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이태원 짝퉁골목 가보니…

“A급 있어요” 삐끼들 철수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짝퉁공화국’ 대한민국. 명품이 비싸면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기현상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러울 정도다. 사람들의 명품에 대한 과도한 욕망은 낮은 가격에 진품의 이미지를 갖기 위해 짝퉁에 눈을 돌리게 만들기도 했다. 수십 년째 지속되어 온 짝퉁문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도가 바뀌었을 뿐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짝퉁 거래의 ‘메카’ 이태원. 지난 14일 오후 1시 이태원역에 도착했다. 짝퉁거래가 활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호객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상가에 들어가 짝퉁 거래를 하는 곳을 알려 달라고 말하자 상인은 “이제는 이태원에 짝퉁거래를 안 한다”며 “단속이 심해 짝퉁파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짝퉁의 메카라고 불리던 이태원 뒷골목 인근 상점 주인에게 언제부터 이태원에서 짝퉁 열기가 식었냐고 묻자, 상인은 “2∼3년 전부터 안 보인다”고 말했다.

사라진 판매상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짝퉁시장 자체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했고, 단속을 피해 더욱 더 은밀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이태원은 짝퉁시장의 메카로 이름을 떨쳤다. 짝퉁으로 악명을 떨치다 보니 특허청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여왔고 그 결과 대놓고 영업을 펼치는 짝퉁 판매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프라인 거래가 줄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짝퉁시장 크기 자체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위조상품제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위조상품 압수량은 82만2370점, 액수는 567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은 압수량 111만4192점, 액수 880억8000만원, 지난해는 7월까지 113만2473점, 액수는 915억7000만원에 달했다. 매년 압수량과 액수가 증가한 모습이다. 연도별로 위조브랜드도 다르게 나타났다.

2013년에는 의약품 화이자가 28만3007점으로 가장 많이 압수됐고 시알리스, 비아그라 등 의약품류가 각각 10만점 넘게 압수돼 뒤를 이었다. 2014년도에는 INA 차량부품이 25만6595건으로 가장 많이 압수됐다. 그 다음으로 GMB 차량부품이 25만2560점을 기록했고 헬로키티, 탐스, 블랙야크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식품, 화장품류의 짝퉁이 활개를 쳤다. 정관장이 63만9185점을 기록했고 화장품인 리더스인솔류선과 헤라가 각각 21만3176점, 8만2690점으로 뒤를 이었다. 매년 유행에 따라 짝퉁의 종류도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 짝퉁 구매는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명품전문업체라고 소개된 A온라인짝퉁 업체는 가방, 지갑, 신발, 벨트, 시계, 의류, 악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수천 점에 이르는 물건을 팔고 있다.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짝퉁 사이트는 고객의 질문을 실시간으로 받고 있었다.

10만원대 가격으로 올라온 유명브랜드 지갑의 구매를 의뢰하자 홈페이지 관리자는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며 “통관사정에 따라 10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모조품이냐고 묻자 “정품과 거의 같게 만든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특별제작제품이나 세관단속이 있을 경우 다소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이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통하지 않고 짝퉁 물건이 우리나라로 유입됨을 알 수 있다. 또한 교환, 반품 정책도 현행법과는 거리가 있다. 사이트에는 “구매대행과 해외배송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쇼핑몰이므로 원칙적으로 제품하자를 제외한 교환, 반품은 불가능하다”며 “교환하실 상품의 재고가 없을 경우에 환불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비밀 매장들 속속 문닫아…온라인 활개
한물간 시계 가방 “SNS로 은밀한 거래”

현행법에 따르면 배송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고 만약 청약철회할 경우에 반품비는 구매자가 부담하게 된다. 쇼핑몰에서 반품,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쓰여 있다고 하더라도 청약철회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제품에 훼손이 없다면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또 다른 홍콩명품 도·소매 구매대행으로 소개된 B짝퉁업체는 “보통 사기 사이트들은 당일배송품목도 없고 카카오톡도 추가하지 않는다”며 “그리고 상품 품목들도 저희 사이트처럼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짝퉁사이트와의 차별점을 부각했다.


이밖에 짝퉁사이트들은 공통적으로 홈페이지에 카카오톡 아이디를 게재해 단골손님을 유치하는 영업방식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스토리에 매물을 올리면 구매자들은 그것을 보고 구매하는 방식이다.

또한 블로그, 카페 등도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매물을 올리거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게재해 손님을 유도한다. 이처럼 최근에는 온라인상에 홈페이지 사이트 및 블로그, 카페 외에 한층 진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짝퉁 판매가 유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30일 서울본부세관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등 신종수법을 통해 중국에서 밀수한 유명상표 위조시계, 위조가방 등 8000여점을 판매한 김모씨 등 2명을 상표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이들이 판매하려고 한 짝퉁은 정품 가격으로 3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관에 따르면 김씨 등은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SNS를 통해 짝퉁을 판매하기로 모의했다. 이들은 ‘명품’ 상표를 위조한 중국산 짝퉁 제품의 일부를 SNS에 본인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올려 판매목적이 아닌 것처럼 속이고 카카오스토리에 상품을 모델별로 사진을 찍어 게시하고 홍보했다.

친구추가를 맺은 사람이 카카오스토리에 게시된 물품에 구입 의사를 밝히면 다시 카카오톡 화면으로 유인해 가격을 흥정하거나 판매했다.

이 같은 수법은 홈페이지 사이트나 블로그, 카페와 달리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은밀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입소문을 타면 판매가 수월해진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위조상품단속통계를 살펴보면 2010년 9월부터 2012년까지 형사입건 45명, 압수물품은 2만8629점에 달했다.

2011년도에는 3배 넘게 늘어난 139명이 입건됐고 압수물품은 2만8589점을 기록했다. 2012년도는 형사입건 302명, 압수물품 13만1599점, 2013년에는 형사입건 376명, 압수물품 82만2370점, 2014년도 형사입건 430명, 압수물품 111만4192점, 2015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형사입건 230명, 압수물품 113만2473명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위조 상품 판매사범과 압수물이 매년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종 판매수법

짝퉁 실태에 대해 세관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통한 공정한 시장 질서유지를 위해 지식재산권 침해사범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단속할 계획”이라며 “특히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등 사이버를 이용한 신종판매수법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품-짝퉁 구별팁

명품가방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가까운 매장에서 고유번호를 확인하는 것이다. 각 매장에서는 제조사별로 진품 확인 매뉴얼과 고유번호를 통해 짝퉁 여부를 구별해준다. 그리고 짝퉁의 경우 가방 내외부의 박음질이 정교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화의 경우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어려운데 밑창의 품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쿠션감에서 확실한 차이가 나고 인터넷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가의 손목시계의 경우 시곗줄로 짝퉁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다. 짝퉁은 진품에 비해 광택이 떨어지며 디자인 자체가 확실히 다르고 착용시 가볍게 느껴진다. 위조시계는 시계 앞면에 특수 플라스틱이 아닌 일반 유리판을 넣어 쉽게 깨진다.

위조 담배의 경우 육안으로 위조 상품을 구별해내기 어렵다. 주로 유흥업소 및 남대문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편의점 또는 정식 담배판매점에서 구입해야 한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정품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업사를 이용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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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