7308.4%에 달한다. 지난해 별도기준 3조 5272억 원의 순손실이 나면서 완전자본잠식을 간신히 면할 정도로 자본총액이 잠식된 결과다.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기업집단에서도 첫손에 꼽혔다.

위상 급추락
좋은 시절 끝나

앞서 열거한 기업들이 냉랭한 분위기에 놓여 있는 것과 달리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며 재계 서열 재편을 가속화하는 곳들도 제법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대기업 집단에 새롭게 편입된 하림(28위)이다.

신규 지정된 기업들 대다수가 대기업 명단 맨 하단에 몰려 있는 것과 달리 하림은 처음부터 30위권 안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4조7000억원대 자산으로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하림은 4조20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순식간에 10조원짜리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중흥건설(40위)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재계 서열 48위였던 중흥건설은 5조6000억원이었던 자산을 2조원이나 불리는 데 성공했다. 2014년 발표 당시 3조8000억원던 자산이 2년 만에 2배나 증가한 셈이다. 그사이 계열사도 6개 늘어난 49개로 증가했다. 중흥건설의 자산이 급증한 이유는 소유권 이전이 마무리되지 않은 아파트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다 광교신도시 땅값이 8000억원 가까이 급등한 까닭이다. 부채총액은 5조5천840억원으로 자본총액대비 부채비율은 276%이다. 임대주택의 자산이 부채로 잡혔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미래에셋(24위)은 5계단 상승했다. 그사이 자산은 1조원 증가한 11조원을 기록했다. KT&G와 교보생명은 자산이 소폭 증가하면서 각각 5계단씩 뛰어 올랐다. KT&G는 부채도 함께 증가하면서 자산이 커졌다. 자본은 작년 초 담뱃값 인상으로 이익잉여금과 적립금이 증가했고 부채는 미지급 담배소비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부영(15위)은 4계단 상승했다. 16조8000억원이던 자산이 1년 사이에 4조원 가까이 증가한 게 결정적이었다. 계열사도 15개에서 3개 늘어난 18개로 재편됐다.


순위 올리고
자산도 키우고

재계 서열에 큰 변동이 없어도 함박웃음을 짓는 기업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한화(8위)는 재계 서열이 2계단 오르는 데 그쳤지만 외형은 한층 커졌다. 현대중공업, 한진(10위)이 뒷걸음질 하는 사이 38조원이던 자산은 16조원 이상 증가했다. 삼성종합화학(1조309억원)과 삼성테크윈(8232억원) 등을 인수하면서 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으로 우뚝 섰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한 단계 밑에 있던 KT와 비슷한 자산을 보유했지만 이제는 꽤나 차이가 벌어졌다.

현대자동차(2위)는 자산을 15조원 이상 불리며 자산 증가로는 한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현대종합특수강(구 동부특수강)의 지분을 거머쥔 게 주효했다. 다만 1위인 삼성과의 현격한 격차는 여전하기 때문에 당분간 자리바꿈을 기대하긴 힘들다.

지난해 '형제의 난'으로 떠들썩했던 롯데(5위)는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과 상관없이 자산을 크게 불렸다. 재계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93조원대 자산이 1년 사이 무려 10조원 가까이 증가하면서 자산 변동이 미미했던 LG(4위)와의 간극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삼성SDI 화학부문, 삼성정밀화학, KT렌탈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킨 게 결정적이었다.

CJ헬로비전과 OCI머티리얼즈를 연이어 인수한 SK(3위)는 152조원이던 자산을 8조원 가량 늘리면서 LG와 격차를 더욱 별렸다.
 

대기업들 사이에서 희비가 교차되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추가적인 자료들을 더 공개할 예정이다. 지정 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소유지분현황과 출자현황을 분석한 내부지분율, 순환출자현황 등이 그것이다. 내부거래현황, 채무보증, 지배구조현황도 단계적인 분석 대상이다.


잘 나가던 동부·동국제강 좌충우돌
잘 나가는 한화·중흥건설 파죽지세

다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 동일한 범주에 귀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재벌기업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 지정은 거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ㆍ보험사가 가진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되며, 공시의무도 대폭 강화된다.

