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죽이고' 아동학대 백태

아동학대공화국 대한민국 "왜들 이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국 각지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아이를 장난감처럼 다루며 폭행을 일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 부모도 있다. 모두를 경악시킨 아동학대 사건들을 유형별로 살펴보도록 한다.

아동학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5 전국아동학대 현황’(속보치)을 보면, 작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만9209건이었으며 이 중 1만1709건이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받았다. 발생하는 아동학대 가운데 20∼30%만이 관계기관에 신고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는 훨씬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젓가락으로 찍기]
[다리미로 지지기]

1998년 세상에 알려진 영훈이 남매 학대사건. 발견 당시 영훈이는 6살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체격·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고 등에는 다리미로 지진 화상 자국이 남아있었다. 발등은 쇠젓가락으로 찍혀 퉁퉁 부어있었으며 2주가량 굶어 위장에는 위액이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영훈이의 누나는 이미 아사해 마당에 암매장된 상태였다.

학대의 주범은 계모. 계모는 전처가 낳은 남매에겐 잔혹한 학대를 저질렀지만, 자신이 낳은 친자는 공주처럼 키워온 사실이 밝혀져 국민의 공분을 샀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은 ‘아동학대’에 대한 의식 자체가 부족해 가해자에 대한 양형 판결에서 불협화음을 겪었다. 결국, 계모는 징역 15년을 확정받았으며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동복지법 관련, 아동학대 신고전화 24시간 개통, 전문기관 운영, 보호 격리 등의 조항이 생겼다. 또 아동 상담 및 지원, 치료, 격리, 신고의무자 등의 개정 조항이 추가되고 가정폭력범죄처벌특례법,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기도 했다.

[소아암 방치해]
[아이 “죽여줘”]

1999년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신애 사건. 당시 9살이었던 신애는 희귀 소아암을 앓아 몸이 비쩍 마르고 배는 누가 보아도 심각할 정도로 부풀어 올라있었다.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지내던 신애는 카메라맨에게 “차라리 나를 죽여달라” “치료받고 아이들과 뛰놀고 싶다”고 말해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신애의 부모는 “하나님을 믿으면 반드시 구원받게 되어 있다”며 신애를 내버려두고 오로지 기도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이에 수많은 국민은 “부모를 당장 예수 곁으로 보내버려야 한다”면서 병원비를 모금했고, 신애는 수술을 받아 다행히 정상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부모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신애의 병은 재발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부모의 ‘방치’와 ‘무관심’ 역시 아동학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양주 먹이고]
[성추행까지]

2003년에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 부부가 한인 17세 소녀를 입양한 뒤 온갖 학대를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부부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4개월 동안 거의 매일 골프채, 홍두깨, 구둣주걱, 밀대 등으로 폭행을 저질렀다. 부부는 딸에게 억지로 독한 양주를 먹이고, 발가벗긴 채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가혹 행위는 이웃 프랑스 여성이 현지 경찰에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는 부부를 국내로 강제 송환해 혐의 조사에 착수했으며, 국민들은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본 사건은 외국에서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입양아를 대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각심을 일으켰다.

[토한 음식물]
[핥아 먹게도]

2005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9억원의 유산을 받은 여중생 조카를 학대한 사건도 있었다. 삼촌과 숙모는 조카를 입양한 뒤 허벅지를 둔기로 때리고, 옷을 모두 벗긴 채 키친타월을 입에 구겨 넣고, 토한 음식물을 핥아 먹게 하는 등 잔학행위를 일삼았다.

이 사건은 학대행위를 보다 못한 외사촌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그들은 9억원의 유산 중 6억원을 주식에 투자해 탕진했다. 아동학대죄와 횡령죄가 적용되긴 했지만, 친족 간의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이 면제된다는 조항(친족상도례)이 존재한 탓에 형량이 줄어들어 논란이 일었다.

[멍 없애려]
[물에 담가]

2011년 울산 울주군 여아 학대 사망사건은 계모의 상습적인 학대로 9살 딸이 숨진 사건으로, 계모는 딸이 ‘2000원을 훔친 뒤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딸의 머리와 가슴 등을 10차례 때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계모는 범행 직후 “딸이 목욕탕 욕조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경찰에 허위신고를 했지만, 부검 결과 양쪽 갈비뼈 16개가 골절돼있던 등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딸을 욕조에 빠트린 이유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멍이 빨리 사라진다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전국 각지서 경악 사건들 잇달아 터져
장난감처럼 폭행…사망 숨기려 엽기짓

1심 공판에서 검찰은 계모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판사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눈치 없는 계모는 항소를 했고 이에 2심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3년을 추가한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계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교도소에 갇혔다. 딸의 친부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역시 항소장을 제출했다가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배설물 묻힌]
[휴지 먹이기]

2013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살인 사건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사건이다.

계모는 자매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였으며,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이틀을 굶겼다. 또 밤새 잠을 재우지 않거나, 실신할 정도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 자매가 집에서 생리를 하면 배설물을 묻힌 휴지를 먹이기도 했으며, 세탁기에 자매를 넣어 돌리고, 물고문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 사건이 특히 손가락질을 받은 이유는 부모들이 철저한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작은딸이 사망하자 부모는 12살 큰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었으며, 실제로 큰딸은 폭행치사 혐의로 소년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큰딸의 극적인 폭로로 계모의 범행은 낱낱이 드러났고 결국 계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큰딸이 판사에게 ‘계모를 사형시켜 주세요’라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로부터 더욱 더 공분을 샀다.

