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태국녀 주의보, 왜?

뜨겁게 자고 보니 트랜스젠더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태국 여성들을 동원해 성매매를 알선한 조직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태국 여성 200여명 중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도 40여명이나 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성매매 업주들과 브로커는 양국 간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는 점을 성매매에 이용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6일, 수백 명의 태국 여성을 관광비자로 입국시켜 국내 마사지 업소에 성매매 여성으로 알선한 혐의로 브로커 정씨 등 5명을 구속, 나머지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로부터 태국 여성을 소개받아 성매매를 시킨 마사지업주 이모씨 등 3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태국인 C씨 등 12명을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해 강제출국 조치했다.

비자협정 악용

브로커 정씨 등은 태국 현지 브로커와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해 태국 여성들과 접촉한 후 관광목적으로 여성들을 위장 입국시킨 뒤 수도권과 충청도 일대 마사지 업소 36곳에 성매매 여성으로 알선해 소개료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태국여성 200여명을 입국시켜 업소로부터 1인당 매월 150만원의 소개비를 받는 등 총 11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정씨는 한류열풍으로 인해 태국여성들이 K팝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입국한 뒤 국내에서 성매매를 통해 체류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노리고 학교 동창이나 지인들을 끌어들여 태국인 여성 공급 조직을 만들었다.

모집 방법으로는 모바일 메신저나 태국 현지 브로커를 통했으며 항공료 등 1인당 240만원을 태국으로 보낸 뒤 관광 목적의 사증면제(B-1)를 이용해 입국시켰다. 이들은 태국인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 합숙소로 데려가 성매매 단속에 대비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검거된 브로커 일당 중 일부는 직접 마사지 업소를 운영해 리모컨을 조작하는 비밀방을 만들어 성매매를 알선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인들은 성매매 1회당 10만원 가량을 받아 업주와 절반씩 나눠가졌고, 일부 태국 여성들은 국내 관광을 하다가 돈이 떨어지자 브로커에게 먼저 연락해 성매매업소 취업을 청탁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들이 입국시킨 태국인 200여명 중 법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드젠더들도 40여명이나 포함돼 충격을 더했다.
 

경찰은 정씨 등이 마사지업소에는 트랜스젠더라는 점을 숨기고 알선했지만, 외모상으로는 트랜스젠더가 일반 태국여성보다 예뻐 업소에서 인기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태국에서 트랜스젠더는 ‘까터이’로 불리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일상생활 속에서 상대적으로 자주 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태국 트랜스젠더들은 방콕 최대의 환락가 팟퐁, 나나플라자 등지에서 매매춘을 하기도 해 태국사회 골칫거리로 알려졌다.

관광하는 척 입국…몸 파는 여성들
무더기 밀입국 적발 “20% 성전환”

이번 달 초에도 관광객으로 위장한 태국 여성이 입국해 성매매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지난 1일, 태국 여성들을 국내 성매매업소에 불법 취업시킨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최근까지 태국 현지 인력 송출 브로커와 짜고 태국 여성 6명을 관광객으로 위장한 뒤 입국시켰다.

A씨는 태국 여성들을 서울과 포항의 마사지 업소에 취업시켜 소개비 명목으로 인당 150만원에서 300만원씩 총 95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지난해 1월에도 태국 여성들의 성매매 실태가 경찰에 의해 발각됐다. 서울 강남 고급 오피스텔에 숙식하며 성매매를 한 여성들과 이들을 모집한 공급책 김씨와 성매매 업주 이씨를 구속했다.


2014년 8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태국 여성 40명을 국내 단기 입국시켜 성매매를 시켰다. 태국 여성들에게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유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 지방에서도 태국 여성들의 성매매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4년 7월 창원에서 태국 정통마시지업소로 속이고 태국 여성 4명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마사지업주 B씨와 태국여성 D씨, E씨 등 4명 등 7명이 입건됐다.

2013년도 8월부터 운영한 이 업소는 태국 정통마사지업소로 외부 간판을 내걸고 실제로는 성매매를 알선해 하루 평균 300만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조사결과 올해 사건과 마찬가지로 3개월 관광비자로 입국시켜 태국여성들을 성매매에 이용했다. 성매매 한 건당 3만원씩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주나 브로커들은 주로 인터넷 메신저, 인터넷 채용공고를 통해 태국 성매매 여성들을 모집한 것으로 보여진다.

인터넷 채팅앱의 경우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제범죄수사대 한 관계자는 “사용한 앱은 게시글을 삭제하면 서로 통화한 내용이 전부 삭제가 된다”며 “통화한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범죄에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성매매를 원하는 태국 여성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태국 여성들의 경우 한류바람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관광을 오면서 체류기간을 늘리기 위해 성매매에 발을 들여놓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3개월만 있으면 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돈을 더 벌수 있기 때문에 쉽게 성매매의 유혹에 빠지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비자 면제 협정 체결이 외국인 여성의 국내에서의 성매매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비자 면제 협정을 맺은 국가의 국민이 무비자로 입국해 우리나라에서 일하다 적발되면 본국으로 강제 추방된다. 태국 여성들이 비자 없이 입국해 성매매를 하는 이유는 신분노출이 되지 않고, 단기간 내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비자 면제 협정 체결 국가 여성의 성매매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출입국 관리 단계에서 걸러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한 번 적발된 여성의 재입국을 철저히 막는 등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추방되면 그만

경찰은 “범인들은 태국인 중 일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성매매 업소에 알선했다”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범행 수법 등을 통보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며 여죄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국 현지에서 브로커가 활동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태국 여성과 국내 조직이 직접 연락하는 방식으로 범행수법이 고도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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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