제도의 시행으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억제되고,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하도급 업체와의 관계 등에서 경영 투명성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보면 대기업을 규제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생태계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나라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몸집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8년 전 도입한 자산총액 기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두고 재계를 중심으로 말들이 많다. 규제를 받는 대기업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외국 기업보다 역차별을 받고 전반적인 경제 활력 제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30여 개 법령의 규제를 받게 돼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는 불만도 있다. 자산규모 5조원을 겨우 넘긴 기업집단을 글로벌 거대기업인 삼성이나 현대차, SK, LG그룹과 같이 상호출자제한 등의 각종 규제 대상으로 묶어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해외자산을 합할 경우 자산규모가 5조원을 훌쩍 넘는 네이버는 제외한 채 카카오를 대기업집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자산 5조원 이상’을 한 묶음으로 분류하는 현행 방식이 무조건 합리적으로 비춰지지 않는 이유다. 경제력 차이가 현격한 다른 대상을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차별적인 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5조1000억원)와 삼성(348조2260억원)은 자산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70배가량 덩치 차이가 난다.

이렇게 되자 지정에서 탈락되는 게 속편한 일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이미 몇몇 기업은 몸집을 줄여 해당 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를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한다. 대기업집단에 속하면 그에 따른 각종 제약이 뒤따르는데 명예보다는 실리가 중요하다는 계산이다.

덩치 상관없이
일괄적 적용?

일각에서는 그동안 경제 규모가 커진 것에 맞게 대기업집단의 자산총액 기준을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는 그룹이 40개 미만으로 감소하게 된다. 대기업집단 간에도 규모에 큰 격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차등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산규모 4000억원에서 시작된 지정기준이 상위 30대 그룹, 2조원 이상을 거쳐 2009년 이후 지금껏 5조원 이상이다”며 “지정기준을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하자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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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에게 날아든 극우 청구서

