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이태원 짝퉁골목 가보니…

“A급 있어요” 삐끼들 철수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짝퉁공화국’ 대한민국. 명품이 비싸면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기현상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러울 정도다. 사람들의 명품에 대한 과도한 욕망은 낮은 가격에 진품의 이미지를 갖기 위해 짝퉁에 눈을 돌리게 만들기도 했다. 수십 년째 지속되어 온 짝퉁문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도가 바뀌었을 뿐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짝퉁 거래의 ‘메카’ 이태원. 지난 14일 오후 1시 이태원역에 도착했다. 짝퉁거래가 활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호객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상가에 들어가 짝퉁 거래를 하는 곳을 알려 달라고 말하자 상인은 “이제는 이태원에 짝퉁거래를 안 한다”며 “단속이 심해 짝퉁파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짝퉁의 메카라고 불리던 이태원 뒷골목 인근 상점 주인에게 언제부터 이태원에서 짝퉁 열기가 식었냐고 묻자, 상인은 “2∼3년 전부터 안 보인다”고 말했다.

사라진 판매상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짝퉁시장 자체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했고, 단속을 피해 더욱 더 은밀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이태원은 짝퉁시장의 메카로 이름을 떨쳤다. 짝퉁으로 악명을 떨치다 보니 특허청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여왔고 그 결과 대놓고 영업을 펼치는 짝퉁 판매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프라인 거래가 줄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짝퉁시장 크기 자체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위조상품제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위조상품 압수량은 82만2370점, 액수는 567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은 압수량 111만4192점, 액수 880억8000만원, 지난해는 7월까지 113만2473점, 액수는 915억7000만원에 달했다. 매년 압수량과 액수가 증가한 모습이다. 연도별로 위조브랜드도 다르게 나타났다.

2013년에는 의약품 화이자가 28만3007점으로 가장 많이 압수됐고 시알리스, 비아그라 등 의약품류가 각각 10만점 넘게 압수돼 뒤를 이었다. 2014년도에는 INA 차량부품이 25만6595건으로 가장 많이 압수됐다. 그 다음으로 GMB 차량부품이 25만2560점을 기록했고 헬로키티, 탐스, 블랙야크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식품, 화장품류의 짝퉁이 활개를 쳤다. 정관장이 63만9185점을 기록했고 화장품인 리더스인솔류선과 헤라가 각각 21만3176점, 8만2690점으로 뒤를 이었다. 매년 유행에 따라 짝퉁의 종류도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 짝퉁 구매는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명품전문업체라고 소개된 A온라인짝퉁 업체는 가방, 지갑, 신발, 벨트, 시계, 의류, 악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수천 점에 이르는 물건을 팔고 있다.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짝퉁 사이트는 고객의 질문을 실시간으로 받고 있었다.

10만원대 가격으로 올라온 유명브랜드 지갑의 구매를 의뢰하자 홈페이지 관리자는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며 “통관사정에 따라 10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모조품이냐고 묻자 “정품과 거의 같게 만든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특별제작제품이나 세관단속이 있을 경우 다소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이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통하지 않고 짝퉁 물건이 우리나라로 유입됨을 알 수 있다. 또한 교환, 반품 정책도 현행법과는 거리가 있다. 사이트에는 “구매대행과 해외배송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쇼핑몰이므로 원칙적으로 제품하자를 제외한 교환, 반품은 불가능하다”며 “교환하실 상품의 재고가 없을 경우에 환불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비밀 매장들 속속 문닫아…온라인 활개
한물간 시계 가방 “SNS로 은밀한 거래”

현행법에 따르면 배송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고 만약 청약철회할 경우에 반품비는 구매자가 부담하게 된다. 쇼핑몰에서 반품,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쓰여 있다고 하더라도 청약철회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제품에 훼손이 없다면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또 다른 홍콩명품 도·소매 구매대행으로 소개된 B짝퉁업체는 “보통 사기 사이트들은 당일배송품목도 없고 카카오톡도 추가하지 않는다”며 “그리고 상품 품목들도 저희 사이트처럼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짝퉁사이트와의 차별점을 부각했다.


이밖에 짝퉁사이트들은 공통적으로 홈페이지에 카카오톡 아이디를 게재해 단골손님을 유치하는 영업방식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스토리에 매물을 올리면 구매자들은 그것을 보고 구매하는 방식이다.

또한 블로그, 카페 등도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매물을 올리거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게재해 손님을 유도한다. 이처럼 최근에는 온라인상에 홈페이지 사이트 및 블로그, 카페 외에 한층 진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짝퉁 판매가 유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30일 서울본부세관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등 신종수법을 통해 중국에서 밀수한 유명상표 위조시계, 위조가방 등 8000여점을 판매한 김모씨 등 2명을 상표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이들이 판매하려고 한 짝퉁은 정품 가격으로 3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관에 따르면 김씨 등은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SNS를 통해 짝퉁을 판매하기로 모의했다. 이들은 ‘명품’ 상표를 위조한 중국산 짝퉁 제품의 일부를 SNS에 본인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올려 판매목적이 아닌 것처럼 속이고 카카오스토리에 상품을 모델별로 사진을 찍어 게시하고 홍보했다.

친구추가를 맺은 사람이 카카오스토리에 게시된 물품에 구입 의사를 밝히면 다시 카카오톡 화면으로 유인해 가격을 흥정하거나 판매했다.

이 같은 수법은 홈페이지 사이트나 블로그, 카페와 달리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은밀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입소문을 타면 판매가 수월해진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위조상품단속통계를 살펴보면 2010년 9월부터 2012년까지 형사입건 45명, 압수물품은 2만8629점에 달했다.

2011년도에는 3배 넘게 늘어난 139명이 입건됐고 압수물품은 2만8589점을 기록했다. 2012년도는 형사입건 302명, 압수물품 13만1599점, 2013년에는 형사입건 376명, 압수물품 82만2370점, 2014년도 형사입건 430명, 압수물품 111만4192점, 2015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형사입건 230명, 압수물품 113만2473명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위조 상품 판매사범과 압수물이 매년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종 판매수법

짝퉁 실태에 대해 세관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통한 공정한 시장 질서유지를 위해 지식재산권 침해사범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단속할 계획”이라며 “특히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등 사이버를 이용한 신종판매수법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품-짝퉁 구별팁

명품가방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가까운 매장에서 고유번호를 확인하는 것이다. 각 매장에서는 제조사별로 진품 확인 매뉴얼과 고유번호를 통해 짝퉁 여부를 구별해준다. 그리고 짝퉁의 경우 가방 내외부의 박음질이 정교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화의 경우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어려운데 밑창의 품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쿠션감에서 확실한 차이가 나고 인터넷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가의 손목시계의 경우 시곗줄로 짝퉁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다. 짝퉁은 진품에 비해 광택이 떨어지며 디자인 자체가 확실히 다르고 착용시 가볍게 느껴진다. 위조시계는 시계 앞면에 특수 플라스틱이 아닌 일반 유리판을 넣어 쉽게 깨진다.

위조 담배의 경우 육안으로 위조 상품을 구별해내기 어렵다. 주로 유흥업소 및 남대문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편의점 또는 정식 담배판매점에서 구입해야 한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정품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업사를 이용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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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