[날아갈 정도]
[머리통 강타]

2015년 인천 송도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은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4살 여자아이를 때린 사건으로 당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이 사건이 특히 화제가 된 이유는 CCTV에 아이를 폭행하는 장면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담긴 덕분이었다.

영상을 본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고, 일부 부모들은 충격에 눈물까지 흘렸다고 털어놓았다. 보육교사는 급식 판을 치우는 과정에서 여아가 음식을 남기자 남은 음식을 먹게 했고, 아이가 김치를 뱉자 오른손으로 머리를 강하게 내려쳤다. 조사결과 해당 보육교사는 예전부터 가혹 행위·폭행 의혹을 받아 왔으며 이에 대해 ‘훈육 차원’이라고 발뺌해왔다.

가해 보육교사는 재판부에 36차례나 반성문을 써냈지만 결국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전국 어린이집의 학대 사례가 줄줄이 적발됐으며,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깡마른 몸으로]
[배관 타고 탈출]

2015년 또 한 번 세상을 발칵 뒤집히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 11살 여아 아동학대 탈출 사건. 온라인 게임에 빠진 친아버지와 동거녀는 상습적으로 딸을 폭행하고, 학교에 보내지 않았으며, 음식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결국, 딸은 2층 가스 배관을 타고 스스로 집을 탈출했으며 인근 상점에서 빵을 훔치다가 상점 주인에게 붙잡혔다. 상점 주인은 여아가 한겨울에 얇은 반바지와 반소매 티를 입고 나온 점, 11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왜소한 체격을 지닌 점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2015년 말, 가뜩이나 크고 작은 아동 사건·사고가 잇따라 보도된 상태에서 국민의 인내는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특히 부부가 기르던 개는 딸과 달리 포동포동 건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고, 눈치 없는 친할머니는 ‘내가 손녀를 키우겠다’며 양육권을 주장하다가 “기르던 개나 집어가라”며 대국민적 욕을 먹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대한민국 아동범죄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을 적발해냈다.

[시신 훼손하고]
[냉동고에 보관]

2016년 부천 초등생 아동학대·사체훼손 사건이 그것이다. 초등생 아들을 학대·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토막 내 3년 동안 냉동실에 보관한 이 사건은 초기 조사 당시 부부는 아들이 목욕탕에서 넘어져 뇌진탕으로 사망했다(사고)고 주장했지만, 체포된 지 3일 만에 부부 둘 다 학대 치사를 저지르고 사체훼손까지 공모했음을 자백했다. 자식의 시신을 토막 내고 그걸 3년 동안 냉동실에 보관한 이야기는 대한민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던졌다.

작년 1만9209건 신고
20∼30%만 접수 심각

‘11살 여아 사건’을 통한 전수조사가 없었으면 영원히 잊혀질 수도 있던 사건이었다. 실제로 두 부부는 밖에서는 지극히 정상인처럼 살았고, 작은딸은 극진한 관심과 사랑으로 키웠다는 주변인들의 소문이 전해졌다. 해당 지역 공무원들은 아이가 별안간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벌이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지역사회의 아동학대 감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현재 국민들은 얼마 전 일어난 ‘원영이 사건’으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다. 지난 7일, 평택의 한 모텔에서 한 부부가 7살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학대를 당했다는 아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계모는 2월, 술을 마신 채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공개수사 이틀 만에 계모는 아들 원영이를 암매장했다고 자백했다. 사망한 지 40일 만에 발견된 원영이의 시신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아이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소변 흘렸다고]
[온몸에 락스칠]

지난 14일 평택 원영이 사망사건의 현장검증에서는 수백 명의 주민이 모여들어 살인죄 적용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계모는 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해 벌을 주기 위해 알몸에 찬물을 끼얹고 20여 시간이 지난 다음 날 보니 아이가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끔찍한 학대, 유난히 추웠던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아이가 머물렀던 곳은 다름 아닌 욕실이었다. 식사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욕실에 머물렀던 원영이. 사망하기 5일 전에는 아이가 소변을 변기 바깥에 흘렸다는 이유로 욕실에 무릎을 꿇리고 온몸에 락스를 뿌리기도 했다.

원영이의 시신을 본 계모와 아빠는 아이를 이불에 말아 열흘 동안 세탁실에 보관했다. 하지만 아이가 사망한 다음 날부터 부부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원영이가 잘 있는지, 뭘 먹었는지 확인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물론,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 원영이를 위해 가방과 신주머니를 샀다. 지난 4일, 아빠는 아이가 실종됐다며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이를 찾기도 했다. 모두 경찰 조사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철저한 계산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그 어느 해를 막론하고 아동학대 사건은 끊임없이 발각됐다. 겉으로는 심각하지 않고, 체감되지 않는 사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 아동들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지옥 같은 삶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한 아동센터 관계자는 “경찰·사회복지사가 아닌 이상 적극적으로 학대 아동을 구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시사하고, 주변 아동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정도의 관심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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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