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미도파’ 건물 파열음 내막

‘관리인’ 완장 차고 무소불위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동대문에 있는 한 건물의 관리단장이 불투명한 관리비 운영과 구분소유자들에 대한 폭언이 심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노인들로 이뤄진 구분소유자들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 관리단 측은 이전 관리단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관리비 사용 내역서를 꺼내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각 점포마다 개별적으로 소유권 등기를 하는 이른바 ‘집합건물’의 관리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서울 동대문의 ‘한솔 동의보감’ 상가에서도 관리비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구분소유자와 관리단장 간 소송 및 고발전으로 치닫고 있다.

소송 및 고발전
갈 데까지 갔다

관리비 비리 의혹이 불거진 서울 동대문의 한솔 동의보감은 관리단장의 공금횡령, 구분소유자들에 대한 폭언 등의 의혹으로 구분소유자와 관리단장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상가는 총 400명 이상의 구분소유자가 있는 집합건물이다.

건물 구분소유자 중 한 명인 최모씨는 관리단장의 관리비 횡령, 구분소유주들에 대한 폭언이 극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 백명의 상가 소유자 입장이 저마다 다르고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문제점에 마음이 맞는 구분소유자들이 모여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다.

최씨 측이 주장한 관리단장의 횡포는 이렇다.


최초 관리단장을 뽑을 때 공약했던 월급 100만원이 쥐도새도 모르게 300만원으로 바뀐 것, 구분소유자의 점포를 마음대로 임대를 내주고 임대료를 가로챈 것, 정릉청복개주차장의 임대기간을 관리단장의 마음대로 연기해 부당이익을 챙긴 점, 노인들로 이뤄진 구분소유자들에 대한 폭언과 욕설 등이 관리단장 김모씨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 상가의 주차장은 동대문구의 소유로 한솔 동의보감 건물이 20년간 임대해 쓰고 있었다. 지난해 반납해야 했지만 관리단장 김씨는 상의도 없이 동대문구청에 8년 연장신청을 했다고 구분소유자들은 주장했다. 주차장의 한달 임대료는 1900여만원인데 비해 주차장에서 벌어들이는 실제 수입은 200만원에 그쳤다.

동대문 빌딩 관리단장 횡포 고발
“툭하면 폭언 욕설” 입주민들 주장

그렇다면 17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충당해야 하는데, 구분소유자들은 이에 대해 택배회사와의 결탁으로 인한 부당수입 의혹을 제기했다. 택배회사로부터 60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발생한다는 추측. 나머지 4300여만원은 증발해 버린 ‘눈먼 돈’이라고 주장했다.

불투명한 관리비 운영에 대해도 말을 꺼낸 최씨는 “현재 구분소유자들에 대한 관리비가 중구난방”이라며 “자신에게 협조적인 구분소유자들에게는 비교적 낮은 관리비를 청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관리비를 높게 부른다”고 말했다.

또한 점포에 대한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단이 마음대로 임대를 주고 임대비를 챙겨간다고 했다. 주인임에도 점포에 대한 조금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리단 측은 전혀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관리단장 김씨는 “10년간 관리비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모함일 뿐”이라고 말했다. 관리단 측은 불투명한 관리비 집행 논란에 대해 모든 서류를 작성해 놨다고 주장하며 관련 서류를 증거로 내밀었다.


너무 다른 주장
과연 진실은?

또 그는 “50%의 점포가 비어있는 상태로 10년이 방치돼있던 건물의 관리단장으로 취임해 밀린 관리비를 50% 탕감해 주기도 하고 입점한 곳과 입점하지 않은 곳의 관리비 차등부과를 시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관리단 차원에서 빚을 갚기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월급을 줄이면서 충당해 나갔다”고 주장했다.

관리비 운영 문제에 대해서도 떳떳하다는 관리단은 외부회계감사를 통해 1년 동안 쓴 돈의 사용내역 등을 검토하고 서류로도 충분히 보관해 놓았다고 말했다. 내역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최씨의 주장에는 10년 동안 관리비를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리비 사용 내역을 공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를 덧붙이기도 했다.

주차장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20년 임대 후 반납할 당시 동대문구 측은 복구비용으로 29억원을 요구했다. 터무니 없는 금액에 김씨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복구할 테니 시간을 더 달라고 시위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얻어낸 게 8년이었다는 것.

택배회사와의 관계에 대해서 김씨는 “권익위원회에 질의서를 내고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통보 받아 주차장의 적자를 메꿀 수 있는 택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구분소유주의 동의없이 임대를 주고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에 대해 김씨는 “상가 자체에서 ATM기계 설치로 인한 수익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미납된 관리비를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임대수익을 통해 미납된 관리비를 충당하고 있고 부당한 이익을 챙긴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상가·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불투명한 관리비 운용과 과다한 관리비 등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분쟁이 이어지지만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집합건물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 적용되지만 관리비를 산정하거나 관리하는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관리인은 매년 1회 일정한 시기에 구분소유자에게 그 사무에 대해 보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 제제할 법적 조치가 마땅치 않은 데다 회계 감사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리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분쟁을 심의 조정하는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라고 나와 있지만 이 역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조정안에 그치기 때문에 피신청인이 조정에 불응하거나 합의안 수용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도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과다청구 의혹
“그런 일 없다”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 ‘집합주택’이란 한 채의 건물 안에 각각 독립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 된 주택이 여러 개 모인 것을 뜻한다.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등 ‘공동주택’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주거용이 아니어서 주택법이 아니라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집합건물법상에도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해 관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게다가 사적자치의 영역이란 이유로 공적인 감독과 개입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관리비 운용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2012년 12월에는 현행법을 개정해 지역별로 ‘표준규약’을 제정하도록 하는 등 집합건물 관리에 대한 제도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준관리규약 자체가 법적효력이 없는 ‘참고용’이기 때문.

주택법 제59조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독’조항에는 공동주택 단지내 분쟁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해당 지자체장은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장 등에게 업무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 제출이나 그밖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반면 집합건물법에는 이 조항이 빠져 있어 지자체가 관여할 수 없다. 결국 지자체가 집합건물의 관리비 관련 관리감독 권한을 갖도록 법령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관리비 과잉징수·횡령 의혹
관리단장 “미납자들의 모함”

서울시 관계자는 “집합건물 관리비와 관련한 분쟁조정 신청이 많이 접수돼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을 하고는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세입자들이 민원을 제기한다고 해도 시나 구청 같은 행정기관이 회계장부 등을 강제로 조사할 권한이 없다”면서 “게다가 분쟁조정이 들어와 조정의견을 내도 신청인이나 피신청인 어느 한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집합건물과 관련한 관리인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간간이 법적 소송전으로 번지기도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부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표준규약과 마찬가지로 2012년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법령이 마련됐지만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조정위원회가 입주민으로부터 조정신청을 받아도 관리단이 응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분쟁조정을 강제할 수 없어서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2013년부터 변호사, 회계사, 주택관리사 등으로 구성된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분쟁 처리 건수는 전무하다. 여러 지자체 위원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도도 2014년 분쟁조정위원회가 만들어져 4건이 접수됐는데 당사자가 불응하거나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불개시 통보가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법적효력이 없는 ‘분쟁조정위원회’보다 좀더 강제력을 갖는 중재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분쟁조정을 당하는 사람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거부의사를 보이면 위원회 상정조차 안되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 지자체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집합건물의 행정개입이나 관리비 공개의무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집합건물법 허술
분쟁위원회 엉성

개인 간의 협의, 관리인의 선의에만 맡기기엔 분쟁과 갈등이 너무 많은 만큼 주먹구구, 막무가내식 관리비에 대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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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