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살벌한 군기잡기 백태

하란 공부는 안하고…조폭 따라하기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우리나라 대학가가 도를 넘고 있다. 개강 초반 대학가의 브레이크 없는 막장 행위들이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식을 쌓고 건전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부푼 꿈을 가지고 입학한 새내기들이 대학가의 각종 추태에 신음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들이 입학한 지 어느덧 한 달.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각종 폭행, 폭언, 가혹행위 등 도저히 믿기 어려운 사태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OT부터 MT, 학과동아리에 이르기까지 교수들도 동참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막걸리 세례]

부산 동아대의 한 동아리 행사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 섞인 막걸리를 뿌리는 가혹행위를 해 학내가 시끄럽다. 지난달 27일 해당 대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화학공학과 내 축구 동아리는 지난달 11일 고사를 지내면서 신입생들을 따로 강의실에 불러 ‘액땜’행사를 진행했다.

‘액땜’ 행사는 선배들이 고사를 지내고 난 뒤 남은 김치와 두부 등 음식물 찌꺼기를 넣은 막걸리를 신입생에게 끼얹는 행사다. 이 같은 가혹행위는 피해를 당한 신입생의 형이 이 학교 SNS에 실태를 고발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밝혀졌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해당 동아리 학생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는 “절대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거나 억압하려고 했던 취지가 아니다”며 “함께 잘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학회장과 신입생들이 같이 막걸리를 맞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입생들과 가족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원광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원광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는 지난달 4일 신입생 환영회를 열었다. 반팔과 반바지 차림의 신입생들이 파란색 천막을 바닥에 깔고 고개를 숙인 채 도열해 앉았고, 선배들은 이들을 둘러싸고 막걸리를 뿌렸다.

현장에는 교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대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환영식은 SNS를 통해 게시돼, 해당 글에는 ‘환영회 행사에 막걸 리가 100병 정도 쓰였고, 행사가 끝난 뒤 씻는 시간을 적게 줘 제대로 씻지도 못해 일부 학생은 옷을 버리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최 측은 지난 28일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는 “매년 이 학과에서 진행한 행사로 신입생 환영회는 오래전부터 고사의 형식으로 치러왔다”며 “막걸리를 뿌린 행위는 절차의 일부로 행해진 것으로 온라인에서 드러난 대로 아무런 맥락이 없는 가혹행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폭행·강요 다반사]

경북 구미에 위치한 금오공대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침을 뱉은 컵에 술을 마시게 하고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익명의 제보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건축학부에 새로 들어온 16학번입니다”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제보자는 “신입생들이 쓰는 방에 10학번 선배들이 몰려와 자기들이 고기 먹는다고 신입생들을 다른 방으로 내쫒았다”며 “10학번 선배 한 명이 자신의 슬리퍼가 없어졌다고, 방문마다 발로 쾅쾅 차며 찾아내라고 소리치며 사발식을 시켰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OT에 있었던 총학생회 부회장이 10학번 선배들과 술게임을 하며 여학우회 학생에게 “싼티 난다”며 성적인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했다. 총학생회 부회장은 술게임을 거부한 15학번 학생을 베란다로 끌고나가 폭행까지 했다.


제보자는 “총학생회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인데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첨으로 OT라는 곳을 부푼 기대로 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니 할 말이 없다. 다음에 있을 MT도 가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오공대는 홈페이지에 총장의 이름으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신입생 및 학부모님과 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 재발 방지와 건전한 캠퍼스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도넘은 캠퍼스 막장행태 도마 
신학기만 되면 동시다발 발생

전남과학대 대면식에 참석했던 치위생과 한 신입생이 지난달 17일 오후 학교 건물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7일 오후 10시 43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치위생과 한 학생이 지나친 선배들의 군기잡기로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교수들은 조용히 입단속하라고 했다. 제발 많은 곳에 퍼트려 달라”는 내용이 게재됐다.