장동혁에게 날아든 극우 청구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원장으로 임명하자, 대표 당선에 이바지했던 강경 보수 세력이 크게 반발했다. 장 대표는 강경·중도 보수 노선을 모두 포용해 기각지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과연 장 대표의 구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력한 반탄(탄핵 반대) ▲찬탄(탄핵 찬성) 숙청 가능성 ▲전한길씨 등 극우 유튜버 세력과의 연대 등을 언급했다. 이는 선거 중 허언으로 그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2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경쟁 상대였던 조경태 의원을 향해 “우리 당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조 의원의 말은 우리 당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며 “상처받은 당원들에게 사죄할 마음은 없는지 먼저 묻고 싶다”면서 ‘결단’을 촉구했다. 시작부터… 히틀러 비유 그러자 조 의원은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법·위헌 비상계엄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털고 가자고 한 것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냐”고 반박했다. 이어 “나치정권의 선동에 의한 집단적 압력 때문에 개인의 비판적 사고가 사라져, 결국 희대의 독재자 살인마 히틀러를 지지·정당화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참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후 유대인을 학살한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것이다. 장 대표를 히틀러에 빗댄 사람은 조 의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장 대표의 연설은 극우 정치인이 TV에서 히틀러의 연설을 흉내 내는 것과 너무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전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접견하겠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진행한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당원·국민께 약속드린 것은 특별한 사정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반드시 지키겠다”며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이때까진 장 대표가 선거 중 예고한 대로 강성 보수 노선을 유지하리라고 생각했다. 장 대표가 이 예상을 보기 좋게 깬 날은 지난달 31일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4선인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고, 사무총장엔 재선 정희용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장은 이준석 전 대표 체제서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이를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 의장은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평이 좋은 분”이라며 “저도 이고초려 정도는 해서 정책위의장으로 모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보수 진영과 부산의 위기에 대해 강한 책임을 느끼는 분”이라며 “장 대표가 굉장히 좋은 분을 모신 것”이라고 호평했다. 정 총장은 경북 고령·성주·칠곡을 지역구로 두고 있고, 지명도가 높지 않아서 일각에선 “언더 찐윤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장 대표와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따라서 “장 대표 나름대로는 찬탄·반탄을 아우르면서 당 장악에 가속도를 붙이려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김 의장 임명을 두고, 장 대표 당선에 크게 일조했다고 자부할 법한 강경 보수 진영에서 반발했다. 고성국 ‘고성국 TV’ 대표는 지난 1일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한다”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자유우파 정당 4개에 기초자치단체장 공천 30개를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중도 보수 모두 포용해 기각지세? 김도읍 임명하자 강경파 크게 반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도 “김 의장 임명을 철회하라”거나 “중도는 없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등 항의 글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서 장 대표와 함께 당선된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이어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장 대표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판결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없어야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극단적으로 국민의 불안을 조성한 적이 없고,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던 시민을 강경 진압하지도 않았다”며 “윤 전 대통령에겐 어떤 국민도 다치게 하거나, 불안하게 할 의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엔 국회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도중 “이재명정권은 국익·국민을 위해 정치 보복성 수사를 종결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길 바란다”며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일엔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와 논의해서 윤 전 대통령 접견을 신청했고, 장 대표도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남긴다. 장 대표에 대한 강경 보수 세력의 압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한길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이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그런 역할은 안 한다”며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이미 전대 당시에도 “나를 품는 사람이 의원·시장·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담을 드리진 않는다”면서도 청탁을 언급하는 자체가 ‘부담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고씨·전씨·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뒤통수를 치면 안 된다”는 압력으로 해석되고 있다. 극우의 찬사 극우의 야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장 대표의 당선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국민의힘의 상황은 극우 정당 성장 서사와 대단히 비슷하다. 극우 정당은 사람들의 공포·불안·분노를 건드려 성장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좌파가 이렇게까지 나라를 잠식한 거냐”는 공포를 안겨줬다. 윤 전 대통령의 몰락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과정은 “좌파가 나라를 망칠 것”이라는 불안·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공포·불안심리를 자극해 성장한 대표적인 극우 정당은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이하 대안당)을 거론할 수 있다. 대안당은 지난 2013년 창당했고, 지난 2016년 유럽에서 발생한 일부 무슬림 난민의 집단 성폭행 사건 이후 크게 성장했다. 이 사건은 유럽에서 반이민주의·난민 반대 정서가 확대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대안당은 이 기회로 “이슬람은 독일 일부가 아니다”라는 강령을 택했다. 이어 난민 수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앙겔라 메르켈 내각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틈을 타 세를 확장했다. 