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전관예우 백태

경찰청 간부 총포협회…국방부 대령 군수업체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공직계에 암암리 존재했던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실체가 드러났다. 정부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및 행위제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관피아 문제에 칼을 뽑아든 것처럼 보였다. 엄격한 잣대로 관피아 척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업무관련성 기준의 모호성과 취업심사의 불투명성으로 공직자 전관예우 양성소로 전락한 모습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정공위)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알권리 확대를 위해 2014년 7월부터 매달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심사를 받은 54명 중 단 4건에 대해서만 취업제한이 결정됐다.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평가과정이 불투명해 유관업체에 퇴직공직자 대다수가 어려움 없이 재취업에 성공한 모습이다.

고무줄 잣대
주관적 해석

경찰청 총경 출신으로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상임이사로 취업심사를 의뢰한 A씨는 정공위에 의해 취업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받았다. 문제는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의 업무 내용이 경찰청 인허가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이기에 충분하다는 것.

총포에 관한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서류를 경찰청에 제출하고 총포에 대한 검사결과는 의무적으로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후 협회의 검사결과를 토대로 담당 공무원이 총포에 대한 승인을 하는 구조다.

이처럼 경찰청과 실질적으로 업무상 관련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정공위에 의해 A씨는 취업가능 평가를 받았다. 국방부 공군중장 출신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의 정책자문위원으로 취업심사를 의뢰한 B씨의 경우도 취업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받았다.


국방기술품질원의 경우 국방기술기획, 국방품질경영, 국방품질인증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군수업체가 국방기술품질원으로 인증을 신청하게 되면 신청업체의 국방품질경영시스템 운영 및 유지실태를 심사해 요구사항에 적합할 경우 인증서를 수여한다.

인증업체는 방위사업청 경쟁 입찰계획의 낙찰자 결정시 미 인증업체와 비교해 가점을 받거나 방산물자 원가 선정 시 이윤 보상,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 업체선정 평가 시 가점 및 혜택을 받게 된다.

취업심사 54명중 단 4명만 제한 결정
퇴직공직자 대부분 유관업체 재취업

이처럼 업무가 무관하다고 보기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취업가능 심사를 받은 상황이다. 이밖에 국방부 대령 출신 C씨의 경우도 취업제한기관에 포함된 사립대학교인 동명대학교 예비군연대장에 취업가능 심사를 의뢰해 취업가능 평가를 받았다.

정공위 담당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국방부 대령의 경우 일종의 국가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퇴직 후 국가 법령에 따라 취업한 것”이라면서도 업무관련성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취업제한과 관련한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은 ▲직접 또는 간접으로 보조금·장려금·조성금 등을 배정·지급하는 등 재정보조를 제공하는 업무 ▲인가·허가·면허·특허·승인 등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 ▲조세의 조사·부과·징수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 ▲법령에 근거해 직접 감독하는 업무 등 8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업무를 설명함에 ‘직접’이라는 단어를 넣어 재취업대상자에게 숨통을 터줬다는 점이다.

업무관련성이 있더라도 직접 관련이 없다면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11명의 심사위원들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심사가 결론난다는 지적도 있다.


취업제한은 심사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기관의 업무와 취업예정업체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확인된 경우다. 취업불승인의 경우 업무관련성이 인정되고 심사대상자가 취업을 승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인정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심판원장은 전국은행연합회 전무이사로 가려다 취업제한을 받았다. 김 전위원장은 2014년 1월부터 조세심판원장을 지내다가 지난해 11월 명예퇴직했고, 정공위의 심사를 통과하면 전국은행연합회 전무로 취임할 계획에 있었다.

하지만 정공위에 의해 재취업에 고배를 마셨다. 이밖에 울산광역시 남구 지방 3급 공무원의 경우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려다 취업불승인 결정이 났다. 환경부의 임기제 고위공무원은 한국상하수도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취업에 도전했지만 취업불승인 결과를 받았고 마찬가지로 환경부의 4급 공무원도 환경보전협회 수변생태관리본부장으로 재취업 하려고 했지만 취업제한을 받았다.

