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는약, 몸짱약, 천재약…기상천외 별의별 약 정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다면 '꿀꺽'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키 크는 약, 몸 크는 약, 공부 잘하는 약, 커지는 약 등 각종 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거짓·과장광고, 불법복제, 오·남용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 약들은 소비자들의 그릇된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각종 약의 실태를 추적해봤다.

우리나라의 키 성장 관련 시장은 8000억원 규모로 알려진다. 세부 시장으로는 키 성장 기능식품, 운동센터, 한의원, 호르몬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키 성장 약은 키즈앤지, 키움정, 롱키원, 롱키원골드, 마니키커, 키클아이, 키플러스, 키노피업 등의 키 성장을 암시하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키움정-박태환, 키즈앤지-송종국, 롱키원-박남정 등이 광고모델로 활약 중이다. 문제는 제약회사들이 부모들의 자녀의 키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용해 거짓광고 및 과장광고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키 크는 약’
거짓 임상실험

▲키 크는 약 =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4일 키성장 효과를 거짓·과장 광고한 닥터메모리업·메시지코리아·에이치앤에이치 등 8개 판매업체와 내일을·칼라엠앤씨 광고대행사에 시정조치 및 과징금 총 6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014년부터 2015년 8월까지 키즈앤지, 키움정, 롱키원, 마니키커, 롱키원골드, 키클아이 등의 식품들이 객관적 자료 없이 거짓·과장 광고로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이 제품들은 유명 제약회사 제품인 것처럼 광고·유통되고 있지만 총판 또는 대리점에서 기획되고, 제품 개발 및 제조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졌다. 마니키커의 경우 ‘특허받은 성장촉진용 조성물 2개 함유!’, ‘성장의 저해 요소들을 분석하고 관리해 평균 성장 크기보다 매년 10∼30%씩 더 알차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식의 거짓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키즈앤지는 ‘세계 5개국 특허원료 YGF251로 만든 신제품’, ‘인체 임상실험 결과 혈압, 간기능 등 부작용 없이 안전함 확인’이라는 내용의 거짓·과장 광고를 했다. 이같이 거짓·과장 광고가 판을 치는 가운데도 제품이 팔려나가는 이유는 키에 민감한 부모들이 이러한 유혹에 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음료회사가 지난 2014년도에 만 7세부터 17세까지 자녀를 둔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자녀의 키에 대해 고민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0%가 ‘고민이 있다’고 답했다.

성능 부풀린 거짓·과장광고
불법 복제, 오·남용도 문제

이 자료를 놓고 보면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의 절반가량이 자녀의 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지난해 10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자녀의 최종 키가 작을 때 우려하는 점’으로 부모들의 72%가 ‘구직 활동 등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꼽았다. ‘친구 및 이성 교제 등 대인관계’(61%)에 대한 고민이 뒤를 이었다. ‘작은 키로 인해 걱정되는 부분이 없다’라고 응답한 부모는 전체의 5%에 불과했다. 

키와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사람의 키나 외모도 하나의 경쟁력으로 보는 신자유주의적 맥락 속에서 내 자식이 어떤 것 하나도 부족하면 안 된다는 우리 사회의 절박함과 경쟁 피로도, 부모들의 욕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키와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은 인종차별주의와도 연결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델을 뽑는 게 아니라면, 사무직이나 연구직 등 신체 조건과 직무 능력이 관계 없는 직종에까지 외모가 평가요소가 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몸 만드는 데
단백질이 최고

▲몸 키우는 약 = 몸을 키우는 약은 각종 보충제가 대표적이다. 보충제는 운동선수나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활동이나 운동을 위한 영양소와 에너지를 빠르고 간편하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식품이다. 식사만으로 필수 영양소나 칼로리를 완벽히 섭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충제를 통해 좋은 몸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숫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멘즈헬스>에 따르면 보충제의 종류는 크게 5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탄수화물 보충제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글리코겐을 만들어 낸다. 글리코겐은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고 근육이 아미노산을 흡수하는 것과 단백질 합성을 도와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단백질 보충제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계속 분해되고 새롭게 합성한다. 약 6개월 이내에 몸속의 단백질은 파괴되고 새로운 단백질이 인체를 구성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체는 계속해서 단백질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단백질은 근육을 성장시키는 결정적 요소로 근육은 단백질로 이루어진다. 세 번째는 크레아틴 보충제다. 크레아틴 보충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며 스포츠 영양 보충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알려져 운동선수들이 널리 사용하는 보충제다.