이후 대안당에선 극우 성향 계파 플뤼겔이 세를 확장하면서, 수장 비요른 회케 튀링겐주 대표가 당 주도권을 장악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회케 대표는 수시로 네오나치 성향 발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5년엔 히틀러 생가를 방문하고 추모해 논란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 2017년엔 유대인 학살 추념비를 일컬어 “독일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도 중심부에 수치스러운 기념비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21년엔 한 정치 행사에서 “독일을 위한 모든 것”이란 나치 돌격대의 구호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안당이 잦은 논란을 일으키자,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은 지난 2일 “대안당이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반하는 노선을 추구한다는 의심이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대안당을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헌법수호청은 이미 2021년 대안당을 의심 단체로 분류해 도·감청하거나 요원들을 투입해 감시했다. 하지만 대안당의 성장세는 만만치 않다. 대안당은 이미 2016년부터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꾸준히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엔 소속 정치인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이 “무장 친위대원 90만명 중엔 농민도 많았다”며 “이들 모두가 범죄자는 아니다”라고 발언해 큰 물의를 일으켰다. 그런데도 대안당은 같은 해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15.9%를 득표해 제2당이 됐다. 벌써 드러낸 카멜레온 본색 이는 독일에서만 일어난 흐름이 아니다. ▲프랑스 국민연합(31.37%) ▲이탈리아 형제당(28.76%) ▲오스트리아 자유당(25.4%) ▲헝가리 시민동맹(44.81%) 등 다수의 극우 정당이 각국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대안당을 연구한 표광민 경북대 교수는 지난 1월 발표한 논문 <독일 극우 정당과 정동의 정치학>에서 “나치 시대의 역사적 트라우마로 인해 형성된 두려움을 대체해 난민이란 새 두려움의 대상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당수 시민이 정부의 난민 수용 등 정책으로부터 탈피해 독일의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안당의 주장에 호응해서 대안당이 부상했다”며 “대안당은 ‘난민과 엘리트가 결탁하여 평범한 독일 시민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피해의식을 자극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당선 과정은 대안당의 성장 과정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 두둔 ▲부정선거 의혹 제기 등 한국식 극우 담론을 가미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적 제거를 위해 무력을 활용하려고 한 윤 전 대통령의 대처는 이미 히틀러가 진행했던 적이 있다. 이 이 때문에 조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장 대표를 일컬어 히틀러를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 대표는 김 의장 임명으로써 자신만의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단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서 “장 대표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 정말 카멜레온 같다”며 “장 대표는 또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서용주 전 상근부대변인도 같은 날 MBC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장 대표는 본인의 권력을 위해 끊임없이 변신하는 카멜레온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는 또 누군가를 배신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김 의장 등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는 정치인을 주요 당직에 임명하는 것을 통해 강경 보수 세력이 매우 싫어하는 중도 보수 노선을 함께 추구할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는 일본 자유민주당식 빅텐트 정당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특히 그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씨를 일컬어 “당 외곽에서 의병으로 열심히 싸웠다”며 “그게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암암리에 돌던 ‘전씨 주요 당직 임명설’을 정면으로 부정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관군은 성안 의병은 밖에서 공포·불안·분노 버튼 눌러? 장 대표는 전씨 등 강경 보수 세력을 ‘의병’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포함한 국민의힘은 ‘관군’이 된다. 장 대표의 발언은 “관군이 성안에서 내부 민심까지 추슬러 수성전을 주도할 때, 의병은 성 밖에서 별동대 역할을 맡는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김어준씨의 관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리고 “군을 일부 분산 배치한 후 별동대로 활용해 양면 공세를 한다”는 기각지세를 취하는 것과 비슷하다. 본대와 별동대를 총지휘하는 사람은 장 대표 자신일 것이다. 문제는 “장 대표에게 그만한 영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재선 의원이 된 후 불과 1년이 지났다. 재선이지만, 여전히 초선 의원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대안당에서도 플뤼겔과 중도 성향 계파 미테가 치열하게 내부 투쟁을 이어갔다. 플뤼겔의 세가 커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프라우케 페트리 전 대표는 플뤼겔이 지원해 지난 2015년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회케 대표와의 갈등 끝에 2년 만에 대안당을 탈당한 후 파란당을 창당했다. 대안당은 보수 성향의 중산층들을 주된 지지층으로 거느리고 있다. 난민 반대 이슈를 크게 내세운 이후엔 ▲청소년 ▲이민 1세대 ▲정치·경제 상황에 불만이 많은 구동독 지역주민 등으로 지지층을 확장했다. 하지만 우리 정치 구도는 독일과 다르다. 우리 정치 구도에선 4050 세대와 2030 세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가 매우 굳건하다. 노년 세대의 국민의힘 지지는 비교적 확고하지만, 4050 세대가 노년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이 지지를 굳건하게 유지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2030 남성은 4050 세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서 보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보수 성향 표심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으로 분산돼있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2030 남성의 수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비판하면서 중도 성향을 유지하는 유권자 비중도 적지 않다. 강경 보수 성향만 유지해선 대안당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채 계파 갈등에만 몰두해 나날이 국회 의석수가 줄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반된 당 몰락은 한편으로 국민의힘이 변화할 기회였다. 하지만 이들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제안한 5대 개혁안을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어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인적 쇄신 시도도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게 했다. 장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그동안의 정치적 변화가 모두 공개됐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측은 이를 쇼츠로 제작해 널리 퍼트렸다. 따라서 장 대표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됐던 측면도 있다. 앞으로 더… 남은 9개월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장 대표가 서두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장 대표는 독자적인 세 없이 당 대표로서의 역량과 성과를 검증받아야 한다. 이것이 ‘카멜레온’으로 평가받는 장 대표의 기질을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기각지세라는 그림은 그럴듯하게 그렸지만 이는 확고한 지도력을 갖춘 수장만이 전개할 수 있다. <삼국지>의 여포는 책사 진궁으로부터 적의 포위를 뚫을 방법으로 기각지세를 조언받았다. 하지만 여포는 부하의 믿음을 얻지 못해서 감히 시도조차 못했다. 혹시 장 대표도 이런 상황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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