반면에 업무관련성이 의심됨에도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국정원 특정3급 공무원의 경우 주식회사 대교씨엔에스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데 성공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공무원의 경우도 한국동서발전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한국방송공사의 편성본부장의 경우 KBS미디어 부사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 4급 공무원의 경우 LG경영개발원의 비상근고문으로 취업했다. 이밖에 금융감독원 4급 공무원의 경우 실무를 담당하는 한국투자증권 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평가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형평성 없고
일관성 없어

정공위가 매달 발표하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는 공무원이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나 대학, 병원 등 비영리법인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업제한 기관의 기준은 ▲자본금이 10억원 이상이면서 연간 외형거래액이 100억원 이상인 사기업체 ▲안전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업무 수행 공직유관단체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를 설립·경영하는 학교법인과 학교법인이 설립·경영하는 사립학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제1호 가목(자산규모 2조 이상)에 해당하는 시장형 공기업 등 9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적용대상은 재산등록의무자였던 퇴직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4급 이상 공무원, 경찰·소방·감사 및 조세·건축·토목 등 인허가부서 근무자로 5∼7급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원(상근이사·감사 이상), 일부 공직유관단체 직원(금감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적용대상에 해당하는 공직자들이 취업제한 기관의 기준에 해당하는 기관에 취업하고자 할 때 정공위의 심사를 받게 된다.

공직자윤리법은 취업제한 및 재산공개를 명시하도록 해 1981년 12월31일 제정, 1983년 1월부터 시행됐다. 취업제한의 목적은 퇴직예정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을 목적으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의 부정한 유착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기업체 등에 취업한 후 퇴직 전에 근무했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후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부각된 민관유착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인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이 생기면서 퇴직공무원에 대한 취업제한 강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현실은 퇴직공무원들의 재취업을 심사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피아를 근절하기보다는 오히려 면죄부를 쥐어주는 형국이다. 

업무관련성 판단 기준 모호
평가 과정도 불투명해 불신


문제는 취업예정 업체에서 맡게 될 업무내용은 공개되어 있지만 퇴직 당시 소속에서 맡은 업무내용이 공개돼 있지 않아 실질적으로 인허가 업무를 맡은 사람이 재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공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상 윤리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한다”며 “너무 자세한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면 개인정보 문제가 발생해 심사결과 정도만 공개한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해 취업예정자의 개인정보는 보호했지만 일관성 없는 판단에 대해서는 해명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결과를 내놓아도 비판을 면키 어려운 모습이다.

이 같은 지적에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취업 제한 여부에 대한 매뉴얼이 있지만, 업무관련성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개인적인 성향도 일정 부분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심사결정에 주관적이 요소가 개입될 수 있음을 인사혁신처 측도 일정부분 시인한 모습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2월31일 2016년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기관 1만5687곳을 확정했다. 인사혁신처는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영리기관 1만4214곳, 비영리기관 1473곳을 관보에 고시했다. 인사혁신처는 “세월호 참사 이후 민관유착 근절을 위해 취업대상 사기업을 확대했다”며 “2014년 3960곳에서 2016년 1만4214곳까지 늘렸다”고 설명했다.

취업제한기업의 확대는 분명히 심사대상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취업대상자가 취업심사를 통과하기만 하면 취업제한기업은 의미가 없어진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취업심사의 핵심키는 정공위가 쥐고 있음에도 불투명한 심사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공위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매달 발표한다고 하지만 취업가능 여부의 결과만 보여줄 뿐 그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

이밖에 업무관련성 판단의 모호성에 대해 정공위 관계자는 “업무내역이 외견상으로 보기엔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퇴직 당시 소속과 취업예정 업체만 공개하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 전체와 취업예정 업체와의 업무내역을 세밀히 검토한다. 계약건, 지도사항, 예산, 용역 및 간단한 민원처리가 있었는지 여부까지 조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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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