전남과학대 체육관에서 치위생과 대면식이 진행됐고, 3학년 한 학생이 피해자 이씨의 안 좋은 기억을 많은 학생들 앞에서 들춰내면서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대면식이 끝난 후에도 3학년 학생이 이씨를 쫓아와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이후 다수의 3학년 학생들이 몰려와 이씨에게 심한 말을 해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다행히 화단에 떨어져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SNS를 통해 ‘00대 X군기’의 제목으로 강원지역의 한 사립대학교 예비역들의 단합 행사를 포착한 사진이 퍼졌다. 해당 사진에는 예비역 수십 명이 도심 대로에서 군복 상의를 벗고 팬티 차림으로 선 모습이 담겨 있다. 촬영 당시 이들은 회식 후 길거리로 나와 10여분간 고성방가 수준으로 군가를 제창해 현장에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이 대학의 총학생회는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악·폐습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학생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이 문제점에 대해 상의하고 해당 과에 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학생들도 현재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자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 넘는 19금]

지난달 26일 건국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대학생은 원래 이렇게 노는 건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건국대학교 신입생으로 입학한 한 여학생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도중 성추행에 가까운 술자리 게임을 하게 됐다며 온라인상에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 학생은 “OT에서 ‘25금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이 진행됐는데 한 선배가 선정적인 단어를 몸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충격적이고 민망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펠라XX'라는 성행위 단어도 여학생들 앞에서 직접 언급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혹시 나만 기분 나빠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거절하기에는 좀 그렇더라”며 “모르는 사람이랑 껴안고 그러는 게 정말 싫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후 단과대학 학생회는 “누구보다 상처받았을 신입생과 학우들에게 죄송하다”며 “사후 재교육을 시행하고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건국대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철저히 진상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학칙에 따라 관련자들을 엄벌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학생회 등 주관의 교외 행사를 금지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교내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목원대 페이스북에는 “목원대학교 다니는 친구가 MT 사진”이라는 익명의 제보글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에는 16학번 과점퍼를 입은 새내기들이 조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단상 위에 올라와 있다. 적혀 있는 조 구호는 충격적이다. “오빠 7싸는 안 되조”, “뒷 9멍 xxx” 등 민망한 성적인 표현이 적혀 있다.

목원대 관계자는 “학회장들에게 사전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한 상태였는데, 재미를 위해서 도 넘은 행동을 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해당학과 학회장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고 “조장들이 오직 재미만을 위해 좀 더 자극적인 문구를 찾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면서 “MT에 참여한 인원들에게 직접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도 신입생이 대학 게시판에 제보 글을 올리면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모 학과 선배들과 신입생이 오리엔테이션 직후 가진 술자리에서 과 회장이 술 게임 벌칙으로 신입생들에게 포옹이나 뽀뽀, 러브샷을 요구했다는 것. 벌칙 수위가 점점 높아지다 급기야 남자 신입생에게 동기 여학생의 다리, 심지어 가슴을 만져 보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 얼차려]

지난달 16일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가혹한 얼차려를 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배들은 신입생 수십 명을 엎드려뻗치기 시키고, 땅 위에 머리를 박는 '원산폭격' 얼차려를 수차례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과 선배들은 신입생이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못 하게 하고 독특한 방식의 인사 강요, 휴대전화 이모티콘 사용 금지 등 각종 이해하기 힘든 ‘군기 잡기’도 여러 차례 했다.

지난달 20일 대형선박을 운항하는 항해사와 기관사를 양육하는 대학교로 알려진 부산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는 체육복을 입은 수십 명의 학생들이 엎드려뻗쳤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제복을 입은 선배들은 뒷짐을 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 학교를 자퇴한 학생은 “50개씩 하면 엄청 힘들다”며 “그런데 또 바로 50개를 시키고 또 50개를 시키고 한다”고 말했다.


해당 학과의 학부모는 “군대보다 더하니깐 많이 화가 나더라고요. 아이가 집에 오면 누워만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힘들지 않은 학생들이 있겠어요?”라며 “다 이런 것들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견디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그걸 또 즐기기도 해요”라고 말해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발언을 했다.