네 번째는 아미노산 보충제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원료로 모두 20여 가지에 이른다. 이 중 루신, 발린, 라이신 등 9가지는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이다.

마지막으로 호르몬 보충제가 있다. 호르몬 보충제는 인위적으로 제조한 호르몬으로 스테로이드 계통의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타 보충제보다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호르몬 보충제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 운동하면 순수 근육만 1년에 10kg 정도까지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운동할 때 지지치 않고 평소에 들어올리지 못한 중량도 쉽게 들 수 있어 마법의 약으로 불린다. 신체적 부작용으로는 칼슘의 흡수가 억제돼 골다공증을 유발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또한 간 질환의 발생률도 높아지고 피부 재생능력 또한 감소해 피부염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심리적 부작용으로는 테스토스테론의 과도한 증가로 성격이 공격적으로 바뀌어 난폭한 행동이 잦아지고 충동적으로 변한다. 또한 근심과 공포, 의심, 감정의 기복이 커져 우울증에 빠질 확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달 3일에는 함량 미달의 단백질 보충제를 제조·판매한 A씨 등 식품제조업자 3명이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27일부터 8월18일까지 부산과 대구에서 단백질의 주원료보다 싼 탄수화물 원료를 이용해 단백질 보충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단백질 보충제 1회분 60g당 단백질 44g이 첨가됐다고 표기했지만, 실제 단백질 함량은 3.6g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단백질의 주원료보다 20배가량 싼 탄수화물 원료를 대량 첨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최근 몸짱 열풍으로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는 이들이 많은데, 단백질 보충제인 줄 알고 먹었던 보충제가 사실 주원료가 탄수화물인 만큼 자칫 탄수화물 중독이나 비만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같은 함량 미달의 단백질 보충제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몸 키우려다…몸무게만 늘어
집중력 늘어? 머리만 아프다
커지는 약은…스그라·자하자

이런 가짜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면 살이 찌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짜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한 피해자는 “2년 넘게 구매해서 복용하고 있는데 몸무게가 15kg 정도 불었다”며 “제가 근육량이 늘어난 줄 알고 보건소에 가서 체지방 측정을 해 봤는데 근육이 아니라 체지방이 늘어서 이상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미향 신라대 교수는 “지나치게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서 저장지방이 돼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가 있다”며 “근육을 만드는 데는 탄수화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ADHD 치료제
공부에 좋다?

