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사이버 암표상 실태

50배 비싸도 없어서 못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온라인 암표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엑테크(엑소+재테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티켓 프리미엄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상한가도 없기 때문에 무려 원가의 47배까지 등장했다. 암표를 중개해주는 사이트, 개인 간 매매를 방관하는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대리 티켓팅까지 해주는 블로그가 등장했다.

티켓베이는 통신판매 중개자로 티켓을 판매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이트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고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받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를 살펴보면 빅뱅, 엑소, 위너 등 아이돌들의 티켓 판매 목록이 나열돼 있다.

무법천지 온라인

먼저 빅뱅은 오는 3월4일부터 3월6일까지 3일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 표는 좌석에 관계없이 11만원에 예매를 마쳤다. 하지만 티켓베이 사이트에 올라온 표의 가격을 보면 최저가격 30만원부터 최대가격 300만원에 이르기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최소 3배부터 30배 가까운 금액에 거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엑소의 경우도 오는 3월18일부터 3월20일까지 3일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엑소도 좌석에 관계없이 11만원에 예매를 마쳤다.

하지만 티켓베이에 올라온 티켓의 최저가격은 20만원부터 최대가격 475만원까지 다양하다. 475만원 티켓은 ‘불토!! 중콘 스탠딩석 A구역 500번대 연석 팝니다’라는 문구의 제목으로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다. 11만원짜리 티켓을 무려 47배 높은 가격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러한 행위가 엄연히 암표매매 행위로 보기에 충분함에도 법망은 닿지 않고 있다.

이유인 즉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


온라인상 암표매매는 경범죄처벌법에 의할 때 ‘곳’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현실이다. 또한 경범죄처벌법을 살펴보면 암표매매를 한 당사자를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티켓베이와 같은 중개사이트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티켓베이의 운영시스템은 판매자가 티켓 판매 금액을 정하면 티켓베이는 사이트에 티켓의 가격과 좌석 정보 일체를 공개해 구매자를 판매자와 연결시켜준다. 이 과정에서 티켓베이는 판매금액의 10%의 수수료를 판매자에게 받는다. 결국 판매자의 암표금액에 티켓베이 수수료가 포함된 것이다.


티켓베이 사이트를 살펴보면 티켓베이는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고 상품 거래정보 및 거래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티켓베이의 행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G마켓과 같은 오픈마켓의 경우에는 사이트와 결제시스템만 제공해주고 직접거래를 하지 않는다”며 “티켓베이의 경우 당사자가 아니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보이지만 한번 검토해볼만한 여지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티켓베이와 같은 티켓 중개사이트는 당사자도 아니고 온라인상이라는 이유로 이중으로 법의 잣대에서 벗어나 있다.

유명 공연 티켓 프리미엄 붙어 매매
판매-구매 중개사이트·블로거 극성

네이버중고나라에서 암표거래 또한 굉장히 활발하다. 네이버중고나라의 경우 사이트만 제공할 뿐 당사자 간의 거래를 막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네이버중고나라는 지난 1월19일부터 2월10일까지 설 기차표 거래를 차단했다. 설 기간 중 암표매매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콘서트 티켓 암표매매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네이버중고나라에서 암표매매가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거래액이 비싸서만이 아니라 사기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 지난해 12월 인기가수 콘서트티켓을 구하기 위해 티켓매매를 한 A씨는 “사진 상 티켓을 보고 믿을 수 있겠다고 확신해 돈을 입금했다”며 “알고 보니 표가 위조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 암표매매는 사기를 당할 위험성이 높다. 또한 판매한다고 올려놓은 표가 실재한다는 증거가 없고 돈만 받고 사라지는 이른바 ‘먹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암표매매를 재테크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있어 실제로 공연을 보고자 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웃돈을 주고 봐야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티켓팅을 전문적으로 대신해주는 블로그도 등장했다. 블로그에는 “대리 티켓팅 신청을 원하시는 분께서는 비밀댓글 작성후 카톡아이디로 신청하시면 제가 바로 연락 드리겠습니다”라며 “한번 물은 표는 절대 놓지 않는다”고 소개되어있다. 이 작성글에는 댓글만 244개가 달려있다. 이밖에 블락비 콘서트 티켓과 위너콘서트, 엑소, 신화 등 아이돌 그룹의 대리 티켓팅을 하고 있다. 또한 해당 블로그에는 “콘서트, 뮤지컬, 싸인회, 팬미팅 등 모든 대리 티켓팅을 진행한다”며 “신청비 0원 성공 시 프리미엄만 받고있다”고 적혀있다.

이와 같이 암표매매, 대리티켓팅이 만연한 상황에서 행정당국과 수사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티켓베이의 경우 정상적으로 허가를 내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암표매매 인지 아닌지 확실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도 암표매매 단속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경범죄처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 2013년 5월 국회에서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다.

위조 사기도

암표매매에 대해 조남문 변호사는 “일회성으로 사고 파는 것은 자신의 권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이라며 “티켓팅만 상습적으로 대행을 해주는 경우는 판매처와 접촉해서 몰래 표를 구해 현장에서 파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처벌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티켓팅 성공 팁

각종 인기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먼저 네이버 시계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서버 시간’을 체크하는 방법이다. 예매사이트는 예매 시점을 서버의 표준시간에 따르는데 단 몇 초의 차이로 티켓팅에 실패 할 수 있다. 각 사이트의 서버 시간은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보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접속할 경우 예매에 실패하게 된다. 때문에 예매 시작 전에 정확한 서버시간을 확인하고 접속해 클릭하는 것이 예매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예매하고자 하는 사이트에서 플러그인, 엑티브X 등일 미리 설치해 두고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로딩 중일 경우에는 기다리는 것이 좋다. 처음 접속했던 화면에서 ‘예매가 지연되고 있다’는 창이 뜨면 그 창을 지우지 말고 그 상태에서 계속 새로고침을 누르는 것이 유리하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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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