[집단 따돌림]

얼마 전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경찰행정학과에서는 학회 모임에 나오지 않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 소위 '과탈자'(학과 이탈자)에게 학과 점퍼를 주지 않기로 해 학내에서 큰 논란이 됐다. 과탈자는 같은 과 동료나 동기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해당 학과의 학생회에서는 과탈자의 기수 배제는 계속 이어져왔던 관행이자 자신들만의 문화라는 입장을 보였다.

부푼 꿈 안고 간 OT·MT
지식보다 폭행 먼저 배워

또 다른 학교의 경찰행정학과에서는 학생회 관계자가 SNS 단체대화창에 과탈자의 명단을 발표해, 과탈자와 어울린 인원에게 제재를 가한다고 대놓고 경고하기도 했다. 배움의 전당인 대학에서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선배들이 집단 따돌림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대 음대 1학년이었던 A씨가 지난해 9월22일 투신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중앙대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에 “지난달 22일 세상을 떠난 A씨의 친구들”이란 글이 올라왔다. A씨 친구라고 밝힌 이들은 “A씨가 동기들로부터 무시당하며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친구는 같은 과 선배를 남자친구로 사귀었는데 남자친구와 관계된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생기면서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 피워서 헤어진 것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아 친구는 힘들어했다”며 “그러던 중 옥상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해당 페이스북에는 숨진 A씨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A씨 어머니는 “이 땅에서 엄마의 딸로 태어나 예쁘게 곱게 자라준 것, 스스로 잘 커준 것이 고맙다”며 “들어주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엄격한 규율]

한 대학의 스튜어디스 관련 학과도 신입생의 교내 엘리베이터 탑승 금지, 스프레이로 고정한 올백 머리 유지 등 자체 규정을 후배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교수와 남학생들에게서 비롯된 군대 문화는 이제 여학생들만의 관계에서도 가장 강력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11월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수도권의 한 대학교 체육학부 소속 선배들이 같은 과 후배들에게 명령조의 행동요령 지침을 전달하는 카카오톡 단체방 대화가 공개됐다.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은 ‘OO대학교 군기 클라스’, ‘OO대 신입생 군기’ 등의 게시글 제목과 함께 인터넷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선배들의 지시사항을 살펴보면 모든 대화는 ‘다’ ‘나’ ‘까’로 끝내기,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니지 않기, 체육관 내에서 모자 핸드폰 금지, 부르거나 시키면 뛰어다니기, 선배들한테 술 받으러 갈 때 음료수 잔으로 받으러 갈 것 등 지시사항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범위도 넓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온라인에 유포된 게시글이 익명으로 올라와 진상을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현재 학과 내에서 이런 관행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남대 예술대학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과도한 군기 잡기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1월11일 전남대 학생들의 커뮤니티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 11월2일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학생은 후배들의 군기를 잡고자 이들에게 폭언, 폭행 등을 행사하는 선배들의 행태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고발했다.

학생은 "현재 예술대학 음악학과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폭행, 폭언 등을 하며 MT란 명목으로 후배들을 모아두고 군기를 주고 신체적 고통을 반강제적으로 강요한다. 이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학과의 행사 등에서 제외, 제명시킨다고 협박을 한다"고 밝혔다.

전남대 학생처 학생과 측은 “관련전공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일대일 면담을 통해 확인 중에 있다”며 “면담 결과 피해사례가 확인되면 학칙과 규정에 의거해 처벌할 것이며 피해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예술대학 학생회 측은 “음악학과 군기합 관련 글에 대해서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시고 우려해주신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음악학과 학생회와 예술대학 학생회, 예술대학 학장님 이하 음악학과 교수님들과 본부 학생처에서는 본 사안에 대해 꾸준히 논의하고 사실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군대식 문화]

전문가들은 잇따른 대학가 가혹행위 논란이 학생의 자체적인 문제와 대학서열화, 인권교육이 부족한 입시위주의 교육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군대식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고 대학가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매년 이런 파문이 반복 된다”며 “대학 서열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 중·고등학교 인권 교육 부족 등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된 것 같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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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