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죽이고' 아동학대 백태

아동학대공화국 대한민국 "왜들 이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국 각지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아이를 장난감처럼 다루며 폭행을 일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 부모도 있다. 모두를 경악시킨 아동학대 사건들을 유형별로 살펴보도록 한다.

아동학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5 전국아동학대 현황’(속보치)을 보면, 작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만9209건이었으며 이 중 1만1709건이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받았다. 발생하는 아동학대 가운데 20∼30%만이 관계기관에 신고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는 훨씬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젓가락으로 찍기]
[다리미로 지지기]

1998년 세상에 알려진 영훈이 남매 학대사건. 발견 당시 영훈이는 6살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체격·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고 등에는 다리미로 지진 화상 자국이 남아있었다. 발등은 쇠젓가락으로 찍혀 퉁퉁 부어있었으며 2주가량 굶어 위장에는 위액이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영훈이의 누나는 이미 아사해 마당에 암매장된 상태였다.

학대의 주범은 계모. 계모는 전처가 낳은 남매에겐 잔혹한 학대를 저질렀지만, 자신이 낳은 친자는 공주처럼 키워온 사실이 밝혀져 국민의 공분을 샀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은 ‘아동학대’에 대한 의식 자체가 부족해 가해자에 대한 양형 판결에서 불협화음을 겪었다. 결국, 계모는 징역 15년을 확정받았으며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동복지법 관련, 아동학대 신고전화 24시간 개통, 전문기관 운영, 보호 격리 등의 조항이 생겼다. 또 아동 상담 및 지원, 치료, 격리, 신고의무자 등의 개정 조항이 추가되고 가정폭력범죄처벌특례법,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기도 했다.

[소아암 방치해]
[아이 “죽여줘”]

1999년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신애 사건. 당시 9살이었던 신애는 희귀 소아암을 앓아 몸이 비쩍 마르고 배는 누가 보아도 심각할 정도로 부풀어 올라있었다.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지내던 신애는 카메라맨에게 “차라리 나를 죽여달라” “치료받고 아이들과 뛰놀고 싶다”고 말해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신애의 부모는 “하나님을 믿으면 반드시 구원받게 되어 있다”며 신애를 내버려두고 오로지 기도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이에 수많은 국민은 “부모를 당장 예수 곁으로 보내버려야 한다”면서 병원비를 모금했고, 신애는 수술을 받아 다행히 정상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부모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신애의 병은 재발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부모의 ‘방치’와 ‘무관심’ 역시 아동학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양주 먹이고]
[성추행까지]

2003년에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 부부가 한인 17세 소녀를 입양한 뒤 온갖 학대를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부부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4개월 동안 거의 매일 골프채, 홍두깨, 구둣주걱, 밀대 등으로 폭행을 저질렀다. 부부는 딸에게 억지로 독한 양주를 먹이고, 발가벗긴 채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가혹 행위는 이웃 프랑스 여성이 현지 경찰에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는 부부를 국내로 강제 송환해 혐의 조사에 착수했으며, 국민들은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본 사건은 외국에서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입양아를 대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각심을 일으켰다.

[토한 음식물]
[핥아 먹게도]

2005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9억원의 유산을 받은 여중생 조카를 학대한 사건도 있었다. 삼촌과 숙모는 조카를 입양한 뒤 허벅지를 둔기로 때리고, 옷을 모두 벗긴 채 키친타월을 입에 구겨 넣고, 토한 음식물을 핥아 먹게 하는 등 잔학행위를 일삼았다.

이 사건은 학대행위를 보다 못한 외사촌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그들은 9억원의 유산 중 6억원을 주식에 투자해 탕진했다. 아동학대죄와 횡령죄가 적용되긴 했지만, 친족 간의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이 면제된다는 조항(친족상도례)이 존재한 탓에 형량이 줄어들어 논란이 일었다.

[멍 없애려]
[물에 담가]

2011년 울산 울주군 여아 학대 사망사건은 계모의 상습적인 학대로 9살 딸이 숨진 사건으로, 계모는 딸이 ‘2000원을 훔친 뒤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딸의 머리와 가슴 등을 10차례 때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계모는 범행 직후 “딸이 목욕탕 욕조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경찰에 허위신고를 했지만, 부검 결과 양쪽 갈비뼈 16개가 골절돼있던 등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딸을 욕조에 빠트린 이유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멍이 빨리 사라진다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전국 각지서 경악 사건들 잇달아 터져
장난감처럼 폭행…사망 숨기려 엽기짓

1심 공판에서 검찰은 계모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판사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눈치 없는 계모는 항소를 했고 이에 2심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3년을 추가한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계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교도소에 갇혔다. 딸의 친부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역시 항소장을 제출했다가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배설물 묻힌]
[휴지 먹이기]

2013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살인 사건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사건이다.

계모는 자매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였으며,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이틀을 굶겼다. 또 밤새 잠을 재우지 않거나, 실신할 정도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 자매가 집에서 생리를 하면 배설물을 묻힌 휴지를 먹이기도 했으며, 세탁기에 자매를 넣어 돌리고, 물고문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 사건이 특히 손가락질을 받은 이유는 부모들이 철저한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작은딸이 사망하자 부모는 12살 큰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었으며, 실제로 큰딸은 폭행치사 혐의로 소년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큰딸의 극적인 폭로로 계모의 범행은 낱낱이 드러났고 결국 계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큰딸이 판사에게 ‘계모를 사형시켜 주세요’라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로부터 더욱 더 공분을 샀다.

