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금복주 사태 전말

회장님도 따님이 있으면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참소주’로 유명한 주류업체 ‘금복주’가 결혼예정 여직원의 퇴사 강요논란으로 떠들썩하다. 정부가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여성의 고용 평등을 국가 역점사업에 두고 있는 시점에 이에 역행하는 ‘금복주’의 행태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월 금복주의 홍보팀 디자이너로 일하던 A씨가 ‘결혼을 이유로 회시가 퇴사를 종용한다’는 이유로 대구지방노동청에 김동구 금복주 회장, 박홍구 금복주 대표를 고소했다.

차별적 기업문화

금복주는 대구·경북지역의 향토기업으로 매년 1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 소주 판매 점유율이 80%를 넘길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 금복주는 대표브랜드 ‘참소주’에 당대 톱 여성연예인 한예슬, 박한별, 이다해, 강소라 등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에 ‘퇴직 강요’ 논란이 일면서 금복주가 수십 년간 이어온 명성에 타격이 갈 전망이다.

2011년 홍보팀 디자이너로 입사한 A씨는 지난해 4월 회사에서 상을 수여하고 6월에 주임으로 승진하면서 퇴사는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두 달 뒤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알리자 곧 회사로부터 ‘퇴사 압박’이 시작됐다. A씨가 퇴사를 거부하자 당시 부사장은 “우리 회사에는 결혼하고 근무한 선례가 아직 없다”며 “조직과 개인과의 싸움에 결코 개인은 조직을 능가할 수 없다”고 말해 A씨를 압박했다.


해당 부서의 기획팀장은 “너가 일 못해서 나가는 게 아니잖아”라며 “결혼하고 난 뒤에 다니는 여직원이 없었다는 얘기잖아”라고 말해 A씨를 회유했다. 계속되는 퇴사종용에도 A씨가 반발하자 회사는 A씨를 지난해 12월24일 대구판촉2팀으로 전보 인사 발령했다.

뿐만 아니라 기획팀장은 A씨에게 “여직원이 다녀서 인건비 생각은 안 해봤냐”며 “육아휴직이고 뭐고 결혼해서 애만 하나 낳는 순간에 유축기 들고 들어가서 짜고 앉아 있다”고 모욕적인 발언도 했다. 회사 관례를 들어 A씨를 회유하기도 했다. 회사는 A씨를 결혼 직전 판촉팀으로 발령을 냈지만, 결혼 후에는 갑자기 원부서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기획팀장은 “여태까지 창사 이래 50년 넘도록 결혼한 여사원 생산직 외에는 내근직이 계속 다닌 적은 없는데 회사가 용납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A씨가 반발하자 회사는 A씨를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밥도 같이 먹지 말고, 대화도 나누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복주의 인사제도 중 승진연한 및 승급시기를 살펴보면 사원 3년, 주임 3년, 대리3년, 과장 3년, 차장 3년의 절차를 두고 있다.

이번에 A씨가 창사 이래 주임으로 승진한 유일한 여직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복주가 회사내부에서 얼마나 여성을 차별적으로 대했는지 알 수 있다. 결혼을 이유로 금복주에서 퇴직을 강요당한 직원은 비단 A씨뿐만이 아니였다. 금복주 퇴사 여직원은 “굳이 말해 놓은 것은 아닌데 결혼하면 다 사직서를 내고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결혼하면 나가” 여직원 퇴사 강요
뒤늦은 사과…갑질 비난 더 거세져

금복주는 창사 이래 58년 동안 여성 직원이 승진한 경우는 A씨 주임이 유일하고 지난 5년간 7명의 금복주 여직원이 결혼과 관련된 문제로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금복주 관계자는 15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구서부고용지청에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계속 다니라고 열심히 이야기했지만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우리가 나가라고 한 적도 없고 본인이 사직서를 던지고 나갔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발표에 대해서는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금복주는 모델 마케팅을 잘하는 곳으로 유명하고, ‘참소주’를 알리는 데 여성 모델들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여성 모델을 활용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하면서, 내부적으론 심각한 여성 차별 정책을 펼치는 이중적인 경영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금복주’에 대해 지역여성단체는 단단히 뿔이 나있는 상태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6일 금복주 본사 앞에서 결혼 퇴직을 강요한 사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여성단체 측은 “금복주가 구시대적인 결혼 퇴직제를 관례적으로 강요해 왔다”며 “이는 금복주의 성차별적인 기업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0여년 동안 금복주에서 결혼한 여직원이 근무한 선례가 없었다”며 “현재 금복주에 근무하는 여직원 10명 중 대부분이 미혼 여성”이라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는 여직원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부당해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요구했다. 16일 규탄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금복주 박홍구 대표이사는 여상단체와의 면담에서 “관련 언론보도 등과 관련해 대구경북여성단체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퇴직강요 논란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바람직한 노무관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근로자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등 모범적인 성 평등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박홍구 대표이사의 발언에 여성단체 측은 “해당 여직원에 대한 사과는 빠져 있고 여직원 근무여건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형식적인 면피용 사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구시대적 퇴직제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서부고용지청 근로개선지도2과는 “피고소인과 피해자를 조사중에 있다”며 “관계자들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의 복직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분은 사직서를 낸 것”이라며 “부당해고라면 복직이 될 것이지만 개인 사직은 저희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성단체는 “노동청 역시 수십 년간 금복주 업체가 자행한 성차별을 인지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성단체 측은 대구서부고용지청을 항의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복주 ‘수돗물 소주’ 논란

금복주는 지난 2010년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속인 점이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금복주가 소주제조에 쓰인 물의 정보를 허위 표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09년 3월부터 금복주가 자사제품 참소주팩과 200㎖페트 제품 겉면에 ‘100% 천연 암반수’라고 표기해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암반수에 수돗물을 혼합했음에도 ‘100% 천연 암반수’라고 표기했다는 것.

금복주는 10년 넘게 162m 지하 천연암반수로 소주를 만들어 왔으나 지난 2009년 2월부터 암반수 반입을 줄이고 수돗물과 섞어 소주를 만들어왔다. 특히 4월부터는 암반수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수돗물만 사용해 소주를 제조해 시판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금복주 대표는 최근 수돗물 참소주 논란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고객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 드린다”며 “앞으로 천연암반수(대림생수) 재사용과 함께 적극적인 지하수 개발로 더 좋은 품질의 소주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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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