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헌 4000억 피소 내막

또 서초동 악연…다시 철창행?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테크노마트의 성공과 공격적 투자로 성공가도를 달렸던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모기업에 대한 무리한 원조는 계열사들의 부실로 이어졌다. 동아건설, 삼안, 프라임개발 등 계열사들이 워크아웃 및 매각절차에 돌입하면서 백종헌 회장의 입지는 더욱 불안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이 동아건설에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동아건설이 지난해 3월 백종헌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이모 전 대표를 포함한 동아건설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사면초가

백 회장은 1975년 건설업계에 뛰어들었다. 84년 설립한 소형 주택건설사 ‘호프주택건설’은 프라임그룹의 모태가 됐다. 1990년대 테크노마트 개발에 성공한 뒤 한글과컴퓨터, 동아건설, 신안, 프라임상호저축은행,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하며 고속 성장했다. 한때는 금호아시아나 등과 함께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사세를 과시했다. 업계에서 백 회장을 두고 ‘테마상가 원조 디벨로퍼’라 부르며 칭송하기도 했다.

이번에 백 회장을 고소한 동아건설은 1945년 충남토건사로 출발해 1972년 지금의 상호로 변경한 후 토목·플랜트 등 국가기간산업 분야는 물론 단일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리비아 대수로공사 5단계 중 1·2단계를 수주하는 등 성과를 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어 1998년 8월 구조 조정 협약에 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으로 선정됐고 2000년 11월 법정관리 대상기업으로 결정돼 퇴출됐다. 이후 2008년 프라임그룹에 인수됐지만 6년 만인 2014년 7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같은 해 8월 선임된 법정관리인 측은 “백종헌 회장이 동아건설 자금을 프라임건설 등 다른 계열사에 지원해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며 지난해 3월 백 회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에 기재된 혐의 액수는 4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건설은 2011년 매출액 3115억4400만원, 2012년 3737억2200만원, 2013년 4169억원으로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4년 매출액은 1867억7400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1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6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표를 놓고 보면 동아건설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동아건설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프라임그룹이 동아건설을 인수한 자금 6780억원 가운데 인수 주체인 프라임개발의 자체자금투자는 10% 수준인 780억원이다.

반면 동아건설산업이 프라임그룹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금액은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아건설은 현재 매각절차를 진행 중이다. 동아건설 매각에 다수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혀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성우종합건설과 우림건설이 매각에 실패해 우려가 앞섰는데 기대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업체가 참여했다"면서 "매각 성공 여부는 본 입찰에 들어가야 알겠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프라임개발은 1988년 8월18일 설립돼 종합건설업, 주택건설업 및 부동산개발업을 하는 회사다. 2011년 9월 2일자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결의에 워크아웃이 개시됐다. 2014년 공시에 따른 프라임개발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이 63.25%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기타 오너 일가의 지분을 합치면 70%에 육박한다. 2014년 당기순손실이 5770억200만원이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9613억9100만원을 초과했다.

프라임개발의 2013년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130억9743만원, 227억7881만원이고 2014년은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351억7669만원, 8억2219만원을 기록했다. 분양수익과 임대수익이 주 매출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라임개발이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일산 킨텍스 퍼즐 사업장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프라임개발은 두 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인수 후보들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임개발이 워크아웃 진행 중에 있지만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이미 2008년 프라임그룹은 재무위기 속에서 계열사인 프라임개발의 신도림 테크노마트 오피스타워를 싱가포르 부동산업체인 아센더스에 매각한 바 있다. 지난해에 추진한 것은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복합 상가동이다. 매각 금액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저축은행 비리 징역형 선고받고 복역
이번엔 인수한 동아건설에 손해 혐의

프라임개발의 부실은 자회사인 삼안의 부실로 이어졌다. 1967년 설립된 삼안은 한때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업계 1위를 차지했던 업체다. 지난해 9월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 등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밟고 있는 삼안에 대한 매각을 추진했다. 일각에서는 백 회장이 워크아웃 중인 삼안의 매각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철도 신호제어 시스템 전문업체 대아티아이가 삼안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기업 실사와 채권단 협의 등을 마치고, 지난해 8월 말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백 회장이 임명한 대표이사 2명이 며칠째 출근하지 않으면서 계약 체결이 미뤄졌다는 것이다.
 

매각이 미뤄진 이유는 백 회장측이 수년에 걸쳐 삼안으로부터 보증금, 대여금 등 명목으로 조달한 약 1200억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과 노조의 고소·고발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아티아이 측은 난색을 표명했고, 백 회장은 계약 날인을 거부했다. 매각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결국 삼안은 지난해 12월 17일 장헌산업-한맥기술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230억원으로 알려졌다.

장헌산업은 충남 당진에 있는 토목건설 전문회사며 한맥기술은 삼안과 같은 엔지니어링 업체다. 삼안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매각이 됐기 때문에 더 이상 프라임그룹 소속이 아니다”며 “프라임그룹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백 회장의 비리혐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 회장은 2013년 12월2일 거액의 부실대출을 지시한 혐의(특가법상 배임, 상호저축은행법 위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백 회장의 배임 혐의와 상호저축은행법상 금지된 대주주 신용공여, 교차대출, 한도 초과 대출 등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백 회장은 2003년 1월 프라임개발 소유의 자금 30억원을 주주·임원·종업원 대여금 명목으로 빼내 자신의 펀드 투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2002년 10월부터 2008년 4월까지 그룹 계열사 자금 400여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800여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2008년 12월 보석으로 석방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백 회장 일가가 거주하는 빌라가 법원 경매에 나오기도 했다. 이 빌라는 서래마을 고급빌라 밀집지역에 위치해 최초 감정가격은 15억원이다. 법원 현황조사에 따르면 이 주택은 백 회장의 부인인 임명효씨의 명의로 돼 있고, 백 회장 가족이 직접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 왜?

삼미슈퍼스타즈 야구단을 운영했던 삼미그룹의 김현철 회장이 소유하다 경매에 나온 것을 백 회장 일가가 2003년11월 11억3351만원에 낙찰받았다. 경매는 백 회장이 이 집을 담보로 솔로몬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해 나온 것이다. 프라임그룹 관계자는 프라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해 “프라임개발은 워크아웃 상태에 있고 프라임건설은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