[날아갈 정도]
[머리통 강타]

2015년 인천 송도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은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4살 여자아이를 때린 사건으로 당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이 사건이 특히 화제가 된 이유는 CCTV에 아이를 폭행하는 장면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담긴 덕분이었다.

영상을 본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고, 일부 부모들은 충격에 눈물까지 흘렸다고 털어놓았다. 보육교사는 급식 판을 치우는 과정에서 여아가 음식을 남기자 남은 음식을 먹게 했고, 아이가 김치를 뱉자 오른손으로 머리를 강하게 내려쳤다. 조사결과 해당 보육교사는 예전부터 가혹 행위·폭행 의혹을 받아 왔으며 이에 대해 ‘훈육 차원’이라고 발뺌해왔다.

가해 보육교사는 재판부에 36차례나 반성문을 써냈지만 결국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전국 어린이집의 학대 사례가 줄줄이 적발됐으며,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깡마른 몸으로]
[배관 타고 탈출]

2015년 또 한 번 세상을 발칵 뒤집히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 11살 여아 아동학대 탈출 사건. 온라인 게임에 빠진 친아버지와 동거녀는 상습적으로 딸을 폭행하고, 학교에 보내지 않았으며, 음식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결국, 딸은 2층 가스 배관을 타고 스스로 집을 탈출했으며 인근 상점에서 빵을 훔치다가 상점 주인에게 붙잡혔다. 상점 주인은 여아가 한겨울에 얇은 반바지와 반소매 티를 입고 나온 점, 11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왜소한 체격을 지닌 점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2015년 말, 가뜩이나 크고 작은 아동 사건·사고가 잇따라 보도된 상태에서 국민의 인내는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특히 부부가 기르던 개는 딸과 달리 포동포동 건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고, 눈치 없는 친할머니는 ‘내가 손녀를 키우겠다’며 양육권을 주장하다가 “기르던 개나 집어가라”며 대국민적 욕을 먹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대한민국 아동범죄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을 적발해냈다.

[시신 훼손하고]
[냉동고에 보관]

2016년 부천 초등생 아동학대·사체훼손 사건이 그것이다. 초등생 아들을 학대·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토막 내 3년 동안 냉동실에 보관한 이 사건은 초기 조사 당시 부부는 아들이 목욕탕에서 넘어져 뇌진탕으로 사망했다(사고)고 주장했지만, 체포된 지 3일 만에 부부 둘 다 학대 치사를 저지르고 사체훼손까지 공모했음을 자백했다. 자식의 시신을 토막 내고 그걸 3년 동안 냉동실에 보관한 이야기는 대한민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던졌다.

작년 1만9209건 신고
20∼30%만 접수 심각

‘11살 여아 사건’을 통한 전수조사가 없었으면 영원히 잊혀질 수도 있던 사건이었다. 실제로 두 부부는 밖에서는 지극히 정상인처럼 살았고, 작은딸은 극진한 관심과 사랑으로 키웠다는 주변인들의 소문이 전해졌다. 해당 지역 공무원들은 아이가 별안간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벌이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지역사회의 아동학대 감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현재 국민들은 얼마 전 일어난 ‘원영이 사건’으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다. 지난 7일, 평택의 한 모텔에서 한 부부가 7살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학대를 당했다는 아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계모는 2월, 술을 마신 채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공개수사 이틀 만에 계모는 아들 원영이를 암매장했다고 자백했다. 사망한 지 40일 만에 발견된 원영이의 시신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아이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소변 흘렸다고]
[온몸에 락스칠]

지난 14일 평택 원영이 사망사건의 현장검증에서는 수백 명의 주민이 모여들어 살인죄 적용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계모는 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해 벌을 주기 위해 알몸에 찬물을 끼얹고 20여 시간이 지난 다음 날 보니 아이가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끔찍한 학대, 유난히 추웠던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아이가 머물렀던 곳은 다름 아닌 욕실이었다. 식사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욕실에 머물렀던 원영이. 사망하기 5일 전에는 아이가 소변을 변기 바깥에 흘렸다는 이유로 욕실에 무릎을 꿇리고 온몸에 락스를 뿌리기도 했다.

원영이의 시신을 본 계모와 아빠는 아이를 이불에 말아 열흘 동안 세탁실에 보관했다. 하지만 아이가 사망한 다음 날부터 부부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원영이가 잘 있는지, 뭘 먹었는지 확인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물론,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 원영이를 위해 가방과 신주머니를 샀다. 지난 4일, 아빠는 아이가 실종됐다며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이를 찾기도 했다. 모두 경찰 조사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철저한 계산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그 어느 해를 막론하고 아동학대 사건은 끊임없이 발각됐다. 겉으로는 심각하지 않고, 체감되지 않는 사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 아동들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지옥 같은 삶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한 아동센터 관계자는 “경찰·사회복지사가 아닌 이상 적극적으로 학대 아동을 구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시사하고, 주변 아동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정도의 관심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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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