▲공부 잘하는 약 =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집중력 향상과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각종 영양제, 한약, 건강보조식품, 보양식 섭취에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공부 잘하는 약’의 대명사는 총명탕이다. <동의보감>에는 ‘총명탕을 오래 먹으면 매일 천 마디의 말을 기억한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총명탕은 건망증을 치료하는 13가지 처방 중 하나로 ‘공자대성침중방’이라는 처방이 있다. 즉 ‘공자처럼 똑똑해져 대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총명탕은 백복신·원지·석창포·생강이라는 4가지 약재가 전부다. 원지와 석창포는 우울증을 해소하고 불면·불안에 효과가 있고 생강은 소화기능 개선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래영 한의사는 “총명탕은 수험생들이 긴 수험기간 동안 체력을 유지하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약”이라며 “그러나 사람마다 체질이나 섭취 방법,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게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치료용 약으로 알려진 메칠페니데이트가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메칠페니데이트는 마약인 암페타민이나 코카인의 구조와 비슷해 복용 후 뇌에 마약과 비슷한 영향을 미치는 향정신성 물질이다. 이 약은 정신과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구매할 수 없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온라인 중고매매 사이트를 통해 ADHD 치료제 구입에 나서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ADHD 환자가 아닌 사람이 이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메칠페니테이트는 중추신경을 자극해 우울성신경증, 수면발작 등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약을 복용한 보통 사람은 신경과민, 불면증, 식욕감소, 두통 등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보고된 상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안전사용매뉴얼을 통해 일반인의 ADHD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제의 올바른 사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ADHD 치료제가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은 잘못된 오해며 오·남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홍혜걸 박사는 방송에 출연해 ADHD 치료제에 대해 “이 약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집중력도 상당히 높인다”며 “잠을 자지 않는데도 피로하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게 하는 약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에 해당되지 않는데 은연중에 이 질병으로 처방되도록 유도해서 이 약으로 성적이 올라가게 하는 걸 기대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부모와 의사의 합작품일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부 잘하는 약의 오·남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미국 대학생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아서 약국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하는 약이기도 하다. 미국 내에서는 대학생들이 이 약의 남용이 심각해지자 시험을 볼 때는 소변에서 약물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커지는 약 = 커지는 약의 대명사는 비아그라다. 비아그라는 1998년 화이자제약에서 개발해 비아그라(Viagra)라는 상표명으로 출시된 남성 발기부전치료제다. 처음에는 심장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임상 실험 과정에서는 심장 치료 효과는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비아그라를 처방 받은 환자에서 발기가 일어나는 효능 부작용이 발견돼 이후 발기부전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화이자는 비아그라 하나로 미국 제약업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8년 화이자제약에서 개발해 비아그라(Viagra)라는 상표명으로 출시된 남성의 발기부전 치료제는 본디 심장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약이었으나 임상 실험 과정에서 정작 심장 질환 치료 효과는 그저 그래서 사장될 뻔 했다가 약물을 처방 받은 환자에게서 발기가 일어나는 효능 부작용이 발견되어 이후 발기부전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통계에 따르면, 비아그라는 전 세계적으로 20억정 이상이 소비됐고, 지금도 6초에 1명꼴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비아그라 복용은 위암, C형간염, 신체 부분마비, 안면 홍조, 소화 장애, 두통, 어지럼증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2012년 5월 비아그라 약의 특효가 만료되자 복제약이 쏟아졌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식약청에 신청한 복제약은 29개로 제품명은 불티스, 헤라크라, 포르테라, 누리그라, 프리야, 스그라, 자하자, 그날엔포르테, 오르거라 등이 있다.

복제약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짜 비아그라 등을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고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산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불법 유통한 일당 8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불특정 다수의 남성에게 판매한 일당 2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위조 약 증가
“부작용 우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가장 많이 적발된 위조 상품은 비아그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비뇨기과 원장은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인해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발기부전치료제를 판매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정품과 달라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끼칠 수 있는데 특히 불법 업자들은 정품 발기부전치료제를 소량만 넣은 뒤 이를 다른 약물 등과 혼합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해 부작용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발기부전 환자 가운데 고혈압에 의해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불법 조제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작용 속출 불법 낙태약 활개

낙태가 엄격하게 금지된 우리나라에서 불법 낙태약 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중국에서 낙태약을 국내로 몰래 반입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약을 먹은 임산부들은 뱃속에 남은 태반이 썩거나 과다출혈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다. 안전하고 부작용도 없다는 말에 구입했지만 성분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불법 낙태약이었다.

불법 낙태약은 인터넷을 통해 1박스에 38만원에 거래됐다. 또한 이들은 마치 실제 약국처럼 이름을 내걸고 정품사이트라는 점도 강조해 낙태약을 버젓이 유통시켰다.

A의사는 “전문가와 상의하지 않고 불법 낙태약을 샀을 때 심각하게는 불완전 유산이 돼서 과다출혈로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불법 낙태약에 대해 “의사 처방 없이 인터넷에서 약을 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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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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